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겨울 KBO리그 복수의 구단이 베네수엘라 출신 타자 윌리언스 아스투디요(32)에게 주목했다. 아시아 리그로 눈을 돌린 그의 거취에 관심이 쏠렸는데 최종적으로 계약을 성사한 건 일본 프로야구(NPB) 명문 소프트뱅크 호크스였다. 소프트뱅크는 그에게 1억8000만엔(16억원)의 고액 연봉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스투디요의 인기 비결 중 하나는 '극강의' 삼진 비율이었다. 마이너리그에서 12년을 뛴 그는 통산 2972타석을 소화하며 삼진 103개를 기록했다. 전체 타석 대비 3.5% 수준. 볼넷은 이보다 5개 더 많은 108개였다. 2019년 미네소타 트윈스 산하 트리플A에선 18경기(83타석)에서 삼진 2개(볼넷 2개)만 기록한 채 0.423라는 고타율을 자랑했다. 마이너리그 통산 타율이 0.309인데 삼진까지 적으니 여러 구단이 군침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빅리그(통산 188경기) 경력이 많지 않은 그에게 아시아 리그 주요 구단이 러브콜을 보낸 이유다.
미국 현지 언론에선 단단한 체격(키 1m75㎝·몸무게 102㎏)을 자랑하는 아스투디요을 일컬어 "바톨로 콜론처럼 생겼지만 타이 콥처럼 친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콜론은 빅리그 통산 247승을 따내 명투수지만 프로필상 몸무게가 130㎏에 이른다. 반면 콥은 메이저리그(MLB)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전설의 타자로 통산 타율이 0.366인 '타격 기계'이다.
마이너리그에서 주요 경력을 쌓은 아스투디요는 소프트뱅크 입단식에서 "NPB의 레벨이 높고 도전적인 리그라는 걸 알고 있다. 거기서 플레이할 준비가 돼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2020년 이후 재팬시리즈 우승에 목마른 소프트뱅크로선 첫 시즌부터 거액을 투자한 아스투디요가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가 중요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실패한 투자에 가깝다. 아스투디요의 시즌 성적은 13경기 타율 0.133(30타수 4안타)에 머문다. 부진 탓에 2군에 내려간 시간이 길어 1군에서의 활약이 미미하다. 관심이 쏠린 삼진은 1개로 적은데 타율은 물론이고 출루율(0.235)과 장타율(0.167) 모두 기대를 밑돈다.
A 구단 외국인 스카우트는 "아스투디요는 (성공) 확률이 높은 선수"라면서 "타자들이 시즌 초반 기대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조급해진다. 선구안이 좋은 선수도 결국 그렇게 된다. 일본 투수들은 볼카운트가 몰리면 포크볼을 비롯한 변화구 제구가 워낙 뛰어나 대처가 어렵다. 장타를 치려면 타격 타이밍을 조금 빨리 잡아야 하는데 외국인 타자로선 그게 악순환"이라고 설명했다.
아스투디요의 콘택트 능력을 아는 관계자라면 1할대 타율이 낯설게 느껴진다. B 구단 스카우트는 "아스투디요는 망할 유형이 아니다. 그만큼 일본 야구 수준이 너무 높다"며 "NPB에서 활약하는 외국인 타자를 보면 이미 적응해 뛰는 선수를 제외하면 (신규로 영입돼) 잘 치는 선수가 거의 없다"고 평가했다. 새로 영입된 타자들이 바로 성적을 내기엔 일본 투수들의 기량이 그만큼 뛰어나다는 의미다.
라울 알칸타라(두산 베어스)는 올 시즌 KBO리그에서 가장 강력한 투수다. 첫 16번의 등판에서 평균자책점 1.97을 기록했다. 9이닝당 삼진이 9.03개. 대부분의 세부 지표가 리그 최정상급이다. 알칸타라는 두산에서 뛴 2020년 20승(2패)을 달성, 프로야구 다승왕과 승률왕에 올랐다. 수준급 성적을 지렛대 삼아 NPB에 도전했지만, 두 시즌 동안 별다른 활약 없이 '한국 리턴'을 선택했다. 그리고 다시 반등했다. C 구단 운영팀 관계자는 "알칸타라의 올해 성적만 봐도 KBO리그와 NPB의 수준 차이가 확연하게 느껴지는 거 같다. 그게 현주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