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24·서울시청)가 지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경기에서 승부조작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연예 매체 디스패치가 지난 8일 심석희와 대표팀 모 코치가 평창올림픽 당시 나눈 문자 메시지를 공개했다. 이 대화에는 “브래드버리 만들자”라는 말이 나온다. 호주 출신의 남자 쇼트트랙 선수 스티븐 브래드버리는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남자 1000m 경기에서 5명 중 5위로 달리다가 앞선 선수들이 연쇄 충돌로 넘어지면서 우승했다.
둘의 메시지에 따르면, 심석희가 브래드버리처럼 어부지리로 우승하는 선수를 만들자고 모 코치와 모의했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2018년 2월 22일 여자 1000m 경기에서 심석희는 팀 동료인 최민정(23·성남시청)과 부딪혔다. 당시 마지막 한 바퀴를 남기고 4위였던 심석희는 3위 아리아나 폰타나(이탈리아)를 제치려고 파고들었다. 그때 5위였던 최민정도 아웃코스로 추월하려고 심석희 옆으로 따라붙었다. 그 과정에서 충돌하면서 둘이 넘어졌다.
다시 일어나 달렸지만, 심석희가 4위, 최민정이 5위로 들어왔다. 비디오 판독 결과 심석희가 페널티를 받고 실격되면서 최민정이 4위로 올라섰다. 믹스트존(취재공동구역)에 나온 최민정은 몸이 안 좋다는 이유로 인터뷰를 거절한 뒤 라커룸으로 들어갔다.
이로 인해 당시 심석희와 최민정 사이에 불화가 있다는 소문이 있었다. 1000m 경기가 끝난 다음 날 강릉 올림픽파크 내 코리아 하우스에서 기자회견이 열렸는데, 불화설에 대해 최민정은 “석희 언니와는 서운한 부분이 있어도 특별히 얘기할 것은 없다”고 했다. 심석희는 “많은 분이 나와 민정이에게 관심을 주고, 기대도 하신다. 우리 말고도 대표팀에 5명이 있는데 모두가 열심히 하고 있다”고 했다. 둘은 이 경기 이틀 전인 20일 3000m 계주 금메달을 함께 딴 바 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10일 오후까지 심석희와 해당 코치로부터 승부조작 의혹에 대한 진술을 받지 않았다. 이날 연맹 관계자는 “논란이 커지고 있어서 묵과하진 않을 것이다. 사안이 복잡해서 상황을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있다. 수일 내로 연맹의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전했다.
연맹은 이번 논란이 내년 2월에 열리는 베이징 동계올림픽 경기력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어 고민하고 있다. 지난 5월 심석희와 최민정은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각각 1, 2위로 선발돼 진천선수촌에서 같이 훈련하고 있다. 두 선수는 오는 21일부터 24일까지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쇼트트랙 월드컵 1차 대회에 출전할 예정이다. 이번에도 여자 3000m 계주에서 호흡을 맞춰야 한다.
심석희 측은 아직 공식 입장은 내놓지 않고 있다. 그의 소속사는 우선 연맹의 조치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코치 역시 연락처를 바꾼 채 잠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