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은 5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6월 A매치 평가전 명단을 발표하면서 주민규를 공격수로 포함시키지 않았다. 주민규 대신 공격수로는 황의조(FC서울)와 조규성(전북 현대) 오현규(셀틱)가 승선했다.
그 어느 때보다도 대표팀 승선을 기대해 볼 만한 시기였기에 탈락의 아쉬움은 더 컸다. K리그를 무대로 꾸준히 활약을 이어가고 있던 데다, 자신을 외면했던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전 감독이 물러나고 공격수 출신의 새로운 감독이 선임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민규는 이번에도 싸늘한 외면만을 받았다.
주민규는 지난 2021년 K리그1 득점왕, 2022년 득점 부문 2위(득점수 공동 1위)에 오른 최전방 공격수다. 올 시즌 역시 8골을 넣으며 나상호(FC서울)와 함께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다. K리그를 대표하는 골잡이인 데다, 무려 세 시즌째 득점왕 기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전방에서 골을 넣는 공격수로서 더 이상 증명할 수 있는 것도 없는 셈이다.
더구나 제주 유나이티드를 떠나 울산으로 이적한 뒤에도 변함없는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8골 중 페널티킥(PK) 득점은 1골에 불과하다. 왼발로 4골, 오른발로 3골(PK 포함), 헤더 1골 등 온몸을 무기로 앞세워 해결사 역할을 했다. 최근 K리그에서 뛰는 공격수들 가운데 컨디션이 가장 좋았다는 점, 클린스만 감독이 새 출발에 나서는 만큼 폭넓게 선수들을 구성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 등을 고려해 생애 첫 태극마크 기회가 찾아올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그러나 클린스만 감독의 구상에 주민규는 없었다. 대신 지난 3월과 마찬가지로 황의조와 조규성, 오현규를 택했다. 그나마 오현규는 유럽 진출 이후 리그 6골·컵대회 1골 등 좋은 컨디션을 유지했다. 다만 ‘경기력과 컨디션이 좋은 선수에게 대표팀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일반적인 기준에서 다른 공격수들의 선발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황의조와 조규성 모두 이번 시즌 리그에서 2골씩 기록하는데 그쳤다. 이 가운데 1골씩은 PK 득점이다. 황의조는 꾸준하게 출전하고 있지만 특유의 슈팅 등 득점력에서는 기대에 못 미치는 게 사실이다. 조규성은 심지어 부상으로 오랫동안 전열에서 이탈했고, 지난 3일에야 첫 필드골을 기록했다. K리그 첫 필드골 이후 이틀 만에 대표팀 재승선 자격을 얻은 셈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K리그에서 더 많은 득점을 하고 있는 선수들도 분명히 있다”면서 에둘러 주민규를 언급하면서도 “스트라이커 포지션에 대한 대표팀의 생각도 있다. 선수들마다 경기력이 안 좋거나 득점하지 못하는 시기는 분명히 찾아온다. 그런 선수들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우리가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클린스만 감독의 대표팀 발탁 기준은 최근 경기력이나 컨디션보다는 대표팀이 원하는 스타일이라는 의미다. 최근 경기력이 가장 좋은 선수에게 대표팀 자격을 주고 활용 가능성을 시험하기보다, 소속팀에서 흐름이 떨어진 공격수들의 반등의 장을 A매치에서 마련해 주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편 클린스만호는 오는 12일 부산에서 소집돼 담금질에 나선다. 16일 부산아시아드경기장에서 페루와 6월 첫 평가전을 치르고, 20일에는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엘살바도르와 경기를 치른다. 이번 명단은 카타르 월드컵 멤버가 주축이 된 지난 3월과 달리 클린스만 감독이 직접 뽑은 ‘진짜 1기’ 명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