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무의 파이트 클럽] 종합격투기는 왜 링 대신 철창에서 싸울까
종합격투기 UFC가 1993년 미국 콜로라도에서 첫 대회를 열었을 때 경기장을 찾은 7800명여 관중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경기가 열리는 무대가 기존에 익숙했던 링이 아니라 철제 구조물로 된 철창이었기 때문이다. 마치 고대 검투사나 지하세계 격투기에서 죽음의 싸움을 벌이는 것 같은 분위기가 연출됐다. 동물도 아니고 사람이 어떻게 저런 데서 싸울 수 있느냐는 반감도 만만치 않았다.   UFC 이전 격투기는 복싱 경기에서 사용되는 사각의 링에서 주로 열렸다. 대표적인 대회가 일본 종합격투기인 K-1과 프라이드FC였다. 링은 수백 년 동안 격투 스포츠에서 사용된 전통적인 경기 장소였다.   ‘링’(ring)은 원형을 뜻한다. 오늘날 링은 사각 형태지만 계속 그 이름으로 불린다. 링이라는 이름은 판크라치온이라 불렀던 고대 그리스 레슬링에서 유래됐다. 고대 레슬링은 특별한 경기장이 없었다. 그냥 맨땅에서 알몸으로 부딪혔다. 그렇다고 아무 데서나 막 싸운 건 아니다. 심판은 막대기로 땅에 대충 둥그렇게 원을 그렸다. 선수들은 그 안에서 대결했다. 이후 격투스포츠가 열리는 경기장은 형태와 상관없이 ‘링’이라는 용어가 붙게 됐다.   오늘날 사용되는 정사각형의 링은 1838년 영국을 기반으로 한 복싱 단체에서 처음 만들었다. 당시 이 단체는 정사각형 네 군데 꼭짓점에 기둥을 세우고 줄 2개를 연결해 최초의 링을 만들었다. 당시 좌우 폭은 7.3m였다.   링은 이후 복싱은 물론 종합격투기에서도 광범위하게 사용됐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누렸던 프라이드FC를 통해 ‘종합격투기=링’ 이미지가 굳어졌다.   하지만 UFC는 다른 것을 원했다. 그들은 ‘무규칙 싸움’을 표방했다. 더 자극적이고 거친 분위기를 원했다. 그래서 나온 아이디어가 ‘철창’이었다. 초창기에는 철창의 크기나 높이가 따로 정해지지 않았다. 1990년대 들어 표준 규격이 정해졌다. 현재 UFC에서 사용되는 철창 높이는 1.8m, 경기장 지름은 9.1m다.   사실 철창은 링에 비해여러가지로 불리한 점이 있다. 일단 관중들이 보기에 불편하다. 선수들의 움직임이 철망에 가려 잘 안보이는 경우가 있다. 이에 비해 사방이 확 트여있는 링은 관중들이 보기에 훨씬 편안함을 느낀다.   그럼에도 UFC는 철창을 고수했다. 철창은 종합격투기 경기장의 표준이 됐다. UFC가 철창을 경기장으로 선택한 것은 단순히 자극적인 볼거리를 위해서만은 아니었다. 위험해 보이지만, 오히려 선수들이 안전하기 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사방이 개방된 링은 복싱이나 무에타이 등 입식타격기 경기를 치르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누워서 싸우는 경우가 많은 종합격투기는 달랐다. 선수가 링 밖으로 떨어져 다치는 일이 종종 벌어졌다.   공정성에도 문제가 있었다. 공격당하는 선수가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의도적으로 링 밖으로 몸을 내밀기도 했다. 공격하는 선수 입장에선 손해가 컸다. 게다가 그런 일이 반복되면서 경기 흐름도 계속 끊겼다. 대회사 입장에서도 고민이 많았다.   물론 철창의 차갑고 거친 이미지는 긴장감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필자가 직접 관전했던 미국 UFC 대회 당시 주최 측은 철창 가까이 마이크를 설치한다. 철창에서 나오는 소리를 그대로 관중들에게 전달한다. 관중들은 철창문이 철커덩하고 닫히는 소리, 찰칵하면서 문고리를 잠그는 소리, 선수들이 철창에 부딪히는 우당탕 소리까지 생생히 들을 수 있다.   철창에서 싸우는 격투기는 UFC가 최초는 아니다. 그 아이디어는 프로레슬링에서 오래전에 시작됐다. 1936년 미국 미주리주에서 ‘치킨 와이어 펜스 매치’라는 프로레슬링 경기가 처음 열렸다. ‘닭장’이라는 표현에 걸맞게 철창은 작고 엉성했다. 이후 프로레슬링에서 종종 ‘스틸 케이지 매치’라는 이름으로 경기가 열렸고, 그 아이디어가 종합격투기까지 넘어왔다.   UFC에서 활용되는 철창은 8각형이다. 그래서 ‘옥타곤’이라고 부른다. UFC가 왜 철창을 8각형으로 디자인했는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 없다. 다만 철창을 직접 설치하고 대회를 운영하는 국내 격투기 MAX FC 이용복 대표는 “8각형 형태가 철창을 운반하고 분해·조립하는 과정에서 가장 수월하기는 하다”고 말했다.   참고로 UFC의 라이벌 단체인 벨라토르는 UFC를 의식해서인지 8각형이 아닌 6각형 철창인 ‘헥사곤’을 사용한다. 국내에서 열리는 브레이브CF 대회는 마치 새장 같은 원형 철창에서 경기를 치르기도 한다.이석무의 파이트 클럽 종합격투 철창 종합격투기 경기장 종합격투기 ufc 측은 철창
2022-09-23 07:00
[이석무의 파이트 클럽] "치마예프 감량 실패는 고의" 음모론 시달리는 UFC
세계 최대 종합격투기 대회 UFC가 조작 논란에 휩싸였다. '제2의 하빕 누르마고메도프'로 기대를 모은 함자트 치마예프(28·스웨덴)가 계체에 실패하고 이로 인해 대진이 급하게 바뀐 게 도마 위에 올랐다.   상황은 이렇다. 11전 전승, UFC 진출 후 5연승을 달리며 승승장구하던 치마예프는 지난 11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UFC 279에서 '좀비 복싱'으로 유명한 네이트 디아즈(37·미국)와 웰터급 메인이벤트 대결을 펼칠 예정이었다.   그런데 경기 하루 전 계체에서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치마예프가 웰터급 논타이틀전 한계 체중인 77.6㎏을 3.4㎏이나 초과한 것. 작은 지역 대회도 아니고 UFC 같은 최상위 레벨 대회에서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치마예프는 "충분히 체중을 맞출 수 있었는데 의사가 감량하지 말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체중 감량 실패 책임을 의사에게 돌린 것.   하지만 치마예프의 코치인 안드레아스 미카엘의 얘기는 달랐다. 그는 현지 매체와 인터뷰에서 "당시 함차트는 체중을 빼는 과정에서 근육경련이 찾아왔고 구토도 했다"며 "심지어 일어나려고 할때 정신을 잃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미카엘은 "그런 모습이 걱정돼 함자트에게 '그만둬. 네 건강이 먼저야'라고 말했고, 곧바로 의사를 불렀다"며 "난 함자트가 괜찮기를 바랐고, 그를 위해 최선의 결정을 내려야 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치마예프는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약속했던 체중을 맞추지 못했다. 그건 프로답지 못한 결과였지만 그래도 받아들일 수 있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치마예프는 계체에 실패했음에도 최소한의 반성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더 뻔뻔하게 행동했다. 백스테이지에서 패싸움을 일으켜 기자회견을 취소시킨 것도 모자라 공개 계체 행사에선 기자와 관객들에게 가운뎃손가락을 치켜 세우는 추태를 벌였다.   UFC 미래를 책임질 새로운 간판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산산히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팬들은 치마예프에게 어마어마한 야유를 쏟아부었다. 그럴수록 치마예프는 더 '배째라'식 행동을 이어갔다.   UFC는 곧바로 치마예프 대 디아즈의 메인이벤트를 취소하고 대회 하루 전 대진을 싹 갈아엎었다. 치마예프는 원래 대니얼 로드리게스(35·미국)와 81.6㎏ 계약체중 경기를 치르기로 했던 케빈 홀랜드(29·미국)와 계약체중 경기로 싸우게 됐다.   마침 치마예프와 홀랜드는 그전부터 견원지간으로 유명했다. 과거 치마예프가 홀랜드를 호텔 종업원으로 오해하고 심부름을 시켰다가 시비가 붙은 것이 발단이 됐다. 결국 치마예프는 레슬링 실력이 떨어지는 홀랜드를 일방적으로 몰아붙였고 1라운드 서브미션 승리로 UFC 6연승을 이어갔다.   하지만 치마예프의 감량 실패와 대진 변경, 뻔뻔한 태도 등이 복합적으로 겹치면서 UFC는 후폭풍을 맞고 있다. 심지어 이같은 과정이 처음부터 UFC가 의도한 것이라는 '음모론'까지 나왔다. 그것도 UFC에서 활약했던 전 선수들에게서 잇따라 나와 눈길을 끌었다.   UFC 전 웰터급 챔피언이었던 팻 밀레티치와 전 UFC 헤비급 파이터 브랜든 샤웁 등은 "UFC가 대진을 바꾼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며 "대회 흥행이 잘 되지 않자 메인이벤트 카드를 바꾸기 위해 일부러 함자트의 체중 감량을 중단시킨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밀레티치나 샤웁의 주장대로 원래 예정됐던 치마예프 대 디아즈의 메인이벤트는 팬들의 관심을 크게 끌지 못했다. 선수인생 끝물인 디아즈가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는 치마예프의 상대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었다.   실제로 대진이 바뀌기 전 치마예프의 스포츠베팅 배당률은 -1200이었다. 100달러를 벌기 위해선 1200달러를 걸어야 한다는 의미다. 스포츠베팅 세계에선 '무조건 치마예프가 이긴다'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의혹은 제법 설득력이 있다. 우선 의사 판단에 의해 감량을 중단한 선수가 경기에 나선다는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게다가 치마예프는 홀랜드와 대결하면서 어떠한 페널티도 받지 않았다. 레슬링이 약한 홀랜드를 굳이 상대로 붙인 것도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다.   물론 UFC는 이같은 음모론에 당연히 발끈했다. 데이나 화이트 UFC 대표는 "UFC는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있는게 아니라 대회가 열리는 주체육위원회 규제를 받고 있다"며 "얼마나 멍청해야 이런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흥행이 잘 안돼 대진을 바꿨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대회 티켓은 계체 이전에 이미 다 팔린 상태였다"며 "그런 얘기는 모두가 헛소리이며 그런 얘기를 하는 사람은 다 뇌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맞받아쳤다.   그럼에도 논란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네바다주 체육위원회는 이번 치마예프의 감량 논란과 관련해 본격적인 조사를 예고한 상태다.   무엇보다 이번 대회를 전후로 보여준 치마예프의 뻔뻔하고 안하무인적인 태도는 두고두고 문제가 될 전망이다. 치마예프는 이번 대회를 통해 UFC 팬들을 완벽하게 안티로 만들었다. 치마예프를 코너 맥그리거와 같은 흥행 보증수표로 키우려는 UFC로선 큰 부담이 될 것이 틀림없다. 어쩌면 그런 계획을 완전히 수정해야 할 수도 있다.   치마예프를 자신의 후계자로 점찍었던 하빕 누르마고메도프 조차 "치마예프 주변에는 훌륭하고 강한 사람이 없다"며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주변에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음모론이 사실이든 사실이 아니든 UFC로선 만만치 않은 상처를 남긴 UFC 279대회였다.이석무의 파이트 클럽 음모론 치마 체중 감량 계약체중 경기 대회 흥행
2022-09-16 07:07
[이석무의 파이트 클럽] 프랑스에서 열리는 첫 UFC 대회가 더 특별한 이유
세계 최대 종합격투기 단체 UFC가 한국시간으로 오는 4일 새벽 ‘UFC 파이트 나이트(FIGHT NIGHT) 가네 대투이바사’ 대회를 개최한다. 이번 대회 메인이벤트는 헤비급 랭킹 1위 시릴 가네(32·프랑스)와 랭킹 3위 타이 투이바사(29·호주)의 헤비급 매치다.   거의 매주 대회를 개최하는 UFC이지만 이 대회는 특별하다. 바로 프랑스에서 열리는 첫 UFC 대회이기 때문이다. 경기가 열리는 장소는 파리에 위치한 아코르 아레나다. 파리에서 가장 큰 실내 경기장이자 콘서트홀이다. 파리에서 열리는 대형 스포츠 이벤트나 공연 등이 이곳에서 개최된다. ‘피겨여왕’ 김연아가 피겨 그랑프리 대회에서 두 번이나 우승한 곳도, 최근 BTS가 대규모 콘서트를 연 곳도 바로 이곳이다.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서는 농구, 레슬링, 유도 경기장으로 사용된다.   파리를 대표하는 아코르 아레나에서 UFC가 열린다는 것은 2~3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프랑스는 불과 얼마 전까지 종합격투기 대회를 법적으로 금지했기 때문이다.   프랑스 체육부는 2016년 ‘공공 투기 스포츠 이벤트의 기술적인 규제와 안전에 관한 법령’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규제안을 발표했다. 종합격투기 경기 금지를 구체적으로 명시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내용을 보면 프랑스에 UFC는 도저히 발을 붙일 수 없었다.   법령의 핵심은 이랬다. ‘투기 대결은 카펫 또는 3~4개 로프가 달린 링에서만 할 수 있다. 링 코너는 안전장치가 부착돼야 한다’. 이 내용대로라면 ‘옥타곤’으로 불리는 철창 안에서 열리는 UFC 대회는 원천적으로 개최할 수 없다. 과거 일본 격투기 대회 프라이드FC처럼 복싱 경기가 열리는 링에서만 경기가 가능했다.   아울러 프랑스 체육부는 ▶쓰러진 파이터에게 펀치, 킥 또는 무릎을 사용해 가격하는 것 ▶팔꿈치를 이용한 가격 ▶박치기와 사타구니, 척추, 뒤통수, 목젖을 가격하는 것 ▶눈이나 입 또는 코를 찌르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했다.   이 가운데 쓰러진 파이터에게 펀치나 팔꿈치를 이용해 공격하는 ‘파운딩’ 기술은 UFC 경기의 핵심적인 기술이다. UFC가 아닌 다른 종합격투기 단체에서도 세부적인 차이는 있지만, 파운딩은 허용되는 게 일반적이다.   프랑스 MMA협회(CFMMA)는 “체육부가 우리를 바보 취급하고 있다”며 즉각 반발했다. 하지만 정부 의지를 꺾을 수는 없었다. 종합격투기를 금지하는 법은 곧바로 효력을 발휘했고, 2020년까지 5년간 지속했다.   그랬던 프랑스가 달라졌다. 2020년 프랑스는 종합격투기의 합법화를 선언했다. 프랑스 복싱 연맹의 주도 관리하에 1년 가까이 준비 과정을 거친 뒤 그해 10월 프랑스에서 규모 있는 종합격투기 대회가 처음으로 열렸다.   종합격투기에 배타적이었던 프랑스가 뒤늦게 문을 연 것은 스타 파워 덕분이었다. 카메룬에서 태어났지만, 프랑스에서 생활하며 세계적인 파이터로 성장한 현 UFC 헤비급 챔피언 프란시스 은가누(37)가 결정적이었다.   불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은가누가 UFC에서 성공 가도를 달리자 프랑스인들은 열광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프랑스 출신 시릴 가네마저 UFC에서 맹활약하자 국민적인 관심은 더 높아졌다. 정부도 끓어오르는 관심과 열기를 무작정 막을 수만은 없었다.   프랑스에서 처음 열리는 UFC 대회의 주인공이 프랑스 선수인 것은 당연하다. 이번 대회 메인이벤트를 장식하는 가네는 처음부터 종합격투기를 시작한 게 아니었다. 무에타이를 시작해서 세계 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함 뒤 2018년 종합격투기로 전향, 캐나다 등 해외 대회에서 이름을 쌓았다. 이후 2019년 UFC에 입성해 현재 헤비급 최강자로 인정받고 있다. 올해 1월에는 현 챔피언 은가누와 타이틀전을 벌여 판정패했지만 팽팽한 접전을 벌이기도 했다.   가네가 고국인 프랑스에서 종합격투기 경기를 치르는 것은 처음이다. 가네는 최근 현지언론과 인터뷰에서 “그전에는 전혀 느껴보지 못했던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 내 경기를 한 번도 직접 보지 못했던 가족과 친구들이 주변에서 볼 예정이다. 하지만 이를 이겨낼 것이고 경기 끝난 뒤 그들과 파티를 즐길 것”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한편, 프랑스가 빗장을 풀었지만, 아직도 종합격투기 대회 개최를 금지하는 나라가 있다. 노르웨이는 사실상 세계에서 유일하게 종합격투기가 불법인 나라다. 심지어 프로복싱마저도 합법적으로 열 수 없다.   그렇다고 노르웨이에서 종합격투기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과거 일본 프라이드FC 등에서 이름을 날렸던 요아킴 한센 등이 바로 노르웨이 출신이었다. 현재 UFC 미들급 8위에 랭크돼 있는 잭 헤르만손 역시 노르웨이 국적을 가지고 있다. 이미 주변의 스웨덴이나 핀란드 등에서 종합격투기 인기가 뜨거운 점을 고려할 때 노르웨이도 변화의 바람이 불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석무의 파이트 클럽 프랑스 대회 종합격투기 대회 종합격투기 경기 프랑스 체육부
2022-09-02 06:30
[이석무의 파이트 클럽] '이변의 스포츠' 종합격투기에 더 열광하는 이유
미국 종합격투기 UFC 최강자가 무너졌다. 그것도 다 이기고 있다가 기습적인 헤드킥 한 방에 허무하게 쓰러졌다. UFC 입성 후 한 번도 패하지 않고 무적행진을 이어오던 절대강자의 뼈아픈 첫 패배였다.   지난 21일(한국시간)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비빈트 아레나에서 열린 ‘UFC 278 : 우스만 vs 에드워즈 2’ 메인이벤트. 경기 내내 경기를 압도한 쪽은 챔피언 카마루 우스만이었다. 우스만은 1라운드만 다소 밀렸을 뿐 2, 3, 4라운드를 지배했다. 5라운드도 마찬가지였다. 6번째 타이틀 방어는 기정사실로 보였다.   하지만 우스만은 마지막 1분을 버티지 못했다. 레온 에드워즈의 기습적인 헤드킥에 오른쪽 관자놀이를 제대로 맞고 쓰러져 기절했다. 경기를 보던 모든 이들은 눈을 의심했다. 그리고 경악했다. 야구로 비유하면 경기 내내 뒤지던 팀이 9회 말 2아웃에 역전 만루홈런을 친 것이나 다름없었다.   에드워즈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모두가 내가 해내지 못할 것이라고 의심했지만 난 끝까지 할 수 있다고 믿었다”며 “이제 챔피언 벨트는 이 ‘듣보잡’ 허리에 있다”고 큰소리쳤다. 반면 뒤늦게 정신을 차린 우스만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아쉬움의 한숨을 내쉬었다.   스포츠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결과를 미리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의외성이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축구에서 한국이 당시 세계 최강 독일을 꺾을 것으로 생각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우리조차 그랬다. 2009년 PGA 챔피언십 연장전에서 무명이나 다름없던 양용은이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를 이기고 우승한 것도 세계 스포츠사에 길이 남을 이변 중 하나다. 1984년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혼자 4승을 거둔 고(故) 최동원이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 이유는 당시 누구도 약팀 롯데가 절대강자 삼성을 이길 것으로 생각하지 않아서였다.   특히 종합격투기는 ‘이변의 스포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몸과 몸이 부딪히는 종합격투기에도 강자와 약자는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종합격투기는 어떤 종목보다도 의외성이 크다. ‘KO’라는 제도가 있는 투기 종목 특성에 기인한다. 우스만을 꺾은 에드워즈 경우처럼 내내 밀리다가도 한 방으로 한 번에 경기를 뒤집을 수 있는 것이 종합격투기의 힘이다.   UFC에선 수많은 이변이 있었다. 가장 충격적인 사건은 2013년 7월 7일 열린 ‘UFC 162’에서 벌어졌다. 당시 ‘극강의 챔피언’으로 불렸던 앤더슨 실바(브라질)가 크리스 와이드먼(미국)에게 당한 KO패였다.   당시 스탠딩 타격전에 자신감이 있었던 실바는 가드를 내린 채 상대를 도발했다. 그 순간 와이드먼이 펀치를 뻗었다. 상체 움직임이 유연한 실바는여유 있게 몸을 돌려 피하려 했다. 하지만 와이드먼의 펀치 거리는 생각보다 더 길었다. 얼굴에 펀치가 적중했고 실바는 그대로 쓰러졌다. 실바의 UFC 16연승이 마침표를 찍는 순간이었다.   이후 실바에게 불운이 겹쳤다. 5개월 뒤 열린 와이드먼과 가진 재대결에서 레그킥을 차는 도중 정강이 뼈가 부러지는 끔찍한 사고를 겪었다. 그의 격투 인생은 급격히 내리막길을 걸었고 조용히 선수 인생을 마무리했다.   ‘코리안 좀비’ 정찬성도 이변의 주인공이 된 적이 있다. 2011년 12월 UFC 데뷔 1전에 불과했던 정찬성은 당시 페더급 최강자 중 한 명이었던 마크 호미닉(캐나다)과 맞붙었다. 호미닉의 직전 경기는 페더급 타이틀전이었다. 비록 아깝게 패했지만, 여전히 체급의 강자였다. 모든 면에서 정찬성이 한참 아래였다. 게다가 경기가 열리는 장소도 호미닉의 고국인 캐나다였다.   하지만 정찬성은 호미닉을 경기 시작 7초 만에 펀치 한 방으로 쓰러뜨렸다. 학창 시절 따돌림당하기 싫어 글러브를 꼈던 무명선수가 일약 UFC 최고의 스타로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반면 2018년 11월에는 이변의 희생양이 되기도 했다. 야이르 로드리게스(멕시코)와 경기에서 경기 종료 1초를 남기고 무리하게 KO를 노리다 기습적인 팔꿈치 공격에 실신 KO로 무너졌다. 정찬성이 그랬던 것처럼 로드리게스는 그 경기를 계기로 페더급의 톱랭커로 도약했다.   미국 출신의 세계적인 인문학자 한스굼브레흐트는 자신의 저서 『매혹과 열광』을 통해 “스포츠를 본다는 것은 어쩌다 일어날 수도 있지만 동시에 일어나리란 보장이 전혀 없는 일을 기다리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한계를 넘어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일들이 일어날 수 있게 내버려 두고, 그것이 실제로 일어나는 상황을 보는 것이 진정으로 팬들이 스포츠를 관전할 때 겪을 수 있는 경험”이라고 강조했다.   예상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 것이 인생이다. 사람들은 스포츠에 인생을 투영한다. 의외성이라는 측면에서 종합격투기는 인생과 참 많이 닮았다. 그래서 오늘날 사람들이 종합격투기에 더 열광하고 매력을 느끼는 것인지 모른다.  이데일리 기자 이석무의 파이트 클럽 종합격투기 스포츠 세계 스포츠사 챔피언십 연장전 크리스 와이드먼
2022-08-26 07:00
[이석무의 파이트 클럽] 평범한 체대생 옥래윤, 아시아 최강 파이터로
처음엔 그냥 평범한 체대생이었다. 하지만 군복무를 하면서 TV로 격투기를 접한 뒤 매력에 푹 빠졌다. 제대 후 무작정 킥복싱 체육관을 찾아갔다. 복학 후 학교 수업을 듣고 저녁에 킥복싱을 수련했다. 아마추어 대회에 출전하면서 격투기 매력에 더 흠뻑 빠졌다.   재능도 있었다. 킥복싱 시작 후 얼마 지나지 않아 2014 인천아시안게임 킥복싱 시범 종목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후 종합격투기에 본격 뛰어들어 일본 단체 '히트'와 국내 단체 '더블지FC' 챔피언에 등극했다. 이젠 아시아 최대 단체로 인정받는 '원챔피언십' 라이트급 챔피언 벨트를 허리에 두르고 있다. 한국 종합격투기 새로운 스타이자 아시아를 대표하는 파이터로 성장한 옥래윤(31·팀매드)의 스토리다.   옥래윤은 2014년 데뷔해 벌써 20전(16승 3패)을 눈앞에 둔 베테랑이다. 하지만 이름을 알린 건 얼마 되지 않았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주로 활약했기 때문이었다. 그가 본격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한 것은 원챔피언십에 데뷔하고 나서다.   원챔피언십은 싱가포르에 기반을 둔 격투기 단체다. 종합격투기는 물론 킥복싱, 복싱, 무에타이, 그래플링 등 다양한 스타일 경기를 개최하는 원챔피언십은 아시아를 넘어 미국 UFC와 견줄만한 글로벌 대회로 발돋움하고 있다. 얼마전에는 재일동포 추성훈이 일본 베테랑 파이터 아오키 신야와 대결을 펼쳐 2라운드 TKO승을 거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옥래윤은원챔피언십에서 '초고속 승진'의 대명사다. 지난해 4월 원챔피언십 데뷔전에서 러시아 강자인 마라트가푸로프(39)를 압도한 끝에 판정승을 거뒀다. 이어 불과 3주 뒤 전 UFC 챔피언 에디 알바레즈(미국)를 KO 직전까지 몰아붙인 끝에 판정승을 따내면서 챔피언 도전권을 따냈다.   그리고 약 5개월이 지난 작년 9월 당시 원챔피언십 라이트급 챔피언이었던 한국계 캐나다인 크리스찬 리(한국이름 이승룡)와 치열한 접전을 벌인 끝에 판정승을 거뒀다. 원챔피언십 입성 3전 만에 챔피언 벨트를 허리에 두르는 이변을 일으켰다.   옥래윤의 격투기 인생은 불과 1년여 만에 천지개벽할 정도로 바뀌었다. 이 대회 저 대회를 떠돌아다니며 힘겹게 운동을 했던 옥래윤은 이제 경기당 억대 파이트 머니를 받는 톱클래스 선수로 성장했다.   원챔피언십이 처음부터 옥래윤에게 기대를 걸었던 것은 아니었다. 데뷔전 상대였던 가프로프는 러시아 최대 단체인 M-1 챔피언 출신이었다. 두 번째 대결을 펼쳤던 알바레즈는 전 UFC 라이트급 챔피언이었다. '악동' 코너 맥그리거(아일랜드)와 싸워 타이틀을 잃었지만, 알바레즈는 세계 최고 파이터 중 한 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냉정하게 말하면 옥래윤은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두 선수의 먹잇감으로 던져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본인도 "내가 상대를 빛나게 해주는 '떡밥'인가"라는 의심이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옥래윤은 다른 이의 먹잇감이 되는 것을 거부했다. 오히려 거물들을 맛있게 요리해 잡아먹으면서 스스로 거물로 성장했다. 특히 원챔피언십이 공을 들여 모셔온(?) 알바레즈를 압도적으로 이기자 대회 주최사가 대하는 반응이 확 달라졌다. 다음 경기에서 타이틀전을 치르게 됐고 데뷔 5개월 만에 챔피언 벨트까지 차지했다.   옥래윤은 오는 26일 싱가포르에서 원챔피언십 챔피언으로서 첫 방어전을 치른다. 상대는 앞선 경기에서 타이틀을 빼앗았던 전 챔피언 크리스찬 리다. 11개월 만에 챔피언과 도전자 입장이 바뀌어 리매치를 치른다. 크리스천 리는 비록 옥래윤에게 패해 타이틀을 잃었지만, 원챔피언십이 가장 신경쓰는 스타다. 그전까지 원챔피언십 라이트급 역사상 두 번째로 긴 861일 동안 타이틀을 지켰다.   크리스찬 리는 지난 경기에서 옥래윤에게 패한 뒤 "내가 진 경기가 아니었다"며 패배를 인정하지 않았다. 각종 인터뷰에서 판정의 억울함을 호소하며 옥래윤을 도발했다. 옥래윤은 그런 크리스찬 리를 '시끄러운 고양이'에 비유했다. 진짜 맹수는 가만히 앉아있어도 강하다는 것을 주변에서 본능적으로 아는데 자기가 약한 것을 아는 고양이는 자신을 과장하기 위해 으르렁거리며 소리를 낸다는 것이다.   옥래윤은 이번 크리스찬 리와 재대결을 통해 진정한 챔피언으로 인정받고 싶어한다. 어렵게 올라온 기회인 만큼 절대 놓치지 않고 정상을 지키겠다는 의지가 가득하다.   "내가 챔피언에 된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님을 증명하고 싶어요. 계속 가장 높은 자리를 지키면서 제 커리어를 높여가는 게 우선적인 목표입니다. 이번에는 판정 불만이 나오지 않도록 더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 확실하게 이기겠습니다."이석무의 파이트 클럽 체대생 아시아 원챔피언십 데뷔전 원챔피언십 라이트급 당시 원챔피언십
2022-08-19 06:57
[이석무의 파이트 클럽] 프로레슬링은 어떻게 '현대의 신화'가 되었나
프로레슬링은 스포츠 엔터테인먼트다. 사전에 정해진 계획에 의해 경기가 진행되고 승패가 결정된다. 경기에 참가하는 선수들에게 승패는 큰 의미가 없다. 어떻게 하면 더 멋진 볼거리를 만들어 팬들을 즐겁게 할 것인가가 가장 중요한 가치다. 전 세계 최대 프로레슬링 단체인 미국 WWE의 ‘E’도 바로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를 의미한다.   WWE 이벤트는 마치 연극이나 콘서트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한 각본에 의해 진행된다. 매주 방송이 되기 때문에 사랑과 우정, 갈등과 배신 등 주말 드라마 같은 스토리가 펼쳐지기도 한다. 그래서 WWE에서 직접 레슬링을 하는 선수만큼 중요한 역할을 하는 주인공이 프로듀서와 작가다.   선수들은  WWE에서 인정받으려면 레슬링도 잘해야 하지만 연기력도 갖춰야 한다. 오히려 뛰어난 연기력을 갖추고 마이크 워크라고 부르는 언변까지 겸비하면 더 큰 인기를 얻을 수 있다. 드웨인 존슨이나 존 시나, 데이브 바티스타 등 WWE 프로레슬링 선수 출신이 오늘날 할리우드에서 가장 주목받는 배우로 자리매김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한국도 한때 ‘박치기왕’ 김일을 앞세운 프로레슬링이 최고 인기를 누리던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1970년대 ‘프로레슬링은 쇼’ 폭로 이후 인기가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 오늘날은 몇몇 젊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간신히 명맥을 잇는 수준이다.   전 세계적으로 보면 프로레슬링은 급성장하는 스포츠 사업이다. WWE의 지난해 전세계 매출은 무려 11억 달러(1조4324억원)에 이른다. 당기순이익도 1억8000만 달러(2333억원)를 넘어섰다.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돼있는 WWE의 시가 총액은 54억 달러(7조330억원)에 달한다. 얼마 전 ‘불륜 스캔들’로 WWE 회장직에서 물러난 빈스 맥맨은 총 재산이 4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 미국 프로레슬링도 1970년대까지만 해도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서커스단처럼 지역 행사장을 떠돌거나 술집 등에서 경기가 열리는 B급 문화로 무시당했다. 미국 밖에서는 프로레슬링이 아메리카 문화의 천박성을 보여주는 분야로 지적받기도 했다.   프로레슬링이 본격적으로 전성기를 맞이한 것은 1980년대부터다. 아이러니하게도 ‘스포츠’라는 가면을 과감히 벗어던지고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큰 반응을 얻기 시작했다. 매주 방송되는 프로레슬링에 극적인 요소를 가미하자 팬들은 더욱 열광했다.   프로레슬링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짜고 치는 고스톱을 누가 보느냐’며 곱지 못한 눈길을 주기도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요소가 오늘날 프로레슬링을 인기 스포츠 이벤트로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WWE의 1년 중 최대 이벤트인 ‘레슬매니아’는 북미미식축구리그(NFL) 결승전인 ‘슈퍼볼’ 등과 더불어 미국 내 최대 스포츠 이벤트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필자가 현장에서 직접 관람했던 2019년 레슬매니아는 미국 뉴욕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에서 열렸는데 무려 7만명이 넘는 대관중이 운집했다. 몇 주 뒤 방탄소년단 콘서트가 열리기 전까지 해당 경기장 최다 관중을 기록한 이벤트(미식축구 경기 제외)였다.   대중들은 왜 진짜 스포츠가 아닌 프로레슬링에 열광할까. 세계적인 인문사회학자이자 기호학자인 롤랑 바르트(1915~1980)는 자신의 유명 저서인 ‘현대의 신화’에서 당시 B급 문화였던 프로레슬링에 대해 언급해 눈길을 끈다.     바르트는 프로레슬링을 ‘인간 희극’(ComedieHumaine)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사람들이 레슬링에서 재현되는 고통을 구경하는 것은 고대 연극 주인공들이 연기하는 괴로움을 보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프로레슬링이 설령 조작된 스포츠라 하더라도 보는 사람들에게 진실의 문제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바르트는 “프로레슬링은 비극적인 가면을 온갖 과장된 행동으로 확대해 인간의 고통을 보여준다”며 “프로레슬러들은 현실의 정의나 규칙에서 벗어나 구속이 없는 새로운 세계의 문을 열어준다. 현실에서 느낄 수 없는 극한지대로 이끌어 관중들의 분노를 끌어낸다”고 말한다.   실제로 프로레슬링에서 펼쳐지는 기술이나 연기는 현실에서 일어나기 힘든 것들이 많다. 비현실적인 움직임과 스토리를 통해 사람들은 내가 살고 있는 곳의 불만과 고통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이해하고 본다면 프로레슬링은 단순히 만만하게 얕잡아볼 만한 콘텐츠가아니다. 프로레슬링을 ‘현대의 신화’라고 부르는 것도 결코 무리가 아니다.이석무의 파이트 클럽 미국 프로레슬링 프로레슬링 선수 오늘날 프로레슬링 사실 프로레슬링
2022-08-12 06:30
[이석무의 파이트 클럽] 격투기 등장 음악도 마케팅이다
필자는 운좋게도 해외에서 개최된 종합격투기 대회를 수차례 취재한 경험이 있다. 그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2013년 3월 일본 사이타마 슈퍼아레나에서 열렸던 UFC 일본 대회였다.   '스턴건' 김동현도 출전해 판정승을 따냈던 그 대회 메인이벤트 경기는 반더레이 실바과 브라이언 스탠의 라이트 헤비급 경기였다. '도끼 살인마'라는 무시무시한 별명으로 유명했던 실바는 그 경기에서 화끈한 2라운드 KO승을 거두고 건재함을 과시했다.   필자가 그 대회를 잊지 못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등장 음악 때문이다. 모든 경기가 끝나고 실바의 메인이벤트 경기만 남은 상황. 갑자기 경기장 전체가 암전이 되더니 한참이나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는 귀를 찌르는 음악. 실바의 트레이드마크인 디제이 다루드의 대표곡 '샌드 스톰(Sand Storm)이었다.   대회 내내 점잖게 경기를 지켜보던 일본 관중들. 그 순간만큼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마치 클럽이나 록콘서트에 온 것처럼 분위기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실바의 일거수일투족에 모든 시선이 빨려들었다. 심지어 취재를 위해 자리했던 필자조차도 그 순간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음악과 분위기에 한참이나 취했다. 지금도 그 순간의 전율을 생각하면 절로 미소가 나온다.   프로 격투기는 단순한 스포츠 경기 그 이상이다. 물론 최선을 다해 싸우는 선수들이 가장 중요한 핵심이다. 하지만 선수들의 가치를 더욱 빛내고 비싼 입장료를 지불한 팬들을 즐겁게 하는 다양한 연출도 필요하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등장 음악이다.   '샌드 스톰'이 흘러나오면 실바가 문을 박차고 튀어나올 것 같은 이미지가 떠오르는 것처럼 등장 음악은 선수를 더욱 빛나게 만드는 중요한 수단이다.   격투기의 멋진 등장 음악을 꼽을때 빠지지 않는 주인공이 있다. 재일교포 파이터 추성훈이다. 국내 방송을 통해 국내 팬들에게 친숙한 추성훈은 오랫동안 사용하는 음악이 있다. 안드레아 보첼리와 사라 브라이트만이 부르는 '타임 투 세이 굿바이(Time to say goodbye)'다.     이 등장 음악이 흐르면 유도 도복을 입은 추성훈은 무릎을 꿇고 절을 한다. 경기장 전체는 비장하고 엄숙한 분위기가 흐른다. 누구보다 진지하게 경기에 임하는 추성훈의 마음과 의지가 등장 음악과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코리안 좀비' 정찬성의 등장 음악은 크랜베리스의 '좀비(Zombie)'라는 노래다. 코리안 좀비라는 별명에 맞춰 선택한 이 음악은 정찬성이 존재감을 알리는 큰 도움을 줬다. 미국 팬들 가운데 '좀비'라는 노래를 모르는 이는 없다. 정찬성이라는 이름을 기억 못 해도 '코리안 좀비' 이미지를 심는 데 이보다 좋은 음악은 없었다.   UFC를 대표하는 '슈퍼스타' 코너 맥그리거(아일랜드)는 전설적인 힙합 아티스트 노토리어스 B.I.G(THE NOTORIOUS B.I.G.)의 '힙노타이즈(Hypnotize)라는 음악에 맞춰 등장한다. '유명한'이라는 뜻을 가진 'notorious'라는 단어는 맥그리거의 닉네임이기도 하다. 늘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고 때로는 허세가 가득한 맥그리거를 잘 보여주는 음악이다.   심지어 등장 음악을 통해 팬들의 야유를 유도하는 파이터도 있다. UFC 웰터급 전 챔피언이자 현재 랭킹 1위인 콜비 코빙턴(미국)이다. 거친 입담과 돌발 행동 덕분에 '악동' 이미지가 강한 코빙턴은 '메달(Medal)'이라는 등장음악을 사용한다.   이 음악은 유명한 프로레슬링 선수이자 레슬링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커트 앵글이 원래 사용하는 음악이었다. 앵글을 상징하는 올림픽 메달에 대한 위대함이 음악 안에 담겨있다. 하지만 팬들은 옛날부터 이 음악이 나올 때마다 'You SuXX!(너 재수없어)'라고 외친다. 팬들과 선수 사이의 암묵적인 일종의 놀이인 셈이다.   아마추어 레슬링 선수 출신인 코빙턴은 커트 앵글을 존경하는 마음에서 이 음악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한편으로 팬들의 야유와 욕설을 끌어내는 연출을 통해 자신의 악동 이미지를 키우고 마케팅 가치를 높이려는 의도가 숨어있다.이석무의 파이트 클럽 격투기 마케팅 등장 음악과 음악과 분위기 종합격투기 대회
2022-08-05 06:21
[이석무의 파이트 클럽] "한국은 UFC 아시아의 중심"
  세계 최대 종합격투기 단체 UFC는 아시아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한국, 중국, 일본 출신 파이터와 적극적으로 계약을 맺고 있다.   얼마 전에는 아시아 선수들만이 참가하는 새로운 토너먼트를 시작했다. 이름은 ‘로드 투 UFC(ROAD TO UFC)’다. 플라이급, 밴텀급, 라이트급 등 네 체급의 8강 토너먼트를 진행한다. 체급 우승자는 정식 계약을 맺고 UFC 파이터로 활약할 기회를 얻는다. UFC 진출을 꿈꾸는 선수들에겐 절호의 찬스다. 한국 선수는 네 체급에서 7명이 도전장을 던졌다.   UFC는 얼마 전 싱가포르에서 라이트헤비급 타이틀전이 포함된 UFC 정규대회를 개최했다. 미국 대회가 아닌 아시아 대회에서 타이틀전이 열린 것은 이례적이었다. 2023년에는 한국에서 세 번째 UFC 대회를 열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지난 2019년에는 중국 상하이에 종합격투기 선수 교육 및 개발을 위한 퍼포먼스 인스티튜트를 열기도 했다.   이같은 UFC 아시아 시장 개척 및 확대를 이끄는 주인공은 케빈 장(미국) UFC 아시아 태평양 지사장이다. 그는 2019년 정찬성이 화끈한 KO승을 거뒀던 UFC 부산 대회를 진두지휘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중국계 미국인으로 하와이에서 태어난 케빈 장은 북미미식축구리그(NFL) 글로벌미디어 담당자로 일하면서 '게임패스(Gamepass)'라는 온라인 라이브 스트리밍 방송을 기획·제작해 능력을 인정받았다. 2011년 UFC로 자리를 옮긴 뒤 UFC 아시아 지사장을 맡으면서 UFC 본사의 미디어, 선수 개발, 기업 파트너십, SNS 지원 등 전반적인 운영에 관여하고 있다. 현재 UFC 본사의 수석 부사장을 맡는 동시에 중국올림픽위원회 고문으로도 일하고 있다.   케빈 장 지사장은 필자와 가진 온라인 화상인터뷰에서 한국 시장과 팬들에게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한국은 항상 UFC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이자 글로벌 마켓”이라며 “격투기 팬들의 지식이 풍부하고 열정적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한국에서 UFC와 격투기는 주류 스포츠로 자리잡았지만 앞으로도 성장 잠재력이 무한하다고 생각한다”면서 “2023년 한국에서 열릴 UFC 대회는 새로운 도약을 위한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한국 선수들에 대한 긍정적 평가도 잊지 않았다. 케빈 장 지사장은 “한국 파이터들은 오랫동안 아시아 선수들의 표준이자 모범이었다”며 “세계에서 손꼽히는 재능을 보유한 동시에 지속적으로 최고 수준 인재를 배출하는 세계적 수준이 체육관도 뿌리내렸다”고 설명했다.   특히 케빈 장 지사장은 개인적으로 ‘코리안 좀비’ 정찬성의 열렬한 팬임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좀비(정찬성 별명) 대해 더는 무슨 설명이 필요하겠는가”라며 껄껄 웃었다. 이어 “좀비는 아시아가 배출한 최고의 파이터이자 절대적인 전설이다”면서 “비록 타이틀전에서 패배했지만, 팬들이 원하는 만큼 언제든 돌아오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로드 투 UFC 대회는 UFC 아시아가 야심 차게 기획한 이벤트다. 술집 볼거리나 길거리 쌈박질 정도로 여겨졌던 격투기가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끄는 콘텐츠로 자리매김한 발판은 ‘TUF’라는 리얼리티쇼였다. UFC 아시아도 로드 투 UFC라는 새로운 콘텐츠로 한국을 넘어 아시아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다는 각오다.     케빈 장 지사장은 “우리는 아시아 파이터들이 UFC에 진출하고 성공하는 데 있어 가장 좋은 방법이 뭔지를 오랫동안 고민해왔다”면서 “선수들이 지역 단체에서만 머물러선 UFC에서 경쟁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더욱 큰 무대를 경험하고 동기부여를 끌어올리기 위해선 UFC가 직접 선수를 발굴하고 기회를 주는 무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케빈 장 지사장은 “로드 투 UFC 각 체급 최종 우승자는 UFC에서 최소 3~4경기를 치를 수 있는 계약이 주어진다”며 “이는 UFC에서 성공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이자 추진력이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아시아에서 UFC가 더 높이 뻗어 나가려면 아시아 출신 스타가 더 많이 나와야 한다”면서 “우리는 이번 토너먼트를 통해 UFC 차세대 스타를 배출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UFC는 지난 5월 한국 CJ ENM과 새로운 중계권 계약을 맺기도 했다. 단순히 중계방송을 넘어 한국 및 아시아 지역 마케팅을 위해 협력하길 바라고 있다. 케빈 장 지사장은 “CJ ENM이 한국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영향력을 가진 엔터테인먼트 회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우리는 CJ ENM을 비롯해 다양한 경로를 통해 한국 팬들과 소통하고 싶고 최고의 콘텐츠를 제공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케빈 장 지사장은 한국 팬들에 대한 감사 인사를 빼놓지 않았다.   “만약 충성스럽고 열정적인 팬들이 없었더라면 UFC는 지금처럼 한국에서 주류가 되지 못했을 것입니다. 우리는 항상 팬들로부터 영감을 얻고 그들의 마음을 읽으려고 노력합니다. 우리는 모든 스포츠를 통틀어 세계 최고의 팬들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UFC는 팬들의 응원과 지지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곧 한국 대회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이석무 이데일리 기자 이석무의 파이트 클럽 아시아 한국 아시아 지사장 아시아 선수들 아시아 대회
2022-07-22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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