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국제축구연맹(FIFA) 한일월드컵 4강에 이어 U-20 대표팀이 4강 재연에 나섰다. 그 무대는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이다.
같은 꿈을 꾸고 있지만 꿈으로 향하는 과정은 다르다. 15년이 흘렀다. 같은 방식으로는 4강에 올라설 수 없다. U-20 대표팀은 새로운 메커니즘을 장착하고 4강으로 향한다.
변화의 핵심은 대표팀 문화다. 2002년에는 강압적인 조직 속에 철저한 규정과 질서가 있었다. 2017년은 자율 속에 개성이 존중받는다.
정정용(48) U-18 대표팀 감독에게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정 감독은 유소년 전문가다. 대한축구협회 전임 지도자를 10년 이상 했다. 지금 U-20 대표팀 선수들도 정 감독의 손을 거쳤다.
정 감독은 "2002년과 시대가 다르다. U-20 대표팀 선수들은 생활도 훈련도 자유롭게 한다. 쉴 때도 눈치 보지 않고 확실히 쉰다. 그러니 소통이 자유롭고 개성이 강하게 표출되고 있다"고 밝혔다.
2002년 김남일(40)과 2017년 이승우(19·바르셀로나)의 차이로 변화를 느낄 수 있다. 김남일은 파격적인 노랑머리로 개성을 표현했다. 이승우는 옆머리에 'SW'라는 글자를 새겼다. 승우의 약자이자 결승전이 열리는 수원월드컵경기장으로 가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승우는 단순한 염색을 넘어 헤어스타일로 메시지까지 전했다.
자유롭다고 책임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정 감독은 "이전에는 책임감을 강요했다면 지금은 스스로 책임감을 가지도록 교육한다"고 설명했다.
U-20 대표팀만의 특별한 문화도 있다. '음악'이다.
정 감독은 "힘든 피지컬 훈련을 할 때 음악을 트는 시도를 최초로 했다. U-20 대표팀 선수들이 13세 때의 일"이라며 "이 문화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아이들이 문화를 바꾼 것"이라고 말했다.
미드필더 이진현(20·성균관대)도 대표팀 문화의 핵심을 묻자 "음악"이라도 답했다. 그는 "경기 전에도 경기 후에도 항상 음악을 듣는다. 클럽 음악, 발라드 등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외국 선수에 대한 두려움은 사라졌다. 2002년 지네딘 지단(45·프랑스)을 직접 보고 다리가 후들거렸다는 선수도 있었다. 지금은 해외에 진출한 선수들이 많고 미디어의 발달로 외국 선수 움직임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만큼 익숙해졌다.
정 감독은 "이전에는 한일 교류전 등 아시아에서만 놀았다. 지금 대표팀처럼 외국 팀들과 많이 상대해 본 팀은 없다"며 "13세부터 독일, 프랑스, 멕시코 등 많이 다녔다. U-17 월드컵 경험도 있다. 이들에게 두려운 팀은 없다"고 주장했다.
애국심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받아들였다. 정 감독은 "2002년처럼 투혼을 강조하고 '일본은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식은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며 "그래서 정신교육을 따로 시킨다. 정신적으로 선배들이 가지고 있던 기본적 바탕은 이어 가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