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6년차 2NE1(씨엘 23·박봄 30·산다라 박 30·공민지 20)은 국내 걸그룹 시장에서 독보적인 팀컬러를 자랑한다. 섹시 혹은 큐티란 걸그룹의 천편일률적 틀에 갇히지 않고 자유로움을 즐긴다. 제대로 놀며 끼를 발산하는 무대로 치자면 단연 첫 손에 꼽힌다.
지난 달 27일 발표한 정규 2집 '크러쉬'는 2NE1은 명성을 그대로 잇고 있다. 소녀시대와 컴백시기가 겹치며 외부에선 두 팀간의 '격돌'에 관심이 쏠렸지만, 2NE1만의 색깔을 그대로 유지, 발전시킨 음악으로 내실을 기했다. 힙합에 레게, R&B를 섞은 '컴백홈'을 시작으로 '너 아님안돼' '멘붕' 등이 모두 음원차트 상위권에 오르며 멀티히트 중. 국내 가수 최초로 미국 빌보드 앨범차트인 '빌보드200' 61위에 올라 가요사에 새로운 기록도 남겼다. 2012년에 이어 두번째 월드투어(일본·중국·태국·말레이시아 등 9개국 12개 도시)에 나선 '월드클래스' 걸그룹 2NE1을 만났다.
-정규 2집이 나오기까지 4년이나 걸렸다.
(씨엘) "그만큼 신경을 많이 쓴 앨범이다. 정규 1집이라고 소개해도 무방하다. 정규 1집엔 앞서 발표한 싱글곡들이 포함돼 있었지만 이번엔 10곡 모두 신곡이다. 그동안 몇 장의 미니앨범과 싱글을 냈는데도 정규앨범에 대한 갈증을 지울 수 없더라. 그 상태로 2012년 9개국 13개 도시에서 첫 월드투어를 진행했다. 투어 내내 신곡이 없어 아쉬웠다. 이젠 무대에서 보여줄 새로운 노래, 좋은 노래들이 많이 생겨 신난다."
-씨엘은 다섯 곡('크러쉬' '살아봤으면해' '멘붕' '스크림' '베이비 아이 미스 유')에 작사·작곡에 참여했다.
(씨엘)"지난 해 12월부터 곡을 쓰기 시작했다. 일기를 쓰는 것처럼 만든 곡들이다. 내 곡들이 자연스럽게, 빨리 공개돼 신기하고 감사하다. 꼼꼼히 모니터링해주신 양현석 대표님 덕분이다. 테디·초이스37 등 소속사 프로듀서 분들의 도움도 컸다."
-2NE1에선 씨엘의 비중이 유난히 커 보인다.
(공민지) "뛰어난 부분이 서로 다른 것 뿐이다. 작곡할 수 있는 멤버가 있으면, 뮤직비디오에서 연기할 수 있는 멤버도 있다. 보컬로 영혼을 울리는 멤버도 있고."
(박봄) "멤버들의 기량이 모두 모여 2NE1이 되는 거 아닐까. 연습생 때부터 사장님이 늘 이런 말씀을 하셨다. '멤버 모두가 잘하는 게 다르다. 그래서 같이 뭉쳤을 때 시너지 효과가 난다'고. 팀은 한 명이 특출나서 잘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컴백홈' 안무는 양현석 대표가 만들었다. 그 과정이 궁금하다.
(박봄) "서태지와 아이들의 '컴백홈' 안무를 평소에 매우 좋아했었다. 곡 제목이 같은데다 힙합 부분이 포인트라 대표님이 안무를 직접 만들어주시면 완벽한 퍼포먼스를 선보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대표님께 부탁 드렸다. 대표님 본인에게도 의미가 있는 곡이라 그런지 신경을 많이 써주셨다. 음악·안무 등을 밤새 지도해주시기도 했다. 안무를 몇 번씩 바꾸는 등 많은 에너지를 쏟으셨다. 정말 감사했지만 매의 눈으로 계속 지켜보니 무섭더라.(웃음)"
-'멘붕'은 이슬람교 모독 논란에 휩싸였다.
(씨엘) "이슬람교 경전인 쿠란의 한 구절을 차용한 곡인데 논란이 될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문제가 되는 부분을 소속사 측에서 삭제했다고 한다. 평소 중동 음악을 좋아해 많이 찾아 듣는 편이다. 신비롭고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앨범차트인 '빌보드200'에서 61위에 올라 국내 가수 중 최고 순위에 올랐다. (싸이는 싱글 차트인 '빌보드HOT 100' 2위 기록 보유)
(산다라 박) "예상치 못한 결과에 얼떨떨하다. 뭔가 다른 느낌의 음악 덕분인 것 같다. 한국어로 된 가사를 굳이 해석하지 않아도 리듬·멜로디 자체가 신나니까. 애니매이션을 보는 듯한 네 멤버의 스타일링을 좋게 봐주시는 분들도 많았다. 두 번 정도 함께 음악 작업을 한 미국 힙합 뮤지션 윌 아이엠은 '2NE1은 사람 같지 않다. 체구도 아담하고 스타일링이 굉장히 특이하다'며 흥미로워했다."
-비슷한 시기에 컴백한 소녀시대와의 맞대결이 화제다.
(산다라 박) "소녀시대 선배들이 선보이는 무대는 우리가 할 수 없는 부분이다. 두 팀의 색깔이 많이 다르다는 걸 새삼 느꼈다. 비교나 대결 보다는 '롱런하는 걸그룹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멤버 개인의 변화가 두드러져 보인다.
(산다라 박) "수록곡 '베이비 아이 미스 유'로 데뷔 처음 말랑말랑한 스타일의 노래를 도전했다. '살아봤으면해'의 읊조리는 부분도 그렇고. 톡톡 쏘는 스타일의 랩에서 벗어나 다른 창법에 도전했다. 팬들 반응이 좋아 뿌듯했다. 외적으로도 변화를 주고 싶어 '11자 복근'을 만들었다. 귀여운 모습 보다 와일드한 이미지를 어필하고 싶었다. 지난 1월부터 2개월 동안 운동을 하고 식단 조절을 했다. 지난 1·2일 열린 서울 콘서트에서 '크러쉬' 무대 때 복근을 공개했는데 반응이 뜨거워서 기뻤다. 앞으로 어떻게 유지해야할지 고민이다."
(공민지) "휘트니 휴스턴, 머라이어 캐리 등 세계적인 팝디바들의 노래를 듣고 따라하면서 음역대를 넓혔다."
-씨엘은 싸이의 신곡 뮤직비디오 촬영을 했다. 현아('강남스타일')·가인('젠틀맨)에 이은 싸이의 세 번째 뮤즈가 된 건가.
(씨엘) "뮤즈는 아니다. 정말 잠깐 나온다. 지난 해 스눕독과 함께 무대에 오른 적이 있다. 지난 1월 인천에 싸이 선배의 뮤직비디오 촬영을 왔다고 해서 보러 갔다. 당시 스눕독이 '같이 춤 추자'는 제안을 해서 짧게 춤춘게 전부다. 꾸미지 못하고 간 게 좀 아쉽다. 즐거운 기억이지만 지우고 싶은 영상 중 하나가 될 것 같다.(웃음)"
-뮤지션으로서의 목표.
(박봄) "2NE1의 노래, 내 목소리가 힘과 용기를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씨엘)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했고 데뷔를 일찍 했다. 뮤지션으로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있는 것 같다. 좋은 음악을 만들어내며 대중과 함께 늙어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