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33년째를 맞은 프로야구의 2014시즌은 '다사다난'이라는 표현으로는 부족할 정도로 숱한 이야깃거리를 남겼다. 기념비적인 대기록들이 달성됐을 뿐 아니라 환호와 아쉬움이 교차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일간스포츠는 올 시즌 프로야구를 3회에 걸쳐 결산한다. 첫 회에는 인물과 사건을 'ㄱ~ㅎ'으로 정리했다.
J베이스볼팀
ㄱ.강정호(넥센)=역대 유격수로는 최초로 한 시즌 40홈런을 때려내며 이종범(전 KIA)을 뛰어 넘었다. 더 큰 도전에 나선다. 올 시즌을 마친 뒤 포스팅을 통해 메이저리그의 문을 두드렸다. 최고 응찰액 500만2015달러(약 55억원)을 써낸 피츠버그와 입단 협상을 마치면 한국 프로야구 출신으로는 사상 첫 야수 빅리거가 탄생한다.
ㄴ.노히트 노런=NC 외국인 투수 찰리가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6월24일 잠실 LG전에서 9이닝 동안 볼넷 3개만 내줬을 뿐 무안타 무실점을 기록하며 대기록 달성에 성공했다. 노히트 노런은 2000년 송진우(한화) 이후 14년 만이다. 그러나 찰리는 8월 심판 판정에 불만을 나타내며 욕설을 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ㄷ. 독수리(한화)=이번에도 꼴찌를 면치 못했다. 올 시즌 FA(프리 에이전트) 정근우·이용규를 영입하며 야심차게 출발했지만, 마운드가 무너지면서 다시 고개를 숙였다. 구장 리모델링과 2군 육성 등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야구만 못한다'는 오명을 썼다. 시즌 뒤 체질 개선을 위해 김성근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야신'의 복귀는 마무리 지옥 훈련부터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ㄹ. 류중일(삼성 감독)=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를 모두 제패하며 사상 첫 통합 4연패를 이뤄냈다. 마무리 오승환의 해외 진출로 전력약화가 우려됐지만, 임창용이 공백을 최소화했다. 이승엽은 30홈런·100타점을 돌파하며 부활했다. 류 감독은 또한 인천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 감독으로 금메달을 따내며 지난해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1회전 탈락의 아픔을 씻었다.
ㅁ. 마산구장=9구단 NC의 돌풍이 거셌다. 정규시즌을 3위로 마쳐 1군 진입 2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쾌거를 달성했다. 마운드는 팀 평균자책점 1위에 오르며 안정감을 과시했다. 타선에선 테임즈가 중심을 잡아준 가운데 이호준·나성범·박민우 등 신구조화가 잘 이루어졌다. 부지 선정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새 마산구장은 NC가 바라던 대로 마산종합운동장 부지로 최종 결정됐다.
ㅂ. 박병호(넥센)=한 단계 더 진화했다. 2003년 이승엽(삼성) 이후 11년 만에 50홈런 고지(52개)를 정복했다. 힘과 기술 모두 완벽한 경지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았다. 타구를 목동구장 전광판 상단 위로 넘기는 무시무시한 괴력을 선보이기도 했다. 2015년 한 시즌 최다 홈런(56개·이승엽) 기록 경신에 관심이 모아진다.
ㅅ. 서건창(넥센)=프로야구 역사를 새로 썼디. 올 시즌 128경기에서 201안타를 때려내 사상 첫 한 시즌 200안타를 돌파했다. 타율(0.370)과 득점(135개) 1위에도 오르면서 정규시즌 MVP와 골든글러브까지 독차지했다. 신고선수 출신으로 방출의 설움을 딛고 이뤄낸 대기록이라 의미가 더욱 남달랐다.
ㅇ. 아이스버킷 챌린지=프로야구에 얼음물 세례가 유행처럼 번졌다. 아이스버킷 챌린지는 미국 루게릭병 치료를 후원하는 ALS 재단에서 환자를 돕기 위해 기획한 모금 운동이다. 국내 연예인들이 친분 있는 선수들을 지목하면서 프로야구계에도 열풍이 불었다. 감독과 구단 사장까지 동참하면서 선행과 재미라는 일석이조 효과를 봤다.
ㅈ. 잠실 라이벌='한지붕 두가족' LG와 두산의 명암이 엇갈렸다. LG는 시즌 초반 성적 부진에 김기태 감독이 자진 사퇴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양상문 신임 감독 체제 후 가파른 상승세를 탄 끝에 꼴찌에서 4위로 올라서는 기적을 연출했다. 반면 지난해 한국시리즈 준우승팀 두산은 6위에 그치면서 가을야구에 실패했다.
ㅊ. 최정(SK)=FA 시장에 광풍이 불었다. 총액 600억원(615억 6000만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고 금액을 경신했다. 최정은 SK와 4년 총액 86억원에 계약하면서 종전 최다였던 지난해 강민호(롯데·75억원)의 기록을 가뿐히 깨뜨렸다. 장원준은 롯데에서 두산으로 이적하면서 4년간 총액 84억원을 받아 역대 투수 최고 금액을 경신했다.
ㅋ. kt=10구단 kt가 퓨처스리그에 합류하면서 2015시즌 1군 진입을 위한 담금질을 했다. 성적은 41승10무37패(승률 0.526)로 북부리그 3위에 올랐다. 시즌을 마친 뒤에는 20인 보호선수 외 특별지명과 FA 영입으로 팀의 뼈대를 갖췄다. 조범현 kt 감독은 "젊음을 무기로 패기있는 야구를 하겠다. 팬들에게 감동을 주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ㅌ. 타고투저=3할 타자는 총 36명에 달한 반면 2점대 평균자책점 투수는 전무했다. 삼성은 팀 타율 0.301로 역대 두 번째 팀 타율 3할을 달성했다. 반면 한화의 팀 평균자책점 6.35로 1982년 삼미(6.23)보다 높은 사상 최악의 성적을 남겼다. 좁은 스트라이크존과 외국인 타자 가세 등이 타고투저의 원인으로 꼽혔다.
ㅍ. 팬심(fan心)=가을야구에 실패한 5개 구단 감독들이 모두 교체됐다. 이 과정에서 유례 없이 팬심이 큰 영향을 끼쳤다. 한화 팬들은 김성근 감독 영입을 요구하며 1인 시위와 동영상 제작 등 집단 행동에 나섰다. 선동열 감독은 KIA 구단으로부터 재신임을 받았지만, 팬들의 강한 비난 여론에 부딪여 결국 자진사퇴했다.
ㅎ. 합의판정=전반기 잇따른 오심에 여론이 들끓었다. 이에 KBO(한국야구위원회)는 사상 첫 심판 합의판정 제도를 도입했다. TV 중계방송 리플레이를 통해 심판들은 오심을 정정했다. 결과는 긍정적이었다. 판정을 두고 선수·감독과 심판 간 언성을 높이는 모습이 거의 사라졌다. 총 115회의 합의판정 요청 가운데 47회(40.8%)가 번복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