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팬래그 스포츠의 로버트 머레이 기자는 26일(한국시간) 자신의 SNS에 '오승환이 토론토와 계약에 합의했다. 신체검사만 남겨 놓고 있다'고 전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오승환은 2018년 연봉으로 200만 달러(21억4000만원)를 보장받고, 2019년엔 베스팅 옵션(Vesting Option)이 있다. 베스팅 옵션이란 선수가 일정 기록을 충족하면 자동적으로 실행되는 조건을 말한다.
약 일주일 만에 새로운 행선지가 결정됐다. 오승환은 텍사스에 입단하는 것이 유력했다. 1+1년 계약에 합의했고, 동갑내기 추신수와 한솥밥을 먹게 된 것에 기대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번 시즌 연봉으로 275만 달러를 받고, 2019년 구단 옵션으로 450만 달러. 매년 100만 달러 인센티브가 추가돼 최대 925만 달러(연봉 725만 달러+인센티브 200만 달러), 최저 300만 달러(연봉 275만 달러+바이아웃 25만 달러)를 받게 된다는 구체적인 계약 조건까지 확인됐다. 그러나 지난 18일 텍사스행이 불발됐다.
부상에 발목이 잡혔다. 에이전트인 김동욱 스포츠인텔리전트 대표에 따르면 오승환은 MRI에서 오른팔꿈치에 염증이 확인됐다. 이 사안에 대해 선수 측과 구단 측의 해석이 달랐다. 오승환은 2014년 한신, 2016년 세인트루이스에 입단할 때도 있었던 염증이고, 투구할 때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텍사스는 혹시 모를 상황 때문에 소극적으로 협상에 임했고, 결국 계약은 없던 일이 됐다. 토론토는 오승환이 텍사스와 계약이 불발된 뒤에 캐나다 언론을 통해 오승환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을 전했다.
마무리 투수를 맡을 가능성은 낮다. 토론토는 이미 로베르토 오수나(23)라는 걸출한 클로저가 있다. 오수나는 스무 살이던 2015년 빅리그에 데뷔해 곧바로 20세이브를 기록했다. 2016년엔 36세이브, 지난해에는 39세이브를 올리면서 주축 불펜 투수로 입증이 끝났다. 통산 95세이브. 세 시즌 동안 단 한 번도 시즌 이닝당출루허용률(WHIP)이 1.000을 넘은 적이 없다. 평균 패스트볼 구속이 95마일(152.8km)에 육박한다. 그만큼 압도적이다.
메이저리그전문가인 송재우 MBC SPORTS+ 해설위원은 "토론토의 마운드는 가능성은 있지만 두터움에서 항상 아쉬움이 있었다. 경험이 많은 선수들이 빠져나가면서 오수나를 중심으로 불펜을 보강하는 선택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토론토는 이번 오프시즌 동안 필승조 도미닉 리온이 세인트루이스로 트레이드됐다. 라이언 테페라와 애런 루프가 그나마 경험이 많은 투수지만 모두 나이가 서른 살이 안 된다. 통산 144세이브를 기록 중인 존 액스포드와 통산 576경기를 소화한 크레이그 브레슬로를 영입한 것도 불펜에 베테랑이 필요하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두 선수 모두 전성기를 지나 성적에 큰 기대를 하기 힘들었다. 송 위원은 "오승환에게 경험 많은 불펜의 역할을 기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