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세를 이끈 원동력이 흔들렸다. 중위권 도약을 노리는 kt가 올 시즌 가장 중요한 시기를 맞이했다.
kt는 5월 둘째 주부터 지난주까지 8승3패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리그 1위에 해당하는 전적이다. 3연속 위닝 시리즈를 거뒀고, 시즌 첫 4연승도 해냈다. 원동력은 선발진 안정이다. 11경기에서 평균자책점 3.66을 기록했다. 외인 윌리엄 쿠에바스(29)가 11점을 내준 지난 9일 롯데전을 제외하면 2.32에 떨어진다.
그러나 분수령을 앞두고 악재가 생겼다. 3선발 이대은(30)은 지난 16일 KIA전에서 데뷔 첫 승을 거둔 뒤 오른팔꿈치 통증을 호소했다. 한 차례 수술받았던 인대에 문제가 생겼다. 외인도 이탈했다. 쿠에바스는 어깨가 안 좋다. 롯데전을 제외한 아홉 경기에서 한 경기에 4점 이상 내주지 않은 투수다.
두 투수 모두 최소 두 번은 로테이션을 소화하지 못한다. 부상 정도와 재활 방침에 따라 더 길어질 수도 있다. 이제 6이닝 이상, 3실점 이하 투구를 기대할 수 있는 선발투수는 라울 알칸타라와 김민뿐이다.
이강철 kt 감독은 "난세에 영웅이 나올 수도 있다"고 했다. 그동안 이런 상황을 대비해 선발 준비를 시킨 투수들이 있다.
일단 한 자리는 배제성(23)이 맡는다. 스프링캠프에서 이 감독 눈에 든 투수다. 싸움닭 기질만 키우면 1군에서 경쟁력을 보여 줄 수 있는 투수로 봤다. 시즌 초반에는 스윙맨, 마무리 투수 김재윤이 어깨 부상으로 이탈한 최근에는 경기 후반 1~2이닝을 막는 투수로 활용됐다. 1군 경기 감각은 유지하고 있었다.
남은 한 자리는 kt가 선택한 유망주가 기회를 얻을 전망이다. 2014년 우선 지명 투수 류희운(24)은 이미 지난 주말 삼성전부터 1군에 동행했다. 지난 시즌 두 차례 대체 선발로 나선 경험이 있다. 2017년 2차 신인 드래프트 2라운더 이종혁(22)도 있다.
배제성은 등판 결과에 상관없이 고정된다. 사실상 6선발이다. 류희운과 이종혁은 컨디션과 투구 내용에 따라 1군 잔류와 향후 활용이 유동적이다.
향후 일정이 험난하다. 당장 주중 3연전은 리그 1위 두산이 상대다. 주말에는 10위 KIA를 만나지만 차주 주중에는 2위 SK, 주말에는 다시 두산을 상대한다. 지난주까지는 열세다. 두산은 세 경기, SK는 다섯 경기 모두 졌다. 1위 경쟁 중인 두 팀과 앞으로 여덟 경기를 더 치러야 한다.
선발진 안정은 침체됐던 야수진의 경기력까지 끌어올리는 시너지를 발휘했다. 불펜도 임시 마무리 투수 정성곤과 셋업맨 주권이 그 어느 해보다 좋은 투구를 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선발 전력에 구멍이 났다. 대체 선발투수의 선전뿐 아니라 다른 선수들의 승리 의지, 이 감독의 리더십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 고비를 넘기면 리그 판도를 흔드는 팀으로 진화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