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영한 SBS 주말극에는 많은 악녀들이 등장했다. 잡초 같은 불사조 김다솜(양달희)·음흉한 집사 양정아(이계화) 그리고 다 가졌지만 더 갖고 싶은 야망가 손여은(구세경). 김다솜과 양정아가 시간이 갈수록 악행지수를 높이는 것과 다르게 손여은의 변화는 드라마틱했다.
분명 악녀지만 양정아에게 하는 시원시원한 행동이 시청자들의 막힌 속을 뻥 뚫어 줬다. 용서받기 힘든 못된 행동이지만 시청자들은 손여은에게 연민을 보냈다. 암에 걸렸고 '죽이지 말아 달라'는 시청자들의 응원이 이어졌지만 결국 눈을 감았다. 손여은은 "악역인데 이렇게 사랑받으리라곤 전혀 생각하지 못했어요. 후반으로 갈수록 시청자들이 측은하게 느낀 거 같다"고 말했다.
>>②편에서 이어집니다.
- 악역이지만 욕먹지 않았다. "시청자들도 후반으로 갈수록 연민의 정이 깊어졌다. '당해도 싸다'는 반응이 나올 줄 알았는데 불쌍하다고 해 주더라. 연기를 하면서도 측은한 면이 있었다. 다 가졌고 남 보기에 부러울 게 없는데 불륜도 스스럼없이 저지르지만 아버지도 내 편이 아니다 보니 고독한 삶의 연속이었다. 그런 면이 불쌍하게 보였나 보다."
- 소리 지르고 화내는 장면이 많았다. "책상에 있는 물건을 한 번에 쓸어 던지는데 잘 안됐다. 작가님도 눈치 챘는지 중간부터는 대본에 빠져 있더라. 목소리가 크지 않아 내지르는 연기가 쉽지 않았다. 후반부에 비로소 '득음했다'는 반응이 나왔다."
- 뺨도 여러 차례 때리던데. "처음에는 때리는 것도 감을 못 잡았다. 그러다 몇 번 때려 보니 '어? 이게 되네' 싶었는데 때리는 촬영이 없었다. 영화 '보안관' 때도 그랬다. 촬영 당시에는 '소맥'을 제조하는 걸 못했는데 '라디오스타'에서 잘됐다."
- 실제 성격은 어떤 편인가. "똑 부러진 성격은 아니다. 오히려 잘 흘리고 다니는 성격이다. 그래서 푼수·허당·빈틈 있는 역할이 좋아 해 보고 싶다."
- 특별한 애드리브는 없었나. "90% 이상이 대본 그대로인데, 몇몇이 있었다. 악행을 저지른 김다솜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장면이 있었는데 애드리브였다."
- '막장'이라는 말을 듣다 보니 이해되지 않는 설정도 있었을 텐데. "일상적으로 벌어지지 않는 일들이다 보니 극적인 게 많았다. 한 번에 이해되는 것도 있었지만 대부분 '이러니까 이렇게 하는 거야'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현장에서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나눴다."
- '피고인' 때도, 이번에도 죽었다. "정확히 설명하면 '피고인' 때는 살해당했고, 단막극까지 세 작품에서 연이어 죽었다. 죽는 연기도 쉽지 않다. 죽어 있는 채로 풀·바스트·클로즈업까지 촬영해서 숨을 많이 참아야 해 힘들었다. 또 실제 삶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피고인' 때 죽는 장면을 찍고 나서 '진짜 죽으면 아무 소용없다.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서 행복하게 사는 게 최고다'라고 각성했다."
- 이번에는 암 환자 연기였다. "마찬가지로 시한부 인생 연기를 하다 보니 실제 아픈 사람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됐다. 아버지가 지난해 암으로 돌아가셨다. 대사에 공감이 됐다. 실제 암 환자가 느끼는 걸 알다 보니 연기하면서 아빠 생각도 많이 나더라. 연기하면서 암 환자 가족들에게 힘이 되길 바랐다. '드라마를 보며 아이를 한 번 더 안아 주게 됐다'는 메시지를 받고 울컥했다. 내 연기가 다른 사람의 삶에 영향을 줬다는 것에 감동했다."
- '세 번 결혼하는 여자(이하 세결여)'에서 채린도 악역이었다. "구세경과 채린은 확실히 다르다. 구세경은 전형적 악역이나 채린이는 아니다. 극이 흘러가다 보니 악행을 저질렀다. 처음에는 송창의를 사랑하는 부잣집 딸로만 설정돼 있었다. 구세경은 명확하게 보여야 하는 악녀였으니 차이가 있다."
- 자칫 악녀 이미지로 굳어 갈 수 있다. "캐릭터를 연기하는 데 악녀라는 고정관념을 두고 하진 않는다. 더 셀 수도 덜한 역할도 해야 하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