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IS 수원]류지현 감독의 두 번째 파격, 38홈런 라모스 '2번' 배치
류지현(50) LG 감독이 파격적인 카드를 하나 더 꺼내 들었다. 지난해 팀 홈런 1위(38개) 로베르토 라모스(27)를 2번 타자로 내세운다. 라모스는 23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와의 시범경기에 2번 타자·1루수로 선발 출장했다. 전날(22일) KT전에서도 2번으로 전진 배치됐다. 라모스는 지난해 4번 타자로 270타석, 3번 108타석, 6번 105타석을 소화했다. 2번은 한 타석도 나서지 않았다. 류지현 감독은 23일 KT전을 앞두고 "라모스의 2번 기용은 그저 실험이 아니다. 이미 그려진 그림이었다. 평가전에서는 다른 (타순) 가능성을 확인했지만, '2번 타자' 라모스로 변화를 주는 게 맞다고 봤고, 선수단도 개막 전에 이 부분에 대해 숙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득점력 향상을 노린다. 류 감독은 "주자 상황별, 아웃카운트별 기록을 두루 확인했다. 이닝이 끊어지고, 시작되는 타순도 뽑아봤다. LG뿐 아니라 리그 전반적으로 3~5번보다 2·3번 타순에서 득점 기회가 많이 나오더라"라며 변화를 주는 배경을 전했다. LG는 지난해 리그 출루율 6위(0.411)에 오른 홍창기를 1번 타자로 내세운다. 출루율이 좋은 타자가 뒤에 장타력이 좋은 라모스를 배치해 득점력 향상을 도모하겠다는 계산이다. 2사 뒤에도 득점을 기대할 수 있다. 라모스가 타석에 서면 상대 수비가 외야 깊숙한 위치에서 수비하기 때문에 단타가 나와도 3루까지 진루할 가능성이 커진다. 라모스의 개인 기록도 고려했다. 라모스는 2020시즌 득점권에서 타율 0.274를 기록했다. 누상 주자가 2명 이상 있을 때 타율은 0.210에 불과하다. 주자가 없을 때는 0.280, 1명만 있을 때는 0.308를 기록했다. 류지현 감독은 "라모스가 주자가 많을 때보다는 없거나 1명만 있을 때 더 편안하게 스윙을 할 수 있다고 본다. 3번 타자로 김현수가 있기 때문에 상대 투수도 피해가기 어려울 것"이라며 재차 강조했다. 류지현 감독은 '전임' 류중일 전 LG 감독이 '강한 2번 타자'를 만들기 위해 고심하던 모습을 옆에서 지켜봤다. 자신도 감독 부임 뒤 최적 타순 조합을 위해 치열하게 궁리했다. 이미 지난해 타율 0.300을 기록하며 주로 2번 타자로 나섰던 주전 유격수 오지환을 9번 타순에 배치할 계획을 전했다. 선수의 체력을 관리하면서, 하위 타순의 출루율까지 높이려는 계산이다. 류 감독은 "내가 선수 시절 '스몰 야구'을 주로 수행했다고, 꼭 그런 야구를 고집할 이유는 없었다. LG에 맞는 야구를 고민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라모스를 2번 타자로 내세우면 테이블세터의 기동력이 떨어질 수 있지만, 더 응집력이 있는 타순을 만들어서 경기 초반 득점 생산력을 향상시킬 생각이다. 이미 수년째 다수 팀이 '강한 2번 타자'라는 트렌드를 좇았다. 키움도 지난해 '홈런왕' 박병호를 2번에 내세웠다. 효과가 크지 않았다. LG도 22·23일 KT전에서 라모스의 전진 배치 효과를 보지 못했다. 류지현 감독은 상대 팀이 좌완 선발 투수를 내세우는 경기에서는 라모스를 4번으로 기용할 생각이다. 라모스가 2020시즌 좌투수에 타율 0.224로 약했던 점을 고려한다. 목표는 어디까지나 득점력 향상. 상황에 맞게 대처한다. LG 공격력이 극대화될 지 주목된다. 수원=안희수 기자
2021.03.23 1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