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민병헌(28)이 '특별한' 저녁식사를 마련했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친구들을 모신 자리였다.
민병헌은 중 1때 아버지가 뇌출혈로 세상을 떠났다. 그때부터 그의 어머니는 홀로 두 아들을 키우며 야구선수가 '꿈'인 큰 아들의 뒷바라지를 했다.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 쉽지 않은 일이었다. 자신을 위해 고생하는 홀어머니를 위해 아들은 한 번도 한 눈 팔지 않고, 오로지 야구를 보며 달렸다. 2006년 두산 2차 2라운드 14순위로 프로 유니폼을 입은 뒤 특히나 쟁쟁한 선수들이 많은 두산 외야의 경쟁을 이겨내며 조금씩 자신의 입지를 굳혀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해 열린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국가대표 톱타자로 맹활약하며 스타 대열에 들어섰다. "어머니를 위해 야구를 한다"는 아들의 뜨거운 마음이 통한 셈이다.
숨은 힘은 또 있었다. 아버지의 빈 자리를 채워준 아버지 친구들이다. 어릴 때 아버지를 잃어 아버지 친구들과의 인연도 끊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아버지의 친구들은 '자식같은' 민병헌의 꿈을 응원했다. 아버지의 고등학교(전주고) 동기들은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민병헌이 프로에 입단할 때까지 꾸준히 후원했다. '진심'이 없다면 쉽지 않은 일이다. 민병헌은 "학생 때 어려움이 있었는데 아버지 친구분들이 도움을 많이 주셨다. 그 덕분에 야구를 관두지 않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며 감사의 마음을 드러냈다. 민병헌의 어머니 안경숙(60)씨는 "친구분들이 병헌이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돼 주셨다"며 "병헌이에게 감사의 마음을 잊지 말라고 항상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민병헌이 작은 '보답'의 자리를 만들었다. 지난 8일 그동안 도움을 준 아버지 친구 10명 정도를 모시고 저녁 식사를 한 것이다. 그간 받아온 정성에 비하면 작지만 감사의 마음을 꼭 전하고 싶었다. 안경숙씨는 "친구분들이 두산 야구를 나보다 더 열심히 보시고 말씀을 해주신다. 항상 병헌이에게 관심을 갖고 지켜보시고, 응원을 하신다"며 "그분들에게 우리 병헌이는 자식이나 마찬가지다. 자식된 도리로 식사 대접을 하는 자리를 만들자고 했다"고 말했다. 민병헌은 "그동안 생활이 쉽지 않다 보니 미처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며 "지난해 여러 가지로 잘 돼 꼭 한 번 인사를 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금메달까지 목에 건 민병헌은 어머니의 자랑이자, 아버지 친구들의 자랑이기도 하다. 자신의 활약에 웃음 지을 이들이 더 많다는 걸 알기에 민병헌도 더욱 최선을 다하고 있다. 민병헌은 "아버지 친구분들이 자랑도 하시고, 사인도 해달라고 하시더라"며 "작년보다 더 잘하라고 하셔서 꼭 그래야 하는데 부담도 살짝 된다"고 웃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