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홈런왕 레이스는 현재 SK 최정(26)이 16개를 쳐 1위에 올라 있는 가운데 넥센 이성열(29)과 박병호가 각각 14개, 13개로 뒤를 쫓고 있다. 10개를 친 4위는 4명이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경쟁 구도의 대략적인 윤곽은 나왔다. 그러나 누가 1위를 할지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작년에도 전반기까지는 강정호가 선두였으나 후반기에 박병호로 1위가 바뀌었다. 홈런 랭킹 상위 14명의 거포들에게 올 시즌 홈런왕을 예상해달라고 했다.
◇박병호,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
절반이 넘는 8명이 박병호를 홈런왕으로 꼽았다. 최정에 3개 차로 뒤져 있지만 따라잡을 거라고 본 것이다. 이들은 박병호가 지난해 홈런왕(31개)에 오른 경력을 높이 평가했다. 역대 최다 홈런왕 타이틀(5회)을 차지한 삼성 이승엽(37)은 "홈런왕을 해봐 유리하다"고 박병호의 손을 들어줬다.
최정과 이성열은 홈런왕을 차지한 적이 없다. 최정은 지난해 26홈런으로 2위를 한 것이 최고였다. 이성열은 2010년 24홈런으로 6위에 올랐었다. 이승엽은 2003년 56홈런 신기록에 양준혁과 마해영의 도움이 컸다면서 "박병호는 앞뒤 타자들이 좋다. 특히 강정호가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장이 박병호 편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KIA 최희섭과 두산 홍성흔은 박병호를 지목하며 "홈런 타구가 많이 나오는 목동구장을 홈으로 사용한다"고 말했다. 목동구장은 펜스까지 거리가 좌우 98m, 가운데 118m로 작진 않지만 담장이 2.28m로 비교적 낮고 외야석이 없어 바람의 도움을 받는다는 평가다. 박병호는 13홈런 중 11홈런을 목동에서 때렸다.
◇최정, 이젠 완성형 거포
최정을 선택한 5명은 그에게서 거포의 향기가 난다고 했다. NC 이호준(37)은 "폴로스루가 확실히 홈런 스윙으로 바뀌었다. 지난 시즌까지 중거리 타자였다면 올해는 장거리 타자다. 게다가 밀어치는 홈런이 나온다"고 칭찬했다. 팀 후배 한동민(24)은 "배팅 메커니즘이 국내 최고"라고 했다.
홈런 슬럼프가 없다는 점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최정은 4월 7홈런, 5월 6홈런을 쳤고 6월에는 10경기에서 3홈런을 때렸다. KIA 이범호(32)는 최정을 꼽으며 "꾸준하고 감이 올라온 상태"라고 했다.
◇최정은 박병호, 박병호는 최정
최정과 박병호는 서로를 홈런왕으로 꼽았다. 최정은 박병호를 두고 "내가 인정한 최고의 홈런 타자"라고 했고, 박병호는 최정에 대해 "타격 기술이 좋아졌다. 작년부터 공을 멀리 보내는 스윙을 시도했는데 올해 거의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2005년 프로 입단 동기인 둘은 지난 시즌에도 홈런왕 경쟁을 벌였다. 박병호가 무섭게 쫓아오는 최정을 5개 차로 제치고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올해는 최정이 앞서 있고 박병호가 따라가는 반대 상황이 됐다.
한편 삼성 조동찬(30)은 2011년 홈런왕(30개) 출신의 팀 동료 최형우를 홈런왕으로 선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