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우(39·KIA 타이거즈)의 타점 본능이 살아나고 있다. 조금씩 자신의 목표에 다가서고 있다.
KIA는 지난 7일 큰 고비를 넘겼다. 6위에 올라 있는 두산과의 주말 3연전 1·2차전에서 모두 패하며 3.5경기 차까지 추격을 허용했지만, 3차전 연장 승부에서 신승을 거두며 한숨을 돌린 것.
승리 주역은 그동안 타선의 기둥을 맡아온 베테랑 최형우였다. 4-4 동점이었던 10회 말 2사 2루에서 두산 투수 장원준의 슬라이더를 공략해 중견수 키를 넘어가는 끝내기 안타를 쳤다. KIA는 1차전에서 선발 이의리가 흔들렸고, 2차전에선 마무리 투수 정해영이 무너졌다. 이 경기도 8회까지 4-0으로 앞섰지만, 불펜진이 9회 동점을 내주며 최악의 흐름이 이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베테랑 최형우가 2사 뒤 승부를 결정짓는 타격을 해준 것.
최형우는 전반기 돋보이지 않았다. 초반엔 볼넷을 많이 얻어내며 4할 언저리 출루율을 유지했지만, 6월 이후 그 흐름마저 꺾였다. 5월 26일에야 시즌 첫 홈런을 쳤을 만큼 장타력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6월까지 기록한 타율은 0.222에 불과했다.
그러나 7월 이후 타격감이 좋아졌다. 올스타 브레이크 전 2경기에서 연속 멀티 히트를 기록했고, 후반기 출전한 13경기에선 타율 0.340을 남겼다. 이 기간 '3안타 플레이'만 두 차례 해냈다.
무엇보다 타점 능력이 살아났다. 이전 78경기에서 35개에 그쳤지만, 최근 13경기에선 10타점을 쌓았다. 7일 두산전에선 올 시즌 처음으로 7회 이후 결승타를 남기기도 했다.
최형우의 화력이 살아나면, 앞선 나서는 나성범, 황대인, 소크라테스 브리토도 도움을 받는다. 이전에는 상대 배터리가 이들을 피하고 최형우와 승부하려는 경향이 있었지만, 지금은 최형우의 타격감이 워낙 좋아서, 앞에 있는 타자들을 피하기 어렵다. 당장 7일 두산전 10회 공격에서도 나성범이 선두 타자로 안타로 득점 물꼬를 트고, 최형우가 해결했다. KIA팬이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득점 루트였다.
최형우의 득점 생산에 가속도가 붙으며, KBO리그도 새 역사에 다가서고 있다. 최형우는 7일까지 통산 1435타점을 기록, 이 부문 역대 1위에 올라 있는 이승엽(은퇴·1498타점)의 기록에 63개 차로 다가섰다.
최형우는 유일한 '기록' 목표로 통산 타점 1위에 오르는 것을 꼽았다. 2022시즌 내 넘어서긴 힘들어 보이지만, 조금씩 다가서고 있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후반기 타점 생산 페이스가 이어지면, 1위 기록에 30개 차 안으로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가시밭길에 놓인 KIA의 5위 진입 레이스에도 최형우의 반등은 큰 위안이다. KIA는 최근 불펜이 흔들리며 4연속으로 위닝 시리즈를 내줬다. 나성범 등 기존 주축 타자들의 타격감은 나쁘지 않다. 그동안 다소 아쉬운 성적을 남겼던, 최형우마저 살아나면, 공격력으로 마운드의 혼란을 지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