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는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돌파구'를 찾고 있다. 당장 내놓은 대책은 '주택담보대출'이다. 하지만 아직 시장은 카카오뱅크를 '기대 이하'라고 판단하며, 목표치를 줄줄이 낮추는 분위기다.
15일 카카오뱅크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기업공개(IPO)를 기점으로 카뱅은 성인이 됐다"며 초심으로 돌아가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 대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중저신용자대출 확대를 최우선으로 하며, 주거 안정을 위한 대출에 중점을 두기로 했다"고 했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가 15일 오전 카카오뱅크 여의도 오피스에서 온라인으로 진행된 프레스톡(기자간담회)에서 '2022년 카카오뱅크 방향'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이날 카카오뱅크는 '비대면 주택담보대출'을 내놨다. 오는 22일부터 KB시세 기준 9억원 이하 서울‧경기‧인천 소재 아파트를 대상으로 판매하는 주택담보대출 상품이다. 대출 가능 최대 금액은 6억3000만원, 대출 금리는 최저 2.989%(14일 변동금리 기준), 중도상환수수료는 올해 연말까지 면제한다.
카카오뱅크다운 점은 모든 과정이 '비대면, 챗봇'으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기존 은행들의 '페이지 전환형' 방식이 아닌 상담하듯 정보를 입력해 진행하는 방식이다.
윤호영 대표는 "주택담보대출은 카뱅스럽다는 것이 무엇인지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다"며 "모바일 신용대출처럼 고객에 더 편리한 대출이 가능하도록 준비했다"고 자신했다.
윤 대표는 이어 하반기에 개인사업자 대상 소호 대출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이 역시 지점 방문이 쉽지 않은 개인사업자들을 위해 100% 비대면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카카오뱅크가 올해에만 크게 두 가지 대출 상품을 출시하는 데는 현재 신용대출에 편중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기 위함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카카오뱅크는 정부의 중·저신용자 위주 대출 취급 주문에 성장세가 다소 둔화한 모습을 보였다. 카카오뱅크가 취급할 수 있는 대출이 전·월세담보대출과 중·저신용자 대출로 한정돼 있어 성장세가 꺾이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실제로 카카오뱅크가 지난 9일 지난 4분기 362억원의 순익을 올려 지난해 연간 순익(2041억원)이 전년(1136억원)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났지만, 실적 하향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2분기 이후에는 실적 하향세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며 1분기 467억원, 2분기 692억원, 3분기 520억원, 4분기 362억원을 기록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통상 은행들이 4분기에는 명예퇴직이나 연말 대출 상환이 몰려 실적이 빠지는 경향이 있긴 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카카오뱅크는 아직 출범 4년 차인 터라 명예퇴직 비용 등 일회성 비용을 우려할 단계는 아니다. 대출 상환 역시 카카오뱅크가 주로 취급하는 상품이 신용대출이었던 만큼 규모가 크지 않다.
이는 중·저신용자 대출을 빠르게 확대하고 고객이 이용할 수 있는 상품을 늘려야 한다는 얘기로도 볼 수 있다.
은행 관계자는 "플랫폼 유입이 증가하면 할수록 금융상품이 필요할 때 찾을 확률이 높아지는 건 당연하다"며 "하지만 카카오뱅크는 아직 고객에게 필요한 상품이 단순하다"고 말했다. 카뱅 고객 기반으로 분위기 전환이 어느 정도 가능하다는 긍정적인 신호다.
카카오뱅크 가입자는 지난해 말 1799만명으로 전년(1544만명) 대비 255만명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 월간 활성화 사용자 수(MAU)도 1310만명에서 지난해 말 1520만명으로 늘어났다. 금융권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아직 인터넷전문은행의 설립 취지인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에 있어서는 이렇다 할 포인트를 잡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카카오뱅크는 작년 목표치였던 전체 가계 신용대출 중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20.4%를 지키지 못했다. 지난해 말 기준 집계된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잠정치는 17%로 파악됐다.
금융시장은 카카오뱅크의 앞날을 그다지 밝게만 보지 않고 있다.
대신증권은 카뱅 목표가를 7만3000원에서 5만2000원으로 무려 2만원 넘게 낮췄다. 또 KB증권(7만5000원→6만원), 하이투자증권(6만3000원→5만5000원), SK증권(6만4000원→5만4000원)이 일제히 목표 주가를 내렸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가계대출 규제에 따라 신용대출이 역신장하며 전체 대출 성장률이 둔화됐다"며 "올해 연간 여신 성장률을 23.9%에서 14.8%로 하향 조정하고, 이에 따른 이익 전망치도 낮춘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뱅크는 야심찬 비대면 주담대 출시를 발표한 이날 주가가 소폭 상승하며 전날 대비 0.5% 오른 4만4200원에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