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연맹(FIFA)의 출전 정지 징계가 풀리기 직전인 작년 12월, 이승우(18·바르셀로나 후베닐A)는 본지와 신년인터뷰에서 "한 달이면 충분하다. 그 때면 내 실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당당히 밝혔다. 근거 있는 자신감이었다.
이승우의 소속팀 바르셀로나는 2013년 2월 국제축구연맹(FIFA)로부터 징계를 받았다. FIFA는 "바르셀로나가 18세 미만 선수들의 해외 이적을 금지하는 규정을 위반했다"며 이승우를 비롯해 백승호(19), 장결희(18) 그리고 외국 출신 바르셀로나 유소년 팀 선수들의 공식 경기 출전을 금지했다. 2014년 9월부터는 훈련 참가는 물론 클럽하우스에 머물지도 못했다.
올 1월 초 만 18세가 되며 지긋지긋한 징계에서 벗어나 지난 달 17일(한국시간) 1098일 만에 그라운드를 밟은 이승우는 약속대로 한 달 뒤 몸을 최상의 상태로 끌어올렸다.
그는 13일(한국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2015-2016시즌 후베닐A 정규리그 22라운드 예이다와의 홈 경기에서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전해 공격포인트 3개(1골·2도움)를 올리며 팀의 5-1 대승을 이끌었다. 그가 이날 기록한 골은 자신의 후베닐A 데뷔 득점이었다. 그는 3-1로 앞선 후반 25분, 상대의 파울을 유도해 직접 얻어낸 페널티킥을 침착하게 차 넣었다. 페널티킥 득점보다 더 돋보인 건 이승우의 팀 플레이였다.
그는 이날 골 외에도 2개의 도움을 올렸다. 1-0으로 앞선 전반 21분, 상대 골키퍼까지 제친 뒤 골라인 근방에서 쇄도해 들어오던 동료 카를레스 알레냐(18·스페인)에게 패스해 완벽한 득점 기회를 내줬다. 2-1로 앞선 전반 35분에도 비슷한 위치에서 골키퍼를 따돌리고 또 다시 알레냐에게 볼을 연결했다. 이승우에게만 2개의 도움을 받은 알레냐는 해트트릭을 작성했다. 스페인 현지 언론은 동갑내기 이승우-알레냐의 '찰떡 호흡'에 주목했다.
스페인 스포츠전문지 스포르트는 이승우와 알레냐가 주고 받은 플레이를 두고 '매직 커넥션'이라고 칭찬하며 "바르셀로나의 승리는 이승우-알레냐 두 선수가 만들어냈다. 둘은 수준 높은 경기력을 선보였다"고 평가했다. 이어 "알레냐는 이승우 덕에 해트트릭을 완성할 수 있었다. 알레냐의 세 골 중 두 골은 이승우가 만들어줬기 때문이다"며 "알레냐가 이승우의 패스를 받아 득점하는 장면은 바르셀로나 특유의 득점 루트라 '바르셀로나식'이라고 부를 수 있다. 하지만 이승우가 만들어준 만큼 '한국식' 득점루트라고 불러도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알레냐와 완벽한 호흡을 보인 이승우는 경기 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5-1승! 골을 넣어서 팀에 도움이 된 것 같아 너무 기쁩니다. 그리고 해트트릭을 한 친구 알레냐 축하해!'란 글과 함께 알레냐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축하를 아끼지 않았다. 이날 이승우와 함께 그라운드를 밟은 백승호(19)도 1개의 도움을 기록하며 팀 승리에 기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