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찬규의 올 시즌 출발은 제3선발이었다. 하지만 전반기 12경기에서 3승 5패 평균자책점 5.51로 부진했다. 퓨처스리그(2군)에도 몇 차례 내려갔다. 임찬규의 부진 속에 LG의 토종 선발진 평균자책점 역시 5.35로 나빴다. 10개 구단 중 최하위 한화 이글스(5.71)에 조금 앞선 9위였다.
전반기를 3위로 마친 LG는 국내 선발진 강화라는 숙제를 재확인했다. 스프링캠프 돌입 전 "선발진 구성이 가장 어렵다"고 한 류지현 LG 감독은 후반기를 앞두고는 "(임찬규가 부진하면) 어려운 경기가 계속될 수 있다. 길게 버텨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찬규는 후반기 반등을 예고하고 있다. 두 경기에서 1승 1패 평균자책점 2.25를 기록 중이다. 지난달 27일 선두 SSG 랜더스와 경기에서 5와 3분의 2이닝 5피안타 3실점 했다. 이 경기에서 패전 투수가 됐지만, 5회까지 1실점으로 잘 던졌다. 시즌 최다 이닝(종전 5이닝, 8차례) 투구이기도 했다. 지난 3일 롯데전에서는 6과 3분의 1이닝 3피안타 1실점(0자책)으로 시즌 최고의 투구를 선보였다. 7회 2루수 로벨 가르시아의 실책이 없었다면, 7이닝 이상도 충분히 책임질 수 있었다.
임찬규는 "(내가) 투수 조장인데 성적이 따라주지 않아 힘들었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는 "베테랑 선발이라고 하기에도 부끄럽다. 잘 던져야 그렇게 말할 수 있다. 지금은 그냥 중고참 투수"라고 자책했다.
조금씩 감을 찾고 있다. 임찬규는 "후반기 첫 등판인 SSG전 이후 캐치볼을 하는데 지난해 후반기(13경기, 평균자책점 2.96)에 좋았던 밸런스가 돌아오는 것을 느꼈다"고 기대했다. 이는 3일 롯데전 호투로 확인했다.
후반기 반전의 원동력은 체인지업에 있다. 두 번째 구종 체인지업의 위력이 살아나면서 시속 140㎞ 초반대 직구와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했다. 체인지업의 피안타율이 전반기 대비 절반 이상 뚝 떨어졌다. 그는 "체인지업이 손끝에 정말 잘 걸린다"고 흡족해했다. 지난 3일 롯데전에서는 경기 초반 체인지업의 위력을 확인, 당초 직구-슬라이더-커브 위주로 끌고 가려 한 투구 패턴을 바꾸기도 했다.
LG가 우승이라는 목표를 이루려면 토종 선발진의 분발이 꼭 필요하다. LG는 팀 타율(0.274)·홈런(91개)·득점(515개)·장타율(0.413) 1위에 올라 있다. 기대 이상이다. 케이시 켈리(평균자책점 2.88)와 아담 플럿코(2.56)의 '원투 펀치'는 각각 12승-11승을 올릴 만큼 막강하다.
임찬규-이민호-김윤식으로 이어지는 3~5선발이 잘 버텨야 한다. 특히 임찬규는 키 플레이어이자 투수 조장이다. 그는 "전반기에 내가 까먹은 경기가 많다. 후반기에 다 만회할 수 있도록 해보겠다"며 "진짜 베테랑이 될 수 있게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