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군의 올 시즌 성적은 1일 기준 타율 0.327(159타수 52안타) 1홈런 19타점이다. 규정 타석(294)을 채우지 못했지만, 3할 이상의 높은 타율을 유지하고 있다. 눈여겨볼 부분은 대타 성적이다. 시즌 대타 안타가 7개로 KBO리그 1위. 대타 타율도 0.500(14타수 7안타)로 높다.
최근 세 번의 결정적인 대타 기회를 모두 살렸다. 지난달 27일 포항 한화 이글스전을 시작으로 30일과 31일 대구 롯데 자이언츠에서 대타 안타를 때려냈다. 특히 31일 롯데전에선 4-5로 뒤진 9회 말 1사 2루에서 극적인 동점 1타점 대타 2루타로 홈 팬들을 열광시켰다.
대타로 나서 안타를 때리는 건 꽤 어렵다. 올 시즌 KBO리그 전체 대타 타율은 0.216에 불과하다. 리그 평균 타율(0.258)보다 4푼 이상 낮다. 이영빈(LG 트윈스·15타수 1안타) 김석환(KIA 타이거즈·10타수 1안타) 이병규(키움 히어로즈·10타수 무안타) 등은 대타로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리그 선두 SSG 랜더스(0.198)와 2위 키움(0.125)의 대타 타율은 채 2할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삼성은 김태군의 활약 덕분에 리그에서 가장 높은 대타 타율 0.287(94타수 27안타)를 기록 중이다.
'이중고'를 극복한 결과라 더 의미가 있다. 김태군의 주 포지션은 체력 소모가 큰 포수다. 더욱이 주전이 아닌 백업이라 경기 출전마저 불규칙하다. 올 시즌 2경기 연속으로 선발 포수를 맡은 게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멀티 히트를 달성하고도 이튿날 경기에서 빠지는 게 다반사. 그만큼 경기 감각을 유지하는 게 어려운데 대타로 강한 임팩트를 보여주고 있다.
김태군은 "경기 후반 대타로 나설 때는 (더그아웃 뒤에 있는) 실내 연습장에서 타격 훈련을 하고 들어간다"며 "대타로 나가면 상대 투수가 누군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경기 중) 대타 기회가 올 거라고 생각하고, 상대 투수나 그라운드 상황(주자 상황) 등을 이미지 트레이닝한다. 타격 코치님이 상대 투수에 대해 알려주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의 활약은 미국 메이저리그(MLB) '포수 대타왕' 스모키 버제스를 연상시킨다. 버제스는 1960년 피츠버그 파이리츠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끈 안방마님으로 18년 동안 빅리그에서 롱런했다. 선수 생활 말년에는 대부분 대타로 출전, 놀라운 집중력으로 통산 대타 안타 145개(역대 4위·포수 1위)를 기록하고 유니폼을 벗었다. 포수라는 핸디캡을 철저한 자기 관리로 극복한 케이스였다. 김태군도 어느 누구보다 열심히 경기 준비를 하는 베테랑 중 하나다.
김태군은 지난해 12월 NC 다이노스에서 삼성으로 트레이드됐다. '수비형 백업 포수'로 강민호의 출전 시간을 조절해주는 게 그의 역할이었다. 하지만 막상 시즌이 시작되니 강민호(81경기·타율 0.231)보다 더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올스타에 선정되는 겹경사를 누렸다. 5할의 대타 타율은 그가 쌓아가는 인상적인 기록 중 하나다.
김태군은 "찬스에 대타로 나서는 경우가 많다. 내 타석에서 결정한다고 마음을 먹고 들어선다. 평소보다 더 집중해서 타석에 들어간다"며 "포수로 들어서면 수비를 생각해야 한다. 대타로 나서게 되면 (편안함에서) 차이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