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칭 타칭 흥행보증수표 강동원(35)이다. "투자가 안 되는 배우는 아니라서…저 홈런도 쳤잖아요"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충무로의 몇 안 되는 배우 중 톱 클래스다. 어깨를 으쓱거려도 잘난'척'이 아닌 진실이기에 반박할 이유조차 없다.
여전히 강동원이라는 이름 앞에는 '꽃미남' 수식어가 빠지지 않고 어느 장소에서나 '얼굴' 이야기도 빠지지 않는다. 하지만 진정한 배우로 인정받기 위해 굳이 망가짐을 택하지는 않았다. '예쁜얼굴'을 유지하면서 13년간 톱 배우 자리를 지켜낸 능력자다.
그런 강동원이 드디어 판타지를 만났다. 영화 '가려진 시간(엄태화 감독)'을 통해 생애 첫 원톱 주연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강동원 is 뭔들' 30대 몸으로 '소년화' 된 강동원은 또 한 번 여심 사냥에 나설 채비를 마쳤다.
※인터뷰 ③에서 이어집니다.
- 대작·소작을 번갈아 가면서 선택하고 있다.
"일부러 섞으려고 한다기 보다는 너무 상업적인 것만 하면 나도 지치니까. 그런 의미에서 조금 작은 작품도 해보자는 생각이었다. 무엇보다 내가 선택해서 투자에 도움이 되면 촬영도 더 수월해 진다. 투자가 안 되는 배우는 아니라.(웃음)"
- 제작과 연출에는 관심이 없나.
"관심있다. 감독 같은 경우는 한 3년 정도 전까지만 해도 제안을 받았다. 제작사에서 제안한 것은 아니고 친한 감독님들이 '단편 한 번 찍어봐'라고 하시더라. '하는 것이 맞나 안 맞나' 고민을 많이 했다."
- 고민의 답은 무엇이었나.
"고민을 하는데 불쑥 떠오른 생각이 '내가 미쳤다고 그 힘든 짓을 해야 하나'였다.(웃음) 사람마다 다 쓰임이 있지 않나. 무엇보다 감독에 도전해 시간을 쏟으면 영화 한 편을 만드는데 2~3년씩 걸리는데 내 성격상 적당히 할리도 없고 그렇게 되면 배우 활동에 지장이 올 것 같더라. '주변에 영화 잘 만드는 감독님들이 많이 있는데 나까지 해야 하나' 싶기도 했다. 제안을 하니까 고민도 한건데 잘 할 수 있는 자신도 없었다. 그래서 접었다."
- 제작은 조금 다른 분야 아닌가.
"제작은 계속 관심을 갖고 있다. 내가 만들 수 있는 영화가 생기거나 내가 던지고 싶은 주제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해보고 싶다."
- 시나리오를 보는 관점도 달라졌을 것 같다.
"어렸을 땐 책이라고는 만화책 밖에 안 읽었다. 만화방에서 살았으니까. 소설책은 도저히 못 읽겠더라. 근데 최근에 누가 추천해줘서 오랜만에 소설책 두 권을 읽었는데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졌더라. '언제 여기까지 읽었지?' 싶을 정도였다. 그 만큼 시나리오를 많이 읽고 하도 읽다 보니까 어느 순간부터는 구조적으로 많이 보게 됐다. 탄탄하다는 것이 느껴지면 좋다."
- 작품을 선택할 때도 시나리오가 최우선인가.
"일단 시나리오를 받아 읽는다. 그리고 감독님을 본다. 감독님을 보고 판단해야 할 문제들이 있다. 디테일한 시나리오도 그 디테일을 얼만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사람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 신인 감독들을 선택하는 이유도 비슷한가.
"기승전결을 시작으로 새로운 구조, 소재 등을 다각도로 분석한 후 감독님을 만난다. 본인이 쓴 것이든 아니든 시나리오와 잘 맞는지를 확인한다. '잘 찍겠다' 싶으면 참여한다. 신인 감독들은 특히 더 그렇다. 레퍼런스가 없기 때문에 단편을 보고 결정 짓기도 애매하다. 일련의 과정 속에서 신선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 언제쯤 강동원의 드라마를 볼 수 있을까.
"마음은 열려있다. '좋은 작품이 있으면 할 수도 있겠다'는 마음이다. 예전만큼 작업을 할 때 스트레스도 많이 안 받으니까."
- 과거엔 스트레스가 심했나.
"일을 할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았다. 인간관계를 맺는 것이 굉장히 힘들었다. 이해가 안 되는 것들을 알아서 이해하고 넘어가야 하는 것이 답답하기도 했다. 지금은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편해지더라. 그래서 드라마를 하더라도 크게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을 것 같다."
- 스케줄이 관건일 수도 있겠다.
"내년까지 이미 풀로 찼다. 가끔은 '이 스케줄이 가능한가' 싶을 때도 있다.(웃음) 외국 작품에도 관심이 많은데 결국 시간이 문제다. 그래도 끊임없이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어느 정도 진척된 프로젝트도 있고."
- 잘하는 것보다 재미있는 것을 선택한다고 했는데. 강동원 스스로 잘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잘한다기 보다 관객들이 생각했을 때 '이 사람은 이럴거야. 다음엔 이걸 할거야. 이게 잘 어울리는 사람이야'라는 식으로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지 않나. 그것을 잘 안 따라갔던 것 같다. 예를 들면 '늑대의 유혹'의 성공 후 비슷한 시나리오가 엄청 들어왔다. 근데 내가 잘 할 수 있다고 해도 하기 싫더라. 해마다 유행하는 장르도 있다. 그런 것도 안 따랐다."
- 흡족했던 경험담이 있다면.
"'초능력자' 같은 경우도 처음엔 투자가 잘 안 됐다. 어이없게 '시나리오를 이렇게 저렇게 바꿔라'라는 얘기도 많았다. 하지만 뚝심있게 밀어 부쳤고 보란듯이 성공 시키니까 이제는 누구도 함부로 그런 얘기를 안하고 못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