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예능 '1박2일'이 올해로 열한 살이 됐다. 지난해에 10주년을 맞았지만 KBS 총파업으로 인해 제대로 된 열 살 생일 축하를 받지 못했다. 지난해 12월 31일 무려 8주 만에 방송을 재개했고, 지난 7일 방송은 지난해 2월 5일(18.8%,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이후 11개월 만에 최고시청률인 18.7%를 기록했다. 시청자들이 지난 10년간 일요일 저녁을 책임진 '1박2일'을 목 빠지게 기다렸다고 볼 수 있다.
'1박2일'은 시청자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막강 웃음을 선사했다. '10주년'을 맞이해 2개 팀으로 나뉘어 쿠바와 카자흐스탄으로 떠났다. 2주째 방송된 이 특집은 지난 2016년 3월에 방송된 '하얼빈 특집'에 견줄 만한 방송으로 거론되고 있다.
'하얼빈 특집'은 '1박2일'의 첫 해외 여행지였다. 한국 독립 역사에 큰 획을 그은 안중근 의사를 재조명, 역사를 되돌아보게 하며 뭉클함을 선사했다.
두 번째 해외 여행지로 향한 '1박2일'은 단순히 해외 팬들을 만나기 위해 떠난 여행이 아니었다. 지난해 한국은 카자흐스탄과 고려인 정주 80주년을 맞았다. 일제강점기 당시 피치 못하게 연해주에 살던 우리 동포들은 스탈린의 강제이주정책에 희생돼 중앙아시아로 옮겨졌다. 황무지에서 쌀농사를 지을 정도로 성실하게 살아온 그들이 어느새 이주한 지 80주년이 된 것. 또한 쿠바는 '신(新) 한류' 열풍의 중심지다. 최근 한국 드라마에 열풍이 불면서 윤시윤을 알아보는 이들도 상당했다.
이에 KBS 김호상 CP는 "10주년 특집은 지난해 초부터 기획했다. 촬영도 지난해에 마쳤다"며 "'1박2일'은 여행 프로가 아니다. 한국인의 발자취를 찾을 수 있는 나라가 어디일까 고민했다. 쿠바와 카자흐스탄 이외에 많은 안들이 나오기도 했다. 최근 쿠바에 한류 열풍이 상당하다. 최근 한국과 교류를 맺은 나라기도 하다. 여러모로 한국과 인연이 깊은 것 같아 선택했다"고 밝혔다.
특집의 호평에 대해 김 CP는 말을 아꼈다. KBS 총파업 때문이다. 현재 KBS는 예능국과 드라마국만 임시 복귀했지만 보도국은 여전히 총파업에 참여하고 있다. 기쁘지만 기쁘다고 말할 상황이 아니다. "기다려 주신 시청자들에게 고맙다고 표현하고 싶다. 시청률이 높게 나왔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웃기 힘들다"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총파업이 아니었다면 '1박2일'은 어떤 프로그램보다 더 재밌게 '10주년'을 보냈을 거다. 총파업 때문에 유독 조용한 '10주년'을 보내야만 했다.
한 방송계 관계자는 9일 일간스포츠에 "총파업은 다음 달쯤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1박2일'은 현재 상황에서 잘 돼도 부담"이라며 "'1박2일'은 아직 2주 분량이 남은 것으로 알고 있다. 파업이 빨리 끝나 정상 녹화를 가동하길 간절히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