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스프링캠프에서 선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윤성환(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최충연, 양창섭, 최채흥, 백정현의 모습. 삼성 제공 말 그대로 '무한 경쟁'이다.
삼성은 현재 선발 경쟁이 치열하다. 외국인 투수 2명(저스틴 헤일리·덱 맥과이어)을 제외한 나머지 자리는 주인이 없다. FA(프리에이전트) 재계약으로 팀에 잔류한 베테랑 윤성환도 안심하기 힘들다. 스프링캠프 선발 후보만 최소 7명. 지난해 선발로 뛴 국내 선수 3명(윤성환·백정현·양창섭)에 최채흥과 최충연이 가세했다.
팀에서 거는 기대가 크다. 2018년 1차 지명으로 입단한 최채흥은 지난해 4승(1패)을 거뒀다. 8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점 3.21로 준수한 모습을 보였다. 최충연은 삼성이 10년을 내다보고 보직 전환을 시도 중인 오른손 파이어볼러. 마무리 투수로 기용할 수 있지만, 장래를 내다봐서 선발로 시즌을 준비 중이다.
최채흥과 최충연이 선발 테스트를 받으면서 경쟁 분위기가 형성됐다. 김한수 감독은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를 떠나기 전 일간스프츠와 인터뷰에서 "백정현과 최채흥 중 선발 경쟁에서 밀린 선수가 불펜으로 이동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같은 왼손 투수로 유형이 비슷한 두 선수가 맞대결을 펼치는 구도다. 백정현과 최채흥이 모두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될 가능성은 작다.
삼성은 임현준을 제외하면 마땅한 왼손 불펜 카드가 없다. 임현준이 왼손 사이드암으로 원 포인트 릴리프 역할을 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긴 이닝을 책임질 수 있는 자원이 필요하다. 선발 경쟁에서 탈락한 선수가 힘을 보태야 한다. 일단 일본 캠프 첫 번째 연습 경기였던 지난 14일 한화전에 최채흥이 선발로 나가 3이닝 4피안타 1볼넷 1탈삼진 1실점(1비자책점)을 기록했다.
불펜에서 선발로 보직을 전환해 시즌을 준비 중인 최충연. 삼성 제공 윤성환과 양창섭·최충연은 선발 두 자리를 놓고 경쟁한다. 가장 앞선 선수는 양창섭이다. 지난해 데뷔한 양창섭은 19경기에 등판해 7승6패 평균자책점 5.05를 기록했다. 시즌 막판 불펜으로 나온 2경기를 제외하면 17경기를 선발로 뛰었다. 지난 16일 열린 요미우리와 연습 경기에서 선발 기회를 잡았다. 마루 요시히로·크리스티안 비야누에바 등 1군 주축 선수들이 총출동한 요미우리를 상대로 고전(3이닝 8실점)했지만, 코칭스태프의 신뢰를 엿볼 수 있는 기용이었다.
그러나 안심할 순 없다. 통산 127승을 기록 중인 윤성환의 관록을 무시하기 힘들다. 지난해 국내 투수 중 유일하게 개막전 선발 중책을 맡은 경력도 있다. 최충연은 탄탄한 신체 조건(190cm·85kg)을 바탕으로 시속 150km의 빠른공에 슬라이더·커브·포크볼을 다양하게 던진다. 잠재력만큼은 팀 내 최고라는 평가다.
삼성은 지난해 선발 평균자책점이 5.61로 리그 8위에 불과했다. 대체 자원이 부족해 부진한 선수들이 로테이션을 계속 소화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프로 2년 차를 맞이한 양창섭과 최채흥, 보직을 전환한 최충연이 가세하면서 후보군이 풍성해졌다. 김한수 감독의 행복한 고민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