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 감독은 지난달 21일 주전 우익수 박건우를 1군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이튿날(22일) 잠실 키움 전을 앞두고는 "(박건우가) 피곤해하고 쉬길 바라서, 2군에서 푹 쉬고 오라고 했다"라며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선수의 태도에 문제가 있었느냐"라는 취재진 물음에는 자세할 설명 대신 "여기는 팀이다. 특정 선수로 인해 팀 분위기가 잘못될 수 있다면, 감독은 결단을 내려야 한다"라고 했다. 박건우가 팀워크를 저해할 수 있는 행동이나 말을 했다고 유추할 수 있는 답변이었다.
박건우는 2군으로 내려가기 전까지 출전한 54경기에서 타율 0.333·출루율 0.404를 기록했다. 모두 팀 내 2위 기록이다. 타선 주축 타자가 빠지면, 공격력은 저하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두산은 박건우 부재 뒤 치른 6경기에서 4패(2승)를 당했다. 6월 23일 키움 전부터 4연패. 시즌 최다 연패까지 기록했다. 연패 기간 평균 득점은 2점에 불과했다.
선수단 기강과 팀 분위기를 다잡으려는 김태형 감독의 단호한 조처는 그 명분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엇박자를 낸 성적 탓에 볼멘소리도 나왔다. 내부 잡음을 굳이 외부로 표출한 부분에 대해서도 평가가 갈렸다.
박건우가 1군 재등록이 가능한 일 수(10일)를 채우고도 콜업되지 않으면 불화설로 번질 수 있던 상황. 김태형 감독은 선수에게 다시 기회를 줬다. 1일 대전 한화전을 앞두고 박건우를 다시 1군에 불렀다. 김 감독은 "박건우가 2군에 있을 때 1군 동료들과 연락해 많은 얘기를 나눴다. 이제는 알아서 잘할 것"이라며 콜업을 결정한 배경을 전했다.
속내도 드러냈다. 김태형 감독은 "선수가 피곤해한다고 2군에 보내는 감독은 없다. 박건우는 야구에 대한 열정이 크고 에너지도 넘치는 선수지만, 그런 만큼 감정 기복도 큰 편이다. 이제는 나이도 적지 않다. (박건우가) 나에게 미안해할 필요는 없다. 나는 선수 개인의 감독이 아니라 두산 감독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태형 감독은 평소 "악역은 내가 맡고, 코치들은 선수들을 독려하고 칭찬해야 한다"고 했다. 자신이 직접 강한 메시지를 전달, 박건우가 팀의 주축 선수이자 프랜차이즈 스타로서 책임감을 갖고, 성숙한 태도로 단체 생활을 해나갈 수 있도록 이끌었다. 선수 입장에서는 자신이 행동을 돌아볼 계기가 될 수 있다. 다른 선수들에게도 귀감이 되는 조처다. 아무리 야구를 잘하고, 스타 플레이어라도 기본을 지키지 않는 인원은 기회를 잃을 수 있다는 경고를 받았다.
박건우는 복귀전(1일 한화전)에서 5타수 2안타 2타점 1득점을 기록하며 두산의 10-3 승리를 이끌었다. 2일 광주 KIA전에서도 적시타 1개를 추가했다. 타선도 무게감이 더해졌다.
두산은 7년 연속 한국시리즈(KS) 진출을 노리고 있는 팀이다. 그러나 올해는 5할 승률 언저리에서 치고 올라가지 못하고 있다. 박건우의 2군 강등 배경과 그사이 전달된 메시지, 그리고 열흘 만에 다시 1군에 복귀한 과정은 두산의 내부 결속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두산의 후반기 레이스가 주목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