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클래식 제주 유나이티드 전지훈련지 일본 오키나와의 호텔 마하이나. 하모니카로 연주한 제주 서포터송 '주황기'가 울려 퍼졌다. 연주자는 장석수(54) 제주 신임 대표이사. 제주 선수들은 하모니카 멜로디에 맞춰 '거센 바람 불어와도 그댈 위해 노래해. 주황기를 펼쳐 반드시 승리하리라'는 가사를 불렀다. 김장훈 제주 대리가 4일 보여준 동영상 속 훈훈한 모습이다.
지난달 26일 오키나와를 찾은 장 대표이사는 30일 아침식사를 마치고 선수들 앞에서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 또한 팀은 팬을 위해 존재한다. 일본 J2리그 반포레 고후의 지역 밀착형 마케팅을 참조하자"고 강조하며, 한국에서 하모니카를 직접 들고와 멜로디를 외워 서포터송을 연주했다. 김 대리는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셨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장 대표이사는 팬을 위한 혁신을 이끌고 있다. 우선 좋은 마케팅의 기본은 좋은 성적이라는 전제 하에 직접 발품을 팔아 공격적인 선수 영입을 했다. 지난 시즌 9위에 그친 제주는 에스티벤과 드로겟, 스토키치, 황일수, 김수범, 정다훤 등 알짜배기들을 데려왔다. 한정된 예산을 고려해 이상협(전북) 등 트레이드 카드를 활용했고, 외국인 선수 이적료도 최대로 낮췄다.
장 대표이사는 마케팅 전문가다. 1985년 유공(현 SK에너지)에 입사해 그룹경영기획실 등 업무를 수행한 뒤 2008년 임원으로 승진해 SK에너지 소매마케팅 사업부장을 맡았다. 이번 폭풍영입도 마케팅의 일환이다. 장 대표이사는 조민광 마케팅팀 과장을 중심으로 펼쳐온 '작전명 1982(창단년도 만큼 선착순 관중들에게 음식 쏘기), '탐라대첩(서울전 박경훈 감독 전투복 착용)' 등 팬들을 위한 스킨십 마케팅도 계속해서 이어갈 계획이다.
박경훈 제주 감독은 "제주의 2014년 새 슬로건은 오케스트라다. 오케스트라는 축구와 매우 흡사하다. 100명 넘는 단원들이 각각 다른 악기를 연주해 환상의 하모니를 만들어낸다. 하모니카 뿐만 아니라 섹소폰 연주도 잘하는 대표이사님과 함께 매끈한 앙상블로 팬들에게 감동을 선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장 대표이사는 "마케팅 경험을 살려 지역 밀착형 프로구단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