20년 차 베테랑 포수가 백업하는 안방. 사령탑도 주전도 든든하다. 두 포수의 시너지가 잠시 흔들린 두산을 잡아줬다.
두산은 13일 한화전부터 17일 삼성전까지 4연패를 당했다. 시즌 처음으로 위기론이 불거졌다. 그러나 18일 삼성전 3차전에서 승리한 뒤, 4연승을 달리던 2위 LG와의 주말 3연전 1·2차전까지 잡아내며 한숨을 돌렸다.
2연승을 거둔 LG와의 2차전 주역은 선발투수로 나선 박종기(25)와 포수 박세혁(30)이다. 데뷔 두 번째 선발로 나선 박종기는 6이닝 동안 무실점을 기록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박세혁은 그와 호흡을 맞추며 호투를 유도했고, 타석에서는 4타수 2안타·4타점·2득점을 올리며 8-2 승리를 견인했다. 2회초 선취점, 9회 쐐기 3득점이 그의 손에서 나왔다.
앞선 세 차례 3연전에서 모두 우세 시리즈를 내준 두산이 모처럼 2연승을 거뒀다. 2위를 상대로 추격 사정거리를 유지할 수 있던 점도 의미가 크다. 무엇보다 주전 포수인 박세혁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퍼포먼스를 보여준 점이 고무적이다. 포수는 공·수 기둥이다.
휴식 효과가 있었다. 박세혁은 18일 삼성전 7회말에 자신이 친 공에 왼쪽 무릎 부위를 맞은 뒤 통증으로 인해 이어진 수비를 소화하지 못하고 교체됐다. 19일 LG 1차전은 결장했다.
베테랑 정상호가 대신 안방을 지켰다. 선발투수 이영하의 호투는 이끌지 못했지만, 4회 2사부터 가동된 불펜진과의 호흡은 좋았다. 5⅓이닝 투구를 2자책점으로 막았다. 두산이 빅이닝을 만들며 승기를 가져간 2회 공격에서는 적시타를 치기도 했다. 이 경기 멀티히트.
정상호가 있는 덕분에 벤치도 주저 없이 박세혁에게 휴식을 부여할 수 있다. 장기 레이스, 코로나19 여파로 선수 관리에 변수가 많은 상황이다. 공수 핵심인 포수 관리는 더 각별할 필요가 있다. 두산은 주전보다 경험이 않은 백업 포수가 있다. 전력 손실을 최소화하며 심신 관리를 유도한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개막 2주 차부터 이러한 조합을 잘 활용했다. 5월 둘째 주 토요일부터 팀이 치른 아홉 경기에서 박세혁의 선발 출전은 세 번에 불과했다. 잔부상 관리도 있었지만, 박세혁이 너무 많은 부담을 짊어지고 있다고 봤다. 머리를 식혀줬다. 흔들리고 있는 불펜투수 운영으로 가라앉은 더그아웃 분위기를 바꾸려는 의도도 엿보였다.
당시 외부에서는 몇몇 투수는 정상호가 전담 포수로 맡는 것으로 판단할 정도였다. 그러나 이 시기에 박세혁은 그라운드에서 한발 뒤로 물러나서 경기를 볼 수 있었다. 투수와 다른 포수의 호흡을 보며 배우는 부분도 있었을 것. 컨디션 관리뿐 아니라 머릿속 환기도 가능했다. 박세혁은 이후 다시 고정 선발로 자리했다. 완전한 휴식은 두 경기, 대타 출전 두 경기였다. 경기력은 이전보다 안정감이 있었다.
정상호는 19일 LG전에서 장염 증세를 안고 뛰었다. 그도 힘을 냈다. 덕분에 주전 포수가 통증이 있는 부위를 다스릴 수 있었고, 패하면 일시적 반등에 그칠 수 있는 중요한 경기에서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두산이 첫 번째 위기를 벗어난 보이지 않는 힘은 두 포수의 시너지다. 이전에 그랬듯이 앞으로도 '상호' 보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