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는 지난 5일 이태양을 1군 엔트리에서 말소했다. 7월 초까지만 해도 이태양은 SSG의 선두 수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다. 정규시즌 개막부터 7월 3일 KIA 타이거즈전까지 18경기에서 6승 2패 1홀드 평균자책점 2.57을 기록하며 김광현과 윌머 폰트의 뒤를 지키는 '특급 3선발'로 활약했다.
그러나 최근 페이스가 좋지 않다. 최근 3경기에서 20실점(15자책점)·평균자책점 15.58로 크게 흔들리고 있다. 김원형 SSG 감독은 결국 이태양을 2군으로 보냈고, 오원석을 대체 선발로 선택했다.
전반기 활약과 후반기 부진 이유는 같다. 바로 제구력이다. 이태양과 배터리를 이룬 포수 김민식은 “이태양은 힘으로 붙는 스타일이 아니다. 강약을 조절하며 던지는데, (공을 받아보니) 제구가 정말 좋은 투수"라며 "이태양은 어떤 볼카운트에서도 변화구로 스트라이크를 잡을 수 있다. 포수 입장에서 정말 편한 투수”라고 칭찬했다.
이태양이 지난해까지 좋은 성적을 올리지 못한 주요 이유가 장타 허용이었다. 올 시즌 첫 18경기에서는 피장타율 0.365, 9이닝당 피홈런 0.96개를 기록하며 장타 억제에 성공했다. 투고타저로 리그 장타가 줄었고, 제구력을 살린 그의 공격적인 투구가 빛을 발한 결과였다.
하지만 최근 구위가 떨어졌고, 장점인 제구마저 흔들리면서 강한 타구를 맞고 있다. 9이닝당 볼넷은 2.04개에서 2.08개로 크게 늘지 않았지만, 불리한 볼카운트에 놓이면서 정타 허용이 크게 늘었다. 그는 최근 3경기 피장타율 0.745와 9이닝당 피홈런 3.12개를 기록 중이다. 피안타율이 0.510에 BABIP(인플레이 타구 타율)도 0.489에 이른다. 불운도 있겠지만, 강한 타구를 많이 허용한다는 의미다.
김원형 SSG 감독은 이태양에 대해 “구위가 조금 떨어지자 코너워크에 신경을 쓰더라. 그러다 보니 던진 공이 볼 선언을 받는 일이 많아져 몰리게 됐다. 구위가 떨어지면서 정타 허용이 많아졌다"며 "심리적인 문제도 있다. 컨디션이 좋으면 (스트라이크존) 경계선보다 존 안쪽에 직구를 자신 있게 꽂을 수 있다. 0볼-2스트라이크에서도 굳이 바깥쪽 낮은 곳에 던지지 않고 몸쪽, 존 안쪽에 던진다. 이태양은 컨디션이 안 좋으니 존 구석구석에 던지려고 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SSG는 ‘아직은’ 이태양이 필요하다. 숀 모리만도가 연착륙 중이고 김광현-폰트까지 3선발은 안정적이다. 그러나 재활에서 돌아온 박종훈의 2경기 평균자책점은 7.50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정해진 투구 수 내에서 던지는 상황이다. 영건 오원석이 선발 로테이션에 재합류했지만, 구종이 단조롭고 선발 경험이 적다. 정규시즌 선두를 끝까지 수성하고 한국시리즈(KS) 마운드 운영을 생각한다면 '태양'이 다시 떠올라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