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클래식 우승팀이 12월 1일 최종전에 가려진다. 부산이 울산에 고춧가루를 제대로 뿌렸다.
울산 현대는 27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부산 아이파크와의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39라운드에서 1-2로 졌다. 울산은 전반 22분 하피냐가 선제골을 넣었지만, 후반 23분 이정호에게 동점골을 내줬고, 후반 44분 파그너에게 역전골을 내줬다.
울산은 승점 73(22승7무8패·골득실 +27·63골)으로 2위 포항(승점71·20승11무6패·골득실+24·61골)에 승점 2점 차로 쫓겼다.
앞서 포항은 오후 2시에 킥오프된 서울전에서 3-1로 이겨 역전 우승 불씨를 살렸다. 울산이 만일 27일 부산을 이겼더라면 12월 1일 마지막 경기에 상관 없이 우승을 확정할 수 있었다. 그러나 결국 2골을 내주며 졌다.
울산이 우승 9부 능선을 넘은 분위기였지만, 39라운드 결과에 따라 분위기가 묘해졌다. 포항은 12월1일 울산문수구장에서 열리는 울산과 최종전에서 두골차 이상으로 승리하면 극적인 역전 우승을 차지한다. 울산은 투톱 김신욱과 하피냐가 경고누적으로 포항전에 나서지 못해 우승을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경기 전 윤성효 부산 감독은 올 시즌 3차례 울산과 맞대결에서 김신욱을 슈팅 5개, 무득점으로 막은 비결을 묻자 손사래치며 "비결 없습니더"라고 여유를 보였다. 그러면서도 윤 감독은 "홈팬들 앞에서 타팀의 우승 세리머니를 보여드리는건 예의가 아니다"며 필승을 다짐했다.
반면 백전노장 김호곤 울산 감독은 긴장한 모습이었다. 김 감독은 '만약 K리그를 제패한다면 다음 목표는', '내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를 위해 스쿼드를 보강할 계획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오늘 경기만 생각하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지난해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앞뒀을 때와 긴장도 차이는'이라는 질문에 "과거는 과거 일이다. 지금이 더 긴장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하던 대로하자, 단 기회는 왔을 때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포항전은 띄엄띄엄 봤다. 우리는 우리 갈 길만 가면 된다"고 말했다.
울산은 선제골을 넣고 우승에 성큼 다섰다. 울산은 전반 22분 김승규의 골킥을 마스다가 헤딩으로 떨궈준 볼을 행운의 골로 연결했다. 부산 수비수 이정호가 골키퍼 이범영에게 머리로 백패스한 볼이 키를 넘어갔고, 쇄도하던 하피냐가 헤딩슛으로 골망을 갈랐다. 이대로 끝나면 울산의 우승.
하지만 선제 실점 빌미를 제공한 이정호가 후반 23분 박종우의 프리킥을 헤딩으로 속죄 동점골을 뽑아냈다. 설상가상 울산은 후반 44분 파그너에게 역전골까지 얻어 맞았다. 우승 문턱까지 갔던 울산 선수들은 경기 후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윤성효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고춧가루를 아주 제대로 뿌렸다"는 질문을 받자 호탕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