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호 한화 감독은 11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시범경기에 앞서 "과연 장비(피치컴)를 온전히 갖추지 않은 상황에서 (피치 클록을) 시범 운영을 하는 게 맞나 의구심이 생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KBO리그는 올 시즌 투구와 타격 시간을 제한하는 피치 클록이 적용된다. 투수는 주자 유무에 따라 투구 시간을 각각 23초와 18초로 막는다. 타자는 피치 클록 종료 8초 전까지 타석에 들어서야 한다. 전반기 시범 운영 뒤 후반기 도입 여부를 결정할 계획인데 현장의 혼란이 작지 않다. 강제성이 없으니 "지키는 게 맞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더 큰 문제는 피치컴(Pitchcom)이다. 메이저리그(MLB)는 2022시즌부터 무선 통신 시스템인 피치컴을 활용 중이다. 포수가 손목 전자 장비(키패드)로 구종을 선택하면 관련 정보가 투수 모자에 부착한 소형 무선 수신기로 전달된다. 피치컴 사용은 주자의 사인 훔치기를 방지하는 데 목적이 있는데 투구 시간을 줄이는 것도 효과적이어서 피치 클록과도 밀접하게 연관된다. 그런데 KBO리그는 피치컴 없이 피치 클록을 우선 운영 중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는 "피치 클록 장비가 미국 업체여서 전파 인증 절차를 밟아야 한다. 빠르면 2개월 정도가 걸린다"고 말했다.
최원호 감독은 "피치컴 없이 시범 운영을 하는 게 바람직한가"라며 "피치 클록을 경험한 게 (MLB에서 복귀한) 류현진밖에 없는데 현진이도 피치컴 없이 어떻게 피치 클록을 하냐고 하더라. 준비가 안 됐으면 피치 클록을 하면 안 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사실 준비가 돼도 2군에서 한 시즌이라도 해보고 보완할 걸 하면서 해도 되지 않나. 너무 뭔가 촉박하게 끼워 맞추기 하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최원호 감독은 피치 클록이 경기 시간 단축이라는 목표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라는 얘기도 했다. 최 감독은 "심판이 (마운드 쪽으로) 걸어 나가서 경고하고 다시 들어온다. 잡스러운 시간을 줄이자고 하는 게 피치 클록인데 엉뚱한 곳에서 시간을 끌고 있다"며 "이런 건 한 번 논의를 해봐여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피치컴이라는 장비도 없고 그게 들어와서 정상 가동이 될지 테스트도 해봐야 한다. 준비가 다 끝났다고 하면 그때 1군에서 바로 할 건지 2군에서 1년을 하고 할 건지 논의하면 된다. 준비가 안 된 상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