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창모는 지난 8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구단 관계자는 "최근 경기에서 투구 컨디션이 저하된 모습이었고 팔의 피로도가 높아진 양상을 보여 선수 면담 후 부상자 명단 등록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구창모는 8일 진행한 병원 검진에서 왼 팔꿈치에 경미한 충돌 흔적이 확인돼 주사 치료를 받기도 했다. 수술 부위인 왼 전완부(팔꿈치와 손목 사이 부분)와 어깨 모두 특이사항이 없었는데 예상하지 못한 팔꿈치 쪽에 문제가 발견됐다.
올 시즌 그의 성적은 5승 3패 평균자책점 1.72다. 지난 5월 28일 1군에 지각 등록된 이후 강한 임팩트를 보여주며 선발로 11경기를 소화했다. 피안타율(0.218)과 이닝당 출루허용(WHIP·1.10) 모두 수준급. 60이닝 기준 KBO리그 평균자책점 1위에 오를 정도로 인상적인 모습이었다. 왼 전완부 피로골절 문제로 2021시즌을 결장했고, 지난 3월에는 햄스트링 부상이 겹쳐 개막전 엔트리 합류가 불발됐다. 공백기가 길었던 만큼 경기 감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컸지만, 연착륙에 성공하는 듯했다.
하지만 또 한 번 제동이 걸렸다. 2016년 1군에 데뷔한 구창모는 규정이닝(시즌 144이닝)을 소화한 경험이 없다. 2018년 기록한 133이닝이 개인 한 시즌 최다 이닝. NC를 통합우승으로 이끈 2020년에도 정규시즌 93과 3분의 1이닝 소화에 그쳤다. 매년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린 탓에 100이닝을 넘기는 것도 벅찼다.
이동욱 전 NC 감독은 구창모에 대해 "가장 중요한 게 건강"이라며 "창모는 좋을 때와 좋지 않을 때의 차이가 난다. 좋을 때는 타자가 치지 못할 정도의 공을 던지지만, 몸이 안 좋을 때는 회복하는 게 떨어진다. 건강하게 던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구창모는 지난 시즌 캠프를 앞두고 일간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매번 (규정이닝을 넘기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니까 팬들이나 구단에 죄송스럽다.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올 시즌에는 꼭 규정이닝을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구창모의 올 시즌 이닝은 62와 3분의 2이닝이다. 팀의 잔여 일정을 고려하면 10번 정도의 선발 등판 기회를 더 잡을 것으로 전망됐다. 규정이닝은 어렵더라도 개인 한 시즌 최다 이닝에 도전해볼 수 있었지만 1군 엔트리 제외로 이마저도 물음표가 찍혔다.
구창모는 김광현(34·SSG 랜더스)과 양현종(34·KIA 타이거즈)의 뒤를 이을 차세대 왼손 에이스로 주목받는다. 시속 150㎞에 육박하는 빠른 공과 예리한 슬라이더 조합은 타자들이 알고도 속을 만큼 위력적이다. 하지만 '광현종'의 후계자라는 걸 입증하기 위해선 '이닝 소화' 능력을 더 끌어올려야 한다. 김광현과 양현종은 올 시즌에만 벌써 113과 3분의 2이닝, 124와 3분의 1이닝을 책임졌다. 30대 중반의 적지 않은 나이지만 큰 부상 없이 마운드를 지키고 있다. 뛰어난 개인 관리는 풀 타임을 소화하는 원동력이다.
구창모의 1군 복귀 시점은 미정이다. NC는 "3~4일 정도 휴식 후 다음 선발 등판을 준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