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제1회 하이니티 X 곽재선 문화재단 최우수 당선작] 세계에서 ① 나그네 하나 (4)

일간스포츠는 곽재선 문화재단과 함께하는 제1회 하이니티 작가상 최우수상 수상작인 금알음 작가의 「세계에서」와 김재인 작가의 「반항의 향」을 매주 1회씩 순차 연재합니다. 이번 연재는 청소년 문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굴하고,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보다 많은 독자들과 나누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독창적인 상상력과 깊이 있는 시선이 담긴 두 작품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바랍니다.<편집자주> 세상이 뒤집히고 난 뒤의 날씨는 언제나 제멋대로였다. 새로운 지구를 경험하지 못한 옛사람들은, 날씨도 가시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믿지 않을 것이다.사계절은 이미 사라졌다. 일 년 가운데 유독 덥거나 추운 시기가 있다는 것이 지구에 사계절이 있었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짐작하게 해줄 뿐이었다. 공전과 자전의 궤도가 변한 것은 하나도 없는데, 정작 지구 내부의 궤도가 한 번 크게 비틀리기라도 한 것 같았다. 세상이 한 번 파멸에 이르렀었다는 증거는 변칙적인 날씨에서 가장 여실히 느껴지곤 한다. 여름에도 눈이 오는가 하면, 겨울에도 태풍이 불었다. 또 저 높은 곳을 구성하는 원소들은, 세상의 잔인한 풍경들에 질리기라도 한 모양이었다 하늘이 매일 색채를 달리하여 노란빛으로, 보랏빛으로, 이따금은 붉은색으로 물드는 예측 불가한 나날의 반복이었다. 오늘은 하늘이 유독 붉었다. 눈부심을 참고 빛을 좇다 보니, 붉은빛의 근원은 지평선 너머로 자취를 감추고 있는 태양이었다. 그 조그만 끄트머리에서 나오는 빛이 지평선 아래 바다까지 물들여, 온 세상을 불태우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낙조는 거대한 무게추다. 너무나 무거워서, 바다가 빛을 집어삼키는 것처럼 보이는 듯했다. 아니, 바다도 온통 붉으니까, 빛이 바다를 집어삼킨 것일까.학교 현관을 나설 때까지만 해도 이것이 과연 옳은 행동인가에 대해 생각하던 나는, 그 장엄한 붉은 빛을 보고 복잡하게 생각하던 것을 멈추었다. 정확히 말하면 내 의지라기보단, 그냥 저절로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 하늘을 제대로 마주한 것도 꽤 오랜만이었으니까. 온 사고가 잠시 작동을 멈출 정도로 마음을 뺏기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나에게 있어 하늘은 해가 길어지는 시간 때쯤, 공식이 빼곡하게 적힌 태블릿에 어떤 색조를 입히는 역할만 할 뿐이었다. 정작 창문 밖을 쳐다볼 용기는 없어서 그 색채로 겨우 하늘의 색을 짐작하는 게 전부였는데. 유독 저 붉은 빛에 시선을 빼앗긴 것은, 창문 안쪽의 세계와 바깥 세계가 사뭇 다르다는 것을 잠시 잊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은 엄청 붉다. 불타는 것 같네.”여로가 나직이 입을 열었다. 지금은 그 맥락 없는 말이 불편하지 않다. 그 두서없는 사고가 나와 같은 생각을 담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일까. 나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홀린 듯이 한 걸음 앞으로 나갔다. 학교 중앙에는 커다란 연못이 하나 있다. 연못 옆에 인조 잔디가 심겨 있는 운동장이 작게 나 있고, 그 주위를 학교 건물이 디귿(ㄷ) 자로 둘러싸는 구조였다. 수도 도심과 조금 떨어져 있는 학교는 바다가 보이는 곳에 있었는데, 건물 밖까지만 나와도 바다의 지평선을 눈에 담을 수 있었다. 연못의 물은 유독 검은 편인 것에 반해서, 바다의 물은 청명한 하늘을 닮아 맑다. 만약 여유라는 게 있을 수 있다면, 그 대비를 보는 것도 꽤 쏠쏠한 재미일 것 같았다. “난 아직 길을 잘 모르는데, 어떻게 가면 좋을까?”내가 이 산책을 꽤 호의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걸 안다는 듯, 여로가 여상한 투로 물었다. 나는 여전히 붉은 하늘에서 눈을 떼지 않으며, 무의식적으로 연못가를 손짓했다. 이 년을 조금 넘게 이 학교에 다녔으면서 한 번도 개인적으로 가보지 않은 곳이었지만, 산책을 하기에는 아마 저 주위가 적격일 터였다.“연못 주위를 한 바퀴 돌고 들어가자. 저녁 자율 학습 시간에만 안 늦으면 되니까.”“그래. 난 그냥 너 따라갈게.” 나는 한번 낮게 심호흡을 한 뒤, 천천히 발걸음을 뗐다. 이상한 일이다. 연못으로 향하는 계단을 한 칸씩 내려갈수록, 발걸음에 따라 학교에서 점점 멀어질수록 알 수 없는 예감으로 심장이 쿵쿵 고동치기 시작했다. 바람은 적당히 선선했고, 어제 비가 온 것 치고는 불쾌하지 않을 정도의 습기가 기분 좋게 온몸을 감싸 안았다.“오늘 날씨 꽤 마음에 드네. 어젠 공기가 척척해서 별로였거든.”“어제도 나갔다 왔어?”어제라는 단어에 조금 놀라 그에게로 고개를 돌리자, 여로가 여상히 어깨를 으쓱였다. 난 저녁쯤에 맨날 나와. 무슨 문제가 있냐는 듯 당당히 덧붙이는 말에 나는 머릿속으로 여로의 행적을 되짚었다. 지난 사흘간 여로와 거의 매시간 붙어 다녔지만, 자습실이 달라 저녁 자습 때만큼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모르는 사이 산책을 했다면, 그 시간을 이용한 걸까. 여로의 행동이나 행적은, 이제 조금 기이하게 느껴질 지경이었다. 거의 모두가 무용하다고 여기는 일을, 왜 꾸준히 단행하고 있는 것일까.“넌 어때? 달가워하는 눈치는 아니더니.”여로가 나를 바라보며 역으로 질문했다. 의문은 손대지도 못한 채로, 나는 여로의 그 말간 눈을 똑바로 마주하게 되었다. 어떻냐고? 그래, 아까는 확실히 산책이 그리 달갑지 않았다. 나오는 와중에도, 불안한 마음을 어찌할 수가 없었으니까. 하지만, 정말 솔직히 말하자면…“… 시원해. 에어컨 바람이랑은 또 달라.” … 좋았다. 단지 발걸음을 옮기는 것만으로 일종의 해방감이 느껴졌으니까.우리 학교는 잘 따지고 보면 퍽 낭만적인 장소다. 온갖 신비로운 자연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곳. 신성한 학문을 위해 외따로 떨어진 곳에 지었다는 이곳에 낭만이 존재하는 것도 신기한 일이었다. 학교에서 조금만 가면 바다가 있다는 사실도 모르고 졸업하는 애들이 있다는 게 문제지만.“… 역시. 내가 잘못 본 게 아니었구나.”“뭐라고?”“… 아니야. 좋다니 다행이다. 억지로 끌고 나온 거면 미안하잖아.”여로가 지평선 너머 먼 곳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 의중을 알 수는 없었으나, 이제는 그 뜻 모를 중얼거림이 조금씩 익숙해져 가는 것 같았다. 구태여 의중 모를 말을 따지지 않고, 여로의 시선을 따라 지평선 너머를 바라본다. 하늘과 바다의 경계는 명확하지 않았지만, 태양 빛이 바다 위로 넓게 퍼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꼭 언어로 표현하지 않아도, 전달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을까. 단순한 직감에 불과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지금, 옆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과 내가 같은 시선을 공유하고 있다고 느꼈다. 같은 시선 속에서도, 서로 다른 형태로 그것을 받아들이고 있을 것이라는 예감도.그거 아는가? 태양은 정오보다 황혼 녘에 세상을 더욱 다채롭게 물들인다. 곧 자신의 존재가 사라질 걸 알아서, 마지막 힘을 다해 자신을 불태우는 것이다. 죽기 전 엄청난 에너지를 내며 폭발하는 초신성처럼. 지금의 붉은 태양은 마치 초신성 같았다. 빛의 세기가 너무나 밝은 나머지 세상을 비추다 못해, 그것을 들여다보는 누군가의 마음도 비출 수 있을 법한.… 어라. 방금까지 한 생각이… 뭐더라. 정제되지 않은 사고가 생경해 나는 잠시 발걸음을 멈추었다. 아니, 몰랐던 것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마음 가는 대로의 사고를, 그저 너무 오랜만에 목도한 것뿐이었다.낯선 사고에 잠겨 있던 나는 문득 옆자리가 너무나 조용한 느낌에 고개를 돌렸다. 그때 본 여로의 눈은, 붉은 태양이 물들인 바다처럼 빛을 받아 붉게 빛났다. 여로는 무엇이든 받아들일 줄 알았다. 정제된 언어도, 정제된 언어도, 혹은 정제되지 않은 빛깔들도.여로는 침묵을 탓하지 않았다. 멈춤을 지적하지도, 답을 내라고 하지도 않았다. 다만 아주 조용히 먼 발치에서 기다리며, 받아들이라 말할 뿐이었다.생각을 받아들여. 그게 이런 뜻이었던가? 문득 붉은 정경에 또다시 여로의 언어가 겹쳐지며, 두 상황이 동시에 떠올랐다. 그것은 서로 전혀 다른 두 상황을 안았고, 또 다른 상황마저 안고 있었다. 여로의 말은 꽤 포괄적이었던 모양이다. 세상의 어떤 것들을 모두 투과하는 진리처럼.“… 아까 화학 수업 시간에 했던 말 있잖아. 한결이가 대답해 줬다는 게 무슨 뜻이야?”나는 그 생경한 것들을 더는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원래는 이해하지 못한 그 말을 그냥 잊어버리고 넘길 작정이었다. 그 모호한 것을 풀어낸다고 해서 세상의 진리가 하나 더 보이는 것도, 포인트가 쌓이는 것도 아닐 테니까. 이미 그것 말고도, 신경 써야 할 것은 차고 넘쳤으니까.하지만 순간, 어딘가 모르는 채로 넘겨버리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아까와 같은 예감. 이것을 그냥 넘겨버린다면, 나는 후회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도 못한 채 끝없이 후회하고 있을 것만 같다고. 머뭇대며 나온 질문이 멍청하게 들렸을까 걱정했지만, 여로는 그 서툶을 보고 이제껏 본 것 중 가장 환한 미소를 지었다. “언제 물어봐 주나 했네.”그러니까 이를테면, 기특한 행동을 한 어린아이를 칭찬할 때 보이는 것과 비슷한 종류의 것. 어릴 때도 잘 받아본 적 없는 미소에 나는 미간이 찌푸려지는 것을 겨우 다잡아야만 했다.그러나 낯설기만 하진 않은 느낌이다. 여로와 있을 때면, 어쩐지 선생님들에게 어른스럽다고 칭찬을 듣는 내가 잔뜩 어려진 것 같은 기분이 들곤 했다. “혹시 그거 알아? ‘모든 세상은 무대이고, 남자와 여자는 단지 배우일 뿐이다.’”“… 셰익스피어?”“오, 읽어봤니?”여로가 의외라는 듯 눈을 크게떴다.“하급 때 제2 공통어 시간에 읽어봤어. 파멸 전 엄청 유명한 시인이었다고 들었는데.”‘뜻대로 하세요.’ 그 희곡의 이름이 불현듯 떠올랐다. 여로가 말한 것은, 아마 거기 나온 구절일 것이다. 중급부턴 문법을 제한 언어 과목이 따로 없어서, (공통어로 된 논문을 읽거나 공통어로 수업을 듣는 것은 제외하고) 저 구절을 듣는 것도 무척 오랜만이었다.정부가 인문학적 요소들을 아예 터부시한다는 건 아니다. 다만 과학과 비교해서는, 우선순위가 밀렸을 뿐이었다. 지금 학문이라고 불리는 것들은 모두 과학자들을 이야기했고, 더 이상 종교학이나 문학은 학문의 영역이 아니었다. 언어는 차라리 과학이란 학문을 탐구하는 데 필요한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하급 학교 때는 지금 발화하고 있는 제1 공통어 말고 총 세 언어를 배웠다. 지금 통용되는 세계의 언어는 파멸 전 힘이 제일 강했던 나라의 언어들을 통합한 결과다. 파멸은 문화를 앗아갔다. 지구상 그리 다양했던 언어는 통합된 공용어 다섯 개밖에 남지 않았고, 상급 학교 고서적 어딘가에 흔적으로만 남아있을 뿐이었다. 문학이라 불리던 학문은 흔적만을 남기고 현재에 와서 거의 가르치지 않았지만, 인지도가 높았거나 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던 문인들의 작품은 종종 언어 시간에 쓰이긴 했다. 셰익스피어도 그중 하나였는데, 선생님이 특히 저 문장이 중요한 구절이라고 강조한 게 기억에 있어 아직까지도 희곡의 이름을 말할 수 있었다.그 선생님은 셰익스피어를 가르치면서 유독 문장 구조가 아닌 내용과 표현을 강조했다. 한창 입학시험을 중시하던 당시에는 불필요한 것을 배우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짜증이 나긴 했지만, 평소에 나는 그런 선생님의 수업을 꽤 좋아했다. 뭐랄까. 인간적인 걸 배우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읽어봤다니 다행이네. 문학은 좋아해?”“문학?”“응. 소설이나, 시나, 수필이나… 희곡이라고 불렸던 것들.” 여로가 단어 하나하나를 가늠하듯 천천히 이야기했다. 조금 당황스럽다. 문학을 좋아하는 건지 아닌지도, 거의 생각해 본 적 없었기에. 그것은 지금 사회에서 그리 쓸모 있는 부류의 것은 아니다. 아무런 규칙성도 없는 인간의 감정 하나하나를 그저 길게 늘여 쓰는 것은 파멸 후 생존에 급급했던 인류에게 그리 큰 도움을 주진 못했다. 누군가에게 정신적 지주가 되어 줄 수 있었을진 몰라도, 그 텍스트들은 재해로 무너진 곳을 복구하거나, 여러 차례의 방사능 피폭으로 인해 망가진 신체를 치료하는 데에는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했다. 그런 이유들로 종교라고 불리던 것도 거의 쇠퇴했는데, 문학이라고 다를 게 있다면 그게 더 이상한 얘기다.상황이 그렇다 보니, 하급에서나 중급에서나 크게 문학을 대할 기회는 없었다. 애초에 문학이란 단어를 듣는 것 자체가 오랜만이기도 했다. 나는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 것들에 고개를 휘저었다. 애초에 한결이 일을 물었는데 왜 문학을 논하는 거지. “한결이 일을 물어봤잖아. 문학 얘기를 꺼낸 건 아니었는데.”나는 결국 질문에 대한 대답보다 내가 묻기를 택했다. 무엇이 궁금한지도 잘 모르겠는데, 머릿속에 온통 의문만 가득 차 있었다.“문학을 이해하면 꽤 여러 상황을 이해할 수 있거든. 한결이란 친구도 그렇고.”여로는 그리 말하며 붉게 타오르는 저 지평선 너머를 손짓했다. 넘실대는 붉은 빛에 아득해진 기분이 조금 더 세를 불렸다.“아까 그걸 느낀 거지? 사람이 좀 졸 수도 있지, 그걸 가지고 뭘 저리 면박을 주냐고.”“무슨, 그런 예의 없는 생각 안 했어!”나는 순간 아연해져서 소리쳤다. 선생님의 시선이 한결에게 닿은 그때 아주 잠시 든 생각을, 여로가 알고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어쩌면 본심을 들킨 것에 당황한 것일지도 모른다. 일순간이었으나, 나는 그때 선생님이 아주 미웠으니까. 원망스러운 것 같기도 했다. 아니, 그러면 안 되는데. 그런 죄를 또다시 지을 수는 없었다…최근에 잠시 세를 죽였던 죄악감이 스멀스멀 기어오르려 하는데, 여로는 고개를 돌려 나와 눈을 맞췄다. 본심을 들킨 게 아닐까 하는 불안이나 마음을 좀먹는 죄악감과는 어울리지 않게, 그의 푸른 눈은 지금은 다정함을 담고 있다. 눈빛으로 위로를 전할 수 있다고 말해주는 것처럼.“그런 놀란 표정 짓지 마, 네가 예의 없다고 말하는 게 아니야. 또, 명확히 드러내지 않아서 ‘느꼈다’고 표현한 거고. 하지만 그 생각들을 드러냈다 한들,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아. 네가 반대로 생각했다는 게 중요한 거지.”“… 반대로?”“응. 예컨대 이 학교의 선생이나 학생들은, 대부분 그 상황에서 선생님을 옹호했을 거잖아?”순간 여로의 목소리가 낮게 변했다. 그 기세에 잠시 주춤하는데, 여로는 곧 평소의 여상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근데 너는 그때, 네 ‘배역’을 연기하지 않고 다른 방향으로 생각했지. 한결이 잘못한 게 아니라, 선생님이 잘못한 것일 수도 있다고. 그를 통해서, 너는 나한테 그걸 보여줬던 거야. 연기하지 않는 거.”“…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머리가 복잡했다. 배역은 뭐고, 또 배우는 뭔지. 여로가 하는 말 절반 이상이 공식도 없이 풀어야 하는 문제처럼 느껴진다. 무용한 것 같기도 했다. 거짓된 것을 자아낼 뿐인 연극들은, 그냥 옛 얘기에 불과한 것 아니었던가. 그걸 상기한들, 지금 와서 무슨 의미가 있지?내가 혼란스러워하는 것을 이해하듯이, 여로는 고개를 조금 숙여 제 눈을 조금 더 편히 들여다보게 하면서 말을 이었다. 그의 말을 무용하다고 여길 수도 있는 사람에게 하는 배려는 꽤 따뜻했다.“다시 한번 해볼까? 아까 얘기했지. 모든 세상은 무대이고, 모든 인간은 단지 배우일 뿐이라고. 학교가 무대라면, 너와 나는 모두 학생을 연기하고 있어.”여로는 나와 자신을 번갈아 가리켰다. 그는 교복에 그려진 학교 마크를 묘한 눈으로 바라보았다.“다만 우리 대부분은 우리가 ‘배우’라는 걸 모르고 있어. 안다고 하더라도 이미 배역에 너무 몰입되어 있어서, 거기서 빠져나오기란 매우 힘든 일이지. 하지만 너는 그 순간, 널 좀먹던 그 배역에서 빠져나온 거야. 배역이 아니라,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인간으로 상황을 본 거지.” 꽤 긴 설명이 가슴에 들어오면서, 잔상처럼 둥둥 떠돌았다. 긴 것 같으면서도 간단한 말을 반쯤은 이해하지 못했는데도 왠지 심장이 두근거렸다. 스스로 반항아라고 여기다가, 현실과의 그 괴리에서 고통스러워하다가, 처음으로 같은 누군가에게 이해받은 기분. 그러나 미숙한 그 감정을 언어로 정립하기는 불가능했다. 그저 느낀 그대로를 겨우 입 밖으로 뱉을 수 있을 뿐이었다. 고동은 쉽사리 멎지 않는다. 생각한 것을 그대로 내뱉는 것에도 꽤 큰 용기가 필요했다. “… 솔직히 잘 이해는 안 가. 내가 배우라는 말도 뭔지 모르겠고, 그게 한결이 일이랑 무슨 상관이 있는지도.”“지금 바로 이해할 필요는 없어. 그러라고 종용하는 것도 아니야. 다만…”여로가 한 발자국 가까이 다가왔다. 깊고 깊은 해원(海原). 가까이서 보니 알 수 있었다. 여로의 눈동자의 비친 푸르름은 표면의 색만이 아니라, 도달할 수 없는 심해만큼 깊고 넓었다. “여명아. 나한테 적응하도록 도와준다고 했지.”“….”“그럼 난 적응하지 않는 법을 보여줄게."그럼 보일 거야. 배우라는 인간인 네가.여로가 나직이 덧붙였다. 솔직히 얘기하자면, 잘… 모르겠다. 설명한 감정들 하며, 낯선 언어들이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지. 그저 여전히 심장이 두근거렸다. 어떤 것에 의한 두근거림인지조차 알 수 없다. 다만 그때는 머리가 아프지 않았고, 긴장되지 않았고, 알 수 없는 불안이 시야를 흐리지도 않았다. … 단지 그것으로도, 여로의 호의를 받아들일 가치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온전히 이해하지는 못했더라도, 그냥 그 세계 안에 발을 들여보고 싶었다. 그 깊은 심해를 탐구해 보고 싶었다. 근원 모를 말들이 이해되는 순간이 왔으면 좋겠다는 욕망이 움트고 있었다. “가끔 같이 나올래? 날이 좋을 때.” 여로가 나직하게, 아니, 다정하게 말했다. 이성은 이 미친 제안을 수락하지 말라고 소리쳤으나, 나는 홀린 듯이, 하지만 이번에는 아무런 주저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세계에서>는 매주 금요일 연재됩니다. (➁ 산딸기 콩포트 한 스푼 (1)에서 계속) 2026.08.07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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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하이니티 X 곽재선 문화재단 최우수 당선작] 반항의 향 ➁ 미완성의 정의 (2)

일간스포츠는 곽재선 문화재단과 함께하는 제1회 하이니티 작가상 최우수상 수상작인 금알음 작가의 「세계에서」와 김재인 작가의 「반항의 향」을 매주 1회씩 순차 연재합니다. 이번 연재는 청소년 문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굴하고,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보다 많은 독자들과 나누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독창적인 상상력과 깊이 있는 시선이 담긴 두 작품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바랍니다.<편집자주> “이류야!”쾌활한 목소리에 부합하는 미소를 띤 여자아이가 나를 부른다. 낡은 선풍기 소리가 덜그럭거리며 소음을 만들어 낸다. 여자아이는 서화의 악보 묶음을 손에 꼭 쥐고서 나를 바라본다. “서화가 알면 화내지 않을까? 조심히 다뤄.”“응. 나, 나. 궁금한 거.”저 아이의 세상에는 궁금한 게 뭐가 그리 많은지. 궁금한 건 아무나 붙잡아 질문하는 아이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귀찮았다. 나는 딱히 궁금한 일도, 풍부한 상상력도 없었기에 공감할 수 없었다. 말해보라는 뜻으로 몸을 기울이자, 여자아이가 악보를 보여주며 물었다.“왜 얘는 시들었어?”“시들었다고?”고개를 끄덕이는 여자아이의 손가락이 향한 곳은 낮은 음자리표였다. 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 음자리표가 시들었다는 말은 태어나서 처음 들었다. 곰곰이 생각하다가 한 번 더 되물었다.“그림이 어떻게 시들어?”“아니, 봐봐. 얘는 꼿꼿이 서 있잖아.”높은 음자리표로 시선이 향했다. 아, 생김새가 마치 시든 식물 같아서 그랬던 모양이다. 다시 보니 낮은 음자리표는 높은 음자리표에 반해 힘없이 처진 느낌이었다.“이해했어. 근데, 이건 낮은 음자리표야. 서화가 설명해 줬거든. 시든 게 아니야.”여자아이는 ‘낮은 음자리표’라고 작은 목소리로 읊조리더니 몽당연필과 작은 수첩을 꺼내 들었다. 수첩에는 중간중간 아무것도 쓰지 않고 건너뛴 쪽이 존재했는데,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저렇게 사용하면 비효율적인데. 여자아이는 깨끗한 페이지를 열어 낮은 음자리표를 따라 그렸다. 나는 그 행동을 조용히 지켜볼 뿐이었다. ‘시들어 버린 비운의 음표!’삐뚤빼뚤한 그림 아래 쓰인 문장에 미간이 찌푸려졌다. 설명해 줘도 별 소용이 없었다. “비운의? 비운이 뭐야.”“얼마 전에 사전에서 배웠어! 불쌍한 운명, 그런 거래.”여자아이가 주머니에서 작은 단어사전을 꺼내 들어 자랑하려는 순간, 뒤에서 누군가가 말을 걸었다. “선휘연!”서화가 어딘가 짜증 난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보았다. 서화가 휘연이의 머리를 헝클어트리며 말을 쏟아냈다.“내가 악보 가져가지 말랬지! 한참 찾았잖아. 낙서한 거 아니지?”“안 해! 배서화. 이거 시든 거 같지 않아? 진짜 시든 음표야.” “음표가 뭐가 시들어! 그리고 네가 그린 건 음자리표거든?”서화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내 쪽을 돌아보았다. 한숨을 내쉬고 휘연이의 의견을 알려주었다. 그러자 언제 불평했냐는 듯이 서화가 크게 웃었다. “바보.” “뭐!”휘연이가 소리치며 부정했다. 내가 보기에는 둘 다 바보 같았는데 말이지.오후에는 선생님과 산책하러 갔다. 해가 지는 무렵에 너절한 거리를 걷는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그날 선생님은 내게 막대사탕 하나를 쥐여주셨다. 먹고 난 후에는 양치를 잘해야 한다고 당부하던 목소리가 생생하다. “이류는 크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아픈 다리를 감추고 걷던 내게 선생님이 물었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는 말이 어려웠지만, 못 알아들은 티를 내고 싶지 않아 두루뭉술하게 답했다. “웃을 수 있는 사람이요.”서화와 휘연이가 떠올랐다. 오랫동안 셋이 웃으면서 놀고 싶었다. 그게 내 진심이었다. 작은 목소리로 내뱉은 문장이 끝난 후에는 한동안 정적만이 감돌았다. 선생님이 무언가 깊은 뜻을 추론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불안했던 나는 다급하게 말을 돌렸다.“서화는 커서 기타 치는 사람 될 거래요. 맨날 저한테 악보 보여주면서, 이건 무슨 음표고 플랫이 붙었다고 하나하나 알려줘요. 나는 관심도 없는데.”갑자기 말문이 트인 내 모습에 선생님이 놀라셨다. 막대사탕이 모조리 녹고 남은 종이 막대를 입에서 빼냈다.“휘연이는 책 쓰고 싶대요. 소설가랬나. 서화가 악보 보여줄 때 걔는 단어사전 자랑해요. 가끔 휘연이 말이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어요.”그제야 선생님이 웃었다. 나답지 않게 말을 쏟아낸 터라 숨이 차올랐다. 아무렇지 않은 척 바닥을 보고 걸으며 낙엽을 발로 뭉갰다. “저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뒤로 이어진 대화가 무엇이었는지, 선생님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었는지는 생각나지 않는다. 쌀쌀한 가을바람을 피해 삐걱대는 철문을 열고 보육원의 마당으로 들어섰다. 몇 주 후였나, 아니면 몇 년 뒤였나. 처음으로 그들이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어느덧 9살이 된 우리는 그럭저럭 살아가고 있었다. 그날도 평소처럼 시답잖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대화 도중 휘연이가 내뱉은 단어를 몰랐던 서화와 나는 대충 맞장구쳤다. 우리가 못 알아들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휘연이가 ‘감정 단어사전’이라 적힌 조그마한 책을 내밀었다. 진정한 선물이었다.그해 여름, 이모션 사이클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시행되었다. 우리가 보육원에서 감정을 조금씩 배워나갈 때 사회 속 사람들은 이미 감정을 잃었다. 다들 쥐도 새도 모르게 이모션 사이클을 시술한 모양이었다. 9살짜리 꼬맹이들은 뉴스도 보지 않았기에, 갑자기 사람들이 왜 저러는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그러던 중 그들이 들이닥쳤고, 나는 황급히 감정 단어사전을 등 뒤로 숨겼다. 보육원 안에서는 차가운 목소리가 오갔다. 그들은 우리에게 선물을 줄 거라며 서화와 나를 방으로 들어가게 했다. 차례가 되면 문을 열고 나오라고 시켰다. 본능적으로 이상함을 감지하고 서화에게 속삭였다.“선생님 표정이 안 좋았어. 거짓말 같아.”“그랬으면 선생님이 말렸겠지.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방 밖에는 그들과 휘연이가 있었다. 기분 나쁜 상황에 주춤거리던 도중, 우리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방 문고리를 잡은 순간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오지 말라는 경고였다.그 후로 기억이 없다. 오랜 시간 후에 방문을 열고 나가 보았다. 텅 빈 거실 가운데에 휘연이가 가만히 앉아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어디 갔냐고 물어도 졸린 표정을 지은 채로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 년 전, 센터에 짐을 풀다가 감정 단어 수첩이 발등에 떨어졌다. 그때가 되어서야 알았다. 휘연이의 이상 행동이 이모션 사이클의 영향이었다는걸. 휘연이는 이모션 사이클의 개념을 잘 이해했다. 시술 효과도 잘 드러났다. 그래, 클록터는 그런 휘연이를 데려가 본인들의 인재로 성장시키고 싶어 했다. 돈과 의식주 지원을 빌미로 휘연이를 채갔다. 이제 나에게는 서화, 서화에게는 나뿐이었다. 셋은 더 이상 셋이 아니었다. 이어지는 기억이 존재하지 않았다. 하늘이 남빛으로 물들었다. 도서관에는 왠지 모르게 비릿한 공기만이 남아 있었다. 계단을 내려와 살펴보아도 방금 사람이 다녀갔다는 사실을 입증할 요소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들은 체취조차 남기지 않은 채 사라졌다. 소름이 끼칠 지경이었다. 바닥난 체력을 견디고 꾸역꾸역 기숙사로 돌아왔다. 도서관에서 잠을 청했다가는 위험에 처할 것 같았다. 센터 사람을 피해 내 방으로 들어오기에 성공했다. 다시 한번 세상이 꼴 보기 싫었다. 왜 휘연이가 그딴 기업을 선택했는지, 본질적으로 왜 우리를 버리고 떠난 건지 모든 게 원망스러웠다. 우리가 있는데, 뭐가 그렇게 두려웠다고 숨은 건지 알 수 없었다. 흥분한 마음을 가라앉히려 얼른 잠에 들 준비를 했다. 침대에 누워 흰 백지만을 떠올리려 애써보아도 뜻대로 되지 않았다. 결국 서러운 마음에 오랫동안 잠을 설쳤다. 나답지 않게 자꾸만 흐느꼈다. 나답지 않은, 그러면 나다운 건 뭔데. 여기서 그런 게 존재하긴 해?간신히 선잠에 빠졌다가 뒤척이며 깼다. 커튼을 걷자, 아직 달이 빛나고 있었다. 후줄근한 차림으로 센터를 벗어났다. 실내와 실외를 쉼 없이 오갔다. 이렇게 움직여야 머리가 아프지 않았다. 편의점에 들어가 탄산음료를 잔뜩 샀다. 낡은 전단지가 덕지덕지 붙은 가로등에 기대어 캔을 땄다. 아무리 마셔도 갈증이 해소되지 않았다. 그냥 맹물이나 하나 살 걸 그랬나. 오늘 내가 망할 도서관에 가지 않았더라면, 외출하지 않았더라면. 아니, 적어도 서화와 다투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반갑지 않은 사람들 속에서 그리움을 마주할 필요가 없었다. 거지 같은 배서화. 그 자식 때문에 잠도 설치고 정신 건강이 악화했다. 어느새 내 손에는 비워진 사이다 캔이 들려있었다. 양치를 다시 해야 하겠지. 선생님, 오늘은 좀 피곤해서 그냥 잘게요. 며칠간 어떻게 살아왔는지 모르겠다. 이모션 사이클에 대응할 첫 번째 구실이 사라지는 상황을 마주하는 것은 착잡한 일이었다. 사람의 감정은 향과 관계가 깊다고 한다. 그래서 조향을 시작했다. 이 세상에서 허용되는 건 딱딱하고 반듯한 가공품뿐이니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완벽하지 않은 사람이 꾸역꾸역 틀에 맞추어 살아간다고 해서 의의가 생기나? 휘연이에게 선물하고 싶었다. 불완전하고 어리석은 기억. 그러니까, 추억, 그런 거. 향으로 담은 추억은 클록터가 굳힌 반듯한 틀을 비집고 들어가 휘연이에게 닿을 수 있을 거라 믿었다. 나는 성숙한 사람이 아니라서 전해줄 방법을 알지 못했기에 이게 내 최선이었다. 전해지지 못한 채로 오랜 시간이 지나 변색된 향수를 손에 쥐었다. 차라리 그때 한 발짝 앞으로 나가 눈을 맞출걸. 내가 여기 있다고, 너는 어디에 있냐고. 심한 욕이라도 해서 기억에 남도록 할걸. 걔가 뭐가 그리 그립다고 나름대로 다정을 베풀었을까. 나는 서화를 피했다. 서화도 이 사실을 아는지는 모르겠다. 다행스럽게도 같은 반이 아닌지라 마주칠 일은 드물었다. 일부러 수영부에도 출석하지 않았다. 반 아이들과 그리 친한 편은 아니었지만, 들려오는 소문을 통해 서화 또한 수영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서화는 나와 함께 보육원을 옮긴 이후 한 부잣집에 입양되었다. 나는 사람을 입양 보낸다는 개념이 불쾌했기에 방구석에 숨어 있었다. 서화의 수영장을 혐오하는 태도는 그 시기에 시작되었다. 우리 둘이 몰래 만날 때면 증세가 나날이 심해져 갔다. 당연히 이유가 궁금했다. 하지만 서화는 내가 이유를 물을 때마다 망설이며 침묵했다. 물어서는 안 되는구나, 눈치채고 말을 아끼기 시작했다. 어느 시점부터 서화가 내게 질문하기 시작했다. 요즘 보육원 생활은 어떠냐고. 나 또한 대답할 수 없었다. 서화가 그렇게 보육원을 떠난 이후로 나는 은근히 미움받고 있었다. 어째서 인지는 알 수 없었다. 나보다 두세 살 나이가 많은 언니들의 시선이 따가웠다. 지금 생각하면 하찮고 웃기다. 몇 살 차이도 안 나는 주제에 애를 괴롭히기나 하고. 허구한 날 단체 채팅방에 초대해 폭언을 일삼았고, 선생님이 볼 수 없는 부위를 여러 물건으로 구타했다. 그중 한 사람의 실수에 의해 내 얼굴에 상처가 생겨 선생님이 알아차린 이후로 구타는 멈추었다. 하지만 멈춘 만큼의 고통은 폭언으로 돌아왔다. 차라리 이모션 사이클을 받는 게 낫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하지만 나의 성격 덕분에 그 진흙탕 속에서 미치지 않고 버틸 수 있었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그런데도 서화가 왜 수영부 부장을 맡게 되었는지는 여전히 알 수 없었다. 나에게 이모션 사이클이 왜 싫냐고 묻는 서화에게 역으로 수영장을 싫어하는 이유를 되물었던 날, 그날이야말로 대답을 들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직이었나 보다. 갑자기 센터에 수영부가 개설되며 서화는 내게 차장을 맡아달라고 부탁했다. 센터에서 강요하기도 했고 딱히 거절할 이유는 없어 수락했다. 그저 취미로 수영장에 출석하는 아이들을 모아놓은 것이기에 대회 출전 같은 거창한 일은 하지 않았다. 애초에 센터에서 그런 일을 시켜줄 리도 없었다.수영장 세 글자에 얽히고설키는 서화의 눈빛, 손의 미세한 떨림. 그로 인해 깨달은 점. 때로는 무언의 흔적이 더욱 깊게 새겨진다. 경험해야만 알 수 있는 오묘한 각인. 그런 게 나를 이끌었다. 색이 바랜 가죽 가방에 짐을 쑤셔 넣었다. 거울에 비친 내 꼴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름을 알 수 없는 노란 꽃 장식이 달린 머리끈으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다시 묶었다. 침구도 제대로 정리하지 않은 채 방을 나섰다. 센터에서 이십 분 정도 걸으면 옛 시골에나 있을 법한 기차역이 나온다. 노후화된 시설이 지역의 빈부격차를 잘 드러내고 있었다. 잡음이 섞인 안내 방송과 함께 도착한 기차에 올랐다. 서둘러 자리에 앉아 짐을 정리했다. 접이식 책상을 핀 후 눈앞 화면을 누르자 홀로그램이 재생되었다. 과하게 선명한 홀로그램에 어지러움을 느껴 뚜껑을 연 향수병을 놓쳐버렸다. 미색의 거친 종이 위로 얼룩이 퍼져나갔다. 다행히 내용물이 흘렀을 뿐 깨지진 않았다. 옆에 서화가 있었다면 향수병 간수 잘하라고 잔소리를 들었을 거다. 미간을 찌푸리며 공책 위로 화장지를 가져다 대보았다. 오히려 종이의 표면만 상해서 그만두었다. 손에 낡아빠진 공책과 단어사전을 꼭 쥐었다. 이 연약한 묶음은 도전이자 유서였기 때문에, 내 전부였다.기차가 출발함과 동시에 챙겨온 안대를 신경질적으로 내리고 잠을 청했다. 일주일 동안 쌓인 피로가 몰려와 쉽게 잠들었다. 무슨 꿈을 꾸었는지는 잘 생각나지 않는다. 눈을 떴을 때는 사람들이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우왕좌왕하며 서둘러 도착지에 발을 디뎠다. 심장이 두근거렸지만, 이 두근거림이 설렘과 두려움 중 어느 쪽인지 알 수 없었다. 제대로 배운 적이 없어서 그랬다.과거의 사람들은 여름을 낭만의 계절이라고 칭했다. 나는 잘 모르겠다. 푹푹 찌는 더위와 목선을 따라 땀과 함께 엉겨 붙는 머리카락이 뭐가 좋다고. 나이를 먹을 대로 먹었나. 아니면 내가 사회에 적응하고 있는 걸까. 발길이 따르는 대로 움직였다. 붉은 벽돌로 쌓인 담장의 모퉁이를 지나자, 눈앞이 샛노란 색으로 물들었다. 사방이 온통 해바라기였다. 저 많은 해바라기가 일제히 하늘을 올려다보는 광경이 소름 끼치도록 이질적이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재개발이 덜 된 지역이기에 가능한 풍경이었다. 이 섬찟한 분위기가 좋았다. 아무도 없는 해바라기 밭으로 달려갔다. 풍성하게 자란 꽃들 사이에 누우니 흙먼지에 옷이 더럽혀졌다. 살랑임과는 거리가 먼 세찬 바람에 머리카락이 흩날렸다. 주위를 구경하는 데에 한 눈이 팔려 앞을 보지 못하고 넘어졌다. 덕분에 상반신까지 더럽혀졌다. 해탈한 순간 크게 울린 스마트폰 알람이 쩌렁쩌렁 울렸다. 손에서 흙을 대충 털고 화면을 눌렀다. ‘어디야?’내가 밝히지 않은 사실이 있다면, 서화는 그동안 꾸준히 내게 연락을 보내왔다는 점이다. 당연히 나는 답하지 않았다. 마음이 불안해서 못 했다. 마치 외줄 타기를 하는 느낌이었다. 서화의 문자는 나를 외줄에서 떨어트리기 충분했다. 그래, 무서웠다는 말이다.오늘은 오후에 특별관에 모여 이모션 사이클 이론 수업을 들어야 했다. 예정대로라면 두 시간 전부터 딱딱한 의자에 기대어 지루한 설명을 듣고 있었을 거다. 도망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화는 문자로 나의 안부를 묻거나, 내 생활을 멋대로 추측했다. 하나하나 입력한 텍스트 속에서 서화가 지닌 미안함이 눈에 비쳤다. 괜히 심술이 나서 바로 앞에 보이는 해바라기를 찍어 보내주었다. 사진과 함께 딱 한 마디만 입력했다. 왜 꾸준히 연락했냐고, 잠적하지 않았느냐고.‘내 부재를 네게 증명하는 꼴이 되잖아. 그게 싫었어. 나쁜 놈 같아서.’한 단어, 한 글자를 눈동자로 읽어 내릴 때마다 범죄라도 저지른 기분이 들었다. 내 속을 달래주려고 하는지 해님 위로 구름이 드리웠다. 그러고는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더위에 파묻혀 숨을 내뱉기도 어려웠던 지난날의 여름이 투정을 부리듯 눈물을 쏟아냈다. 힘없이 내리는 이슬비는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어디선가 들려온 짧은 부름이 빗줄기 사이를 빠르게 지나쳐 내게 닿았다. ‘으’인지 ‘야’인지 그 사이 어딘가 모호한 음절이 고막에 울렸다. 서서히 젖어가는 앞머리를 넘기고 눈을 또렷이 떴다. 멀지 않은 거리에 서 있는 형체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꼴이 추레하네.”나와 눈을 맞춘 서화가 장난스레 웃어 보였다. 그래, 저 웃음이, 휘어지는 눈이, 짝짝이로 올라간 입꼬리가, 그리웠다. 확신할 수 있었다. 서화의 미소는 억제된 감정이 아니었다. 이모션 사이클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한동안 그 표정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빠른 걸음으로 서화에게 다가갔다. 서화의 얼굴을 비롯한 피부 곳곳에 크고 작은 상처가 있었다.“사람 팼냐?”문장이 평소의 투로 뱉어지지 않았다. 일부러 아무렇지 않은 척 장난스레 말하려 노력했지만 망해버렸다.“조금 싸웠지.”“반항아 같으니라고.”우리는 아무 말 없이 해바라기 밭을 걸었다. 한없이 많은 노랑을 보았다. 서로에게 아무런 질문도 하지 않았다. 삼십 분 정도 어색한 공기를 들이마시며 걷다 보니 해안가에 도착했다. 힘찬 파도 소리에 조금은 어색함이 떠내려가는 기분이었다. 서화가 먼저 앉자며 자신의 얇은 셔츠를 모래 위에 깔았다. 셔츠 다 더럽혀지겠는데. 미안함에 주춤거리는 사이 서화는 내 팔을 끌고 풀썩 앉았다. 뿌연 바다가 햇빛을 흡수해 따뜻하게 반짝였다. 도서관에서 보았던 광경이 떠오름과 동시에 눈앞이 일그러지며 울렁였다. 하는 수없이 눈을 꼭 감았다. 서화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나의 어깨를 툭툭 쳤다.“왜 그래? 눈부셔?”“나, 선휘연 만났어.”떨리는 눈동자로 서화를 바라보았다. 내 예상과는 달리 서화의 표정은 평온했다. 마치 선휘연이 누구냐는 듯한 얼굴이었다. 당황스러웠다. 얼굴이 급격히 굳어진다거나, 안색이 안 좋아지는 광경을 상상했었다.“너랑 싸운 날에 도서관 갔거든. 버려진 도서관인데, 그런 데가 있어.”말을 잇기 어려웠다. 무엇부터 설명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클록터 알아? 거기 사람들이 문학 도서 폐기한다고 갑자기 들어왔거든. 그때 선휘연 봤어.”뒤죽박죽이었다. 내 말이 끝나길 기다린 서화가 입을 뗐다. “알아. 걔, 팀장이야. 능력도 좋지,”안다고? 팀장은 또 뭐고. 내가 말을 잇기 전에 서화가 이야기를 시작했다.“나, 이모션 사이클 할 생각이었어. 진짜로. 클록터에 잠입해서 어떤 일을 꾸미고 그런 게 아니라. 너한테 서류도 들켰잖아. 그날 우리 센터장이랑 같이 클록터 본사에 갔는데, 선휘연이 있더라. 내가 쓴 서류를 손에 쥔 채 뻔뻔하게 내 앞에 앉아서. 정도 없지, 아는 체도 안 해. 회사에서 얼마나 굴리는지 다크서클이 엄청 심했어. 서럽더라고. 내가 보육원 시절 이야기를 꺼내봐도 어림도 없었어. 근데 봤거든. 내가 예전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눈동자가 조금씩 흔들리는 거. 까먹은 게 아니라 모른 체하는 거야. 직원들은 얼른 서명이나 하라고 재촉하더라. 아, 뭐랄까. 네가 그 공기를 맛봤어야 해. 거지 같아서 숨도 안 쉬어지는 그 방 안에 있는 게 힘들더라고. 그냥…. 뒤집어엎고 나왔어. 옆에 있던 남자들 힘도 더럽게 세더라. 이렇게 당할 줄은 몰랐는데. 차마 선휘연은 못 때렸어. 애가 너무 삐쩍 마르고 쇠약해 보여서. 우린 아직 불완전한 인간이잖아? 미련 남은 거지. 괘씸하긴.”서화가 제 팔에 있는 멍을 보면서 웃었다.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비로소 인정할 수 있었다. 선휘연이 클록터에 있다는 것. 다시 흥분하지 않기 위해 얼굴을 가리고 천천히 호흡했다. 이제는 외면할 수 없었다.“너는 괜찮은 거고?”“솔직히 불안하기는 해. 내가 난리 친 거 센터에서 집에 연락했는지, 나한테 어떤 처벌을 내릴지 아무것도 몰라. 불행 중 다행인 게,”네가 여기 있다는 거지. 그렇게 말하는 서화의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정말 나만 있어도 살아갈 수 있다는 거야? 거짓말. 훗날 내가 너에게 저주를 건다면, 아마 불명료한 내 확신을 평생 안고 살라는 걸 거야. 나는 너와 다르게 유치해서 멋대로 판단한 감정을 항상 지니고 살거든.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 말을 삼키고 바다를 바라보았다. 이미 지칠 대로 지친 몸이 흔들리자, 서화가 어깨를 내주었다. 진작에 전부 말할걸.“돌아가야지. 이대로 밤샐 수 없으니까.”서화가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내밀었다. 센터 때문에 호되게 당해놓고도 다시 돌아가자고 말하는 모습이 경이로웠다. 하는 수 없이 그 손을 잡았다. 역시나 깔고 앉은 서화의 셔츠에는 모래가 잔뜩 묻어버렸다. 그 밑으로 조개껍데기가 보였다. 별로 예쁘지는 않았다. 조그마한 크기에 곳곳이 부서져 앙상했다. 내가 조개껍데기를 물끄러미 바라보자, 서화가 아무 말 없이 주워 주었다. 마땅히 보관할 곳이 없어 기차에서 내용물이 쏟아졌던 향수 공병에 집어넣었다. 역까지 돌아가는 동안 제법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클록터 본사는 어떤 모습인지, 폐도서관의 먼지 쌓인 서적은 무엇이 있는지와 같은 재미없는 이야기들. 기차를 기다리는 동안 서화가 내 몸에 묻은 흙먼지를 털어주었다. 보살핌 받는 느낌에 괜히 어린애가 된 기분이었다. 기차에 오른 순간부터 우리는 웃음을 감춰야만 했다. 하지만 나쁘지 않았다. 아직 우리는 어설프니까, 미완성작들만이 공유할 수 있는 의미가 있었으니까. <반항의 향>은 매주 금요일 연재됩니다. (③ 모순 (1)에서 계속) 2026.08.07 17:33
생활문화

국민체육진흥공단, 29일 ‘글로벌 스포츠 네트워크 포럼’ 개최

-IOC·국제경기연맹 현직자 참여…국제 스포츠 환경 변화와 진출 전략 공유-기존 교육 포럼·진로 워크숍 통합…국제 스포츠 인재 약 100명 참석 예정 서울올림픽기념국민체육진흥공단이 국제 스포츠 분야 진출을 준비하는 인재들의 실무 역량과 글로벌 네트워크 확대를 지원하기 위한 포럼을 연다.국민체육진흥공단은 오는 8월 29일 오후 1시 서울올림픽파크텔 올림피아홀에서 ‘2026 글로벌 스포츠 네트워크 포럼’을 개최한다고 밝혔다.이번 포럼은 공단이 운영해 온 ‘글로벌스포츠 리더십과정(GSL) 포럼’과 ‘국제스포츠인재양성 진로탐색 워크숍’을 하나로 통합한 행사다. 교육 과정 간 연계성을 높이고 국제 스포츠기구의 운영부터 실무, 취업과 경력 개발까지 폭넓은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다.행사는 박성희 한국외국어대학교 GSL 디렉터의 환영사와 좌장 진행으로 시작한다.기조연설에는 김재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집행위원 겸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회장이 나선다. 김 위원은 ‘변화하는 스포츠와 국제 스포츠 인재’를 주제로 국제 스포츠 환경의 변화와 앞으로 요구되는 인재상을 소개할 예정이다.원윤종 IOC 선수위원은 ‘선수에서 글로벌 스포츠 리더로: 국제무대 진출과 커리어 전환’을 주제로 연단에 오른다. 선수 경험을 바탕으로 국제 스포츠 무대에 진출한 과정과 경력 전환 사례를 공유한다.1부 세션은 ‘글로벌 스포츠 리더십과 거버넌스’를 주제로 진행된다. 마르코 이엔나(Marco Ienna)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최고운영책임자와 이강은 세계도핑방지기구(WADA) 디지털 학습·교육 선임 매니저가 국제 스포츠기구의 운영 사례와 거버넌스를 발표하고 패널 토론을 이어간다.2부에서는 국제 스포츠 현장에서 요구되는 실무 역량과 경력 개발 전략을 다룬다.조남희 세계수영연맹(World Aquatics) 스포츠 선임 매니저와 윤혜영 국제검사기구(ITA) 이벤트 매니저, 김주현 IOC 경기 결과 콘텐츠 매니저가 각각 국제경기연맹 운영과 국제 이벤트, 스포츠 콘텐츠 분야에서 쌓은 경험을 소개한다. 국제기구 진출을 준비하는 참가자들이 참고할 수 있는 직무별 경력 설계와 현장 대응 전략도 함께 공유할 예정이다.이번 행사에는 글로벌스포츠 리더십과정과 국제스포츠인재양성과정 교육생을 비롯해 국제 스포츠 분야 취업과 진출에 관심 있는 일반인 등 약 100명이 참석할 예정이다.국민체육진흥공단 관계자는 “국제 스포츠기구에서 활동 중인 전문가들의 실무 경험과 노하우를 직접 접할 수 있는 자리”라며 “국제 스포츠 분야 진출을 준비하는 인재들이 진로를 구체화하고 네트워크를 넓는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포럼 세부 일정과 참가 신청 방법은 국민체육진흥공단 교육포털 ‘K스포에듀’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26.08.07 14:53
생활문화

중국 상반기 서비스 수출입 총액 3조 7797억 5천만 위안

중국 상무부가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2026년 1~6월 중국의 서비스 수출입 총액은 3조 7797억 5천만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8.3% 증가했다. 이중 수출은 1조 5047억 위안으로 17.6% 늘었고 수입은 2조 2750억 5천만 위안으로 2.9% 증가했다. 서비스 무역 적자는 7703억 5천만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14억 2천만 위안 축소됐다. 주요 특징으로는 지식집약형 서비스 수출 비중이 절반을 넘어섰다는 것이다. 상반기 지식집약형 서비스 수출입은 1조 6634억 위안으로 전년 대비 6.7% 증가했으며 이는 전체 서비스 수출입 총액의 44%를 차지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개인 문화·오락 서비스(57.2%)와 지식재산권 사용료(44.3%)의 수출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지식집약형 서비스 수입은 8577억 3천만 위안으로 1.4% 늘었다. 여행 서비스 수출과 운송 서비스 수입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상반기 여행 서비스 수출은 2292억 위안으로 31.1% 증가하며 상위 5대 서비스 수출 분야 중 가장 빠른 성장률을 기록했고 운송 서비스 수입은 4981억 위안으로 30.4% 증가해 상위 5대 서비스 수입 분야 중 최고 증가율을 보였다. 2026.08.05 15:52
레포츠

핏투게더, 일본축구협회와 ‘JFA 서포터’ 계약…EPTS 기반 선수 육성 지원

-지도자 강습·유스 육성·JFA 아카데미에 고정밀 트래킹·데이터 분석 기술 제공-주행거리·가속·포지셔닝 데이터 활용해 훈련 설계와 현장 의사결정 고도화 글로벌 스포츠 테크기업 핏투게더(Fitogether)가 일본축구협회(Japan Football Association·JFA)와 ‘JFA 서포터’ 계약을 체결하고 일본 축구의 지도자 양성과 유소년 선수 육성을 지원한다.핏투게더는 지난 8월 1일 JFA와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JFA도 8월 3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관련 내용을 발표했다.이번 계약에 따라 핏투게더는 JFA 지도자 양성 강습회와 유스 육성 사업, JFA 아카데미에 고정밀 전자 퍼포먼스 트래킹 시스템(EPTS)과 데이터 분석 기술을 제공한다.EPTS는 선수의 주행거리와 스프린트 횟수, 가속·감속, 포지셔닝 등 경기와 훈련 과정에서 발생하는 움직임 데이터를 수집·분석하는 시스템이다. 수집된 데이터는 훈련 계획 수립과 경기 준비, 회복 관리, 부상 위험 점검 등에 활용된다.JFA는 핏투게더의 기술을 지도자 교육과 유소년 선수 육성 현장에 적용해 선수의 컨디션과 경기력을 보다 정밀하게 파악하고, 데이터에 기반한 지도 환경을 구축할 계획이다. 특히 JFA 피지컬 피트니스 프로젝트와 연계해 트래킹 데이터를 해석하고 현장에서 의사결정에 활용할 수 있는 지도자 양성에 나선다. 선수별 특성과 상태에 맞춘 육성 환경을 조성하는 데도 관련 데이터를 활용할 예정이다.미야모토 쓰네야스 JFA 회장은 “선수의 주행거리와 스프린트, 가속·감속, 포지셔닝 데이터를 올바르게 해석해 훈련 설계와 컨디션 관리, 부상 예방, 경기력 향상으로 연결하는 역량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핏투게더의 고정밀 트래킹 기술을 지도자 양성과 유스 육성, JFA 아카데미 후쿠시마 등의 현장에서 활용하겠다”고 말했다.윤진성 핏투게더 대표는 “좋은 지도자가 좋은 선수를 키운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발전해 온 JFA의 지도자 양성 체계는 일본 축구 성장을 지탱해 온 기반”이라며 “지도자와 선수가 판단의 근거로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를 육성 현장에 제공하겠다”고 밝혔다.핏투게더는 자사 웨어러블 EPTS가 국제축구연맹(FIFA)의 ‘FIFA 퀄리티 프로그램’ 선수 트래킹 장비 품질 테스트에서 위치와 속도 정확도 부문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고 설명했다.회사는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단순한 데이터 수집과 분석을 넘어 지도자 교육과 선수 육성 현장에서 실제 활용 가능한 운영 체계를 구축하는 데 JFA와 협력할 계획이다. 2026.08.05 15:08
생활문화

장민호·천록담·김용필·나태주, 9월 LA서 추석 공연 ‘놈놈놈쇼’

-9월 25~26일 인터컨티넨탈 다운타운 호텔서 노래·토크·퍼포먼스 선봬-출연진 화보집 판매 수익금, 현지 홈리스 자립 지원 단체에 기부 장민호와 천록담, 김용필, 나태주가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추석을 맞아 가족형 버라이어티 공연을 선보인다.공연 주최 측은 ‘놈놈놈쇼(NOM.NOM.NOM SHOW)’를 오는 9월 25일부터 26일까지 현지시간 기준 LA 인터컨티넨탈 다운타운 호텔 그랜드볼룸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이번 공연은 K-트롯 무대에 토크와 퍼포먼스를 결합한 가족 관람형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출연진 4명은 각자의 대표곡과 함께 다양한 무대와 토크를 선보이며 관객들과 소통할 예정이다.주최 측은 세대가 함께 관람할 수 있도록 트로트 공연과 갈라 형식의 무대 연출을 접목해 미주 한인들이 추석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행사로 기획했다고 설명했다.공연을 기념한 출연진 단체 화보집도 제작된다. 화보집 판매 수익금은 LA 지역 홈리스와 중독 회복자, 출소자 등의 자립을 지원하는 비영리단체 ‘스키드 로 러닝 클럽(Skid Row Running Club)’에 기부할 예정이다. 화보집은 턱시도 브랜드 로드앤테일러에서 지영빈 사진작가가 촬영했으며 장민호, 천록담, 김용필, 나태주가 모두 참여했다. VIP 좌석 관객에게는 기념품으로 제공하고, R석과 S석 관객에게는 한정 판매한다.K-뷰티 브랜드 아워리(houry)를 운영하는 에그코스메틱과 골든킹감자를 생산하는 한국농업법인도 공식 협찬사로 참여해 기부 프로젝트를 지원한다.스키드 로 러닝 클럽은 전 LA 카운티 고등법원 판사 크레이그 미첼이 2012년 설립한 비영리단체다. 달리기 활동을 통해 사회적 취약계층의 회복과 일상 복귀를 지원하고 있다.주관사 엘브이넥서스 관계자는 “트로트가 전하는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공연장뿐 아니라 지역사회와도 나누기 위해 기부 프로그램을 마련했다”며 “출연 가수들도 취지에 공감해 참여했다”고 말했다.박선주 총괄 프로듀서는 “공연을 넘어 가족과 나눔의 의미까지 함께 전달하고자 했다”며 “화보집 판매가 지역 취약계층의 새로운 출발을 돕고, 공연이 관객들에게 기억에 남는 추석 경험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주최 측에 따르면 현재 전체 좌석의 70% 이상이 예매됐다. 기업과 한인단체 등을 대상으로 단체 관람과 티켓 선물 문의를 받고 있으며, 단체 예매를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도 운영할 예정이다.공연 일정과 티켓 예매 등 자세한 내용은 놈놈놈쇼 공식 홈페이지와 이메일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2026.08.03 16:18
생활문화

장민호·천록담·김용필·나태주, LA서 추석 가족쇼 ‘놈놈놈쇼’ 개최

-9월 25~26일 인터컨티넨탈 다운타운 호텔서 노래·토크·퍼포먼스 선봬-기념 화보집 판매 수익금, 현지 홈리스 자립 지원 단체에 기부 장민호와 천록담, 김용필, 나태주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추석을 맞아 가족형 버라이어티 공연을 선보인다.공연 주최 측은 ‘놈놈놈쇼(NOM.NOM.NOM SHOW)’를 오는 9월 25일부터 26일까지 현지시간 기준 LA 인터컨티넨탈 다운타운 호텔 그랜드볼룸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이번 공연은 K-트롯 무대에 토크와 퍼포먼스를 결합한 가족 관람형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네 명의 출연진은 각자의 대표곡과 함께 관객 참여형 토크, 개별 퍼포먼스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주최 측은 한인 가족이 함께 추석 분위기를 즐길 수 있도록 트로트 공연과 갈라 형식의 무대 연출을 결합했다고 설명했다.공연을 기념해 출연진 4명이 참여한 단체 화보집도 제작한다. 화보집 판매 수익금은 LA 지역 취약계층의 자립을 지원하는 비영리단체 ‘스키드 로 러닝 클럽(Skid Row Running Club)’에 기부할 예정이다. 화보는 턱시도 브랜드 로드앤테일러에서 사진작가 지영빈 감독이 촬영했다. VIP 좌석 관객에게는 기념품으로 제공하며, R석과 S석 관객을 대상으로 한정 판매한다.글로벌 K-뷰티 브랜드 아워리를 운영하는 에그코스메틱과 골든킹감자를 생산하는 한국농업법인도 협찬사로 참여해 기부 프로젝트를 지원한다.스키드 로 러닝 클럽은 전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고등법원 판사 크레이그 미첼이 2012년 설립한 비영리단체다. 홈리스와 중독 회복자, 출소자 등이 달리기 활동을 통해 일상 복귀와 자립을 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주관사 엘브이넥서스 관계자는 “트로트가 전하는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공연장뿐 아니라 지역사회와도 나누기 위해 기부 프로그램을 마련했다”며 “출연 가수들도 취지에 공감해 참여했다”고 말했다.공연은 미주 한인들에게 한국의 명절 분위기를 전하고, 한국에 거주하는 가족이 미국의 부모나 친지에게 티켓을 선물할 수 있는 행사로도 기획됐다. 기업과 한인단체를 위한 단체 관람 및 맞춤형 프로그램도 운영할 예정이다.박선주 총괄 프로듀서는 “공연에 가족과 나눔의 의미를 함께 담고자 했다”며 “화보집 판매가 취약계층의 새로운 출발을 돕고, 공연은 관객들에게 기억에 남는 추석 경험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주최 측에 따르면 현재 전체 좌석의 70% 이상이 예매됐다. 남은 좌석과 단체 예매, 공연 프로그램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공식 홈페이지와 이메일을 통해 안내할 예정이다. 2026.08.03 10:51
생활문화

[제1회 하이니티 X 곽재선 문화재단 최우수 당선작] 반항의 향 ➁ 미완성의 정의 (1)

일간스포츠는 곽재선 문화재단과 함께하는 제1회 하이니티 작가상 최우수상 수상작인 금알음 작가의 「세계에서」와 김재인 작가의 「반항의 향」을 매주 1회씩 순차 연재합니다. 이번 연재는 청소년 문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굴하고,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보다 많은 독자들과 나누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독창적인 상상력과 깊이 있는 시선이 담긴 두 작품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바랍니다.<편집자주> 2. 미완성의 정의더위가 가실 기미가 안 보인다. 땀이 많은 체질인지라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땀방울이 목덜미를 타고 흘러내렸다. ‘도시’는 덥지도 춥지도 않다고 들었다. 과연 그럴까. 자신들의 우월함을 과시하기 위한 한낱 소문일 뿐이겠지. 헤진 셔츠의 소매로 땀을 닦으며 정신없이 거리를 걷던 도중 발에 무언가 걸렸다. 내려다보니 바닥에 떨어진 매미 사체였다. 미처 지르지 못한 비명을 삼키고 앞으로 뛰어갔다. 달리는 내 양옆으로 빽빽이 들어선 청록빛 나무가 스쳐 지나갔다. 도시에서는 나무 한 그루조차 찾기 힘들다는데 센터 주변에는 왜 이리 많이 심었는지 모르겠다. 거기에는 매미도 없겠지…. 왼쪽 귀에 꽂은 무선 이어폰에서 요란한 알람이 울리기 시작했다. 서화의 전화였다. 지직거리는 소리와 함께 통화가 연결되었다.“여보세요.”내가 뱉은 네 음절 뒤로 이어진 건 잔소리였다. 더운 날씨에 어딜 간 거냐, 수업은 또 땡땡이쳤냐와 같은 시답잖은 잔소리 말이다. 서화의 목소리에 세차게 우는 매미 소리가 뒤섞여 잘 들리지 않았다. 이 점은 매미에게 감사를 표한다. 그렇게 생각하고는 웃음을 흘리자, 서화가 물었다.“더위 먹었냐?”“아니거든. 아이스크림 사 갈까.”“불량한 주제에 간은 커. 나는 소다 맛.”짧은 대화를 주고받으며 동시에 웃음을 터트렸다. 눈에 들어온 편의점 문을 열고 들어갔다. 훅 끼치는 에어컨 공기가 상쾌했다. 여러 개를 사고픈 욕심이 났지만, 무더운 날씨에 아이스크림이 모조리 녹을 것 같아서 딱 두 개만 샀다. 멜론 맛 아이스크림을 까서 한입 베어 물은 순간 끊긴 줄 알았던 통화에서 서화의 목소리가 들렸다. 갑작스러운 부름에 몸을 한껏 움츠리며 놀랐다. “왜?”“너무 일찍 철이 들어도 별로인 것 같아.”“책이라도 읽었냐?”장난을 걸었는데도 서화는 반응이 없었다. 내 머쓱한 웃음을 마지막으로 통화가 끊겼다. 괜히 민망해서 어깨를 한 번 으쓱했다. 트레이닝 집업 주머니 속 소다 맛 아이스크림이 녹지 않도록 달리기 시작했다.센터에 들어서니 경직된 음성이 흘러나왔다. 반갑기는, 매일 갇혀있는데. 기숙사로 올라가 복도를 걸었다. 그래도 오늘은 시끌벅적했다. 별다른 일이 없다는 뜻이겠지 싶었다. 주변의 눈치를 보면서 쭈뼛쭈뼛 서화의 방 앞에 섰다. 원칙적으로 기숙사에서는 본인 방에만 드나들어야 하지만, 학생 대부분이 지키지 않는다. 윗선에서도 조치하지 않아 이제는 당연한 행동이 되어버렸다. 주변을 살피는 건 내가 남긴 마지막 예의랄까. 조심스럽게 비밀번호를 누르고 서화의 방 안에 들어섰다.“야, 아이스크림.”어째서인지 서화가 보이지 않았다. 당연히 3평 남짓인 공간에서 숨을 곳은 없었다. 아무래도 잠깐 외출한 모양이다. 하는 수 없이 소중한 아이스크림을 책상에 올려 두었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상상 이상으로 깨끗하고 정돈된 방이었다. 웬일이래, 내가 아는 서화는 방 정리에 이렇게까지 힘쓴 적이 없었다. 더위를 먹은 건 이쪽인 것 같았다. 침구에서는 섬세한 향이 폴폴 풍겼다. 서화의 근처에 가면 항상 나를 반기던 비에 젖은 숲속의 향이었다. 이불을 만지작거리던 내 손가락 사이로 종잇장이 걸렸다. 책이었다. 일찍 철이 드는 게 별로라는 발언은 이 책에서 발췌한 문장일 거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책 표지에 크게 박힌 ‘이모션 사이클’ 여섯 글자와 부제 ‘현대 사회의 희망’. 당황한 채 책상 위 쌓인 책들을 바라보니 온통 이런 식이었다. 이모션 사이클의 장점을 나열했고, 제목부터 의도가 다분했다. 내가 벙찐 사이 문이 열렸다. 익숙한 얼굴이 나에게 손을 흔들었다.“벌써 와있었네.”나와 서화는 동시에 당황했다. 원인은 내 손에 들린 책이었다. 정적을 먼저 깬 사람은 나였다.“왜 빌린 거야?”서화의 흐트러진 머리와 가쁜 호흡을 보아 어딘가에서 뛰어온 듯했다. 그토록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었을 리는 없고. 낯선 위화감이 느껴졌다. 그제야 서화의 손에 들린 종이 한 장이 눈에 들어왔다. 이모션 사이클 시술 동의서였다. 나도 모르게 손이 먼저 나갔다. 동의서를 한순간에 빼앗았다. “설명해 줘.”지금 건넬 수 있는 최선의 다정함이었다. 욱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사정, 사정은 들어보고 판단해야 하잖아? 다음으로 서화가 꺼낸 말은 내게 가히 충격적이었다.“몰라도 돼.”“모르기 싫어. 설명해달라고.”“방금 거절한 거야. 싫다고.”그 세 음절이 머릿속을 꿰뚫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알 겨를이 없었다. 언제부터? 서화도 나랑같은 생각이 아니었나? 그냥 나에게 맞춰준 거였나? 머리가 멍해져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악력에 의해 구겨진 시술 동의서와 책 한 권을 힘없이 내려놓았다. “장난해?”“애도 아니고 장난질을 왜 해?”“내가 거짓말 줄이랬지.”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바짝 마른 입이 더는 문장을 만들지 못했다. 무서웠다. 괜히 사사로운 감정에 휩쓸려 화를 내버릴 것 같았다. 서화가 한숨을 내쉬더니 문을 닫고는 그 앞에 기대었다. 할 말이 많은 모습이었지만 애꿎은 머리카락만 쓸어 넘기고 있었다.“한이류.”“돈이라도 받았어? 너도 숫자에 움직이는 놈이었냐고.”“세상이 네 상상처럼 돌아가지는 않아.”“내가 망상이라도 했다는 거야?”“아니, 여기는 네가 창조한 세계가 아니잖아. 정의의 이름으로 널 용서하지 않겠다, 이런 시시한 말은 먹히지 않는다고.”서화의 단단히 굳어진 목소리를 듣자, 실감이 났다. 무언가 잘못 되어가고 있었다.“알아듣게 말해!”결국 내가 언성을 높였다. 쥔 주먹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서화가 눈을 피하며 말했다."나는 히어로가 아니거든.”“누가 히어로 해달래? 당연하지, 이 세상에 그런 건 없잖아. 적어도 우리는 친구 아니었어? 허용되지 않는 걸 나눈 건 불법이니까, 같은 길을 걸어야 하는 것 아니야?”“유치한 짓 그만하자.” “뭐가 유치한데, 어느 부분이.”눈물이 눈앞을 감싸서 앞이 보이지 않았다. 차마 주먹을 휘두르진 못했다. ‘유치한’ 우정 따위에 꽁꽁 묶이는 나라서. 책상 위 아이스크림을 집어 들었다. 떨리는 왼손으로 아이스크림을 꽉 쥐었다. 이미 녹은 지 오래였다. 터진 봉지 밖으로 푸른 빛 액체가 조금씩 삐져나와 손을 흠뻑 적셨다. 서화에게서 나는 향을 모조리 덮을 만큼 달콤하고도 머리 아픈 향이 풍겼다. 서둘러 방에서 나가려 하자 서화가 내 손목을 붙잡았다. 그와 동시에 더욱 많은 양의 아이스크림이 손목을 타고 흐르기 시작했다. 힘이 빠진 왼손에서 축축한 봉지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간신히 정신을 붙잡고 서화의 손을 뿌리친 채 문을 열었다. 복도를 달리는 동안 손에서는 끈적한 액체가, 눈에서는 쓸데없는 눈물이 떨어졌다. 애정. 같은 길을 걸으며 쌓아 올린 애정 때문이었다. 단순한 증오, 불쾌감을 비롯한 부정은 모두 그 사사로운 감정 속에서 피어올랐다.삐걱거리는 낡은 문을 힘껏 닫았다. 침대로 향하던 발걸음을 돌려 책상에 앉았다. 이불 속에 파묻혀 깊이 생각하다가는 정말 되돌릴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서럽게 울지는 않았다. 나는 서화를 아꼈으니까. 표현은 서툴렀을지언정 그것이 사실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서화의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 이 사회에서 잘못된 사람은 서화가 아닌 나이기에 어찌 보면 당연했다. 내가 간과한 점은 우리가 원초적으로 나눈 게 신념은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그저 서로를 아낀다는 명분만으로 지속된 관계였다. 아니지, 일방적인 동정이었을지도. *“우리 왜 친해진 거야?”서화가 햇볕에 그을린 듯이 새까만 자갈을 발로 차며 내게 물었다. 가끔 센터 단지를 걸으며 이런 대화를 나누었다. “동질감?”손에 쥔 에너지바 봉지를 구겨 쓰레기통에 던졌다. 아깝게 빗나간 탓에 허리를 숙여서 다시 주워야 했다. 쓰레기통 주위에 놓인 까만 봉투에서 역한 냄새가 났다. 내 모습이 웃겼는지 서화가 자꾸만 히죽거렸다.“너도 알잖아. 우리 보육원 그리 좋지 않았다는 거. 길가에 버려진 쓰레기봉투가 자기랑 똑같은 친구를 발견하면 둘이 친해지지 않겠어?”“그래서, 나는 쓰레기봉투다?”말이 그렇다는 거지, 급히 변명하며 앞장서서 걸었다. 어느새 서화가 멀리 찼던 자갈이 내 발에 걸렸다. 예상치 못한 장애물에 몸이 휘청거렸다. 다행히 서화가 내 가방끈을 잡아준 덕에 넘어지지 않을 수 있었다.“조심히 다니지 그래.”그때의 나는 어렸다. 어른스럽고 싶은 아이, 초등생이 할 법한 생각이었다. 당시 서화는 지나치게 아이같이 구는 면이 있어 내가 자주 꾸짖었다. 지금 와서 후회해 보아야 소용없지만, 서화는 꽤 어른스러운 아이였다. 철이 들 대로 들어버린 아이. 그 사실을 알 리 없었던 나는 무작정 내가 더 성숙하다고 믿었다. 그래, 나는 유치하고, 엉망진창이었다. 되고 싶은 인간상이 옆에 존재했음에도 미처 알지 못했다. 어린 내 믿음과는 달리 이른 나이에 철이 드는 건 저주였다.책상 구석에 밀어두었던 고글을 썼다. 얇은 홀로그램이 공중에 드러났다. 이모션 사이클. 여섯 글자를 검색창에 올리자 뒤따라 ‘부작용’, ‘의미’, ‘접종’ 등의 수식어가 붙었다. 역시 구식 고글답게 기사를 내릴 때마다 화면이 깜빡거려 눈이 피로했다. 기사를 정독할 마음은 없었다. 새로 고침을 누르자 오른쪽 위에 관련 페이지가 추천되었다. 어떤 회사의 로고가 잠시 나타난 뒤, 부연 설명자막이 나타났다. ‘잡음을 은폐하리.’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홈페이지 목록에 익숙한 글자가 보였다. 회사명은 클록터, 이모션 사이클을 개발한 기업이었다. 순간 화면이 지직거리며 작동을 멈췄다. 정말 싸구려는 맞나보네. 짜증스럽게 고글을 벗어 침대 위로 던졌다. 이모션 사이클을 개발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내 알 바가 아니었다.여름 감기가 오려는 지 몸이 으슬으슬했다. 서화 말대로 아이스크림 좀 적당히 먹을 걸 그랬다. 지끈거리는 두통에 후회하며 목을 뒤로 젖히니 선반 위에 올려 둔 향수가 시야에 들어왔다. 지난번 수영장에서 깨트린 걸 다시 조향해야겠네. 전문적인 조향은 아니다. 감정을 보관하는 나의 방식일 뿐이다. 망할 사회가 감정을 품는 걸 방해하니까. 제대로 된 향료를 구하는 건 무리라 시중에 판매되는 향수를 사들여 소분하고 조합한다. 이마저도 센터 몰래 반입한 거라 들키면 압수될 염려가 있다. 재료가 뭐든 결과물이 괜찮으니, 그거로 충분하지 않나. 모르겠다. 하나도 모르겠다. 나는 모르는 게 많다. 당장 서화가 행하려는 이모션 사이클이 잘못된 정책인지 확신할 수도 없었다. 어느 쪽이 내 삶에 긍정인지 부정인지, 혹은 내가 선인지 악인지, 서화가 이기주의적인지 자기희생적인지 단 하나도 알 수 없었다. 그럼에도 일단 살아보아야 했다. 그게 몇 안 되는 내 사람들을 위한 최선이었다. 만나야 하고, 찾아가야 하니까. 괜히 언성을 높여 소리친 게 미안했다. 그 애라면 무언가 계획이 있겠지. 이모션 사이클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용하고도 남을 똑똑한 아이니까. 창밖의 시들지 않은 뜨거운 열기가 방 안으로 들어와 나를 헤집었다. 이를 재촉과 방해, 어느 쪽으로 삼을지 판단하는 건 내 몫이었다.잉크가 모자란 펜으로 꾸역꾸역 글씨를 써 내려갔다. 제일 만만한 ‘사랑’ 두 글자를 반복해서 적었다. 정의를 내리기 위해서 헤져버린 조그마한 사전을 펼쳤다. ‘어떤 사람이나 존재를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 또는 그런 일.’별로다. 나의 조상들은 이런 걸 왈가왈부하던 시대에서 죽을 때까지 살았다는 말인가. 그래도 아끼고 귀중히 여긴다는 게 조금은 궁금했다. 나는 서화를 정말로 아끼는 걸까? 불편한 진실이 주입한 무언가를 그대로 서화에게 건넬 뿐이었다. 하지만 ‘무언가’가 사랑은 아니었다. 초조함과 경계, 동정심. 아무리 그래도 우리 둘은 친구인데. 다시 한번 누군가를 잃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 소유욕이 생겨 버린 거다.작은 수첩을 바지 주머니에 쑤셔 넣고 센터를 나왔다. 정문을 지나서 뒤를 돌아 반듯한 건물을 아니꼽게 쳐다보았다. 딱딱하기 그지없는 글씨체로 쓰인 후원사 이름을 보고는 깨달았다. 아까 검색했던 클록터인지 뭔지가 우리 센터의 후원사였다. 딱히 별생각은 안 들었다. 이런 썩어빠진 곳에 돈을 주는 회사가 있다니 신기할 따름이었다. 세상 속 대부분은 갑과 을의 관계로 이루어져 있다. 항상 주도권을 누군가가 붙잡고, 그 누군가가 짜놓은 길을 계약이라는 명분으로 걸어가는 것. 이런 주종 관계에서 올바르다는 개념은 필요 없다. 내가 정상적일지라도 갑이 그것을 비정상이라고 칭한다면 소용없는, 그런 모순. 갑을 맡은 클록터는 ‘을’인 나를 비정상으로 분류한다. 순간 매캐한 담배 연기가 폐 속으로 들어와 생각이 흩어졌다. 인적이 드문 골목길로 들어오자, 미간이 찌푸려지는 냄새가 심해졌다. 잔기침하며 발길을 옮겼다. 아직 불씨가 꺼지지 않은 담배꽁초를 보아 얼마 전까지 흡연자가 있었던 모양이다. 근처 골목은 센터에서 관리하지 않나 보다. 교육 기관이 왜 이리 어설픈 거야? 혼잣말을 읊조리며 근처 폐건물로 들어갔다. 한 걸음씩 계단을 오를 때마다 벅찬 숨소리가 콘크리트 벽 사이를 부딪치며 부유했다. 먼지가 한가득 쌓인 바닥을 신발 바닥으로 거칠게 쓸었다. 얼마 안 가 구석에 쓰러지듯 몸을 늘어트렸다. 저 멀리 희미하게 빛나는 비상구 유도등이 힘겨워 보였다. 보육원의 낡은 비상구 유도등과 닮아있었다. 가끔 잠에 들기 싫을 때면 서화와 철제문 앞에 쪼그려 앉아 초록빛 불빛을 맞고는 했었다. 아, 서화가 아닌가…. 그 딱딱한 문 앞이 우리의 아지트였다. 나의 어설프고 허술한 문장을 이해하는 사람은 한 명뿐이었다. 그 아이라면 나의 바람을 이해하리라 믿었다. 오밀조밀한 문장을 함께 수집해 놓은 공책이 어디 갔는지 모르겠다. 조향에 참고하면 훌륭한 자료가 될 텐데 말이다.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폐건물의 공기는 그리 맑지 않아서 자료로 사용하고 싶지는 않았다. 졸음이 쏟아졌다. 땀에 흐트러진 머리카락이 회백색 벽에 달라붙었다.몇 분 정도 졸았을까, 눈을 떠보니 오후 6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여기서 더 시간을 벌이다가는 센터 관리인이 나를 찾으러 올 거다. 여름이라 해가 길어서인지 괜히 기숙사로 돌아가기 싫었다. 옷에 붙은 먼지를 털어내고 폐건물을 빠져나왔다. 발길은 점점 센터 부근을 벗어났다. 쉼 없이 거리를 활보하다가 고장 난 자판기가 나올 즈음에 방향을 꺾으면, 철조망이 엉켜 지저분한 골목이 나온다. 낡은 쪽문을 통해 철조망을 무시하고 지나갔다. 눈앞 쪽문에 걸린 자물쇠는 늘 그렇듯 장식이다. 문을 열고 한 발 내딛자 내 시야를 연둣빛 식물이 가득 채웠다. 옛 그림에나 나올 듯한 풍경에 매혹되었다. 넓은 잔디밭 곳곳에 심어진 나무는 늘 꿋꿋이 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평소보다 조금 더 걸어 보았다. 두려움보다는 호기심이 앞섰다. 이내 주변이 뻥 뚫린 환경에 홀로 서 있는 창백한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알 수 없는 충동으로 인해 나는 그곳으로 향해야만 했다.흰 건물의 입구에 도착했다. 더는 작동하지 않는 자동문이 열린 채 고정되어 있었다.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개방해 놓은 눈치였다. 실례한다는 말은 뒤로하고 안으로 들어섰다. 어차피 버려진 건물일 뿐인데 뭐 어때. 발목 부근이 까끌까끌한 느낌에 고개를 구부리자, 먼지로 뒤덮인 책 몇 권이 쌓여 있었다. 내가 들어온 곳은 폐쇄된 도서관이었다. 무채색 구조물 사이에 꽂혀있는 색색의 책들은 셀 수 없이 많았다. 2층에는 책상과 의자가 마구잡이로 널브러져 있었다. 제일 편안해 보이는 의자를 일으켜 세운 뒤 바닥에서 책 한 권을 집어 들었다. 자리를 잡고 앉아 책의 줄거리를 읽어보았다. 별로 흥미가 생기지 않았다. 나중에 서화랑 땡땡이치면 이리로 와야겠다. 뿌옇게 오염된 유리로 노을빛이 들어왔다. 그와 동시에 일 층에서 거슬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의 숨이 내뱉어지는 소리. 분명 들어올 때 인기척이라고는 느끼지 못했다. 본능적으로 책장과 책장 사이 빈틈에 몸을 숨겼다. 곧이어 사람의 발소리가 도서관에 울려 퍼졌다. 잠시 후 그들의 목소리를 맞닥뜨렸다. 목소리의 거리가 점점 좁혀질수록 등을 더욱 벽에 밀착시켰다. “아마 문학 도서는 2층 구석에 있을 겁니다.”선명히 귀에 꽂힌 한마디가 내게 도망치라고 신호를 주었다. 하지만 내가 취할 수 있는 행동은 없었다. 주로 ‘감정’을 다루던 문학 작품은 이모션 사이클이 도입됨에 따라 폐기 되었다. 정부는 이모션 사이클의 성공적인 도입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일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 일상에서 쉽사리 문학 작품을 찾기란 어려웠다. 오랫동안 방치된 도서관에는 아직 문학 도서가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를 수거하러 사람들이 왔나 보다. 저들이 나를 발견한다면? 꽤 골칫거리일 것이다. 심문은 기본이고, 처벌의 가능성도 있다. 최악의 경우 타지역의 센터로 강제 추방당할지도 모른다. 맞은 편에서 사람 서너 명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딱, 한 명만이 내 쪽으로 계속해서 다가왔다. 구두 굽이 바닥에 마찰하여 나는 소리의 간격이 나의 호흡과 비슷했다. 긴장된 탓에 몸이 꼼짝도 하지 않았다. 또각거림이 잦아든 무렵에 거센 노을빛이 눈을 강타했다. 그러고는 시야에 그 아이가 들어왔다. 맹목적인 갈색 눈동자에 곧게 뻗은 콧날. 얼굴 위로 음영이 들어서자, 내 기억이 반응했다. 여유롭게 살랑이는 머리카락에 신념이 무너졌다. <반항의 향>은 매주 금요일 연재됩니다. (➁ 미완성의 정의 (2)에서 계속) 2026.07.31 20:26
생활문화

[제1회 하이니티 X 곽재선 문화재단 최우수 당선작] 세계에서 ① 나그네 하나 (3)

일간스포츠는 곽재선 문화재단과 함께하는 제1회 하이니티 작가상 최우수상 수상작인 금알음 작가의 「세계에서」와 김재인 작가의 「반항의 향」을 매주 1회씩 순차 연재합니다. 이번 연재는 청소년 문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굴하고,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보다 많은 독자들과 나누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독창적인 상상력과 깊이 있는 시선이 담긴 두 작품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바랍니다.<편집자주> 그날 점심시간. 스무 명 남짓 앉아 있는 교실은 사람이 그리 많은데도 불구하고 적막이 감돌았다. 터치스크린을 조작하는 소리, 알림창을 활성화하는 작은 클릭 소리, 펜이 태블릿을 조작하는 소리 따위가 인간미 없는 교실을 이따금 울릴 뿐이었다.어쩐지 가슴이 조금 답답해져서, 나는 잠시 화학식에서 눈을 떼고 위를 올려다보았다. 새하얀 불빛.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공허가 차가웠다.상급 때부턴 다들 그랬다. 일단 옆에 앉은 아이가 죽어라 공부하고 있으니, 자투리 시간을 쉬는 용도로 활용하고 싶어도 도무지 그럴 수가 없다. 쉬는 동안 또, 내가 이겨야 할 누군가는 저만치 앞서 나갈 테니까. 학년이 올라갈수록 점점 더 무거워지던 분위기는 졸업 학년에 다다라서는 아예 인간이 살고 있지 않은 것처럼 느껴졌다. 모두가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을 느끼고 있을 테다. 인간이라면 으레 뛰어야 할 심장이 추위에 주춤대고 있으니, 교실에서 인간미를 찾아볼 수 없는 것이 당연했다. 점심시간이 인간의 맥동을 가득 품고 있는 게 오히려 이상한 모습 같다고 느낀 지 오래지만, 이 교실은 유독 숨이 막힐 정도로 차가웠다. 극심한 추위도 사람의 숨통을 죄일 수 있다. 오랜 시간 잘 훈련된 아이들이 얼어붙은 심장으로 마지막 힘을 다하는 모습은, 그저 스잔하기만 하다.지배는 그렇게 고요했다. 아무 소리 없이, 어떤 공통된 행동을 하게 만들고, 그게 진리였다고 서서히 믿게 한다. 아이들에게 아무 소리 없이 동등한 입장을 심어준 그 지배자는, 다수가 옳다고 믿으면 이치가 된다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어느새 모두를 장악했다. 각각 마음속에 품고 있던 것들이 다른 이들도 그렇다는 것을 파악하는 순간, 그것은 의심할 여지 없이 기정사실이 되어버리는 것이다.그중에서도 가장 무서운 것은, 그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죄악처럼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굳어진 머리로 사고하기엔, 지배란 것은 너무 가학적인 단어로 들렸으니까. 아니, 가학적이라고 느끼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 애초에 우리는 적어도 가학적이지 않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이 교실에 앉아 있었으므로, 그리 여겨지는 것은 인과관계가 뒤바뀌는 일이었다…, 하다못해 그간 달려온 길을 부정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다른 길로 향하려는 사고를 옳은 길로 붙잡아 두어야 했다. 아니, 하지만, 이것은,나는 멍하니 손을 들어 귀를 틀어막았다. 사고가 뒤죽박죽 뒤섞이고, 머릿속이 미친 듯이 울린다. 어느 것이 정상이고 어느 것이 비정상인지 알 수가 없었다. 조도를 최적으로 맞춰놓은 조명의 불빛이, 어쩐지 숨통을 죄는 듯하다. 고요는 그곳에서 나를 구해주지 않았다. 소리 없는 암살자인 그것은…순간, 어떤 목소리가 고요를 뚫고 내게 닿았다.“… 여명?”“아, 미안. 집중하느라…”나는 태블릿에서 눈을 떼고 퍼뜩 고개를 들었다. 현실에 돌아오고, 머리가 하얘지는 느낌이 어딘가 익숙하다. 시야가 흐려지는 와중 나타난 존재는 이번에도 숨을 트이게 했다. … 이번에도?나를 부른 여로는 방해해서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시간표를 다시 확인했다. 여로의 시선이 교실을 훑기 시작하자, 나도 그의 시선을 따라 교실을 둘러보았다.“다음 시간 체육 아니야? 체육은 운동장에서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별달리 이질적인 부분이 없어서 오히려 여로를 의문스럽게 느끼는데, 그가 아이들과 창문 밖으로 보이는 운동장을 번갈아 보며 말했다. 여로는 나갈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이는 아이들을 의아해한 것이었다. 아, 그러고 보니 얘기해 주지 않았던가.“체육은 학기에 한 번 있는 체력 측정 빼고는 거의 안 해. 그냥 교실에서 필요한 공부 하면 돼.”여로의 눈이 일순간 크게 뜨였다.“체육을 안 한다고? 그럼 체육 시간엔 보통 뭐해?”“교실에서 자습하거나… 보충이 필요한 과목 선생님들이 화면으로 수업 연결해 주셔서 그걸 봐. 전 학교에선 안 그랬어?”체육은 정말 명목상 끼워 넣는 과목이다. 저학년 때도 체육 시간에 운동장에서 어떤 활동을 한 기억은 없었다. 대부분의 상급 학교가 그런 줄 알았는데. 여로는 아니었나?“그건 아닌데, … 아니야. 알려줘서 고마워.”여로는 상투적으로 웃으며 시선을 돌렸다. 질문을 얼버무려 넘기려 하는 게, 질문을 달가워하는 기색은 아니었다. 실례되는 질문을 했나? 나는 가슴이 살짝 묵직해지는 것을 느꼈다. 사람마다 입 밖으로 꺼내기 힘든 것들은 있을 텐데, 그걸 잠시 간과한 모양이다. “저, 있잖아. 진작 물어봤어야 했는데, 적응하면서 특별히 힘든 점은 없어? 뭐, 워낙 잘 하고있는 것 같긴 하지만.”실례되는 질문을 한 것이 미안해서, 나는 몸을 돌려 뒷자리에 앉고 있는 여로에게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이전의 대화를 염두에 둔 질문이었다. 의례적으로라도 이미 물어야 했던 것인데, 여로는 설령 힘든 일이 있더라도 성숙하게 대처할 수 있는 사람이었기에 그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것이다. 다행히 여로는 순서가 뒤바뀐 질문에도 밝게 웃으며 대답해 주었다. “응, 그다지 힘든 건 없어. 내가 생각했던 거랑 딱히 다를 것도 없었고, 너도 잘 도와주려 하던걸.”여로가 겸손하게 말하며 공치사를 돌렸다. 뜻밖의 칭찬에 얼굴이 확 달아오르는 게 느껴졌다. … 반장이니까 당연한 건데. 애초에 책무를 다하지 못한다는 가정 자체가 끔찍했다. 그런 속물적인 목표만으로 여로를 친절하게 대한 것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익숙지 않은 칭찬에는 여전히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그게 내 일인데 뭘… 더 궁금한 거 있으면 편하게 물어봐. 그래도 아직 낯선 게 많을 거 아냐.”“음, 아. 혹시 보건 시간에는 뭐 배워? 전 학교에서는 없던 과목이라.”“아, 몇몇 중급 학교에서만 배우는 과목이라 몰랐을 거야. 보건실에 계시는 선생님이 들어오시는데, 생명 시간에 배운 인체 구조 같은 것들을 확장해서 배우고, 질병이나 면역 체계 같은 기본적인 의학 지식을 배워. 생명 분야로 가려는 애들이 점점 많아지니까, 기초 지식도 쌓을 겸 차별성을 두려고 개설됐대.”나는 태블릿으로 보건 시간에 완성한 학술 보고서를 보여주었다. 보건은 교과서는 따로 없지만, 전문 과목인 만큼 웬만한 화학이나 수학 정도로 난도가 높았다. 다만 공학이나 화학 등 여러 분야와 연계할 수 있어 연구 포인트를 가장 많이 쌓을 수 있는 과목이기도 했고, 개설 학교가 얼마 없다는 것으로 이점을 만들기 위해 생긴, 말 그대로 기능적인 과목이었다. 다른 학교에 비해서 해야 할 게 죽어라 늘어난 게 이런 것들 때문인 것 같지만. 나는 뒷말은 애써 삼키고 웃었다. 동기는 알 수 없었어도 이제 새로 시작하는 애한테, 고생길이 열릴 거라고 괜히 겁을 줄 필요는 없었으니까. “아예 특정 분야를 위해 과목이 있을 정도면… 지금 그쪽이 가장 중요한 분야이긴 한가 보네.”“당연하지. 어쨌든 그 동기로 다들 여기 모였고, 좀 넓게 생각하면, 그걸로 좀 더 삶을 윤택하게 만들 수 있으면 좋은 거니까.”나는 어쩐지 조금 회의적으로 보이는 여로에게 입학 설명회 때 들은 이야기를 인용해 열변을 토했다. 뭐랄까, 여로는 내내 그랬긴 했지만, 생명 쪽을 이야기할 때 특히 여타 아이들과 다른 반응을 보여서.보통은 꼭 거기에 서고 싶다며 눈을 빛내거나 그 분야에 있지 못할까 긴장을 하곤 했다. 그만큼 주된 사회의 흐름이었고, 이 학교 학생들의 유년을 맞바꾼 것들이기도 했다. 그 보편적인 흐름에 회의적인 모습이, 왠지 입학 설명회 때의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듯해서, 입을 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도 그게 옳다고 믿어야 했으므로. 거의 나 자신을 확신시키기 위한 의식이기도 했다. “… 생각을 피하지 말란 게, 그런 생각을 피하지 말란 건 아니었는데.”“… 뭐라고?”그때, 가만히 이야기를 듣던 여로가 잠시 미소를 지운 채 혼잣말을 했다. 여로의 미소는 부정한 감정을 찾아볼 새도 없이 곧바로 원래의 궤도를 찾았으나, 나는 이미 찰나의 정색을 본뒤였다. “아까 얘기한 거… 말하는 거야?”“반쯤은? 나도 아직 확신이 안 가서, 함부로 무어라 얘기하지는 못하겠어.”여로는 손가락으로 툭, 툭 책상 구석을 두드렸다. 무언가를 고뇌하듯, 혹은 고뇌를 정리하듯. 그 흐름을 멍하니 쳐다보는데, 별안간 손가락이 탁, 하고 멈춘다. “그래도 너랑은 좀 더 얘기해 보고 싶네. 아무리 오래 친한 건 아니었지만….”책상 밖으로 손목이 빠져나오자 그의 옷자락이 툭, 바닥으로 흘러내렸다. 흘리듯 내뱉은 말에 기시감이 든다. 여로는 내가 아까 말한 것을 의식하고 있던 것이다.“방랑 중에 고향 사람을 만나면 기쁜 법이니까.”“… 고향 사람? 너 나 알아?”여로의 말에 놀란 심장이 두근댔다. 놀란 감정을 여실히 드러내며 거의 반사적으로 내뱉은 말이 상대를 놀라게 한 듯했으나, 그는 내색하지 않고 곧 부드럽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렇게 직관적인 의미는 아니었어. 생각보다 너무 놀라는데, 괜히 얘기했나.”“아냐, … 내가 과민반응했어. 무슨 소린진 모르겠지만, 친하게 지내자는 뜻으로 알게.”심장의 고동이 서서히 정상 궤도를 찾았다. 나를 정말로 아는 걸까 하는 의심에 순간 모든 사고가 굳어 버려서, 정상적으로 대처할 수가 없었다. 직관적인 표현이 아니라면 대체 무슨 의미란 거지. 뜻 모를 의문이 차올랐지만, 이미 앞선 대화에 일말의 공포심이 차올라서 굳이 그걸 깊게 파고들지 않고 대화를 정리했다. 사담은 이걸로도 충분하다. 마음 쏟을 데가 가뜩이나 많은데, 고작 이런 것으로 동요하게 되면 곤란했다. 식을 정리하기 위해 다시 태블릿으로 시선을 옮겼음에도, 내 바람과는 반대로 앞선 대화가 계속해서 머리에 맴돌았다. 사실 사리에 맞지 않아 보이는 이런 식의 대화가 지금이 처음은 아니었다. 여로는 이런 식으로 학교에 대한 것을 논할 때마다 종종 알 수 없는 이야기를 했다. 학교의 구조나, 자습 신청 방법이나, 기록부 운용 방법 등을 일러줄 때. 어쩐지 비관적인 목소리가 마음에 걸렸어도 영문을 몰라 당시엔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 이쯤 되니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잠시간이라도 빠르게 된 심장이 그 느낌에 확신을 더해주었다. 여로가 신비하다고 불리는 이유는, 그에게서 그런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비단 그 완벽한 머리나 성숙함 때문만이 아니라, 그가 어떤 흐름을 거스르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어쩌면 여로의 눈동자에 마음이 끌린 이유가, 이리저리 흔들리는 내 심장과 겹쳐 보여서일 수도 있겠다고… 그리 막연한 생각을 했다. -그러나 여로의 의뭉스러운 말들을 영원히 이해할 수 없을 거라는 예감과는 달리, 내가 여로의 암호 같은 말을 이해하게 되는 건 생각보다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서였다.하루의 체력이 가장 한계에 다다를 때쯤 있는 화학 수업 시간이었다. 머릿속 어딘가에 박혀 있을 칩은 눈앞에 오비탈을 그려내고 있었다. 두통이 머리를 죄여대는데, 칩까지는 도달하지 못한 모양이다. 나는 미간을 크게 찌푸리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오비탈의 궤적을 정신없이 따라갔다.“이 파트는 다들 풀 줄 알겠죠? 간단하게만 설명하면 여기선 2S 오비탈에 들어있는 전자의 개수를 파악해서…”전자 칠판에 글씨를 쓰던 선생님의 손이 잠시 허공에서 멈춘다. 진행이 끊긴 탓에 칠판과 연동된 푸른 창에도 오비탈에 전자가 채워지다 말고 뚝 멈추었다. 그리고 침묵. 선생님의 시선은 어느 한 곳에 고정되어 있었다. 시선을 따라가 보니, 거기엔 펜을 들고 꾸벅꾸벅 졸고 있는 한결이 있었다. 한결의 눈앞에는 켜져 있어야 하는 수업 창도 꺼져 있었다.아, 한결아. 그러니까, 나는 탄식이 튀어오려는 것을 애써 참아야 했다. “… 미지의 원소가 2주기 원소라는 것을 알아낸 후, 나머지 부분을 풀어가면 됩니다. 여러분. 다시 한번 말해두겠지만 선생님은 수업 시간에 자는 학생을 깨우지 않습니다. 본인 인생은 본인이 책임지도록 하세요. 자, 다음 21페이지를 보면…”선생님은 곧 한결에게 닿은 시선을 거뒀다. 뼈가 박힌 말을, 듣지도 못하고 있을 한결에게 내뱉으면서. 아이들 모두를 청자로 삼았으나, 실상은 한결을 저격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교실에 다른 종류의 긴장이 맴돈다. 그것은 교실에 있는 모두가 그 속에 깔린 저의를 알아챘다는 것을 시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결의 주변에 있는 애들 가운데 눈치껏 한결을 깨우는 애는 아무도 없다. 그리 좋지 못한 것을 담고 있는 모두의 눈초리가 한 사람을 향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들은 한결을 그 시선 속에 방치했다.어쨌든, 자신들은 누군가 조는 틈을 이용해 앞으로 나가는 것이 급선무였으므로. 이해는 했다. 저들의 시선 속에 담긴 것은, 일종의 안도와 경계 따위일 것이다. 나는 안 졸면 돼. 여물지 못한 어린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했으므로, 그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하지만….그게 아닌데. 순간, 누군지도 모를 사람에게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 충동이 마구 들었다. 뭘 부정하고 싶은지도 제대로 알지 못했으면서, 그냥 이 상황이 모조리 틀려먹었다고, 저 앞에 나가서 외치고 싶었다.쿵, 쿵… 낮게 뛰기 시작하는 심장이 정상적인 방향의 것이 아니라는 것은 알았다. 수업 시간에 조는 것은 명백히 잘못이었으므로, 그사이 경주에서 뒤처지거나 공개적으로 질타를 받아도 별달리 할 수 있는 말은 없을 테니까. 하지만, 둥글게 둘러앉은 구조에서, 한결의 정 맞은편 자리에 앉아 있는 나는 보였다. 졸지 않기 위해서 뾰족한 태블릿 펜으로 손끝을 찔러가며 분투한 흔적. 원의 지름만큼 떨어진 나도 보이는데, 반지름보다 가까이 있던 선생님에게는 정말 그것이 보이지 않았을까. 그래도 신경을 놓쳐서는 안 되는데.허탈한 상념 탓에, 필기하는 손에서 점점 힘이 빠졌다. 말마따나 미래를 위해선 극심한 피로에 분투하다가 아주 잠시간 굴복하게 되는 것도 죄악이라 치부할 수 있는 걸까. 모두가 제대로 된 잠을 자지 못하고 있다는 걸 가장 잘 알고 있으면서도?그럼 그런 잔혹한 과정으로 만들어진 미래는, 정말 아름답기만 할까?버겁다면 적응이 됐다고는 할 수 없잖아.순간, 고요한 정오의 햇살과 함께 여로의 낮은 목소리가 귓전을 울렸다. 복도로 들이치던 햇살과 함께, 기이한 감정이 슬그머니 다시 기지개를 켜던 그때.한결이 별안간 눈을 번쩍 떴다. 한결의 뒷자리에 앉은 여로가 한결을 깨운 것이다. … 다행이다. 더이상 한결이 무력하게 시선 없는 시선을 받지는 않을 거라는 안도에, 고개를 쳐들던 근원 모를 감정들이 잠시 누그러졌다. 한결에게 아예 시선을 주고 있지 않던 선생님도, 정신을 차리고 망연한 표정을 하는 한결을 알게 모르게 흘긋댔다.항상 동요하지 않으려 노력했던 한결에게 무슨 말을 해줘야 할까. 나는 그가 겪고 있을 무력감을 떠올리며 남몰래 한숨을 내쉬었다. 어쨌든 아직 수업 중이었으므로 시선을 옮기려는데, 순간 한결의 뒤에 있던 여로와 눈이 마주친다. 여로는 예의 그 눈웃음을 지으며, 입 모양으로 무언가를 얘기했다. 한결과 함께 일순 동요한 내 상태를 읽기라도 한 듯이.‘전에 그거.’… 뭐?‘이 친구가 대답해 주네.’ 여로가 한결의 뒤에서 한결을 눈짓했다. 나는 그의 말을 한 번에 알아듣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니까… 그때 대화를 얘기하는 건가? 적응하지 못한 경우? 무얼 얘기하고 싶은 건지 정확히 알 수 없어 마음속의 혼란만 더 커져갔다. 다만, 그의 음성과 함께 올라온 하나의 기시감에 소름이 끼쳤다. 그 이야기. 여로는 내가 한결을 보면서, 그때의 대화를 떠올리고 있었다는 걸 눈치챈 걸까.우연치고는 너무나 절묘하다. 알 수 없는 혼란이 화학식을 밀어내서, 20분 남짓 남은 수업도 머릿속에 들어오다 말고 반대쪽으로 흘러 나갔다. 궤도 함수니 오비탈이니 하는 것보단… 내 궤도에 들어와 버린 상념들이 더 문제였으니까. 그럼에도 시간은 생각보다 빨리 흘렀다. 나는 수업이 끝나자마자 급한 몸짓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의중을 알 수 없는 말을 하는 여로를 찾았다기보단, 한결을 보기 위함이었다. 어쨌든 혼란의 시발점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남은 수업 내내 한결의 표정이 너무나 좋지 않았던 탓도 있었다.“… 여명아, 나 많이 졸았어?”한결은 창백한 낯으로 사위를 둘러보았다. 선생님이 나가자마자, 그 뒤꽁무니를 바라보며 내뱉는 말이 다급하다. … 심장이 죄이는 느낌이겠지, 아마. 그 끔찍한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나는 절로 미간을 찡그리며 한결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갔다. “수업 중간에… 선생님이 아시긴 했어. 많이 피곤했어?”“아, 포인트 깎이겠다…. 며칠 동안 심화 탐구 마무리하느라 동트는 거 보고 잤거든.”한결이 짙은 한숨을 내쉬며 책상에 고개를 묻었다. 이 학교 학생치고 매우 밝은 편에 속하는 한결도, 이따금 풀리지 않는 일들에 눌려 이리 시들어 버리곤 했다.나는 그리 오래 지나지 않은 일을 떠올렸다. 며칠 전 입학 설명회 때 본, 흥분에 차 있던 얼굴과는 대조적이다. 죽어버린 얼굴이 가슴을 아리게 해서, 도무지 어떤 말도 꺼낼 수가 없었다.며칠 밤을 무리해 가며 했다는 심화 탐구도, 결국 포인트를 얻고 기록부에 한 줄 남기기 위한 것이었을 텐데. 학교에선 종종 이리 주객이 전도되는 현상이 일어난다. 나는 그저 풀 죽은 한결의 어깨를 가만히 두드렸다. 짙은 상실감과 동시에, 인생을 통괄하는 목표에서 점차 멀어지는 느낌. 숨을 쉬게 해주고 싶은데, 나조차 숨을 참고 달리고 있으니 도무지 어떤 식으로 말을 꺼내야 할지 알 수가 없다. 세계에서 멀어지는 듯한 아득한 느낌은,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았으니까.“… 나 포인트로 상급 못 갈 것 같아. 참 ….”얼굴을 묻고 있던 한결이 천천히 고개를 들더니, 자포자기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포인트 모아뒀던 거 다 버리고 졸업 시험 준비할까."멈칫. 한결의 등을 토닥이던 손이 잠시 멈췄다가, 내색하지 않으려 애써 노력하며 손짓을 이어갔다. 졸업 시험. 애들 사이에선, 거의 최후의 수단이라 불리는 것이었다. 포인트가 중요한 평가 요소긴 하나, 상급 학교에 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중급 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정부의 졸업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포인트와 상관없이 상급 학교에 진학할 수 있긴 했다. 다만 그 취지는 아이들 개개인의 역량을 키워주기 위해서라는 것보다는, 한 분야로 지나치게 몰려버린 학생들을 인력이 적은 분야에 넣기 위함이 더 컸다. 기회를 제공하는 게 아니라, 정부에서 공부할 능력이 있는 학생들을 골라내 특정 분야의 학교에 임의로 보내는 것이다. 그러니 졸업 시험을 보면 선택의 자유가 거의 사라지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몇 년의 고생 후에도 자신이 원하는 길로 가지 못하는 건 개인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꽤 잔인한 일이었으나, 특정 분야에만 인재가 집중된다면 과학을 기반으로 한 사회가 고루 발전할 수 없었으므로 졸업 시험은 어찌 보면 필요악이기도 했다.한결은 그런 길을 간다는 것이었다. 자신의 길을 타인에게 맡겨버리겠다고.“너 졸업반 들어오고 엄청 열심히 했잖아. 이제부터 잘 하면…”“입학 설명회 때 정신 차리고도 이러잖아. 의지 문제면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하.”한결이 얼굴을 찌푸리며 짙은 한숨을 내쉬었다. 가고자 하는 확고한 의지가 있었다면 조는 건 있을 수도 없는 일인데, 그냥 자신이 의지박약이라는 말들을 덧붙이면서. 어차피 포인트는 적립식이었으므로, 졸업반에 들어와 막판 스퍼트를 내는 학생들이 있었다. 한결도 그중 하나였고. 몇 달간 쉴 새 없이 공부하고 탐구를 진행한 한결이 잠시 힘에 부쳤는지 흐린 눈을 하던 때가 있었다. 입학 설명회 후 다시 힘을 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마지막 힘에도 좌절한 한결은 아예 자조적으로 웃어버렸다.“역시 난 글렀어. 지친 게 핑계가 되면 안 됐는데, 힘들다고 긴장을 놓은 게 실수였어. 설명회 듣고 정신 차려서, 깎인 포인트들 만회하려고 한 건데, 계속 이러면 이젠 좀 위험해서… 원하는 공부는 못 해도 일단 상급 나오면 인생이 완전히 망하진 않잖아. 괜찮을 것 같은데…”한결이 거의 혼잣말을 하듯이 내뱉었다. 뒷말부터는 아예 자신에게 하는 이야기인 듯했다. 명랑한 성정으로도 짙은 피로를 숨기지 못하는 한결은 위로보단 혼자만의 시간이 절실해 보이는 것 같았다. 결국엔 나도 풀지 못한 문제의 해답을 들려줄 수도 없었으므로… 나는 그저 한결의 의사를 존중해 주기로 했다.“… 머리 좀 식히고, 천천히 생각해 봐.”상투적인 말을 내뱉은 나는 마지막으로 한결의 어깨를 두어 번 두드려 주고 손을 물렸다. 문득 지치지 않아야 한다는 담임 선생님의 말이 떠올랐지만, 그 말을 한결에게 대입하기엔 너무나 공허했다. 지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지치지 않아야 한다는 말은, 아무리 다정한 어조로 말해도 텅 비어버린 것일 테니까.잠시간 그대로 움직이지 않던 한결은 점심시간에 점심을 거르고 조금이라도 자야겠다며 이동 수업실을 먼저 나갔다. 교실은 고작 사람 하나 없어졌다고 직전보다 몇 배는 더 고요해졌다. 시선이 느껴져 앞을 보니 일련의 과정을 모두 지켜보고 있던 여로와 눈이 마주쳤다. 여로는 무언가를 말하고 싶은 듯 입술을 달싹이다가, 단념한 듯 고개를 돌렸다. -그날 저녁.나는 멀건 죽을 떠먹다 말고 푹 고개를 숙였다. 뭉근히 풍겨오는 그레이비 소스 냄새가 은근히 후각을 자극했다. 거의 아무런 향도, 맛도 없는 내 음식에서 풍기는 냄새는 아니었다.물끄럼한 내 시선에, 여로가 함박 스테이크를 입에 가져가다 말고 나와 눈을 마주했다. 내 시선이 고기 조각에 닿아 있다는 것을 확인한 그가 장난스레 포크를 흔들어 보인다.“좀 나눠줄까?”“… 아니, 괜찮아.”여로가 여상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 시선을 먹고 싶어서라고 착각한 모양이다. 바로 고개를 저은 나는 다시 내 몫의 음식을 떠먹는 데 집중했다. 먹고 싶기는커녕, 자극적인 음식 냄새는 조금 역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음식 냄새를 선호하는 편은 아니었어도, 역하게 느낄 만큼 싫어하지는 않았는데. 후각 문제라기보단 심리적인 요인 같았다. 옆자리가 휑하니 텅 빈 느낌이 들었으니까. 화학 시간 때 얕은 잠은 한결에게서 의욕뿐만 아니라 식욕마저 앗아간 모양인지, 한결은 저녁 시간에 저녁을 먹기보다 차라리 자야겠다며 기숙사로 향했다. 저녁 이후엔 자율 학습이나 보충 수업이 있으니 많이 피곤하다면 그편이 현명한 선택일 테지만, 씁쓸한 기분은 어쩔 수가 없다.상황이 그러니, 오히려 입맛이 도는 게 이상하겠지. 나는 평소에도 입이 짧은 편이었고, 저녁을 거르려는 나를 억지로 끌고 오는 것은 한결이었다. 오늘은 상황이 완전히 뒤바뀌어 버린 것이다. 한결이 가버린 뒤 교실에 남아있으려던 나를 끝끝내 나를 식당으로 끌고 온 것은 여로였다. 그래도 밥은 먹어야지, 하면서.“그거 먹고 힘이 나? 돌아서면 배고플 나이 아닌가. 성장기잖아.”한참 우울한 생각에 빠져 있는데, 여로가 또 한 번 말을 걸었다. 그의 시선은 반 넘게 남아있는 내 그릇에 닿아 있었다.“… 아직도 성장기를 따져? 키 크는 거 단념한 지 오랜데.”“크는 애들은 스무 살 넘어서도 커. 나는 지금도 크고 있는데.”여로가 손가락을 쫙 펴 내 키를 가늠하는 시늉을 하며 말했다. 아무리 전에 없던 풍요의 시대라지만, 인위적 노력을 가하지 않는다면 아직 키는 어느 정도 선천적인 영향이 컸다. 태어나길 발육이 좋았는지 운동이라도 한 것인지, 여로는 또래보다 한 뼘 정도가 컸고, 나는 또래보다 아주 조금 작은 편이었다. 왠지 모르게 울컥하는 감정을 누른 나는 불만을 담아 미간을 조금 찡그렸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어딘가, 억울한 기분이 든다. 그때는 여로가 나를 놀렸을 뿐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멀건 죽에는 이래 봬도 영양보충식이란 이름이 있었고, 이걸로 식사를 때운다 해도 영양학적으로 크게 문제가 되진 않았다. 나는 불퉁하게 튀어나오려는 입을 통제하며 애써 여상한 투로 말했다. “글쎄, 뭐… 키 크는 게 중요할 때는 아니니까. 그리고 많이 먹으면 이따 졸아. 앉아 있기 힘들기도 하고.”그러니까, 키가 작다고 해도 내 문제는 아니라는 얘기였다. 논리적으로 줄줄이 이유를 댔지만, 왠지 변명 같은 느낌을 지우지 못해 끝으로 갈수록 말소리가 작아졌다. 어딘가 모르게, 이전과 비슷한 기시감이다. “밤에 잠을 못 자니까 당연하지. 어제도 늦게까지 불 켜져 있던데.”여로는 길고 긴 내 변명과는 대조적으로 아주 간단히 이야기했다. 정리하고 보면, 문제의 해답은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고 말하듯이.하지만 항변하자면, 또 이 문제의 원인은 아주 간단하다. 포인트를 마지막으로 많이 쌓을 수 있는 졸업반에서 제대로 된 수면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었으니까. 나는 문득 든 생각을 달갑게 여기며 입을 열었다.“그때 자면 과제를 못 끝내니까… … 잠깐, 근데.”너는 그 많은 걸 다 하고 일찍 잔 거야? 어색하게 끝맺은 말이 허공에 잠시 맴돌았다. 말을 하면서 문득 든 의문에 떠오른 날 것의 그대로를 내뱉으려다가, 묻기엔 실례일 수 있다는 이성이 겨우 커브를 돌렸다. 생각하고 보니 신기했다. 가뜩이나 학기 중간에 전학 와서 중간 평가 과제가 넘쳐날 텐데, 어떻게 맨날 정시에 잘 수 있는 거지?며칠간, 나는 딱히 여로가 바쁜 일정에 허우적댄다거나… 과제가 버겁다고 하는 걸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원래 이곳에 있던 아이들도 버거워하는 것을 생각하면 신기한 일이었다. 선생님들이 아직 과제를 할당하지 않았다기엔, 여로에게 과제 알림이 오는 것을 봤고, 여로가 그것을 확인하고 알림창을 지우는 것도 봤는데. 의문이 계속 꼬리를 물다가, 그의 총명함을 떠올린 나는 곧 체념 어린 어떤 결론에 당도했다. 나 혼자 생각하고 결론을 내려버리는 게 웃기지도 않다. 그냥 여로가 뛰어나서, 모든 과제를 ‘원래’ 끝내야 했던 시간에 전부 끝낸 것일 수도 있었다. 일단 모든 과제나 연구는 수업 시간 안에 끝내야 하는 게 원칙이었으나, 많은 양과 미친 난이도 때문에 시간 안에 끝내지 못하고 수면 시간을 침범하는 것이 보편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여로는 그 보편적인 얘기와는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으니까. 너무 나를 중심으로만 생각한 모양이었다. 결국에는 과제가 과도하다고 느끼는 것도, 그걸 제시간에 끝내지 못해 식사 시간이나 수면 시간을 쓰는 것도 보편적인 일이라고 포장했긴 하나, 내가 능력이 부족한 탓이다. 나보다 더한 노력의 집체라거나, 상식 밖의 천재들이 있는 것은 익숙한 얘기다. 그러니까 좀 더 낮고 겸손한 자세로, 아무런 핑계도 대지 않고, 좀 더 정진하면 될 문제인 것이다…“우리 저녁 먹고 산책 나갈까?”“… 응?”“오면서 보니까 교정이 참 예쁘던데. 마침 오늘 비가 안 와서.”여로는 어색하게 끊긴 문장이 무엇이었는지 캐묻진 않았다. 다만, 노을 진 창문을 알 수 없는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얘기를 꺼내 놓을 뿐이었다. … 산책을 가자고? 지금? 이해를 못 할 만큼 어려운 문장은 아니었으나, 오랫동안 들어보지 못한 산책이란 단어가 순간 낯설게 다가왔다. 숟가락질을 하던 손이 허공에서 어색하게 멈추어 선다. 일부러 나가야 할 일이 있나? 혹시 모를 가정에 나는 어색한 표정을 숨기며 입을 열었다.“산책이… 필요해? 과제나 그런 것 때문에? 생태 관찰 같은 과제는 지금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산책을 필요해서 나가?”여로가 눈을 깜빡거렸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듯한 모양새였다.“필요가 없으면 왜 나가?”의문에 의문으로 대답하는 모양새가 우스웠지만, 진심으로 궁금해서 물어보는 소리였다. 졸업반 학생쯤 되면, 학교 밖으로 나갈 일이 거의 없었다.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체력 측정은 학기 초에 진작 끝나 유일하게 시험을 보지 않는 체육 시간에도 자습을 했고, 잘 시간도 부족한 마당에 목적 없이 교정을 거닐며 시간을 보내는 사람은 없었다. 어색하게 끊긴 대화 탓에, 나와 여로 사이에 잠시 고요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여로는 예의 그 알 수 없는 눈빛으로 바라보다가… 그저 어떤 말을 하기보다는, 가만히 미소 짓는 것을 택했다. 아무 맥락도 없이. “내가 아직 널 잘 아는 건 아니지만.”“….”“산책 때문에 손해 보는 일은 없을 거라고 해둘게. 거절한다면야 강제할 수는 없겠지만, 날 좋을 때 한 번쯤 바람을 쐬는 건 그리 나쁜 일은 아닐 거야.”여로가 단단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기저에는, 어느 정도의 확신이나 신념이 없으면 담아내지 못할 것들이 있었다. 나는, 그러니까, 잠시 그대로 멈춰 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여로가 그리 웃었듯이, 홀린 듯한 대답에도 아무 맥락도 없었다. 아무 생각 없이 튀어나온 행동에 뒤늦게 놀랐지만, 그 순간 마주친 여로의 잔물결이 은은하게 빛났기에, 도저히 끄덕임이 실수였노라 얘기할 수 없었다.… 그래. 말마따나, 정말 십 분 정도 나가서 걷다 오는 것은 괜찮겠지. 여차하면 한 시간 정도 늦게 자면 된다. 머릿속으로 바쁘게 저녁 일정을 조절하면서도, 문득 스쳐 지나가는 하나의 예감이 마음속에 짙게 자리 잡았다.여로의 말대로, 설령 아무런 가치를 찾지 못한다 한들… 이 산책이 나를 더 아프게 하거나, 피곤하게 만들지는 않을 거라는, 조금 무모한 예감. <세계에서>는 매주 금요일 연재됩니다. (① 나그네 하나 (4)에서 계속) 2026.07.31 20:25
생활문화

제주 마을여행 브랜드 ‘카름스테이’, 서울 DDP서 체험형 팝업 개최

-제주 음식·자연·소리·설화 담은 6개 로컬 콘텐츠 소개-컬러헌팅·식문화 워크숍 운영…체류형 제주 여행 알리기 나서 제주 마을여행 통합 브랜드 ‘카름스테이’가 지난 25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디자인마켓 ‘마르쉐@’에 참여해 제주 지역의 음식과 자연, 문화를 소개하는 팝업 행사를 진행했다.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관광공사가 마련한 ‘카름스테이 in 마르쉐@’는 서울 시민들이 제주 마을여행 콘텐츠를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DDP 어울림광장에 마련된 메인 홍보부스에서는 카름스테이 여행 정보와 제주 마을별 프로그램을 안내했다. 방문객에게 장바구니를 제공하고, 스탬프 투어를 완료한 참가자에게 여행용 판초 우비를 증정하는 참여 행사도 운영했다.실내 4층 잔디사랑방에서는 제주 지역 사업자와 마을이 참여한 6개 로컬 부스를 선보였다. 각 부스는 제주 음식과 자연환경, 소리, 설화 등을 활용한 상품과 여행 프로그램을 소개했다.딜리셔스라이프랩은 제주 전통 발효 식문화를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은갈치젓 페어링 세트를 선보였다. 은갈치젓과 크림치즈, 크래커를 함께 구성해 제주 식재료를 간편하게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제주 동백마을은 마을 공동 방앗간에서 생산한 식용 동백기름과 생동백기름을 소개했다. 김명 해녀훈련소는 해녀와 어부가 채취한 전복·뿔소라·톳을 활용한 간편식과 해양 폐플라스틱으로 제작한 생활용품을 전시했다.뚜띠콜로리와 컬러랩제주는 제주 정원의 고사리와 허브, 들꽃, 현무암 등에서 영감을 얻은 소품과 컬러헌팅 여행 프로그램을 소개했다.더사운드벙커는 제주 바다와 숲의 소리를 담은 근거리무선통신(NFC) 사운드카드와 곶자왈 사운드헌팅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달빛북스는 감정 단어 카드와 제주 설화를 활용해 여행 경험을 기록하는 콘텐츠를 제안했다.방문객이 제주 지역의 문화와 식재료를 경험할 수 있는 워크숍도 진행됐다. 뚜띠콜로리는 자연 유래 물감을 활용해 참가자가 자신의 감정을 색으로 표현하고 이름을 붙이는 컬러헌팅 프로그램을 운영했다.딜리셔스라이프랩의 ‘제주의 맛, 나의 색’ 워크숍에서는 도새기엿과 톳장아찌, 은갈치 페이스트 등 제주 식재료를 시식하고 지역 식문화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마련했다.카름스테이는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관광공사가 운영하는 제주 마을여행 통합 브랜드다. 유명 관광지를 방문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 마을에 머물며 주민과 자연, 문화, 먹거리를 경험하는 체류형 여행을 지향한다.제주관광공사 관계자는 “서울 시민들이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제주 마을여행 콘텐츠를 접할 수 있도록 행사를 구성했다”며 “앞으로도 제주 마을의 문화와 사람, 자연을 경험할 수 있는 로컬여행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2026.07.29 11:53
레포츠

굿피플, 에너지 취약계층 지원 마라톤 참가자 4,500명 모집

-9월 12일 서울 월드컵공원서 5·10㎞ 코스 운영…참가비 4만5,000원-가수 션과 함께 달리기·에너지 절약 체험…참가비는 취약계층 지원에 사용 국제구호개발 NGO 굿피플이 에너지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기부 마라톤 ‘2026 에너지 히어로 레이스’ 참가자 모집을 시작했다고 밝혔다.굿피플이 주최하고 한국지역난방공사가 공식 후원하는 이번 행사는 오는 9월 12일 오전 8시 서울 월드컵공원 평화광장에서 열린다.대회 종목은 5㎞와 10㎞ 두 부문으로 운영되며 참가비는 모두 4만5,000원이다. 참가비는 에너지 취약계층 지원 사업에 사용될 예정이다.참가 신청은 지난 27일부터 러너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진행되고 있다. 모집 인원은 총 4,500명으로, 정원이 채워질 경우 접수가 조기 마감될 수 있다.참가자에게는 블랙야크 티셔츠와 배번호, 완주 메달 등이 제공된다. 행사에는 에너지 히어로 레이스 홍보대사인 가수 션이 참여해 참가자들과 함께 코스를 달릴 예정이다. 현장에서는 에너지 절약과 환경 보호를 주제로 한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굿피플은 달리기를 통해 기부 참여를 확대하고 에너지 절약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지난해 열린 ‘2025 에너지 히어로 레이스’에서는 1억7,875만5,000원의 기부금이 조성됐으며, 굿피플은 이를 활용해 에너지 취약계층 765명을 지원했다고 밝혔다.굿피플은 2017년부터 소외계층 지원을 위한 기부 마라톤을 운영해 왔다. 회사 측 집계에 따르면 누적 참가자는 2만6,742명, 누적 후원금은 9억3,915만9,424원이다.이용기 굿피플 회장은 “참가자들의 참여가 에너지 취약계층의 냉난방 환경을 지원하는 데 활용된다”며 “시민들이 달리기와 기부를 함께 실천하며 어려운 이웃에게 도움을 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2026.07.29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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