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균의 은퇴 소식을 접한 이강철(54) KT 감독은 "(김태균은) KBO리그에서 하나의 상징이었다. 한국 무대에서 성공했고, 일본에서도 뛰었다. 국가대표로 활약하며 국제 대회에서도 기여했다. 참 좋은 선수였다. 그동안 정말 수고했다"며 후배가 걸어온 길에 찬사를 보냈다.
한솥밥을 먹은 사이는 아니지만, 맞대결한 적이 있다. 이강철 감독은 현역 황혼기를 보내던 시절, 프로 초년생이었던 김태균을 상대한 기억을 떠올렸다. 이강철 감독은 "현역 시절 상대한 마지막 세대가 (김)태균이 또래일 것이다. 내가 은퇴한 지 15년이 됐는데, 그동안 선수 생활을 해온 것만으로 대단하다"며 웃었다.
김태균은 구단이 제안한 은퇴 경기를 고사했다. 그가 한 경기를 뛰기 위해 1군 엔트리에 등록되면 후배 1명이 빠져야 하기 때문이다. 21일 오후, 짐을 챙겨 서산 2군 구장을 떠날 때도 몇몇 후배와 매니저의 조촐한 배웅만 있었다고 한다. 결단을 내리자 미련을 두지 않았다.
이강철 감독은 김태균을 이해했다. 그는 "나도 은퇴할 때 미련이 없었다. 돌아보면 1년 더 빨리하는 편이 더 나았을 것 같다"며 "김태균은 (선수로서) 모든 것을 다 이루지 않았나. 아쉬움이 남은 상태에서 떠밀려 하는 은퇴가 아니다. '이제는 해도 되겠다'는 마음이 든 것 같다"고 말했다. 이강철 감독은 이어 "은퇴가 끝은 아니다. 할 일이 더 많을 것이다. 잘 준비하고 계획하길 바란다"며 경험에서 우러나는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오승환(38·삼성)은 1982년생 동갑 김태균의 선택이 남다르게 와 닿는다. 그는 21일 수원 KT전을 앞두고 진행된 인터뷰에서 "작년에도 친구 손승락(전 롯데 투수)이 은퇴를 했다. '나에게도 은퇴하는 순간이 오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아쉬워했다.
두 선수는 2000년대 한국 야구를 대표한 타자와 투수다. KBO리그 흥행에 기여한 스타 플레이어였고, 30대 중반을 넘겨서도 국가대표팀 주축 전력으로 뛰었다. 15년 넘게 프로 무대에서 동고동락한 전우다. 오승환은 "정확한 콘택트 능력이 장점인 타자였다. 중장거리 타구를 잘 만들어냈다. 거의 매년 3할 타율을 기록하지 않았나. 상대할 때마다 어렵게 승부했다"며 김태균과의 맞대결을 돌아보기도 했다.
은퇴 결정을 보는 시각은 이강철 감독과 조금 달랐다. 오승환은 "(은퇴를 결심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을까.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고 짐작했다. 그렇기에 친구의 선택을 지지했다. 오승환은 "그 결정에 박수를 보낸다. 그동안 정말 고생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