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이재영(23)이 놀라워하며 반문했다. 짐짓 부러운 눈치기도 했다. 그는 "이번에는 꼭 우승하겠다"는 각오다.
지난 12일 열린 2018~2019 도드람 V리그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 이재영은 한국도로공사 문정원(27) GS칼텍스 이소영(25)과 함께 소속팀 대표 선수로 참석했다. 공식 미디어데이에 앞서 취재진과 사전 인터뷰 도중 '우승' 이야기가 나왔다. 문정원은 2017~2018시즌, 이소영은 입단 2년 차였던 2013~2014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경험했다.
'쌍둥이 동생'인 이다영(현대건설)도 우승(2015~2016시즌)을 경험해 봤다고 얘기하자 "다영이도 우승해 봤어요?"라며 "저는 이번에 하려고요"라고 환한 표정으로 답했다. 옆에 있던 이소영은 "너는 (우승까지) 다 해 봤을 것 같다"고 했다.
여자 배구 국가대표 세터 출신인 어머니 김경희로부터 뛰어난 재능을 물려받은 이재영-이다영(현대건설) 쌍둥이 자매는 아마추어 시절부터 한국 배구를 이끌 차세대 재목으로 손꼽혔다. 이재영은 2014~2015 드래프트에서 전체 1라운드 1순위로 가장 먼저 뽑혔다.
어느덧 한국 여자 배구를 대표하는 스타로 성장했다. 입단 첫 시즌부터 라운드 MVP(6라운드)에 뽑힌 이재영은 2014~2015시즌 신인왕까지 석권했다. 2016~2017시즌에는 정규 시즌 MVP를 수상했다. '시즌 베스트7'에만 3차례 포함됐고, 라운드 MVP는 총 5차례 받았다. 2014·2018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국가대표로도 활약했다.
공격과 수비와 리시브 어느 하나 허투루 하지 않고 열정을 쏟는 그는 개인상 수상으로 수많은 영광을 품에 안았다.
단 한 가지, 챔피언결정전 우승 트로피와 인연이 없는 그다. 2016~2017시즌에는 정규 시즌 1위를 차지했지만, 처음 밟은 챔피언결정전에서 IBK기업은행에 시리즈 전적 1승3패로 무릎을 꿇어 다음을 기약했다.
이번에 절호의 우승 기회가 다시 찾아왔다. 맞상대는 한국도로공사로 정해졌다. 흥국생명은 정규 시즌 맞대결에서 2승4패로 열세지만, 도로공사는 GS칼텍스와 플레이오프(PO·5전 3선승제)에서 닷새 동안 3경기·15세트의 혈투를 펼친 끝에 올라와 체력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이재영은 PO에 앞서 "누가 올라오든 잘하고 싶다"며 도로공사에 대해 "수비가 좋은 팀이다. 센터진도 좋다. 구멍이 없다. 4~6라운드 상대팀으로 만날 때 정말 무서웠다. 파튜(파토우 듀크)는 와우~"라며 경계했다.
'에이스' 이재영은 책임감을 안고 나선다. 이번 정규 시즌 득점 전체 2위(624점)다. 퀵오픈 1위·시간차 2위·후위 공격은 전체 5위이자 국내 선수 중 가장 높다. 대개 외국인 선수가 팀의 해결사를 맡고 있지만, 그는 팀 동료 톰시아보다 근소하지만 득점과 점유율이 높다. 특히 경기 막판 박빙의 상황에서 이재영의 진가가 자주 발휘된다. 결국 우승으로 가는 길목에서 그의 역할과 어깨가 중요하다.
이재영은 "부담보다 책임감이 강하다"며 "20점대에서 공이 오면 무조건 끝내야지 한다. 많이 때리면 때릴수록 감을 찾는 것 같다"고 했다. "이번 시즌 한 차례의 연패도 없어 포스트시즌 진출이 가능했다. 우리 모습만 보인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라고 기대했다. 그러면서 "우승해 보고 싶다. 이번엔 꼭 해 봐야죠"라며 힘차게 각오를 다졌다.
"나는 배구가 전부다. 배구에 모든 것을 쏟고 싶다"는 각오로 이번 시즌을 맞은 그의 정상 도전은 21일 챔피언결정전(5전 3선승제) 1차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