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는 지난 5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전의 주인공이었다. 이날 1번·지명 타자로 선발 출전했던 그는 8회까지 네 차례 타석 모두 안타를 치지 못했다. 7회 말 날린 큰 타구는 롯데 중견수 DJ 피터스의 호수비에 걸렸다.
하지만 승리를 위해 한 방이면 충분했다. 3-3으로 팽팽했던 9회 말 2사 다섯 번째 타석에 들어선 추신수는 롯데 마무리 김원중의 포크볼을 밀어쳐 좌측 담장 밖으로 넘겨버렸다. 지난해 KBO리그 입성 후 처음 맛본 끝내기 홈런이었다.
올 시즌 추신수는 타율 0.272(이하 6일 기준) 출루율 0.406(3위) 10홈런 48볼넷(2위) 51득점(4위)을 기록 중이다. 타율은 낮지만, 선구안은 리그 최고다. 20홈런-20도루를 달성했던 지난해와 달리 장타는 조금 줄었지만, 생산성은 여전히 뛰어나다.
5일 경기 후 만난 추신수는 그동안의 성적을 먼저 아쉬워했다. 그는 "1번 타자인 내가 출루하지 못하는 날엔 팀도 많이 졌다. 그래서 오늘은 마지막 타석에서 출루하고 싶었고, 배트 중심에 맞히고 싶었다. 결과가 좋았다”고 말했다.
이날은 여러모로 더 특별한 경기였다. 사령탑 김원형 SSG 감독의 생일이었고, 구단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도 이날 구장을 방문했다. 무엇보다도 가족이 함께였다. 지난달 28일 입국한 추신수의 가족들이 이날 SSG랜더스필드를 찾아 추신수를 응원했다. 홈런 한 방으로 여러 사람에게 선물을 준 셈이다.
추신수는 “미국에서도 끝내기 안타든 홈런이든 쳐봤지만, 장소가 달라지니 의미가 더 큰 것 같다"며 "(가족들 앞이라) 잘하지 못할 때 더 화나고, 잘했을 때는 더 기쁜 면도 있다. 사실 네 번째 타석 때 잘 맞은 타구가 피터스에게 잡힌 후 기분이 좋지 않아 라커룸에 들어갔다. 그런데 딸이 그사이 '아빠 잘했어요. 난 아빠의 No.1 팬'이라고 메시지를 보냈더라. 그걸 보고 기분이 정말 좋아졌다. 홈런을 친 후 나도 모르게 손이 올라가더라. 끝내기 홈런이기도 했고 가족들이 어디 앉아있는지 아니까 사인도 보내게 됐다”고 했다. 그는 이어 “2년 연속 감독님 생일에 홈런을 쳤다. 구단주님도 오셔서 더 의미 있는 홈런이 됐다"며 기뻐했다.
지난겨울 팔꿈치 수술을 받은 뒤 지명타자로 출전해온 그는 곧 수비에 복귀할 예정이다. 김원형 감독도 “추신수는 올스타 브레이크가 끝난 후 상태를 보고 우익수로 출전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추신수는 “현재 팔꿈치는 회복 단계다. 아직 정확히 복귀일을 말할 수 없지만, 7월 말이나 8월 초일 것 같다”고 전했다. 타격감에 관해 묻자 “좋아지고 있다. 타격이 동전 뒤집듯 한순간에 좋아지진 않지만, 조금씩 나아지고 있어 만족한다”고 했다.
개막 10연승으로 올 시즌을 출발한 SSG는 80경기를 소화한 6일 기준으로 1위(51승 4무 26패·승률 0.662)를 지키고 있다. 2위 키움 히어로즈의 추격이 매섭다. 최근 9연승을 달리는 등 51승 1무 29패(승률 0.638)로 SSG를 압박하고 있다. 6일 기준 두 팀의 승차는 단 1.5경기.
추신수는 지난 2015~2016년 메이저리그(MLB)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2년 연속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경험했다. 이후로는 선두 경쟁을 해본 적이 없다. 6년 만에 경험하는 레이스는 부담인 동시에 설렘이다. MLB에서는 월드시리즈에 뛰어보지 못했으나 KBO리그 정규시즌 우승팀은 한국시리즈에 직행한다.
추신수는 “키움을 의식하지 않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우리 선수단도 키움의 경기, 스코어 모두 확인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우리가 먼저 잘하는 게 맞다. '매일 이긴다는 생각으로 하자'고 선수들과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그는 “(선두 경쟁은) 힘들지만 행복하다. 물론 1등은 더 올라갈 곳도 없고, 내려갈 곳뿐인 위치다. 그 자리를 지키는 게 굉장히 힘들고 부담스럽다"면서도 "그래도 우리가 1등인 이유가 있고, 왜 이 자리에 있는지 SSG 선수단 모두가 알고 있다. 그게 현재까지 1등을 지키는 이유 같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