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디는 지난 25일 LG 트윈스전에서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홈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7이닝 1실점 쾌투로 시즌 16승(5패)째를 수확, KBO리그 다승 선두를 질주했다. 아울러 경기 전 2.01이었던 평균자책점을 1.97까지 낮췄다. 26일 기준 KBO리그에서 규정이닝을 소화한 20명의 투수 중 1점대 평균자책점은 페디뿐이다.
강인권 NC 감독은 지난 20일 페디의 잔여 등판과 관련해 "로테이션상으로는 (추가 선발 등판이) 10번 정도 충분히 가능할 거 같다. 대화를 나눠봐야 하는데 후반기 중요한 경기가 있으면 (닷새 휴식이 아니라) 나흘 턴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페디의 시즌 승률(0.762)과 잔여 등판 횟수(8~9회)를 고려하면 20승 달성은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다.
그가 만약 1점대 평균자책점까지 기록하면 KBO리그 외국인 투수 역사를 새롭게 쓰게 된다. 역대 시즌 20승과 1점대 평균자책점을 동시에 해낸 외국인 투수는 단 한 명도 없다. 이 기록에 가장 근접했던 선수는 2007년 다니엘 리오스(당시 두산 베어스)로 그해 그의 성적은 22승 5패 평균자책점 2.07이었다.
국내 선수를 통틀어도 '희귀 기록'에 가깝다. 시즌 20승과 1점대 평균자책점은 역대 4명의 선수가 총 6번 달성했다. 1982년 박철순(당시 OB 베어스)과 1985년 최동원(당시 롯데 자이언츠)이 해낸 뒤 1986년, 1989~1990년 선동열(당시 해태 타이거즈) 1997년 김현욱(당시 쌍방울 레이더스)이 대기록을 세웠다. 투수의 역할이 분업화하고 타자의 기량이 향상한 21세기 들어선 그 누구도 기록을 정복하지 못했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도 마찬가지다.
류현진은 한화 이글스 소속이던 2010년 평균자책점 1.82를 기록했다. 1998년 정명원(당시 현대 유니콘스) 이후 12년 만에 1점대 평균자책점을 달성해 눈길을 끌었지만, 승리가 16번에 그쳤다. 시즌 20승과 1점대 평균자책점은 빼어난 기량과 팀 타선의 득점 지원이 어우러져야 가능한 이정표. 페디는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한다.
시즌 내내 슬럼프가 없다. 지난 2일 사직 롯데전에서 한 경기 최다 5실점하며 1점대 평균자책점이 무너졌지만, 페디는 빠르게 회복했다. 단 한 번도 2경기 연속 3실점하지 않았다. NC 타자들은 페디가 마운드에 있을 때 리그에서 가장 많은 5.09점을 지원한다. 실점은 적은데 득점이 많으니 빠른 속도로 승리가 쌓인다.
페디는 지난 8일 1985년 김일융(당시 삼성 라이온즈)이 달성한 KBO리그 역대 최소 경기(19경기) 15승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상대하는 팀의 감독마다 "최고의 투수"라는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20승과 1점대 평균자책점을 해낸다면 더 나아가 KBO리그의 '21세기 최고 투수'로 우뚝 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