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배우 토마스 크레취만(Thomas Kretschmann·54)이 영화 '택시운전사(장훈 감독)' 개봉을 앞우고 내한했다. 25일 서울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토마스 크레취만은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외국인으로서의 시선과, 처음으로 경험한 한국 촬영 현장, 장훈 감독, 그리고 송강호 등 한국 배우들과 호흡맞춘 소감 등에 대해 가감없이 털어놨다.
토마스 크레취만이 토로한 한국 촬영 고충은 지난해 '곡성(나홍진 감독)'에 출연한 쿠니무라 준의 경험담과 비견될 정도. 토마스 크레취만은 "촬영이 끝날 때까지 한국 현장에 적응하지 못했다. 여전히 이국적으로 남아있는 나라"라면서도 "다음에 또 시켜주면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귀띔해 웃음을 자아냈다.
박찬욱 감독의 빅팬이라며 인터뷰장을 돌면서 박찬욱 감독과 함께 찍은 휴대폰 속 흑백 사진을 직접 보여준 토마스 크레취칸의 여유로움과 타고난 매너, 그리고 센스는 인터뷰 내내 빛났다. 충무로는 푸른 눈의 식구가 또 한 명 늘었다.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나. "송강호 씨는 판타스틱한 배우다. 그의 감정 전환은 놀라울 정도로 신속했다. 신나게 있다가 순식간에 진중한 모습을 보였다. 대단한 재능이라 생각한다."
- 배우들끼리는 눈빛만으로 서로를 이해하는 순간이 있다고 하던데. "맞다. 눈빛과 손짓, 발짓만이 우리가 의사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장훈 감독을 통해 기다림을 배우게 됐다. 감독님이 말씀 하실 때는 끝까지 듣고 이야기 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웃음) 원래는 바로바로 말하는 것이 내 스타일인데 언어적 장벽 때문에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 땐 눈빛과 바디랭귀지로 의사를 표현했다. 송강호 씨와도 대화를 많이 나누지는 않았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 했다."
- 현장에서 박찬욱 감독을 만났다고. "박찬욱 감독과 나의 공통점은 사진과 카메라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함께 좋은 사진을 많이 찍으면서 인생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다. 무엇보다 내가 그의 빅 팬이다. '스토커'를 보면서 판타스틱한 느낌을 받았다. 팬으로서 차기 작품에 나 같은 배우 쓸 관심이 있는지 찔러보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웃음)" - 과거 택시를 타 본 소감은 어떤가. "나는 1983년 동독에서 탈출했다. 그 시절이 떠올랐다. 당시 종이상자로 만든 것 같은 최악의 차가 있었는데 이번에 탄 차가 그 차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말씀 드릴 수 있을 것 같다. 하하. 송강호 씨는 운전하면서 재미를 느꼈을 것이다. 뒤에 있는 나로서는 불편하고 재미없는 차량이었다.(웃음) 송강호 씨는 운전도 엄청 잘한다. 최고다."
- 동독시절 수영선수로 활동했다고 들었다. 배우로 전향한 계기가 있나. "굳이 상관관계를 찾자면 난 장거리 수영선수였다. 지금까지 긴 시간 배우 활동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면 비슷하지 않을까. 원래는 건축설계사나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주변에서 '동독 공산권에서 네가 뭘 설계하고 디자인 하겠냐'는 말들을 많이 했고, 그래서 배우가 됐다."
- 한국 팬들과의 만남에 대한 기대감은 어떤가. "공항에서 나를 맞이해 주는 팬들을 보며 '누구지? 진짜 팬인가?' 싶었다. 처음에는 배급사와 홍보가 관계자 분들인 줄 알았다. 근데 셀카를 찍으시길래 '아, 팬이구나' 싶었다.(웃음) 솔직히 포토월이나 레드카펫 등 큰 행사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자리는 아니다. 그 보다 한국 관객들이 이 영화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너무 궁금하다. 영화를 보면서 마지막 30분 동안 우는 관객들을 봤는데 나 역시 감동받았다.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