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열린 KT 위즈와 LG 트윈스의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 3차전. 1승 1패로 맞선 채 치른 이 경기에서 승리를 거머쥔 팀의 우승 확률은 85%(20번 중 17번)였다.
역대급 명승부였다. 역전과 재역전이 이어졌다. 침묵하던 KT 4번 타자 박병호가 투런홈런을 치며 7-5 리드를 이끌자, LG는 9회 초 오지환이 스리런홈런을 치며 재역전했다.
그렇게 맞이한 9회 말 KT 공격. 1사 1루에서 정준영이 행운의 좌전 안타로 출루하며 동점 기회를 만들 상황. 염경엽 LG 감독은 마운드 위 마무리 투수 고우석 대신 이번 KS에서 불펜 투수로 쓰고 있는 정규시즌 선발 투수 이정용을 투입했다.
이정용은 후속 타자 배정대와 승부하지 않았다. 그는 NC 다이노스와의 플레이오프 1~5차전에서 타율 0.375를 기록했고, KS 1차전에선 안타 1개와 볼넷 2개로 3출루, 2차전에선 타점 2개 포함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다시 3차전 9회. LG 벤치는 타격감이 좋은 배정대를 고의사구로 내보냈다. 그렇게 만루 작전을 만들었고, 후속 김상수와의 승부에서 1(투수) 2(포수) 3(1루수) 더블플레이를 만들어 경기를 끝냈다.
이번 포스트시즌(PS)에서 배정대는 KT 타자 중 가장 뜨겁다. 당연히 상대 견제도 많다. 배정대로 4차전에선 볼넷 1개만 얻어냈다.
KT는 4차전에서 4-15로 완패했다. 이제 1패면 탈락이다. 배정대는 이런 상황에서 다시 1번 타자, 타격 선봉장을 맡는다.
5차전을 앞두고 만난 배정대는 3차전 상황에 대해 "(LG 투수였던) 이정용이 저한테 약해서 (상대 벤치가) 고의사구를 낸 것 같다"라고 돌아보며 "'내가 쳤다면 1점이라도 냈을텐데'라는 생각은 없다. (김)상수 형도 절박하게 타격했지만 운이 좋지 않았던 것"이라고 했다.
자신에게 견제가 몰리는 점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KS이기 때문에 뿌듯한 마음도 든다. 하지만 기회가 왔을 때 상대가 피해 갈 수 있는 점은 아쉽다"라고 했다.
KT 플레이오프에서도 1·2차전을 모두 패한 뒤 내리 3~5차전을 잡고 KS에 올랐다. 이번 KS에서도 기적을 노린다.
배정대는 "이 얘기를 하니 기분이 좋다. 또 한 번 기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린 정규시즌에서도 10위에서 2위까지 올랐다. 유별난 DNA가 있다. 다들 '(부담감을) 내려 놓고 경기를 하자'라고 말하고 있다"라며 6%에 불과한 KS 우승 희망을 감추지 않았다. 5차전은 자신의 타석에 기회가 오길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