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승기가 안정적인 '선택'을 했다. 지난 14일 개봉한 '오늘의 연애'는 가수로 데뷔해 드라마로 내공을 쌓은 이승기의 영화 데뷔작이다.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가 말해주듯 이승기의 기존 이미지를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작품이라는 평. 반전 매력은 볼 순 없지만 그만큼 '이승기의 강점'이 두드러진 영화다.
'너는 내 운명'(05)·'그놈 목소리'(07)·'내 사랑 내 곁에'(09) 등을 연출한 박진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이승기는 문채원(현우)과 18년째 진전도 없고 정리도 어려운 미묘한 사이를 연기한다. 그가 그려낸 준수라는 캐릭터는 술도 마시지 못하고, 10년 넘게 호감을 갖고 있는 현우에게 고백도 하지 못한다.
이 부분이 공감을 샀던 걸까. '사랑'에 민감한 20대의 지지를 받으며 개봉 후 나흘 만에 70만 관객을 돌파하며 순항을 거듭하고 있다. 이승기는 최근 진행된 인터뷰에서 "평가가 두렵기도 했다"며 조심스럽게 영화와 관련된 이야기를 털어놨다.
-흥행 성적이 기대 이상인데. "쟁쟁한 경쟁작들이 많고 (영화가) 처음이라 걱정을 많이 했는데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
-가수·드라마·영화 데뷔 중 가장 떨린 게 뭔가. "아무래도 가수 데뷔다. 그때는 처음 세상에 나오는 거라서…하지만 (데뷔곡) '내 여자라니까'를 따라잡는 긴장감은 데뷔 11년 만에 처음이었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진짜 떨렸다."
-영화의 매력을 꼽자면. "(결과가 좋지 못하더라도) 만회할 수 없다. 그래서 평가가 두렵다. 드라마는 다음에 잘하면 되는 만회의 기회가 있다. 하지만 영화는 그런 게 아니지 않나. 원래 잠을 못자는 스타일이 아닌데 첫 예매가 시작 될 때는 진짜 잠을 못자겠더라."
-이승기라는 사람에 대한 대중의 기대가 항상 높다. "다른 사람들보다 높은 기준이 되는 거 같아서 늘 그게 부담이 된다. 하지만 그 긴장이 일을 열심히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곤 한다."
-영화 속 준수는 이승기의 평소 이미지와 싱크로율이 높은데.
"제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와 가장 비슷한 캐릭터다. 그래서 그런지 관객분들도 큰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거 같다."
-박진표 감독과의 호흡은 어땠나. "좋았다.(웃음) 그동안 좋은 감독님들과 많은 작품을 했지만 박진표 감독의 장점은 배우를 편안하게 만들고, '이 감독이 나를 사랑하고 있구나, 애정하고 있구나'하는 게 느껴지게 한다. 현장에서 마음 놓고 촬영할 수 있었다."
-로맨틱 코미디는 박진표 감독의 앞선 작품과 차이점이 있는데.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는 감독이 누군지 몰랐다. 너무 (시나리오가) 재밌어서 '감독이 누구냐'고 물어보니까 박진표 감독이라고 그러더라. 사실적인 멜로를 그리셨던 분이라 '로코'(로맨틱 코미디)를 하신다고 해서 의아하긴 했는데 감독님이라면 '로코'의 가벼움을 본인의 색채로 섞어줄 수 있겠구나 싶었다."
-로맨틱 코미디를 하는데 있어 파트너 문채원의 장점은 뭐였나. "일단은 당연히 외모다.(웃음) 로맨틱 코미디나 드라마도 결국 외모가 접점이 돼야 한다. 한국적인 미인이라고 생각한다. 매력이 보이는 배우고 이전까지 보이지 않았던 반전매력이 이번 영화에 나온다. 채원 씨가 가지고 있는 그만의 애교나 남들에게 보이지 않았던 귀여운 면이 많다."
-문채원과는 드라마 '찬란한 유산'(09)에도 함께 출연한 경험이 있는데. "그때 채원 씨랑 연기를 할 때 멜로의 감정이 있었다. 그게 좋았다. 그 느낌으로 (다시 한 번) 만났으면 했는데 그게 '로코'였다. 당시 그 드라마가 서로에게 중요한 작품이었고 그게 잘되면서 뿌듯하기도 했다. 6~7년이 지났는데 그 자리를 유지하는 친구들이 많지 않은데 다시 주연으로 만났다는 게 반가웠다. 각자의 분야에서 차곡차곡 올라온 결과가 아닐까 싶다."
-준수는 술을 먹지 못해 콜라를 마시는데 실제론 어떤가. "(술을 잘해서) 속이 쓰려서 콜라를 먹는 정도?(웃음)"
-술버릇이 있다면. "공약남발이다.(웃음) 기분이 좋을 때 술을 마시는데 그러다보니 뭘 해준다는 말을 많이 한다. 그래서 함께 마시는 다른 사람들이 좋아한다."
-영화 이서진의 능글맞은 연기도 눈길을 끌더라. "그 역할은 서진이 형이 아니면 소화하기 힘들었다고 본다. 단순 꽃중년으로만 소화한다면 동진이라는 캐릭터가 설명이 되지 않는다."
-연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그랬나. "둘 다 진지한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웃음) 현장에서 서로의 연기를 모니터하는 수준이다. 딱 하루 촬영이었는데 바쁘신데 나와 주셔서 감사했다. 원래는 특별출연이었는데 영화를 찍다보니까 분량이 많아졌다. 형도 오랜만에 촬영을 해서 즐겁게 하시더라."
-영화 속 준수처럼 실제 고소공포증이 있는 건가. "높은 건 절대 타지 못한다. (놀이동산에 가서도) 롤러코스터를 타본 적이 없다."
-그래서 그런지 영화 공약(500만 돌파시 팬들과 자이로드롭 타기)이 화제다. "진짜 고소공포증이 심하지만 500만이 된다면 정말 기분 좋게 탈 수 있을 거 같다."
-영화 마지막에 나오는 자이로드롭신에 고민이 많았겠다. "처음에 바꿔달라고 했는데 감독님에게 설득 당했다. 그런데 그만큼 성취감이 있었다.(웃음)"
-배우로서 롤모델이 있다면.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다. 언제나 대중들을 재밌게 해줄 거 같은 느낌이랄까. 보기만 해도 유쾌하다. 얼굴에 웃음기가 있다."
-악역으로의 변신은 생각하고 있지 않나. "악역을 하고 싶다고 하니까 살인마 제의가 들어오기도 했다. 악역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 나 같은 사람은 사이코패스나 지능적인 사기꾼 같은 게 잘 어울릴 거 같다. 내 얼굴이 담고 있는 느낌, 그 안에서 변화를 잘 해가는 게 맞는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