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하위’ 삼성 라이온즈가 결국 앨버트 수아레즈와 결별했다. 삼성은 10일 수아레즈를 KBO에 ‘웨이버 공시’를 요청했다고 이야기했다. 지난 6일 왼쪽 종아리 부상으로 4주 이탈이 확정된 수아레즈를 삼성은 기다릴 수 없었고, 결국 웨이버 공시를 요청해 그와 결별했다.
웨이버 공시는 그 선수의 권리를 포기한다는 말로, 삼성이 수아레즈를 향한 보유권을 포기했다는 이야기다. 타 구단은 공시 후 7일 내에 계약양도신청을 할 수 있고, 공시 구단은 양도신청을 한 구단에 ‘무조건’ 선수를 내줘야 한다.
삼성은 “잔여 시즌을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다는 기조 아래 수아레즈를 웨이버 공시 (요청)했다”라고 전했다. 97경기를 치른 현재 시점에서 삼성의 순위는 최하위로, 가을야구권인 5위까지 9.5경기 차이가 나는 꼴찌에 머물러있다. 사실상 가을야구가 어려운 상황에서 삼성은 수아레즈를 포기하고 ‘탈꼴찌’를 택했다.
삼성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팀 내부에서도 고민이 정말 많았다. 잔여 시즌도 잔여 시즌이지만, 시즌 종료 후엔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이 돼 다른 팀과 계약할 수 있어 리스크가 있었다”면서 “하지만 여기에 너무 연연하면서 잔여 시즌을 포기할 순 없었다. (일찍 포기하는 것은) 팬들을 향한 예의도 아니고 감독님 기조와도 방향성이 어긋난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자는 의미에서, 어떻게 보면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해야 했다”라고 전했다.
수아레즈는 올 시즌 19경기에 나서 4승 7패 평균자책점 3.92를 기록했다. 지난해에 이어 KBO리그 2년 동안 49경기 10승 15패 평균자책점 3.04의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타선의 득점 지원 부재와 수비 실책, 불펜 방화 등으로 승운이 따라주지 못했지만, 이 성적이면 검증된 외인 투수가 필요한 구단이 충분히 탐낼만한 인재다.
실력뿐 아니라 인성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던 선수다. 삼성 더그아웃에서 ‘엄마’ 역할을 톡톡히 하며 젊은 투수들을 다독인 일화들은 이미 유명하다. 타자들이 빈타에 허덕이며 수아레즈의 승리를 챙겨주지 미안해하고 있을 땐, 직접 ‘미안해하지마’라는 한글 문구를 라커에 붙여 선수들의 자신감을 북돋은 일화도 있었다. 투수들뿐 아니라 포수, 야수 등 팀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전파했던 수아레즈였다.
하지만 삼성은 이러한 수아레즈를 기다려주지 않고 결단을 내렸다. 냉정한 프로의 세계에서 어쩔 수 없다지만, 팀의 에이스이자 라커룸 리더 역할을 했던 선수를 우승이나 가을야구도 아닌 ‘탈꼴찌’를 위해 포기한 것은 아쉬운 결정으로 비춰지는 대목이다.
한편, 수아레즈와 결별한 삼성은 NC 다이노스에서 웨이버 공시된 테일러 와이드너를 (계약)양수한다. 와이드너는 올 시즌 11경기에 나서 4승 2패 평균자책점 4.52를 기록했다. 마지막 두 경기에서 연속 퀄리티스타트(13이닝 3실점)로 호투한 것은 고무적이다. 삼성 관계자는 “(수아레즈 재영입 등) 내년 상황은 지금 고민할 때가 아니다. 지금으로선 와이드너가 남은 시즌 동안 잘 던져주길 바랄뿐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