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연재(17·세종고)의 일거수 일투족이 화제다. 예쁜 얼굴에, 국내 최고의 리듬체조 실력을 갖춘 그에게 이같은 관심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팬들 관심이 많아지면서, 손연재에게 최근 꿈같은 일이 생겼다.
지난 11~12일, 그는 그토록 꿈꿨던 국내 최초의 리듬체조 갈라쇼 'LG휘센 Rhythmic All Stars 2011'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그가 카카오톡 한마디로 올려둔 R=VD, 즉 '생생하게(Vivid) 꿈꾸면(Dream) 이루어진다(Realization)'는 말을 믿고 꾸준히 노력한 덕이다. 꿈★이 이루어진 그날, 손연재의 24시를 따라잡아봤다. 갈라쇼 1일전 ▶오전 9시~12시: 체력보강 훈련 및 루틴 훈련갈라쇼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갈라쇼 준비에 여념이 없지만, 기존 해왔던 훈련을 빼먹지 않는 것 역시 중요하다. 오전에는 갈라쇼 세부 연습보다는 기초체력을 다지는 루틴 훈련에 주력한다. 갈라쇼 훈련과 병행을 하다 보니 체력적으로 확실히 힘들다.
잘 안될 때마다 화가 나기도 하지만, 일단은 훈련에 전념. 손연재는 훈련을 하다가 화가 나면 여러번 연습을 반복하며 화를 푸는 스타일이다. 이번 갈라쇼 총연출을 맡은 루드밀라 드미트로바는 "갈라쇼를 하면 선수들 대부분 마음이 들뜨는데, 손연재가 아랑곳없이 꾸준히 연습하는걸 보니 마음이 놓인다"며 칭찬을 한다.
▶12시~12시30분점심 시간이다. 대회가 아닌 갈라쇼 직전인만큼, 평소보다 조금 더 먹을 수 있다. 하지만 손연재는 결국 음식에 선뜻 손을 대지 못하고 대회에서 먹듯 극소량의 음식만 입에 댄다. 손연재는 "솔직히 피자, 떡볶이 다 정말 먹고 싶긴한데, 갈라쇼라고 긴장을 늦춰서는 안될 것 같다.
그런데 조금 아쉽긴 하다"며 씩 웃는다. 먹고싶은 것이 많다고 하지만, 손연재는 평소에도 음식 절제를 매우 잘 한다. 살이 안찌는 체질이기도 하지만, 워낙 먹는 것이 없고 운동을 많이 해 살찔 틈도 없다.
▶12시30분~오후 1시체력도 다졌고, 식사도 마쳤다. 이제는 본격적으로 국내최초의 리듬체조 갈라쇼 연습 시작. 함께 하는 선수들이 워낙 쟁쟁해 자신감이 붙는다. 예브게니아 카나예바(21·러시아)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리듬체조 여자 개인 종합 금메달리스트. 말이 필요 없는 '체조 여왕'이다.
2004 아테네, 2008 베이징올림픽 리듬체조 여자 개인 종합 동메달리스트인 안나 베소노바(27·우크라이나)도 여전히 우아하다. 그런 그들도 한국에서 손연재의 인기에 놀라는 눈치다. 우크라이나 협회 관계자들은 "손연재가 이렇게 인기있는 선수인 줄 몰랐다"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오후 1시~오후 3시:오프닝/클로징 연습러시아, 우크라이나 선수들과 함께 연습을 한다. 내일이 본 공연이니 최종 리허설이나 마찬가지인데, 생각보다 잘 맞춰지지 않을 때가 있었다. 선수들 대부분이 공연 직전 들어와 손발을 많이 맞춰보지 못한 까닭이다. 선수들이나 관계자들은 초조한 눈초리. 때문에 총책임자인 루드밀라 드미트로바 코치가 매우 혹독한 지도를 시작했다.
웃고 떠들때도 있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스파르타식 갈라훈련. 손연재 역시 처음해보는 단체 군무여서인지 의도대로 몸이 움직여지지 않는 느낌. 다행이 시간이 지날 수록 안무가 몸에 익으면서 유연한 몸놀림이 나왔다. 모두 열심히 준비한 끝에 오프닝과 클로징 훈련은 성공적 마무리.
▶오후 3시~6시:국가대표 3인방의 갈라 연습 국가대표 3인방, 이른바 'K3'의 멤버인 이경화(23·세종대)와 김윤희(20·세종대)는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함께 했던 '절친 언니들'이다. 친한 세명이 함께 연습을 하니 재미있기도 한데, 진지하게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부담이 들기도 했다. 역시, 국제대회를 함께 치렀던 이들과의 훈련이라 자연스럽고 편안한 분위기, 호흡도 척척 들어맞는다.
▶오후 6시~7시갈라쇼 연습이 끝나고 숙소인 종로 서머셋 호텔로 이동했다. 맹훈련을 한 탓에 배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눈에 보이는 것마다 먹고 싶을 정도로 허기졌지만, 조금만 먹어도 다음날 체중계 바늘은 눈에 띄게 돌아간다. 눈물을 머금고 과일로 허기를 채운다. 활동을 하면 더 배고프니까, 물리치료만 받고 곧바로 취침!
온누리 기자 [nuri3@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