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장원영을 둘러싼 김포국제공항 출국 심사 논란은 엔터테인먼트 가십을 넘어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준 사건이다. 단 3초짜리 악의적 짜깁기 영상에서 시작된 태도 시비는, 급기야 “연예인이라고 신원 확인을 느슨하게 하는 것 아니냐”는 특혜 의혹으로 번지며 국민신문고 민원 접수와 한국공항공사의 공식 입장 발표로까지 이어졌다.
전체 영상이 공개되면서 장원영이 두 손으로 공손히 여권을 건넸고 보안 절차에 성실히 응했다는 진실이 밝혀졌지만, 대중의 분노가 번져나간 속도에 비하면 진화는 너무나 더디었다. 단순한 오해 해프닝으로 넘기기엔 법과 제도의 틈새에서 우리 사회에 적지 않은 상흔을 남겼다.
심리학에서는 타인의 불행이나 빈틈을 보며 묘한 쾌감을 느끼는 감정을 ‘샤덴프로이데’라고 부른다. 대중은 ‘완벽한 스타’에게 열광하는 동시에, 그 완벽함이 깨지기를 은밀히 바란다.
앞뒤 맥락이 잘려 나간 숏폼 영상 속 한순간은 일부 대중에게 “너도 별수 없구나”라는 비뚤어진 위안을 주었다. 복잡한 진실을 확인하기보다 눈앞의 자극적인 단서로 빠르게 판단해 버리는 인류 공통의 ‘인지적 구두쇠’ 성향과,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보는 ‘확증 편향’이 결합한 결과다. 대중은 풀버전 영상이 증명한 진실 대신, ‘오만한 스타’라는 가짜 프레임에 너무나 쉽게 탑승해 버렸다.
이번 사건이 일개 연예인의 태도 문제를 넘어 공공기관의 제도 개선 요구로 번진 결정적 계기는 바로 한국 사회의 가장 예민한 역린인 ‘공정성’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일반인은 마스크와 모자를 다 벗고 엄격하게 심사받는데, 유명 연예인은 대충 통과하느냐”는 의구심은 대중의 불공정 혐오를 자극했다. 현재의 대한민국은 작은 특권과 불공정에도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한다. 악의적인 편집은 스타와 공항 직원의 관계를 ‘갑과 을’로 프레임화했고, 스스로를 감정 노동자인 직원의 위치에 대입한 대중의 분노는 ‘공항 보안’이라는 제도적 민원이라는 거대한 눈덩이가 되었다.
이 모든 과정의 배경에는 대중의 관심이 곧 돈이 되는 ‘주목 경제’의 씁쓸한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자극적인 숏폼 영상과 사이버렉카들은 대중의 도파민을 자극해 조회수를 올리고, 이는 곧 막대한 상업적 이익으로 연결된다. 그들에게 진실은 중요하지 않다. 장원영이라는 거대한 IP를 활용해 논란을 창조하고, 대중의 분노를 유도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고수익 비즈니스 모델인 셈이다.
주목할 점은 대중이 이제 사사로운 분노를 표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국민신문고 민원’이라는 공식적인 행정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상대를 통제하려 든다는 것이다. 일상의 모든 영역을 규칙과 법치, 매뉴얼로 규제하려는 ‘사회의 사법화’ 경향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다.
공공의 매뉴얼을 정비하는 계기가 된 것은 다행일지 모르나, 그 과정에서 한 개인의 인격이 난도질당했다면 그것을 정의라 부를 수 없다. 무분별한 마녀사냥의 끝에는 결국 표현의 자유 훼손과 사회적 신뢰 붕괴라는 부메랑이 돌아올 뿐이다.
노종언 변호사 (법무법인 존재) 노종언 변호사 ▶저자 소개=노종언 변호사는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사법시험 합격 후 현재 법무법인 존재의 대표변호사로 재직 중입니다. 구하라,박수홍, 오메가엑스, 선우은숙 사건 등 굵직한 연예계 분쟁을 수행한 엔터테인먼트 분쟁 전문가입니다. 다수의 사건을 수행하며 얻은 현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엔터테인먼트 법률 이슈에 대한 심도 있는 통찰을 제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