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 마무리 투수 정해영(21)이 2022시즌 개막을 앞두고 전한 각오다. 구체적인 세이브 개수 목표를 묻는 말에 그는 "기록을 욕심내기보다는 기량을 키우는 게 먼저다"고 힘주어 말했다.
좋은 기록과 기량 향상,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것 같다. 정해영은 지난 24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전에서 시즌 30번째 세이브를 올렸다. 지난 시즌(2021) 34세이브로 타이거즈 구단 역대 단일시즌 최다 세이브 타이기록을 세웠던 그가 2년(2021~2022) 연속 30세이브를 거둔 것.
30세이브(단일시즌 기준) 이상 기록한 역대 타이거즈 소속 투수는 선동열(1993·1995시즌) 임창용(1998) 윤석민(2015) 정해영(2021·2022) 4명뿐이다. 이 중 2년 연속 30세이브를 넘어선 건 정해영이 처음이다.
24일 NC전은 KIA에 매우 중요한 경기였다. 9월 11일 두산 베어스전부터 9연패를 당하며 5강 수성에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턱밑까지 쫓아온 6위 NC와 3연전을 맞이했다. 22~23일 치른 1·2차전에서 1승 1패를 기록, 0.5경기 차 추격을 허용했다. 3차전에선 타선이 경기 초반 3점을 냈고, 정해영이 리드를 지켜내며 다시 승차를 벌릴 수 있었다.
정해영은 올 시즌 두 차례 흔들렸다. 시즌 초반이었던 4월 29일 삼성전에서 1이닝 1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되며 지난 시즌부터 이어진 '25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에 제동이 걸렸고, 5월 1일 삼성전에선 3분의 2이닝 동안 5피안타 4실점으로 무너졌다. 그러나 고전 끝에 리드를 지켜낸 5월 8일 한화 이글스전(2피안타·2실점)을 기점으로 다시 제 모습을 되찾았고, 이후 10경기 연속 무실점을 기록했다.
두 번째 위기는 8월 찾아왔다. 2일 한화전에선 하주석에게 끝내기 홈런, 6일 두산전에선 개인 한 경기 최다 실점(6점) 기록하며 다시 흔들렸다. 어깨 부상 탓에 2주 동안 부상자 명단에 오르기도 했다.
정해영은 두 번째 고비도 넘어섰다. 8회 조기등판한 8월 25일 LG 트윈스전에서 1-0 리드를 지켜내며 개인 2연패를 끊었고, 이후 다시 8경기 연속 무실점을 이어갔다. KIA가 순위 경쟁에서 고전하고 있던 지난주, 3경기에 등판해 모두 세이브를 해내기도 했다.
정해영은 "지난해 8월 2경기 연속 블론세이브를 기록한 뒤 멘털이 흔들렸다. 선배·지도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떨어진 자신감을 빨리 회복하는 법을 배울 것"이라고 했다.
올 시즌은 위기가 더 많았다. 흔들렸지만, 무너지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강해졌다. 김종국 KIA 감독은 정해영을 두고 "10년 이상 우리 팀 마무리 투수를 맡아 줄 것"이라고 했다. KIA 뒷문은 점점 단단해질 전망이다.
정해영은 KIA가 3연승을 거둔 29일 홈 롯데 자이언츠에서도 5-4로 앞선 9회 초 1이닝을 실점 없이 막아내며 시즌 32호 세이브를 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