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형빈에게 정말 놀랐다. 멀쩡하게 개그맨 활동을 하다가 격투기 선수로 뛴다기에 괜한 이벤트 하는 것 아닌가 우려스러운 것이 사실이었다. 경기가 있기 열흘 전에 내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나와서 꼭 이기겠다고 다짐하는데 자신감은 있어 보이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하는 걱정이 생길 수밖에.
동계올림픽이 한창인 지금 갑자기 윤형빈의 경기로 많은 이들의 시선이 쏠렸다. 일본 선수가 입장하는데 어라 체격이 크다. 윤형빈이 입장하는데 일부러 그러는 것인지 찾아온 사람들과 눈인사 하고 실실 웃으며 들어가는데 집중 못하는 것 아닌가 싶었다.
경기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의 왕비호의 얼굴에 상대의 라이트 한방이 퍽 하고 꽂힌다. 난 여기서 끝난 줄 알았다. ‘아~이렇게 맞아 쓰러지고 꽥~이구나.’ 윤형빈의 주먹은 허공을 계속 가로지르고 있었고, 상대는 대강 어설픈 선수는 아니었다. 링 모퉁이에서 껴안고 브루스 댄스를 한참 추고 떨어지더니 둘이 주먹이 오가는데 역시 왕비호가 밀리는 분위기였다. 그러다 한방. 체중을 앞발에 옮기고 뻗은 한방. 박찬호가 와인드업 해서 이를 악물고 150km 넘는 공 뿌릴 때 일간스포츠 사진 기자가 찰칵 잡은 그 한 컷!! 같은 자세로 주먹이 상대 선수의 턱과 목에 딱 꽂힌다. 뒤이은 파운딩. TKO 승!
집에서 함께 생중계를 보던 아내는 손에서 땀을 쭉~하니 흘릴 정도로 긴장을 했나보다. 사실 모르는 사람도 긴장 되는데 하물며 지인들은 얼마나 더 떨리겠나. '바람의 파이터'라 불리우는 김재영 선수 경기를 보러 갔는데 그의 아내가 구석에서 눈물을 글썽이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이번에 윤형빈의 아내 정경미가 경기장에 오지 않았다는 것이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의 경기를 보고 많은 이들이 감동을 받고 칭찬을 한다. 그러면서 흥행을 위해 상대 일본 선수에게 도발성 발언을 하도록 유도했다는 지적을 하는 기사를 봤다. 헐~ 당연한 것 아닌가? 아마추어 신인왕 선발 대회 하자는 것도 아니고 광고 붙고 표 팔고 생중계 유치하는 프로 경기를 두고 그런 구성 없이 하겠나. 그리고 그게 마치 동네 순진한 꼬마 애 꼬셔서 그런 것으로 몰아서도 안 된다. 상대 선수도 스스로 판단 할 성인이고 그 주변 코치니 친구니 하는 사람들도 그게 재미있겠다 싶어서 한 것이다. 이번에 만약 윤형빈이 졌으면 과연 어떤 분위기였을까 궁금하다. 그냥 이긴 경기 깔끔히 축하해 주는 것은 어떨까 싶다.
연예인들도 자극을 많이 받았을 것이다. 새로운 도전을 멋지게 성공한 그를 보며 ‘아~나도 생각만 하지 말고 실천 해야지!!’ 하는 이들이 꽤 있었을 것이다. 그간 새로운 도전을 카지노 정복으로 삼던 연예인들도 정신 바짝 차리게 되는 계기가 됐을 것이다.
윤형빈은 다시 개그맨으로 돌아왔다. 경기가 끝난 다음날 아내와 홈쇼핑 방송에 출연하는 놀라운 회복력을 보여줬다. 눈탱이가 보랏빛으로 물들어 나왔더라면 더 좋았을 것을 하는 아쉬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