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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의 희생을 예우하지 않는 국가는 반드시 망한다 [노종언 컬처인컬처]

넷플릭스 시리즈 ‘D.P’는 군대 내 가혹행위를 고발한 작품으로 기억된다. 이 작품이 군필자뿐 아니라 수많은 국민의 공감을 얻은 이유는 단순히 군 내부의 부조리를 폭로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국가의 부름을 받고 가장 빛나는 청춘을 바친 평범한 청년들이 조직과 사회로부터 어떻게 소모되고 방치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작품이 던진 질문은 단순했다. 국가는 자신의 의무를 다한 청년들에게 무엇을 돌려주었는가였다.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는 군인을 존경의 대상이 아니라 희화화와 조롱의 대상으로 소비하는 문화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군 복무는 자랑이 아니라 손해가 됐고, 군인은 국가를 지키는 시민이라기보다 불편한 존재처럼 취급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군 내부의 잘못은 당연히 비판받아야 한다. 그러나 군 조직을 비판하는 것과 군인의 희생 자체를 가볍게 여기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사회학은 공동체가 유지되는 가장 중요한 조건 가운데 하나를 ‘희생에 대한 존중’이라고 설명한다. 공동체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사람이 존중받지 못하는 사회에서는 누구도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려 하지 않는다. 희생이 손해가 되고 헌신이 조롱받는 순간 사회는 신뢰를 잃고, 공동체는 조금씩 해체되기 시작한다.심리학도 같은 결론을 내린다. 사람은 자신의 희생이 인정받을 때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과 책임감을 느낀다. 반면 희생이 무시되면 냉소와 무관심이 자리 잡는다. 국방은 총과 전투기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국가를 위해 기꺼이 헌신하겠다는 사람들의 자긍심이 있어야 비로소 안보도 유지된다.역사는 이를 수없이 증명해 왔다.고대 로마는 시민의 군 복무를 최고의 명예로 여겼던 시절 세계 최강의 제국이었다. 그러다 군인이 존중받지 못하고 용병에 의존하기 시작하면서 국가에 대한 충성은 돈에 대한 충성으로 바뀌었고, 제국은 내부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다.오늘의 대한민국 역시 이 질문 앞에 서 있다.수많은 청년들이 학업과 직장, 가족을 잠시 뒤로한 채 국가를 위해 복무한다. 그렇다면 국가는 그 희생에 합당한 예우를 해야 하고, 사회는 감사와 존경으로 응답해야 한다. 군인의 처우를 개선하는 것은 특혜가 아니라 국가가 반드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약속이다.군인의 인권과 군인의 명예는 서로 대립하는 가치가 아니다. 오히려 군인의 존엄을 지켜주는 것이 진정한 인권이다. 그들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기 시작하는 순간, 평화 역시 더 이상 당연한 것이 아니게 된다.국가는 군인에게 총을 맡기기 전에 먼저 존엄을 보장해야 한다. 희생이 조롱받는 공동체에서 헌신은 사라진다. 국방은 무기만으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를 믿고 자신의 청춘을 기꺼이 맡길 수 있다는 신뢰 위에서 완성된다.군인의 희생을 예우하지 않는 국가는 언젠가 그 국기를 지켜줄 사람도 잃게 된다. 그런 국가는 역사 속에서 한 번도 살아남은 적이 없었다.노종언 변호사 (법무법인 존재)▶저자 소개=노종언 변호사는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사법시험 합격 후 현재 법무법인 존재의 대표변호사로 재직 중입니다. 구하라, 박수홍, 오메가엑스, 선우은숙 사건 등 굵직한 연예계 분쟁을 수행한 엔터테인먼트 분쟁 전문가입니다. 다수의 사건을 수행하며 얻은 현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엔터테인먼트 법률 이슈에 대한 심도 있는 통찰을 제공합니다. 2026.07.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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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욱 저작권썰.zip](51) 김부장은 민지를 찾았지만… AI로 구현된 3분, 저작권은 어디로?

SBS 금토드라마 ‘김부장’이 화제입니다. 지난주 방송에서 김부장(소지섭)은 그토록 찾아 헤매던 딸 민지(서수민)와 마침내 재회하며 깊은 감동을 자아냈습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딸을 무사히 집으로 돌려보낸 김부장은 다시 한번 기약 없는 이별을 고해야 했고, 마지막 미션과 위기가 숨 가쁘게 그려지며 결말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습니다.‘김부장’은 23%에 육박하는 국내 시청률은 물론, 넷플릭스 비영어 TV 부문에서 2주 연속 1위를 차지하며 인기와 화제성을 수치로 증명하고 있습니다.이 같은 폭발적인 화제성과 별개로, 이 작품은 업계 안팎에 또 다른 화두를 던졌습니다. 초반 1, 2회에 등장한 김부장의 북한 시절 과거 신(Scene) 중 약 3분 분량, 즉 눈 덮인 도로에서의 총격전과 차량 추격, 전복 및 강물 추락, 그리고 대규모 건물 폭발 액션이 생성형 AI(인공지능)로 제작됐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김부장’의 제작에 참여한 시각특수효과(VFX) 전문기업 모피어스 스튜디오에 따르면, 화제가 된 3분간의 시퀀스에는 소지섭 등 배우들의 실제 촬영분이나 실사 소스가 단 한 컷도 없었으며, 그 대신 프롬프트 입력부터 이미지·영상·음향 생성, 편집까지 여러 생성형 AI 모델을 하나의 작업 흐름(Workflow) 으로 구동하는 AI 콘텐츠 제작 플랫폼 ‘에이크론(AICRON)’이 활용됐습니다. 그러면서 단순히 몇 초 분량의 VFX 컷을 AI로 대체한 것이 아니라 기획 단계부터 목적을 명확히 해 하나의 완전한 시퀀스를 전 과정 에이크론 안에서 구축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문제는 AI가 이야기 전개에 필요한 3분의 분량을 완벽히 완성해 냈음에도, 현행 저작권법은 정작 그 ‘창작자’를 정의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배우도, 실제 카메라도 존재하지 않는 이 장면의 저작권은 과연 어디에 있을까요? ◇ AI가 만든 장면, 인간의 창작물이 될 수 있을까?“북한의 밤거리에서 안경 쓴 소지섭이 북한군과 총격전을 벌이고, 건물이 폭발하는 장면을 영화 같은 분위기로 연출해 줘.”AI에게 3분 분량의 시퀀스를 구현해달라고 요청할 때, 프롬프트 창에 입력하는 명령어는 사람마다 천차만별일 것입니다. 대개는 위와 같은 기본 명령어로 시작한 뒤, 생성되는 데이터를 확인해 가며 수십, 수백 차례에 걸쳐 프롬프트를 수정·보완하고 마음에 드는 결과물을 골라내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전문적인 영상 제작 경험을 가진 창작자라면 접근 방식부터 다를 것입니다. 장면별로 콘티를 짜고 인물의 위치와 동선, 표정, 카메라 앵글, 화면 톤, 건물의 폭발 시점 등 세부적인 연출 요소를 구체적으로 지정해 입력하고, 이렇게 생성된 수많은 컷을 영상 편집 프로그램으로 옮겨 편집과 보정 등을 거침으로써 전체 영상의 일관성을 완성해 나갑니다. 원론적으로 AI는 인간이 아니므로 저작자가 될 수 없으며, 인간의 창작적 기여 없이 AI가 독자적으로 산출한 영상 자체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기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생성형 AI를 활용했다는 이유만으로 ‘김부장’의 저작물성 전체를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결국 문제는 ‘인간의 창작적 기여를 어디서부터 인정할 것인가’입니다. AI를 사용했더라도, 활용 방식에 따라 창작적 기여가 같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프롬프트를 수백 차례 입력해 결과물을 얻었다는 사실은 투입된 ‘노동의 양’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작권의 판단 기준은 ‘몇 시간을 일했는지’ 혹은 ‘AI를 몇 퍼센트 사용했는지’가 아닙니다. 최종 결과물에 창작자만의 ‘독자적인 표현’이 담겼는지, 그리고 그 구체적인 표현을 인간이 얼마나 ‘예측’하고 ‘통제’했는지가 핵심입니다.결국 ‘김부장’의 3분 또한 AI를 사용했다고 해서 저작권이 있다, 없다의 이분법적 잣대로 가를 수는 없습니다. 인간이 주도한 각본과 콘티, 화면 구도, 컷의 선택과 배열 그리고 편집 등은 보호받을 수 있지만, 인간의 통제와 구체적인 결정이 아닌, AI의 예측 불가능한 생성 메커니즘을 통해 우연히 얻어진 프레임과 움직임까지 저작권으로 인정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에이크론’에 연결된 AI가 학습한 것은 무엇일까인간의 창작성이 인정된다고 해서 모든 저작권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해당 장면의 ‘저작권자가 누구인가(권리의 주체)’와, 제작에 쓰인 AI가 기존 저작물을 ‘적법하게 학습했는가(권리의 침해)’는 또 다른 차원에서 검토돼야 할 문제입니다. ‘김부장’의 3분 시퀀스 제작에 연동된 AI 모델들이 과거의 영화나 드라마를 학습했다면 이용허락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학습 과정에 법적 문제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그 모델이 산출한 모든 결과물이 자동으로 저작권 침해물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특히 ‘에이크론’이 여러 상용 생성형 AI 모델을 통합 구동하는 플랫폼이라면, 운영 체제나 제작 도구 격인 플랫폼 자체의 법적 책임과, 그 안에서 작동한 개별 기반 모델(Foundation Model)의 학습 데이터 책임은 엄격히 구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해당 장면을 만들 때 어떤 모델과 버전이 사용됐는지, 그 모델은 어떤 이미지와 영상 데이터를 학습했는지, 그리고 데이터 수집과정에 적법한 라이선스를 확보했는지까지 촘촘히 살펴야 합니다.총을 든 인물이나 차량 추락 같은 액션 장르의 흔한 아이디어를 독점할 수는 없지만 카메라 각도, 액션의 순서, 슬로모션의 타이밍까지 겹친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과거 논란이 됐던 만화의 ‘트레이싱(베껴 그리기)’에서는 원작을 따라 그린 주체를 찾을 수 있었지만, ‘AI판 트레이싱’은 다릅니다. 특정 원작을 직접 참고한 사람은 없는데, AI가 학습한 원작의 표현과 유사한 구도가 튀어나옵니다. 상업 작품에 이 결과물을 선택해 사용하는 ‘사람’은 존재하지만, 이 독특한 표현이 정확히 어느 작품에서 유래했는지는 정작 AI 툴 사용자조차 알 길이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김부장’의 3분 시퀀스는 향후 AI가 상업 영상의 독자적인 서사를 구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하는 중요한 변곡점입니다. 지금까지의 저작권법은 인간의 창작을 전제로 권리를 보호하도록 설계됐으나, 이제는 인간이 결정한 표현과 AI가 생성한 표현의 경계를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라는 새로운 숙제를 안게 됐습니다. 극중 김부장은 그토록 찾아 헤매던 민지를 만났지만, AI로 제작한 3분의 분량에서는 누가 무엇을 창작했고 누구에게 저작권 주어져야 하는지 찾지 못한 안타까운 모순이야말로 지금의 저작권법과 콘텐츠 산업이 마주한 서글픈 현실입니다.김지욱 ㈜메이저세븐이엔엠 대표 ▶ 저자소개=서강대학교 언론대학원 석사. 현재 (주)메이저세븐이엔엠의 대표로 음악 저작권과 콘텐츠 현장에서의 음악 저작권 관련 업무 및 자문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JTBC ‘싱어게인’, 넷플릭스 ‘은중과 상연’, tvN ‘태풍상사’, ‘폭군의 셰프’, SBS ‘우리들의 발라드’, Mnet ‘보이즈플래닛’ 등 다수 프로그램 및 콘텐츠의 음악 저작권 관리 업무를 맡아오고 있다. 2026.07.20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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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은 넘치는데 인간은 왜 사라지는가…우리가 되찾아야 할 ‘관계의 인권’ [노종언의 컬처인컬처]

스마트폰 화면을 켜면 온통 ‘인권’의 언어들이 쏟아진다. 부당함을 고발하는 해시태그, 억울함을 호소하는 폭로 영상, 그리고 실시간으로 타인의 도덕성을 심판하는 수많은 방구석 배심원들. 바야흐로 인권의 대중화 시대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인권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한 인간의 파멸은 더 쉬워졌고, 명예는 단 몇 초 만에 종이조각처럼 구겨진다. 정의를 외치는 군중이 가장 잔인한 가해자가 되는 풍경. 지금 우리는 인권이 도리어 타인을 죽이는 살인무기가 된 기묘한 모순을 목격하고 있다.이 모순의 중심에는 인권의 권력화가 자리 잡고 있다. 인권의 본래 출발점은 국가라는 거대한 권력으로부터 무력한 개인을 지키기 위한 방패였다. 하지만 오늘날 인권은 극도로 사유화되고 권력화됐다. 내 아픔과 피해를 증명하기 위해서라면 타인의 존재 자체를 부정해도 좋다는 ‘도덕적 면죄부’이자, 나만의 정의를 관철하기 위해 상대를 단죄하는 ‘사적 권력’이 된 것이다. 내 권리만 절대화될 때, 인권은 더 이상 약자의 보호막이 아니라 상대를 사회적으로 매장하는 가장 합법적인 흉기로 변질된다. 이 과정에서 타인의 사생활이나 방어권, 적법절차 같은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가해자 옹호’라는 낙인 아래 손쉽게 무력화되고 만다.감춰졌던 고통에 이름을 붙이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은 분명한 인류의 진전이다. 진짜 문제는 ‘인권’이라는 화려한 구호가 넘쳐나는 것에 비해, 이를 공정하게 조율할 사법적·제도적 구제책은 여전히 구시대적이라는 점이다. 법과 조약은 화려하지만 정작 피해가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가해를 멈추고 회복을 도울 구체적 절차는 오히려 퇴행해 버렸다. 이 빈틈을 타고 들어온 것이 바로 사이버렉카들의 사적 제재와 온라인 여론 재판이며, 디지털 플랫폼은 이 분노를 먹고 자라는 거대한 산업이 되었다. 알고리즘은 인류애나 유대의 가치 대신 혐오를 배양하고, 타인의 고통은 조회수를 올리기 위한 트래픽의 재료로 전락했다.해법은 인권을 줄이는 데 있지 않다. 인권을 더 깊게 만드는 데 있다. 이 왜곡을 바로잡으려면 ‘선언하는 인권’에서 ‘작동하는 인권’으로 발전해 나아가야 한다. 국가든 플랫폼이든 신속한 긴급 보호와 더불어 피신고인의 방어권, 충분한 반론 기회를 균형 있게 보장해야 한다. 무죄추정과 적법절차는 가해자를 비호하기 위함이 아니라, 국가나 여론의 폭력으로부터 한 인간의 존엄을 지킬 마지막 방어선이기 때문이다.무엇보다도 이제 우리는 ‘나만의 인권’에서 ‘관계의 인권’으로 시선을 돌려야 한다. 세계인권선언과 우리 헌법이 가리키는 궁극적인 방향 역시 개인의 고립된 힘이 아닌, 서로의 존엄을 인정하는 공동체적 관계다. 내 목소리를 가장 크게 내는 것이 인권의 완성이 아니다. 미워하는 사람에게조차 반론할 기회와 돌아올 길을 열어두는 태도, 즉 상대의 인간다운 최소한의 자리를 남겨두는 품격이 진짜 인권의 존재가치이다. 인권은 나를 지키는 방패로 시작하지만, 타인을 향한 칼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노종언 변호사 (법무법인 존재)▶저자 소개=노종언 변호사는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사법시험 합격 후 현재 법무법인 존재의 대표변호사로 재직 중입니다. 구하라, 박수홍, 오메가엑스, 선우은숙 사건 등 굵직한 연예계 분쟁을 수행한 엔터테인먼트 분쟁 전문가입니다. 다수의 사건을 수행하며 얻은 현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엔터테인먼트 법률 이슈에 대한 심도 있는 통찰을 제공합니다. 2026.07.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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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욱 저작권썰.zip]㊿ 연애 프로그램 속 음악, 저작권으로 시작하는 새로운 관계

사람에게 만남과 이별, 재회와 환승이 있듯, 노래 또한 새로운 사람과 콘텐츠를 만나 또 다른 생명력을 얻기도 합니다. 어제 공개된 JTBC ‘연애전쟁’의 두번째 OST ‘연애’는 1999년 5월 세상에 나온 가수 김현철의 명곡을 폴 블랑코의 목소리로 재해석한 곡으로, 세기말의 노래가 무려 27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1997년생 가수 폴 블랑코의 깊은 음색을 통해 2026년의 리얼리티 연애 프로그램 OST로 재탄생한 것입니다. 시간이 흐르고 많은 것이 변해도, 사랑의 정서만큼은 시대를 초월해 맞닿아 있습니다. 올해 초 공개된 티빙 ‘환승연애4’ 역시 이와 닮은 꼴입니다. 가수 그리즐리가 2022년 발표한 긴 제목의 곡 ‘우리 다투게 돼도 이것만 기억해 줄래 눈을 맞추고 서로가 서로의 손 잡아주며 낮은 목소리와 예쁜 말투로 상처 주지 않게 노력을 하고 ●’가 가수 민수의 음색으로 리메이크되어 OST로 발매되었습니다. ‘나만 알고 싶은 숨은 명곡’으로 통하던 남성 가수의 원곡이, 여성 아티스트의 목소리와 프로그램 특유의 애틋한 감성을 새롭게 선보였습니다.이렇듯 리메이크는 원곡과 완전히 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원곡의 기억과 감성을 품은 채 새로운 가창자와 편곡을 거치고, 또 다른 프로그램에서 다른 세대의 리스너를 만납니다. 그런 점에서 리메이크는 음악이 보여주는 또 하나의 ‘환승연애’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의 환승연애와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면, 새로운 만남이 시작되었다고 해서 과거의 관계가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리메이크는 원작자의 권리를 온전히 인정하고 허락을 구하는 것에서부터 새로운 관계가 출발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작사·작곡가와 원곡의 정체성부터 편곡과 개작의 범위, 음원 제작과 유통, 그리고 프로그램 본편과 홍보 콘텐츠에서의 이용 범위에 이르기까지 복잡하게 얽힌 저작권의 영역을 모두 존중해야만 비로소 온전한 ‘환승’이 성립됩니다. ◇ 말하지 못한 감정을 대신하는 음악앞서 언급한 작품들을 비롯해, 최근 방영되는 여러 리얼리티 연애 프로그램 (이하 연프)의 음악 저작권 승인 및 리메이크 OST 실무 뒤편에는 필자가 운영하는 (주)메이저세븐이엔엠의 업무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처럼 현업에서 음악이 실제 장면에서 어떤 방식으로 사용되는지를 확인하고 모니터링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연애 프로그램을 자주 들여다보게 됩니다. 리얼리티 연프를 보면 자신의 감정을 정확히 설명하지 못하고 어쩔 줄 몰라 하며 힘들어하는 출연자들이 종종 등장합니다. 표정과 행동, 그리고 침묵과 망설임으로 감정을 드러내다가, 급기야 ‘나는 SOLO’의 레전드 ‘벙벙좌’로 불리는 24기 영식처럼 눈물로 마음을 표현하는 경우도 발생합니다.이 순간, 음악은 출연자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감정을 대신 전달하는 가장 좋은 대안이 됩니다. 리얼리티 연프에서 음악 선택은 단순한 선곡이 아니라 일종의 ‘감정 편집’입니다. 한 곡의 음악이 평범한 눈맞춤을 설레는 고백으로 만들기도 하고, 짧은 침묵을 깊은 이별의 전조로 바꾸어 놓기도 하기 때문입니다.출연자의 세대와 노래가 발표된 시대가 다르더라도, 사랑과 이별의 감정은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지난해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리얼리티 연프 ‘환승연애, 또 다른 시작’에서는 1999년생 남자 출연자가 자신은 표현을 잘 못한다며 1998년생 여자 출연자에게 가수 변진섭이 1989년에 발표한 명곡 ‘숙녀에게’를 들려주었습니다. 직접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마음을 자신들이 태어나기도 전에 나온 노래에 기대어 표현한 이 장면은 시청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었습니다.이와 유사하게 넷플릭스 리얼리티 연프 ‘모태솔로지만 연애는 하고 싶어’에서는 1998년생 출연자가 2006년에 발매된 가수 이루의 ‘흰눈’을 부르는 장면이 출연자의 매력적인 음색과 잘 어우러지며 호평을 받았고, 처음 사랑을 경험하는 소년·소녀들의 감정을 다룬 첫사랑 리얼리티 연프 ‘소년 소녀 연애하다’(2023)에서도 영화 ‘클래식’ OST로 잘 알려진 ‘너에게 난 나에게 넌’, ‘사랑하면 할수록’을 비롯해, 델리스파이스의 ‘고백’, 황치열의 ‘매일 듣는 노래’, 데이식스의 ‘예뻤어’ 등 세대를 아우르는 익숙한 곡들이 연이어 등장함으로써, 시청자 각자가 간직한 첫사랑의 향수를 극대화했습니다. ◇ 같은 노래와 다른 관계의 깊이: 음악이라는 또 하나의 출연자제작 현장에서는 이 모든 복잡한 과정이 흔히 “이 노래 쓰고 싶다”라는 단순한 한 문장으로 시작됩니다. 하지만 연애에 비유하자면 한 번의 가벼운 만남과 오랜 장기 연애가 다른 것처럼, 같은 곡을 쓰더라도 한 장면에 배경음으로 삽입하는 것과 프로그램의 타이틀로 사용하는 것은 전혀 다릅니다.특유의 섬세한 연출로 여러 차례 히트작을 내놓으며 ‘연프 장인’으로 불리는 이진주 PD의 넷플릭스 진출작 ‘연애실험실’이 대표적인 예입니다.이 프로그램의 오프닝 음악으로는 2022년 그룹 빅톤(VICTON)이 발표한 ‘스투피드 어클락’이 사용되었습니다. 프로그램의 오프닝이나 타이틀 음악은 예고편과 본편, 클립, 숏폼, 홍보 영상 등에 반복해서 노출됩니다. 시청자가 단 몇 초만 들어도 해당 콘텐츠를 떠올리게 만드는 특성 상, 타이틀 음악은 단순한 배경음을 넘어 프로그램의 얼굴이자 정체성이 되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리얼리티 연프에서 음악은 단순한 배경음악이 아닙니다. 출연자가 미처 전하지 못한 고백을 대신하고, 감정을 해석하며, 시청자의 지난 기억까지 소환하는 또 하나의 ‘출연자’입니다.따라서 음악의 사용 승인은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콘텐츠가 음악과 올바른 관계를 맺도록 주선하는 과정인 것입니다. 배우를 캐스팅할 때 역할과 작품의 맥락을 설명하듯, 음악 저작권 승인 역시 이미 정해진 곡에 도장을 받는 기계적인 업무가 아닌, 한 곡의 음악을 작품에 ‘캐스팅’하는 과정에 가깝습니다.저작권은 창작자가 자신의 음악을 함부로 사용하지 못하게 지킬 수 있는 권리이기도 하지만 노래의 사용을 막고 금지시키거나 단속하는 일로만 설명될 수 없습니다. 이는 음악의 새로운 만남을 가로막는 벽이 아니라, 콘텐츠와 음악이 서로의 진심을 확인한 뒤 건강한 동행을 시작하게 돕는 신뢰의 약속입니다.김지욱 ㈜메이저세븐이엔엠 대표 ▶ 저자소개=서강대학교 언론대학원 석사. 현재 (주)메이저세븐이엔엠의 대표로 음악 저작권과 콘텐츠 현장에서의 음악 저작권 관련 업무 및 자문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JTBC ‘싱어게인’, 넷플릭스 ‘은중과 상연’, tvN ‘태풍상사’, ‘폭군의 셰프’, SBS ‘우리들의 발라드’, Mnet ‘보이즈플래닛’ 등 다수 프로그램 및 콘텐츠의 음악 저작권 관리 업무를 맡아오고 있다. 2026.07.13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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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라는 가면을 쓴 신종 권력, 무너지는 일터와 교실 [노종언의 컬처인컬처]

스마트폰 터치 몇 번으로 작성된 배달 앱의 악의적인 별점 테러에 동네 음식점이 문을 닫고, 일부 학부모의 무분별한 과잉 민원에 교사의 삶이 송두리째 무너진다.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누군가 ‘피해를 보았다’며 던진 글 한 줄, 악의적인 민원 하나에 평생을 바쳐온 일터와 교실이 단 며칠 만에 폐허로 변하는 잔인한 현실이다.오늘날 대한민국의 가해와 피해 구도는 완전히 뒤틀렸다. 과거의 갑질이 유전무죄로 대표되는 ‘권력과 재력’의 횡포였다면, 지금의 새로운 갑질은 역설적이게도 ‘내가 약자이자 피해자’라는 외침에서 출발한다.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성역화된 ‘피해자 중심주의’가 도리어 무고한 이들의 목숨줄을 흔드는 무소불위의 칼날로 변질된 것이다.배민 별점 테러로 자영업자를 협박하는 악성 블랙컨슈머와 악의적인 허위 신고로 교권을 유린하는 과잉 민원인들은 철저하게 계산된 ‘피해 서사’를 무기로 삼는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는 이들의 일방적 주장을 이성적 검증 없이 퍼 나르며 마녀사냥을 대행한다. 진실이 밝혀졌을 때는 이미 가게는 파산하고 교사는 정신적으로 피폐해진 후다. 정작 하루하루 피땀 흘려 일하는 진짜 서민과 교육자들이 ‘가짜 피해자’들에게 사냥당하고 있다.더욱 절망적인 것은 이들을 지켜줄 국가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허위 폭로와 악성 민원인을 고소해도, 상대가 "소비자 혹은 학부모로서 정당한 권리를 행사했을 뿐"이라고 주장하면 수사기관과 관계 당국은 몸을 사린다. 행여나 ‘피해자 2차 가해’ 프레임에 걸려들까 봐 눈치를 보며 수사를 질질 끄는 사이 가해자에게 면죄부가 주어지고, 정치권 역시 표를 쥔 거대 대중의 눈치를 보느라 징벌적 손해배상 등 법적 보완책 마련에 침묵한다.최근 문화계에서 웹툰과 영상 콘텐츠를 막론하고 악인들을 무자비하게 단죄하는 ‘참교육’ 신드롬이 엄청난 흥행을 이어가는 배경도 이와 깊은 연관이 있다. 공적 시스템과 법 제도가 ‘피해자의 가면’을 쓴 신종 갑질을 막아내지 못하고 도리어 진짜 약자들을 방치하자, 대중이 콘텐츠 속 사적 제재와 대리 만족을 통해 억눌린 분노를 배출하며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이다. ‘참교육’의 흥행은 결국 무능한 현실 사법 체계와 뒤틀린 사회 구조에 대한 대중의 뼈아픈 반증인 셈이다.자영업자와 교사는 대한민국 사회를 떠받치는 든든한 모퉁잇돌이다 이들이 허위 ‘피해 서사’와 여론재판에 무력하게 쓰러지는 사회는 결코 건강할 수 없다. 이제는 국가가 답해야 한다. 일방적인 주장에 휘둘리지 않는 증거주의의 회복, 허위 폭로와 역갑질에 대해 일벌백계하는 사법부의 결단, 그리고 표심 대신 정의를 택하는 정치권의 책임 있는 입법이 시급하다.약자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회여야 마땅하지만, 약자의 가면을 쓴 가해자의 칼춤까지 묵인해서는 안 된다. 그것이 오늘날 ‘피해호소인의 갑질’로부터 대한민국 사회의 실핏줄을 지키는 유일한 길이다. ▶저자 소개=노종언 변호사는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사법시험 합격 후 현재 법무법인 존재의 대표변호사로 재직 중입니다. 구하라,박수홍, 오메가엑스, 선우은숙 사건 등 굵직한 연예계 분쟁을 수행한 엔터테인먼트 분쟁 전문가입니다. 다수의 사건을 수행하며 얻은 현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엔터테인먼트 법률 이슈에 대한 심도 있는 통찰을 제공합니다. 2026.07.1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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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욱 저작권썰.zip]㊾ ‘우리 남편이 화가 많이 났어요’ 홍명보 밈에 숨은 저작권 이야기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우리 대표팀이 거둔 성적표에 많은 국민이 크게 실망했습니다. 손흥민, 김민재, 이강인 등 해외파 주축 선수들이 대거 포진해 역대 최고 수준의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았기에, ‘도대체 왜 패했는가’에 대한 의구심과 불만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특히 홍명보 감독의 무책임한 태도는 여론을 더욱 악화시켰습니다. 탈락 직후 자진 사퇴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질문조차 받지 않은 채 주머니에 손을 넣고 퇴장하는 모습, 그리고 자택 앞 기자에게 “국민들이 저에게 궁금한 게 뭐가 있겠어요”라고 되묻는 적반하장식 태도는 국민의 분노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되었습니다. 이 분노는 AI 기술의 발전으로 누구나 손쉽게 영상 합성이나 패러디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환경과 맞물리면서, 홍 전 감독을 조롱하는 밈(Meme)과 쇼츠 영상이 인터넷 곳곳에 들불처럼 번지며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의 이면에는 ‘저작권 침해’를 우려하는 시선도 존재합니다. 아무리 풍자와 해학을 담은 패러디라 할지라도 언제나 저작권 책임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특히 원작 자체를 비평하는 ‘직접 패러디’와 달리, 원작을 빌려 다른 사회 현실을 비평하는 ‘매개 패러디’는 법적 공정이용이나 패러디 항변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하게 평가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번 ‘저작권썰’에서는 홍 전 감독을 둘러싼 밈과 쇼츠 중 대표적인 세 가지 콘텐츠를 저작권의 시각에서 살펴보고자 합니다.◇ 대치동서 입시 준비하는 메시·호날두 그리고 ‘라디오스타’의 만남메시와 호날두가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고려대 라인이 아니면 경기를 못 뛴다”, “대치동 학원에서 수능을 준비한다”고 말하는 AI 합성 쇼츠 영상, ‘메시, 호날두가 한국에 와도 경기 못 뛰는 이유’는 무려 37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화제가 됐습니다. 이 콘텐츠의 핵심 저작권 쟁점은 바로 ‘라디오스타’라는 프로그램의 식별 가능성입니다. 실제 방송 장면을 100% 그대로 사용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프로그램 로고와 특유의 세트 구성이 명확히 드러난다면, 이는 단순한 아이디어 차용을 넘어 특정 방송 프로그램 고유의 ‘구체적 표현’을 무단으로 이용한 것으로 평가될 여지가 있습니다.만약 원본 방송 캡처에 얼굴과 의상만 바꾼 것이라면 영상저작물의 ‘복제·변형’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AI로 유사한 세트를 새로 구현한 경우라면 단순한 콘셉트 차용인지, 프로그램의 구체적 표현을 이용한 것인지에 따라 침해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단순한 토크 예능 콘셉트 자체는 저작권 보호 범위로 포섭하기 어렵지만, 구체적인 세트 구성과 특유의 카메라 구도가 결합했다면 ‘구체적 표현을 차용했다’는 주장 또한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프로그램 로고와 타이틀을 사용했다면 저작권과 별개로 상표권 또는 부정경쟁방지법상 쟁점도 남습니다.결론적으로 이 영상은 ‘라디오스타’ 프로그램 자체를 비평하는 ‘직접 패러디’가 아닌, 그 포맷만을 빌려와 축구 대표팀 선발 논란을 풍자하는 ‘매개 패러디’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저작권적으로는 다소 불리한 위치에 놓여있습니다. ◇ “FIGHT, 싸워” 밈, 그리고 산림청의 패러디또 다른 사례로, 쿠팡플레이 다큐멘터리 ‘국대 : 로드 투 노스 아메리카’를 통해 공개된 홍 전 감독이 선수단 미팅 중 화면에 ‘FIGHT’를 띄우고 “단어 알지? 싸워”라고 말하는 장면은 선수들의 무표정과 오버랩되며 수많은 패러디를 양산했습니다.그중에서도 산림청 홍천국유림관리소 산림재난대응팀이 선보인 패러디 쇼츠 영상이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홍 전 감독의 말을 “싸워, 산불 현장 나가서 불이랑 싸워”, “다치거나 하면 절대 안 돼”로 재치 있게 재구성하면서, ‘국민의 안전을 위해, 대한민국의 푸른 산림을 위해 우리는 오늘도 내일도 끝까지 불과 맞서 싸우겠다’는 마무리로 누리꾼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했습니다.이 사례는 원본 영상을 그대로 가져다 편집한 것이 아니라, 상황과 구도, 밈의 핵심 포인트를 새롭게 연기하고 촬영한 독립적 콘텐츠라는 점에서 앞선 경우와 결이 다릅니다. ‘FIGHT’라는 단어나 “싸워”라는 짧은 표현, 교육장 화면을 활용하는 상황 설정 자체는 저작권 보호 대상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물론 홍 전 감독의 실제 미팅 장면을 희화화했다는 점에서 ‘직접 패러디’의 성격을 지닙니다. 하지만 산림청의 재난대응 홍보를 위해 해당 장면의 유명세를 빌려 썼다는 점에서는 ‘매개 패러디’의 속성도 혼재해 있어 다소 애매한 지점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원본 영상을 무단 복제하지 않았고, 쿠팡플레이 다큐멘터리의 시장 가치를 대체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공정이용 판단 시 상대적으로 유리한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 홍명보씨, 우리 남편이 아주 화가 많이 났어요마지막으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참교육’ 속 우진 엄마, 박지연 배우의 명대사 ‘우리 애 아빠가 화가 많이 났어요’는 홍 전 감독을 향한 대다수 국민의 마음을 대변한 듯 수많은 쇼츠와 패러디 영상의 모티브가 되었습니다.앞선 산림청 사례와 달리, 만약 해당 쇼츠가 원본 영상의 프레임이나 스틸컷을 그대로 캡처해 가져온 뒤 의상만 국가대표 유니폼으로 합성하거나 자막을 입힌 형태라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이는 배우의 독창적인 연기를 비롯해 구도, 조명, 미술 등 원본 장면이 가진 고유의 창작적 표현 형식을 직접적으로 이용한 행위로 해석될 가능성이 높습니다.단순한 대사 차용을 넘어 원본 장면을 변형해 새로운 밈을 만든 것이라면 복제권뿐만 아니라 2차적저작물작성권 문제도 제기될 수 있습니다. 특히 이 밈은 드라마 ‘참교육’ 자체를 비판하거나 풍자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장면을 빌려와 홍 전 감독을 비판하는 구조입니다. 따라서 이는 전형적인 ‘매개 패러디’로 분류되며, 법적 항변을 하더라도 앞선 산림청 사례보다 저작권자에게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됩니다.결국 공정이용 여부를 가릴 핵심 기준은 원본의 창작적 표현을 얼마나 가져왔는가, 원작 자체를 비판하는 ‘직접 패러디’인가, 아니면 원작을 빌려 다른 대상을 조롱하는 ‘매개 패러디’인가, 그리고 그 이용이 원저작물의 시장을 대체하거나 권리자의 이익을 침해하는가에 달려 있습니다.물론 현실적으로 모든 밈과 쇼츠가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저작권자가 문제 삼지 않거나, 콘텐츠의 규모가 작고 비상업적이며, 원작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면 실제 분쟁으로 비화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침해 사실이 묵인되고 있을 뿐, 그것이 곧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는 의미는 아닙니다.홍 전 감독을 향한 대중의 분노가 정당한지, 이번 월드컵 탈락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는 우리 사회가 앞으로도 계속 따져보아야 할 문제입니다. 다만 그 분노를 표현하는 과정에서 타인의 저작물을 도구로 삼는 순간, 또 다른 질문이 남게 됩니다. 유행하는 밈은 순식간에 지나가지만, 그 안에 녹아든 장면과 대사, 로고와 얼굴, 그리고 원작자의 권리는 지워지지 않고 고스란히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김지욱 ㈜메이저세븐이엔엠 대표 ▶ 저자소개=서강대학교 언론대학원 석사. 현재 (주)메이저세븐이엔엠의 대표로 음악 저작권과 콘텐츠 현장에서의 음악 저작권 관련 업무 및 자문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JTBC ‘싱어게인’, 넷플릭스 ‘은중과 상연’, tvN ‘태풍상사’, ‘폭군의 셰프’, SBS ‘우리들의 발라드’, Mnet ‘보이즈플래닛’ 등 다수 프로그램 및 콘텐츠의 음악 저작권 관리 업무를 맡아오고 있다. 2026.07.06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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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중 가석방 그리고 법치주의의 품격 [노종언 엔터법정]

가수 김호중이 가석방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대중의 반응은 다시 한번 뜨겁게 달아올랐다. 김호중이 법을 위반했고 대중에게 실망을 안긴 건 사실이다. 그가 지은 죄의 무게를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되며, 대중의 준엄한 지탄 역시 그가 감내해야 할 몫이다. 하지만 우리는 한 가지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김호중은 자신의 잘못에 대해 수없이 고개를 숙여 사과했고, 그가 처한 죄질과 법조계의 통상적인 판례에 비추어 볼 때 실형이라는 결코 가볍지 않은, 오히려 이례적일 만큼 중한 형기를 살았다는 점이다.유사한 사안에서 초범인 피고인이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를 이루어낸 경우, 실형이 선고되는 사례는 대한민국 사법 역사상 극히 드물다. 집행유예나 벌금형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대다수임에도 불구하고, 김호중에게는 가혹할 만큼 엄격한 법의 잣대가 적용됐다. 이는 대중적 인지도를 가진 공인이라는 무게와 사회적 파장을 고려한 사법부의 고뇌 어린 결단이었을 것이다. 김호중은 그 엄중한 사법부의 처분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석방이라는 합법적인 절차를 통해 사회로 복귀하는 그를 향해, 여전히 끊이지 않는 마녀사냥식 낙인찍기가 횡행하는 현 상황은 과연 정당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우리는 왜 형무소라는 옛 명칭을 버리고 교도소라는 새 이름을 사용하는지 그 근본적인 이유를 되짚어봐야 한다. 형무소가 단순히 형벌을 집행하는 공간이라는 응징적 의미에 머물러 있었다면, 교도소는 바르게 인도하고 교정하는 공간이라는 목적론적 의미를 담고 있다. 근대 법치주의가 발전하면서 인류가 깨달은 가장 위대한 지혜 중 하나는, 형벌의 목적이 단순한 복수나 영원한 사회적 격리에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진정으로 반성하고 죄의 대가를 치른 이에게 다시 한번 사회에서 살아갈 기회를 주는 것, 그것이 바로 교도소가 존재하는 이유이자 법치주의의 본질적 가치다.만약 죄를 지은 자가 처벌을 받고 나온 후에도 평생을 사회적 타살에 준하는 조롱과 낙인 속에서 살아야 한다면, 우리 사회의 사법 시스템과 교정 제도는 존재할 이유가 사라진다. 그것은 법치주의가 아니라, 감정이 지배하는 야만의 시대로 회귀하는 것과 다름없다.인류의 역사는 광기와 군중심리가 빚어낸 마녀사냥의 끔찍한 폐해를 목격해 왔다. 이성적인 증거와 법적 절차 대신 대중의 분노와 감정이 재판관이 되던 시절, 수많은 이들이 억울하게 목숨을 잃거나 영혼이 파괴됐다. 현대의 법치주의는 바로 그 야만적인 역사에 대한 처절한 반성과 성찰 위에서 탄생한 인류의 지혜다. 누군가 잘못을 저질렀을 때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공정하게 처벌하고, 그 처벌이 끝난 후에는 다시 사회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 일련의 약속, 이것이 바로 우리 인류 스스로를 마녀사냥의 광기로부터 지키기 위해 만들어낸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그가 앞으로 대중 앞에 다시 설 수 있을지, 혹은 어떤 방식으로 살아갈지는 온전히 그의 진정성 있는 행보와 대중의 선택에 달려 있다. 그렇기에 적어도 그가 사회적 숨을 쉴 수 있는 기회 자체가 박탈되어서는 안된다. 죄의 대가를 치르고 진정으로 반성한 자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는 사회가 바로 품격 있는 법치국가다.노종언 변호사 (법무법인 존재) ▶저자 소개=노종언 변호사는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사법시험 합격 후 현재 법무법인 존재의 대표변호사로 재직 중입니다. 구하라,박수홍, 오메가엑스, 선우은숙 사건 등 굵직한 연예계 분쟁을 수행한 엔터테인먼트 분쟁 전문가입니다. 다수의 사건을 수행하며 얻은 현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엔터테인먼트 법률 이슈에 대한 심도 있는 통찰을 제공합니다. 2026.07.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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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욱 저작권썰.zip]㊽ 오승환과 ‘라젠카 세이브 어스’, 그리고 창작자를 존중하는 방법

야구에서 마무리 투수의 ‘등장’은 단순한 선수 교체를 넘어, 그 자체로 경기의 흐름을 바꾸는 승부수입니다.프로야구 초창기에는 선동열 선수가 불펜에서 몸을 풀기만 해도 경기장의 공기가 바뀌었다는 이야기가 지금까지 회자됩니다. 이후 ‘대성불패’ 구대성, ‘야생마’ 이상훈, ‘뱀직구’ 임창용, 그리고 ‘법규형’ 김병현으로 이어지는 마무리 투수의 계보는 여전히 야구팬들에게 철벽의 이미지로 남아있습니다.묵직한 강속구, 포수의 미트에 꽂히는 정교한 스트라이크 그리고 ‘경기가 끝났다’는 안도감까지, 독보적인 마무리 투수는 상대에게는 절망을, 홈팬들에게는 짜릿한 쾌감과 편안함을 선사합니다.이 계보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끝판대장’이 바로 오승환입니다. 그의 또 다른 별칭인 ‘돌부처’가 상징하듯,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는 무표정과 압도적인 돌직구는 그야말로 ‘절대적 강함’을 보여주었으며, 그의 등장곡 ‘라젠카 세이브 어스’(Lazenca, Save Us)는 그 강함을 더욱 극적으로 배가시키는 요소였습니다. 이 곡은 1990년대 애니메이션 ‘영혼기병 라젠카’의 OST이자, 고(故) 신해철이 이끌었던 밴드 넥스트(N.EX.T)의 명곡이기도 합니다.후반부 이닝이 되면 관중은 자연스레 그 순간을 기다리게 됩니다. 웅장한 종소리가 울려 퍼지며 오승환이 출격하고, 호쾌한 돌직구로 세이브를 올린 뒤 경기가 종료. 이 곡의 전주에 울리는 종소리는 마치 마지막 교시의 끝을 알리는 학교의 종소리처럼, ‘오늘 승부의 막이 내린다’는 신호처럼 들립니다. 승리를 염원하는 홈 관중의 간절함과 오승환이 마운드로 걸어 나오는 순간이 묘하게 맞물리면서, 상대 팀의 전의를 꺾는 강력한 효과를 발휘했습니다.이처럼 등장곡과 입장곡은 선수의 정체성을 청각적으로 표현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입니다. 특정 선수의 음악이 경기장에 울려 퍼지는 순간, 팬들은 경기 상황을 이해하고 선수의 상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며 앞으로 펼쳐질 명장면을 예감합니다. 즉 음악이 단순한 배경을 넘어, 선수의 서사를 완성하는 핵심 장치로 기능한 것입니다. ◇ 음악-선수의 내러티브를 완성하는 힘이 상징적인 등장곡은 오승환 선수가 일본 프로야구(한신 타이거스)로 이적할 무렵 한바탕 홍역을 치르게 됩니다. 이적 발표 초기, 오승환의 에이전시 측은 현지 상황에 맞춘 곡의 편곡과 개작 계획을 밝혔습니다. 전주의 종소리를 일본 학교의 종소리로 바꾸고, 가사를 ‘오승환 세이브 어스’로 변경하는 등의 구체적인 방안과 함께, 원곡자인 넥스트가 직접 작업에 참여할 것이라는 내용까지 더해지며 팬들의 기대감은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며칠 뒤, 원작자인 신해철이 직접 X(구 트위터)를 통해 입장을 발표하면서 상황은 급반전되었습니다. 신해철은 오승환 선수가 이 곡을 사용하는 것 자체는 기쁜 마음으로 응원하지만, 편곡과 가사 변경, 넥스트의 작업 참여 등에 대해서는 사전에 어떠한 논의도 들은 바가 없다며 당혹감을 표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오승환 선수의 선전을 위해 주변은 조용히 하자’라는 의견과 함께 상황을 일단락 지었습니다. 이후 힙합 가수 주석이 오승환을 위한 응원가 ‘OH’를 발표했고, 이 곡이 새로운 등장곡으로 채택되면서 오승환 선수와 ‘라젠카 세이브 어스’의 인연은 중단됩니다. 오승환 선수는 일본을 거쳐 미국 메이저리그까지 진출한 뒤,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서 무사히 은퇴까지 완주했습니다. 그 사이 프로야구와 음악 저작권을 둘러싼 환경도 크게 변했습니다. 한때는 야구장에서 대중가요를 응원가나 등장곡으로 개사해 쓰는 일이 자연스러운 관행처럼 여겨졌으나, 법적 분쟁을 거치며 창작자의 권리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달라진 것입니다. ◇ 불꽃야구 - 오승환 등장곡의 부활 많은 시간이 흐른 후, 지난주 공개된 ‘불꽃야구’를 통해 오승환 선수가 다시 마운드에 서게 되었습니다.그 순간 모두의 기억 속에 봉인되어 있던 ‘라젠카 세이브 어스’가 다시금 등장곡으로 울려 퍼졌습니다. 이 역사적인 재회 과정을 저희 (주)메이저세븐이엔엠에서 담당하였습니다.처음 연락을 받고 의뢰할 곡이 무엇인지 물어봤을 때, 곡명을 듣자마자 무심결에 “오승환 선수가 나오나요?”라고 반사적으로 되물었습니다. 오승환의 돌직구를 기억하는 야구팬의 한 사람으로서, 본능적으로 튀어나온 찰나의 반응이었습니다. 이후 고 신해철의 저작권을 관리하는 회사와 제작사 사이에서 수차례 조율 과정이 이어졌습니다. 생전 원작자가 오승환 선수의 곡 사용을 지지했던 사실, 이 음악이 선수 본인에게도 평생의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는 점, 그리고 이 곡이 투수 오승환과 함께 다시 울려 퍼진다면 그것을 기억하는 많은 국민들에게 특별한 선물이 될 것이라는 진심을 전했습니다. 다행히 양측의 깊은 공감대가 형성되었고, 마침내 합의점에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방송 이후 SNS와 댓글을 통해 ‘‘라젠카 세이브 어스’의 저작권이 해결되었을까?’라며 궁금해하거나 걱정해 주는 글들을 보았습니다. 참 반가운 변화였습니다. 이제는 우리 사회가 음악 저작권을 단순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아닌, 콘텐츠의 핵심적인 일부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입니다.그동안 수많은 콘텐츠의 음악 저작권 업무를 담당하며 다양한 창작자와 권리자들을 만나왔습니다. 그중에는 이미 거장의 반열에 오른 아티스트들도 상당수였습니다. 이 현장에서 일을 하다 보면 결국 원칙은 하나로 귀결됩니다. 창작자를 존중하는 태도를 바탕에 두되, 감정은 절제하고 일이 성사되는 것에 집중하며 차분하게 프로세스를 밟아나가는 것입니다.그런 의미에서 이번 프로젝트는 늘 마음속에 품고 있던 전문가로서의 사명감에 더해, 찬란했던 한 시대를 기억하는 야구팬이자 음악팬으로서의 진심이 함께 녹아든 특별한 케이스였습니다. 오승환 선수가 다시 마운드로 걸어 나오며 종소리가 울렸을 때 그토록 많은 이들이 반가워했던 이유는, 그 음악이 단순한 등장곡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에게는 고귀한 창작물이고, 누군가에게는 치열하게 살아온 인생 그 자체였으며, 또 누군가에게는 찬란한 시대를 복원하는 장치였습니다.이번에 다시 울려 퍼진 그 종소리는 단지 승부의 끝을 알리는 소리가 아니라, 오래된 기억이 '존중의 절차'를 거쳐 마침내 다시 우리 앞에 무사히 도착했다는 신호입니다.김지욱 ㈜메이저세븐이엔엠 대표 ▶ 저자소개=서강대학교 언론대학원 석사. 현재 (주)메이저세븐이엔엠의 대표로 음악 저작권과 콘텐츠 현장에서의 음악 저작권 관련 업무 및 자문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JTBC ‘싱어게인’, 넷플릭스 ‘은중과 상연’, tvN ‘태풍상사’, ‘폭군의 셰프’, SBS ‘우리들의 발라드’, Mnet ‘보이즈플래닛’ 등 다수 프로그램 및 콘텐츠의 음악 저작권 관리 업무를 맡아오고 있다. 2026.06.29 05:50
연예일반

유튜버 ‘악마의 편집’에 던지는 사법적 철퇴,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의 필연성 [노종언 엔터법정]

가짜뉴스의 폐해를 막기 위한 이른바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이 2026년 7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최근 딥페이크 같은 AI 조작 기술에 대중의 이목이 쏠리고 있지만, 대중문화 현장에서 법률 분쟁을 담당해 온 필자가 보기에 진짜 심각한 병폐는 따로 있다. 바로 조회수를 노린 유튜버들의 ‘악의적인 편집’(악마의 편집)이다. 기술을 이용한 위조는 가짜임이 명백해 단죄하기 쉽지만, 짜깁기 편집은 훨씬 정교하게 대중을 속인다. 인터뷰나 영상의 자극적인 부분만 잘라내 맥락을 바꾸거나, 무관한 내용을 엮어 누군가를 비난하는 것처럼 만드는 식이다. 이는 법률이 규정하는 ‘조작정보’에 정확히 해당한다. 그동안 일부 유튜버들은 표현의 자유를 내세우며 ‘벌금을 내더라도 조회수 수익이 더 크다’는 비뚤어진 비즈니스를 지속해 왔고, 기존의 미비한 민사 배상으로는 이를 막지 못했다. 이들의 책임을 엄중히 묻고 왜곡된 구조를 바로잡기 위한 법적 규제는 우리 사회의 안전을 위해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재판 결과가 나오기 전이라도 행정 심의를 통해 신속하게 유통을 차단하는 이번 규제 방식은, 우리 미디어 생태계가 스스로 정화 능력을 잃었다는 냉정한 판단에서 비롯됐다. 무책임한 왜곡 보도로 기업이 문을 닫고 누군가 파멸적인 선택을 해야 했던 비극을 우리는 기억한다. 불행히도 유튜브와 포털 중심의 국내 미디어 생태계는 팩트체크보다 트래픽을 올리기 위한 받아쓰기에 치중해 왔다. 강력한 사법적·행정적 철퇴 없이는 무고한 피해자를 막을 수 없다는 절박함이 이 법안의 가장 큰 명분이다. 물론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손해배상의 하한선이 없고 5배라는 상한선만 있어 실질적인 정화 효과가 작을 수 있다는 기술적 한계도 제기된다. 하지만 이런 지적들은 법의 정당성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가짜뉴스로부터 시민을 지키겠다는 법의 취지를 완성하기 위한 생산적인 조언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악질적인 유튜버들에게 확실한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법의 집행력을 실효성 있게 증명해 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은 미디어 생산자에게 직업적 책임을 무겁게 지우고 개인의 권익을 보호한다는 뚜렷한 당위성을 지니고 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정교한 시행령을 통해 제도를 안착시키는 일이다. 권력기관에 대한 건전한 비판이나 풍자 예술은 규제 대상에서 완전히 제외하는 세밀한 가이드라인을 세우고, 법원은 중간판결 제도를 적극 활용해 정당한 고발자가 장기 소송으로 고통받지 않도록 신속히 구제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단순한 차단 위주의 통제에서 벗어나 플랫폼의 시스템적 투명성을 함께 감시하는 모델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타인의 고통을 이용해 이익을 얻는 악의적 편집은 반드시 멈춰야 한다. 이번 법안이 표현의 자유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공론장을 맑게 만드는 든든한 방패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노종언 변호사 (법무법인 존재)▶저자 소개=노종언 변호사는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사법시험 합격 후 현재 법무법인 존재의 대표변호사로 재직 중입니다. 구하라,박수홍, 오메가엑스, 선우은숙 사건 등 굵직한 연예계 분쟁을 수행한 엔터테인먼트 분쟁 전문가입니다. 다수의 사건을 수행하며 얻은 현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엔터테인먼트 법률 이슈에 대한 심도 있는 통찰을 제공합니다. 2026.06.26 06:00
예능

[김지욱 저작권썰.zip]㊼ ‘텍스트힙’ 열풍 이면… AI 무단 학습에 끊기는 ‘지식의 번식력’

2024년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텍스트힙’이라는 단어와 함께 책을 읽는 행위가 다시금 ‘멋진 취향’으로 각광 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지난달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민음사 편집자들의 이야기가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실제로 민음사TV 유튜브 채널은 구독자 50만 명을 눈앞에 두고 있으며, 최근 공개된 민음사의 매출과 영업이익 성과는 출판계 안팎에 오랜만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습니다. 출판계 일부의 성과와 이러한 열풍은 분명 의미 있는 신호이지만, 이것이 출판 산업 전체의 전면적인 회복을 뜻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화려한 성과 이면에는 AI시대의 본격적인 도래와 함께 가시화되고 있는 구조적 위기감이 깊게 감지되고 있기 때문입니다.출판은 단순히 종이에 잉크를 묻혀 상품을 생산하는 제조업이 아닌, 문명이 스스로를 기록하고 갱신해 나가는 ‘인간적인 마찰’의 과정입니다. 문제는 AI 역시 인간의 창작물을 흡수하며 진화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식 접근성의 혁명’이라는 환호성 뒤에는, 인간의 지식 자산을 원료로 성장한 AI가 그 저작권과 창작 생태계를 어떻게 존중하고 지속시킬 것인가라는 질문이 남습니다.이번 칼럼에서는 오랜 기간 KBS1 라디오 ‘라디오 매거진 위크 앤드’의 ‘일요일은 책과 함께’ 코너를 진행하며 책과 독자 사이의 소통을 이어온 김성신 출판평론가의 인터뷰를 통해, AI 대전환 시대가 마주한 출판 저작권 문제를 깊이 있게 살펴보고자 합니다. ◇ 책은 AI의 땔감이 아닌 ‘종자’AI와 출판은 흔히 이질적인 산업으로 여겨집니다. 하나는 첨단 기술의 영역이고, 다른 하나는 편집자와 저자, 서점과 종이책으로 이어지는 오래된 세계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김성신 출판평론가는 AI를 “출판의 진화”라고 정의했습니다. “출판은 퍼블리싱(Publishing)이잖아요, 어떤 지식이나 정보들을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공공의 것, 퍼블릭하게 전환시키는 것, 대중의 것으로 만드는 거죠. 한 문명이 생산한 모든 지식과 정보가 언어로 전환되고, 후대에 이어지도록 가교역할을 하는 것이 출판의 원래 역할이거든요.”지식을 저장하고 재가공해 전달하는 역할은 오랫동안 출판의 고전적 영역이었습니다.하지만 이제 AI는 인간이 입력한 프롬프트를 바탕으로 더 빠르고 더 강력하게 결과물을 도출하며 출판의 기능을 대체하고 있습니다. 김 평론가는 AI를 출판의 외부에서 출판 생태계를 공격하는 적이 아니라, 출판이 감당하던 고유의 기능을 흡수한 ‘진화형’의 관점으로 바라보아야 한다고 설명을 이어갔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문제가 시작됩니다. 진화한 존재가 이전 존재를 대체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수 있지만, 그 진화한 존재가 자신을 가능하게 한 토양까지 태워버린다면 이야기는 전혀 달라집니다.“공급망과 순환구조가 끊기는 거예요. 사람이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고, 이를 통해 부자가 될 수도 있고, 역사에 이름이 남을 수도 있다는 희망과 가능성이 있어야 하잖아요. 근데 그 가능성 자체가 아예 막혀버리면 어떤 바보가 그런 수고를 기꺼이 감당하겠느냐는 거죠.” 창작의 동기가 통째로 증발해 버리는 문제를 짚던 김 평론가의 비유는 곧 ‘아마존 밀림’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냥 아마존 밀림을 싹 밀어 벌목해 버리면 당장은 불을 땔 수 있어서 따뜻하겠지만, 그 다음은 도대체 어떡할 건가요?”◇ 합리적인 약탈 속 끊어지는 ‘지식의 번식력’김 평론가는 AI 기업의 무단 학습 행태를 설명하며 ‘약탈’이라는 자극적인 표현을 피하지 않았습니다. 책과 지식을 학습 원료로 삼으면서도 그 대가가 저자와 출판 생태계로 환원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단순한 기술 활용이 아니라 명백한 약탈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종이책을 썰어서 AI에 집어넣는 행위는, 아무리 합법적으로 돈을 주고 책을 샀다고 하더라도 본질이 다릅니다. 소비자가 읽으라고 판 책이지, AI를 학습시키라고 판 게 아니잖아요.”그가 진정으로 우려한 것은 단순한 ‘보상 누락’을 넘어 ‘지식의 번식력’이 끊기는 문제였습니다.“AI 산업에서 벌어들이는 막대한 돈이 정작 저작권 시장으로 다시 유입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나무를 베어 쓰기만 할 뿐 심지 않는 벌목과 똑같은 거죠. 당장은 자원이 되겠지만, 결국 지식의 재생산은 되지 않을 테니까요.”그러나 김 평론가는 이 ‘약탈’을 단순히 ‘나쁜 일’이라고만 규정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AI 모델 경쟁이 몇 년이 아닌 몇 개월 단위로 벌어지는 상황 속에 무엇보다 빠르게 데이터를 확보하는 속도전이 중요한 기업들에게 ‘합리적 선택지’가 되어버린 서글픈 현실을 냉철하게 직시했습니다.김 평론가는 이에 대한 구조적 대안으로 ‘출판 소버린 AI(Sovereign AI)’를 제안했습니다.“출판 생태계는 고유의 시스템을 유지하되, AI 기업이 책을 학습용으로 활용할 때는 정당한 사용료를 지급하도록 하는 거죠. 그래서 AI 산업에서 발생하는 수익이 다시 출판계로 흘러 들어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 그것이 지금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입니다.” 그러면서도 ‘출판 소버린 AI’ 구상 역시 문제의 완전한 해법은 아니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습니다. 이를 어디까지나 '최소한의 방어선'이라고 표현한 그는, “지식의 가임(可妊) 기능 자체를 복구하는 일이 아니라, 이미 태어난 아이들에게 연금을 주는 일에 더 가깝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인간의 사상과 감정이 담긴 저작물은 이미 지나간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다음 세대의 사유를 낳는 거룩한 ‘종자’입니다. 그 종자를 모두 태워버린 뒤에는, AI 역시 더 이상 배울 수 있는 ‘숲’을 잃게 될지 모릅니다.결국 AI 시대 저작권 논의의 본질은 “기술을 막을 것인가, 받아들일 것인가”라는 이분법적 선택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창작물 위에서 성장한 기술이 그 성장의 과실을 다시 인간의 창작 생태계로 어떻게 돌려보낼 것인가에 있습니다.김지욱 ㈜메이저세븐이엔엠 대표 ▶ 저자소개=서강대학교 언론대학원 석사. 현재 (주)메이저세븐이엔엠의 대표로 음악 저작권과 콘텐츠 현장에서의 음악 저작권 관련 업무 및 자문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JTBC ‘싱어게인’, 넷플릭스 ‘은중과 상연’, tvN ‘태풍상사’, ‘폭군의 셰프’, SBS ‘우리들의 발라드’, Mnet ‘보이즈플래닛’ 등 다수 프로그램 및 콘텐츠의 음악 저작권 관리 업무를 맡아오고 있다. 2026.06.22 05:50
연예일반

장원영 ‘공항 논란’이 초래한 우리 사회의 이면과 상흔 [노종언 엔터법정]

최근 장원영을 둘러싼 김포국제공항 출국 심사 논란은 엔터테인먼트 가십을 넘어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준 사건이다. 단 3초짜리 악의적 짜깁기 영상에서 시작된 태도 시비는, 급기야 “연예인이라고 신원 확인을 느슨하게 하는 것 아니냐”는 특혜 의혹으로 번지며 국민신문고 민원 접수와 한국공항공사의 공식 입장 발표로까지 이어졌다.전체 영상이 공개되면서 장원영이 두 손으로 공손히 여권을 건넸고 보안 절차에 성실히 응했다는 진실이 밝혀졌지만, 대중의 분노가 번져나간 속도에 비하면 진화는 너무나 더디었다. 단순한 오해 해프닝으로 넘기기엔 법과 제도의 틈새에서 우리 사회에 적지 않은 상흔을 남겼다.심리학에서는 타인의 불행이나 빈틈을 보며 묘한 쾌감을 느끼는 감정을 ‘샤덴프로이데’라고 부른다. 대중은 ‘완벽한 스타’에게 열광하는 동시에, 그 완벽함이 깨지기를 은밀히 바란다.앞뒤 맥락이 잘려 나간 숏폼 영상 속 한순간은 일부 대중에게 “너도 별수 없구나”라는 비뚤어진 위안을 주었다. 복잡한 진실을 확인하기보다 눈앞의 자극적인 단서로 빠르게 판단해 버리는 인류 공통의 ‘인지적 구두쇠’ 성향과,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보는 ‘확증 편향’이 결합한 결과다. 대중은 풀버전 영상이 증명한 진실 대신, ‘오만한 스타’라는 가짜 프레임에 너무나 쉽게 탑승해 버렸다.이번 사건이 일개 연예인의 태도 문제를 넘어 공공기관의 제도 개선 요구로 번진 결정적 계기는 바로 한국 사회의 가장 예민한 역린인 ‘공정성’을 건드렸기 때문이다.“일반인은 마스크와 모자를 다 벗고 엄격하게 심사받는데, 유명 연예인은 대충 통과하느냐”는 의구심은 대중의 불공정 혐오를 자극했다. 현재의 대한민국은 작은 특권과 불공정에도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한다. 악의적인 편집은 스타와 공항 직원의 관계를 ‘갑과 을’로 프레임화했고, 스스로를 감정 노동자인 직원의 위치에 대입한 대중의 분노는 ‘공항 보안’이라는 제도적 민원이라는 거대한 눈덩이가 되었다.이 모든 과정의 배경에는 대중의 관심이 곧 돈이 되는 ‘주목 경제’의 씁쓸한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자극적인 숏폼 영상과 사이버렉카들은 대중의 도파민을 자극해 조회수를 올리고, 이는 곧 막대한 상업적 이익으로 연결된다. 그들에게 진실은 중요하지 않다. 장원영이라는 거대한 IP를 활용해 논란을 창조하고, 대중의 분노를 유도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고수익 비즈니스 모델인 셈이다.주목할 점은 대중이 이제 사사로운 분노를 표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국민신문고 민원’이라는 공식적인 행정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상대를 통제하려 든다는 것이다. 일상의 모든 영역을 규칙과 법치, 매뉴얼로 규제하려는 ‘사회의 사법화’ 경향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다.공공의 매뉴얼을 정비하는 계기가 된 것은 다행일지 모르나, 그 과정에서 한 개인의 인격이 난도질당했다면 그것을 정의라 부를 수 없다. 무분별한 마녀사냥의 끝에는 결국 표현의 자유 훼손과 사회적 신뢰 붕괴라는 부메랑이 돌아올 뿐이다.노종언 변호사 (법무법인 존재) ▶저자 소개=노종언 변호사는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사법시험 합격 후 현재 법무법인 존재의 대표변호사로 재직 중입니다. 구하라,박수홍, 오메가엑스, 선우은숙 사건 등 굵직한 연예계 분쟁을 수행한 엔터테인먼트 분쟁 전문가입니다. 다수의 사건을 수행하며 얻은 현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엔터테인먼트 법률 이슈에 대한 심도 있는 통찰을 제공합니다. 2026.06.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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