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에서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A조 '서울라운드' 흥행 실적이 가장 부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도쿄에서 2라운드 E조가 진행 중인 가운데 1라운드는 14일(이하 한국시간) D조 이탈리아와 베네수엘라의 타이 브레이커로 마무리된다. 타이 브레이커를 제외한 4개조 16경기에는 총 50만7047명 관중이 입장했다. 한국에서 열린 A조에서는 총 5만2286명이 입장했다. 4개 조 가운데 가장 적었다.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B조가 20만6534명으로 최다를 기록했고, 미국 말린스파크의 C조에도 16만3878명이 찾았다. 멕시코의 에스타디오 차로스 데 할리스코에서 열린 D조는 타이브레이커를 제외하고도 8만4349명으로 A조보다 많았다.
서울라운드의 흥행 부진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관중 수용규모 1만6800명으로 도쿄돔(4만6000명), 말린스파크(3만6742명)보다 크게 적었다. 고척돔은 건설 당시부터 적은 수용규모가 국제대회 유치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었다.
하지만 평균관중(8714명)과 좌석점유율(51.9%)에서도 최하위였다. D조 메인 구장의 수용 규모는 1만5000명으로 고척돔보다 오히려 적었다. 한국 외 국가들의 경기가 국내 야구 팬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 탓이 크다. A조에서 이스라엘, 네덜란드, 대만끼리 맞붙은 경기 관중은 평균 3211명에 그쳤다. 야구 뿐 아니라 국내에서 유치한 국제대회에서 '비한국 경기'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는 건 오래 된 현상이다. 야구 저변이 깊은 일본도 같은 날 열리는 자국 경기와 타국 간 경기를 세트로 처리해 관중을 유치했다. 일본전 없이 낮 경기로 열린 중국-호주전 관중은 3013명에 그쳤다.
여기에 야구는 국제화가 덜 진전된 경기라 '라이벌' 의식을 가질 상대가 드물었다. 그래도 한국-이스라엘, 한국-네덜란드전에 1만5000명이 넘는 관중이 찾은 건 고무적이다. D조 경기는 멕시코, 베네수엘라, 푸에르토리코 등 메이저리거를 다수 보유한 같은 카리브해 지역 국가들이 배정돼 흥행 요소가 있었다. 미국은 워낙 다민족 국가라 캐나다, 도미니카공화국, 콜롬비아를 응원하는 관중이 많았다.
마지막으로 한국 대표팀의 몰락이 기대보다 낮은 흥행에 영향을 미쳤다. 9일 대만전 관중은 한국전 세 경기 중 가장 적은 1만2000명에 그쳤다. 이 경기는 한국을 방문한 대만 야구팬들도 입장권을 다수 구매했다. 그러나 한국이 2차전에서 네덜란드에 패하고, 8일 대만이 네덜란드에 져 타이 브레이커 가능성이 소멸하자 두 번에 걸쳐 입장권 환불 요청이 크게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