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태(38)가 결국 우리 히어로즈 유니폼을 거부했다. 구단 측은 본인의 의지를 최대한 존중한 결과라고 설명했지만 최근 불거진 고액연봉자들에 대한 연봉 대폭 삭감 논란과 무관치 않다는 게 주변의 시각이다.
우리 히어로즈는 4일 보도자료를 통해 정민태를 자유계약선수로 공시했다고 발표했다. 박노준 히어로즈 단장은 “정민태 선수의 잔류를 위해 몇 차례 협상을 가졌으나 자유계약으로 풀어 줄 것을 요구하는 본인의 의지가 강해 선수의 의견을 존중해 주는 의미에서 자유계약 선수로 공시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정민태는 표면적으로 나머지 7개 구단과 협상을 벌여 이적을 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2005년 어깨 수술 후 기량이 급격히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어 다른 구단으로 ‘러브 콜’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히어로즈가 제시한 금액에 도장을 찍고 야구를 하기에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연봉으로 3억 1080만원을 받은 정민태는 ‘새 주인’ 히어로즈로부터 올 시즌 연봉으로 8000만원을 제시받았다. 정민태는 지난달 말 박 단장과 첫 연봉 협상 테이블에서 마주하면서 “차라리 자유계약선수으로 풀어달라”고 요구를 했다.
통상 1월 31일(규약상 재계약 마감일) 이후 구단에서 선수를 내보낼 경우 ‘계약 후 웨이버 공시에 의한 방출’의 형태를 띄어야 한다. 그러나 정민태의 경우는 제8구단 창단과 맞물린 특수한 상황이기 때문에 조건 없는 자유계약선수로 공시가 됐다.
관건은 정민태가 야구를 계속할 수 있으냐다. 이와 관련 본인도 자신이 처한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다. 정민태는 지인을 통해 “다른 팀으로 이적을 해서 계속 공을 던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히어로즈에서는 야구를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정민태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정민태는 “만약 다른 팀과 계약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미련없이 야구를 그만두겠다. 지난해 현대가 시즌 마지막 경기를 끝내면서 내 야구 인생도 운이 다했다고 느꼈다”고 했다. 은퇴를 불사하고 퇴단을 요구한 셈이다.
한양대 시절 국가대표 에이스로 활약하며 1992년 태평양으로 입단한 정민태는 현대를 거치며 14시즌 동안 124승(91패)을 기록했다. 특히 1999년 올린 시즌 20승은 토종 투수가 기록한 마지막 20승으로 남아 있다.
정회훈 기자 [hoon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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