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최초의 신부이지만 가톨릭 사제로서의 이야기만 담은 건 아니다. 김대건 신부의 생애를 담은 영화 ‘탄생’은 200여년 전 누구보다 호기심이 왕성했고 나라를 걱정했던 한 청년에 크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영화는 바티칸에서 먼저 공개됐다. ‘탄생’ 팀은 지난 16일 로마 교황청 바오로 6세홀에서 영화 시사회를 가졌다. 감독과 배우들이 프란치스코 교황을 알현했고, 교황은 김대건 역의 배우 윤시윤에게 “성인의 얼굴을 가졌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한국 최초의 사제인 성 김대건 안드레아는 지난해 유네스코가 선정한 세계 기념 인물로 꼽혔다. 종교인 가운데서는 마더 테레사 수녀 이후 두 번째다. 우리나라 인물 가운데는 정약용, 허준에 이어 세 번째로 세계 기념 인물에 이름을 올렸다.
가톨릭 사제로서도, 위인으로서도 많은 업적을 남긴 인물. 배우 본인인 윤시윤이 “연기하는 마음이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을 정도로 쉬운 작업은 아니었다.
하지만 ‘탄생’은 성인으로서보다는 15살의 어렸던 소년이 한국 최초의 신부가 되기까지 성장하는 과정에 보다 초점을 맞춘 영화다. 호기심이 많고 배움에 빨랐으며 새로운 가치관과 지식을 받아들이는 데 열려 있었던 청년 김대건의 얼굴을 150여분에 달하는 러닝타임 동안 거의 내내 만날 수 있다. 한국에서 천주교란 본래 학문으로 시작했다. 배움에 깨어 있던 양반들이 들여와 학문으로 공부했고, 이후 종교로 자리를 잡았다. 양반이 시작했지만 박해를 거치며 점차 평민과 여성들에게 퍼져나갔다. 누가 강제로 전파한 게 아닌, 기꺼이 배우고 받아들이고자 하는 사람들의 마음에서 시작된 것이다. 때문에 신문물의 개척자로까지 보이는 ‘탄생’ 속 청년 김대건은 그 시절 조선, 조선의 천주교와 무엇보다 잘 맞아떨어진다.
‘탄생’은 종교 영화지만 꼭 종교의 틀 안에 갇혀 볼 이유는 없다. 김대건 신부의 순교 장면을 비롯해 종교적인 색채가 느껴지는 지점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흔들리는 정세 속 진심으로 사람들을 사랑하고 그들을 위한 도움이 되고자 했던 비범했던 한 청년의 발걸음이 영화의 주요 포인트다. 청이 영국과 전쟁에서 패하고 서구 열강들의 동아시아 침략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던 조선 말의 상황까지 비교적 자세하게 알 수 있다. 호기심 많고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청년 김대건이 조선 최초의 신부가 되라는 운명을 기꺼이 받아들인 뒤 성장해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탄생’은 오는 30일 개봉한다. 12세 관람가. 151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