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전 월드컵 국가대표팀 감독 패러디(사진=영상 캡처)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우리 대표팀이 거둔 성적표에 많은 국민이 크게 실망했습니다. 손흥민, 김민재, 이강인 등 해외파 주축 선수들이 대거 포진해 역대 최고 수준의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았기에, ‘도대체 왜 패했는가’에 대한 의구심과 불만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홍명보 감독의 무책임한 태도는 여론을 더욱 악화시켰습니다. 탈락 직후 자진 사퇴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질문조차 받지 않은 채 주머니에 손을 넣고 퇴장하는 모습, 그리고 자택 앞 기자에게 “국민들이 저에게 궁금한 게 뭐가 있겠어요”라고 되묻는 적반하장식 태도는 국민의 분노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되었습니다.
이 분노는 AI 기술의 발전으로 누구나 손쉽게 영상 합성이나 패러디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환경과 맞물리면서, 홍 전 감독을 조롱하는 밈(Meme)과 쇼츠 영상이 인터넷 곳곳에 들불처럼 번지며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의 이면에는 ‘저작권 침해’를 우려하는 시선도 존재합니다. 아무리 풍자와 해학을 담은 패러디라 할지라도 언제나 저작권 책임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특히 원작 자체를 비평하는 ‘직접 패러디’와 달리, 원작을 빌려 다른 사회 현실을 비평하는 ‘매개 패러디’는 법적 공정이용이나 패러디 항변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하게 평가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번 ‘저작권썰’에서는 홍 전 감독을 둘러싼 밈과 쇼츠 중 대표적인 세 가지 콘텐츠를 저작권의 시각에서 살펴보고자 합니다.
◇ 대치동서 입시 준비하는 메시·호날두 그리고 ‘라디오스타’의 만남
메시와 호날두가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고려대 라인이 아니면 경기를 못 뛴다”, “대치동 학원에서 수능을 준비한다”고 말하는 AI 합성 쇼츠 영상, ‘메시, 호날두가 한국에 와도 경기 못 뛰는 이유’는 무려 37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화제가 됐습니다.
이 콘텐츠의 핵심 저작권 쟁점은 바로 ‘라디오스타’라는 프로그램의 식별 가능성입니다. 실제 방송 장면을 100% 그대로 사용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프로그램 로고와 특유의 세트 구성이 명확히 드러난다면, 이는 단순한 아이디어 차용을 넘어 특정 방송 프로그램 고유의 ‘구체적 표현’을 무단으로 이용한 것으로 평가될 여지가 있습니다.
만약 원본 방송 캡처에 얼굴과 의상만 바꾼 것이라면 영상저작물의 ‘복제·변형’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AI로 유사한 세트를 새로 구현한 경우라면 단순한 콘셉트 차용인지, 프로그램의 구체적 표현을 이용한 것인지에 따라 침해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단순한 토크 예능 콘셉트 자체는 저작권 보호 범위로 포섭하기 어렵지만, 구체적인 세트 구성과 특유의 카메라 구도가 결합했다면 ‘구체적 표현을 차용했다’는 주장 또한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프로그램 로고와 타이틀을 사용했다면 저작권과 별개로 상표권 또는 부정경쟁방지법상 쟁점도 남습니다.
결론적으로 이 영상은 ‘라디오스타’ 프로그램 자체를 비평하는 ‘직접 패러디’가 아닌, 그 포맷만을 빌려와 축구 대표팀 선발 논란을 풍자하는 ‘매개 패러디’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저작권적으로는 다소 불리한 위치에 놓여있습니다.
◇ “FIGHT, 싸워” 밈, 그리고 산림청의 패러디
또 다른 사례로, 쿠팡플레이 다큐멘터리 ‘국대 : 로드 투 노스 아메리카’를 통해 공개된 홍 전 감독이 선수단 미팅 중 화면에 ‘FIGHT’를 띄우고 “단어 알지? 싸워”라고 말하는 장면은 선수들의 무표정과 오버랩되며 수많은 패러디를 양산했습니다.
그중에서도 산림청 홍천국유림관리소 산림재난대응팀이 선보인 패러디 쇼츠 영상이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홍 전 감독의 말을 “싸워, 산불 현장 나가서 불이랑 싸워”, “다치거나 하면 절대 안 돼”로 재치 있게 재구성하면서, ‘국민의 안전을 위해, 대한민국의 푸른 산림을 위해 우리는 오늘도 내일도 끝까지 불과 맞서 싸우겠다’는 마무리로 누리꾼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이 사례는 원본 영상을 그대로 가져다 편집한 것이 아니라, 상황과 구도, 밈의 핵심 포인트를 새롭게 연기하고 촬영한 독립적 콘텐츠라는 점에서 앞선 경우와 결이 다릅니다. ‘FIGHT’라는 단어나 “싸워”라는 짧은 표현, 교육장 화면을 활용하는 상황 설정 자체는 저작권 보호 대상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물론 홍 전 감독의 실제 미팅 장면을 희화화했다는 점에서 ‘직접 패러디’의 성격을 지닙니다. 하지만 산림청의 재난대응 홍보를 위해 해당 장면의 유명세를 빌려 썼다는 점에서는 ‘매개 패러디’의 속성도 혼재해 있어 다소 애매한 지점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원본 영상을 무단 복제하지 않았고, 쿠팡플레이 다큐멘터리의 시장 가치를 대체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공정이용 판단 시 상대적으로 유리한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 홍명보씨, 우리 남편이 아주 화가 많이 났어요
마지막으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참교육’ 속 우진 엄마, 박지연 배우의 명대사 ‘우리 애 아빠가 화가 많이 났어요’는 홍 전 감독을 향한 대다수 국민의 마음을 대변한 듯 수많은 쇼츠와 패러디 영상의 모티브가 되었습니다.
앞선 산림청 사례와 달리, 만약 해당 쇼츠가 원본 영상의 프레임이나 스틸컷을 그대로 캡처해 가져온 뒤 의상만 국가대표 유니폼으로 합성하거나 자막을 입힌 형태라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이는 배우의 독창적인 연기를 비롯해 구도, 조명, 미술 등 원본 장면이 가진 고유의 창작적 표현 형식을 직접적으로 이용한 행위로 해석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단순한 대사 차용을 넘어 원본 장면을 변형해 새로운 밈을 만든 것이라면 복제권뿐만 아니라 2차적저작물작성권 문제도 제기될 수 있습니다. 특히 이 밈은 드라마 ‘참교육’ 자체를 비판하거나 풍자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장면을 빌려와 홍 전 감독을 비판하는 구조입니다. 따라서 이는 전형적인 ‘매개 패러디’로 분류되며, 법적 항변을 하더라도 앞선 산림청 사례보다 저작권자에게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됩니다.
결국 공정이용 여부를 가릴 핵심 기준은 원본의 창작적 표현을 얼마나 가져왔는가, 원작 자체를 비판하는 ‘직접 패러디’인가, 아니면 원작을 빌려 다른 대상을 조롱하는 ‘매개 패러디’인가, 그리고 그 이용이 원저작물의 시장을 대체하거나 권리자의 이익을 침해하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물론 현실적으로 모든 밈과 쇼츠가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저작권자가 문제 삼지 않거나, 콘텐츠의 규모가 작고 비상업적이며, 원작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면 실제 분쟁으로 비화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침해 사실이 묵인되고 있을 뿐, 그것이 곧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홍 전 감독을 향한 대중의 분노가 정당한지, 이번 월드컵 탈락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는 우리 사회가 앞으로도 계속 따져보아야 할 문제입니다. 다만 그 분노를 표현하는 과정에서 타인의 저작물을 도구로 삼는 순간, 또 다른 질문이 남게 됩니다.
유행하는 밈은 순식간에 지나가지만, 그 안에 녹아든 장면과 대사, 로고와 얼굴, 그리고 원작자의 권리는 지워지지 않고 고스란히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김지욱 ㈜메이저세븐이엔엠 대표 ▶ 저자소개=서강대학교 언론대학원 석사. 현재 (주)메이저세븐이엔엠의 대표로 음악 저작권과 콘텐츠 현장에서의 음악 저작권 관련 업무 및 자문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JTBC ‘싱어게인’, 넷플릭스 ‘은중과 상연’, tvN ‘태풍상사’, ‘폭군의 셰프’, SBS ‘우리들의 발라드’, Mnet ‘보이즈플래닛’ 등 다수 프로그램 및 콘텐츠의 음악 저작권 관리 업무를 맡아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