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박물관문화재단 정용석 사장이 9일 오후 서울 중구 순화동 KG타워에서 진행된 일간스포츠와의 인터뷰에 앞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서병수 기자 qudtn@edaily.co.kr /2026.06.09/
“‘역사를 소유한다’는 것은 단순히 상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문화유산의 가치와 이야기를 일상에서 함께한다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박물관 기념품이 달라졌다. 방에 두면 ‘힙’하겠다 싶은 알록달록한 반가사유상 미니어처가 등장하더니, 성덕대왕신종에 새겨진 비천상이 K팝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굿즈가 되어 글로벌 팬들의 손에 들린다. 까치 호랑이 배지는 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 흥행 후 없어서 못 사는 품귀현상까지 빚었다.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의 박물관 상품 브랜드 ‘뮷즈’(MU:DS)의 이야기다.
정용석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사장은 최근 일간스포츠와 만나 “이제는 문화를 감상하는 데서 나아가 직접 경험하고 즐기며 자신의 삶에 가져오는 시대다. 문화유산도 이제 박물관 안에 머무는 존재가 아니라 사람들의 일상 속에서 함께 호흡하는 콘텐츠가 됐다”고 진단했다.
정용석 사장은 ‘K를 플레이하다’를 주제로 일간스포츠와 이코노미스트가 공동주최하는 제4회 K포럼(Korea Forum 2026)에 참석한다. 오는 7월 9일 콘래드서울호텔에서 열리는 K포럼은 콘텐츠 및 브랜드 현장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자리다.
정 사장은 ‘역사를 소유하다: K컬처의 확장 ‘뮷즈’’를 주제로 보너스 스테이지 문화특강을 진행한다. 그는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의 박물관 상품 브랜드 뮷즈가 K컬처를 알리는 플랫폼이 될 수 있던 비결과 앞으로의 비전을 들려줄 예정이다.
국립박물관재단에 취임 전 정 사장은 23년간 민간에서 오르세미술관전, 루브르전, 퐁피두전, 디즈니, 픽사 등 블록버스터급 전시를 기획해 온 전문가다. 코로나19 직격타를 맞은 미술 전시업계를 지원하기 위해 사단법인 한국예술전시기획사협회를 설립하기도 했다. 2024년 취임 이후에는 뮷즈의 브랜딩 강화와 글로벌 시장 진출에 주력했다.
“저는 우리 문화유산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선 보다 친근한 접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해외 온라인 판매 기반을 구축하고, 해외 주요 박물관 및 문화기관과의 교류를 확대하는 데 노력해 왔습니다. 지난해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흥행을 통해 한국 문화 전반에 글로벌의 관심이 커져 뮷즈도 주목받았지만, 사실 그해 상반기에도 뮷즈는 전년 대비 34% 이상 성장세를 이뤘어요. 이미 뮷즈가 ‘취향과 가치관을 담아 간직한다’는 소비자의 인식 변화를 고려해 상품을 개발해 왔기 때문입니다.”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정용석 사장이 9일 오후 서울 중구 순화동 KG타워에서 진행된 일간스포츠와의 인터뷰에 앞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서병수 기자 qudtn@edaily.co.kr /2026.06.09/ 재단이 직접 개발한 뮷즈 이외에도 1인 기업, 청년 창업가, 소상공인 등이 참여할 수 있는 정기 공모사업도 진행한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캐릭터를 연상시킨다는 반응과 함께 화제를 모은 까치 호랑이 배지도 2024년 정기 공모사업을 통해 선정된 상품이다. 이에 더해 뷰티, 식음료 등 다양한 상품군의 기업과 협업도 확대되면서 지난해 재단의 전체 매출이 전년 대비 94% 늘어 413억 원을 기록했다. 유물에 담긴 이야기를 일상 영역으로 가져온단 점에서 뮷즈는 과거와 현재를 잇는 상징적인 역할까지 하고 있다.
정 사장은 “재단은 상품 기획 단계부터 문화유산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도록 국립박물관 관계부서와 긴밀이 협의해 철저히 검증 과정을 거친다”며 “문화유산은 지켜야 할 대상이면서도 시대와 소통해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예쁜 상품이 아닌 문화유산이 가진 이야기가 현대인의 삶 속에 연결되는 아이디어가 좋은 뮷즈의 출발점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반가사유상 미니어처와 금동대향로 상품을 불교계 큰스님들께 선물로 드렸을 때 ‘젊은 세대가 불교문화를 친근하게 접할 수 있도록 해줘 고맙다’는 말씀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방탄소년단과 올해 신보 ‘아리랑’ 협업했을 때는 단순 굿즈를 넘어 상징적인 의미를 담은 콘텐츠를 만들고자 했고, 전 세계 팬들에게 우리 문화유산을 소개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현재 협업 제안이 오고 있는데, 더 많은 사람들이 문화유산을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정용석 사장이 9일 오후 서울 중구 순화동 KG타워에서 진행된 일간스포츠와의 인터뷰에 앞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서병수 기자 qudtn@edaily.co.kr /2026.06.09/
K콘텐츠 파급력이 나날이 확대되는 가운데 재단은 글로벌 시장 진출에 탄력을 붙일 계획이다. 지난해 홍콩 한국문화원에 뮷즈 상설 홍보관을 개관했고, 현재 LA한국문화원에선 뮷즈를 전시하고 있다. 2027년엔 스웨덴 한국문화원에도 뮷즈 상설 쇼룸이 생길 예정이다. 또한 미국 스미소니언 박물관과 도쿄국립박물관 뮤지엄숍 등에 입점해 현지 관람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으며, 최근엔 뮷즈를 벤치마킹하려는 해외 기관들의 문의도 늘고 있단 전언이다.
이와 관련 정 사장은 “국보급 문화유물 원본은 특성상 박람회나 문화원 전시관에 전시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뮷즈는 그를 대신해 우리 문화유산을 소개하는 콘텐츠이자 각국의 젊은 세대와 한국 문화를 연결하는 플랫폼이 될 수 있다”고 의의를 짚었다.
뮷즈의 브랜드로서 가치를 확인한 현재, 지속가능성과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다음 목표다. 이를 위해 뮷즈에 프리미엄 라인 구축을 계획하고 있다. 정 사장은 “이번 경주 APEC과 같은 국제 행사에서 국가 정상 및 글로벌 경영진 간 선물로도 활용될 수 있는 상품군을 선보일 계획”이라며 “동시에 점차 설 자리가 줄어드는 장인들과 우수한 기술력을 갖추고도 판로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공예가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국내 제조산업과 상생을 이루고자 한다”고 부연했다.
공공기관 사업이지만 400억대 매출까지 견인하며 대한민국 문화유산을 알리는 명실상부 ‘K브랜드’가 된 뮷즈. 정 사장은 “‘K포럼’에선 우리의 전통 문화유산이 어떻게 트렌드가 될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며 “K컬처가 콘텐츠를 넘어 문화유산과 관광, 소비재 산업까지 확장되는 흐름 속에서 뮷즈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고 공유하는 뜻깊은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예고했다.
“저는 늘 ‘세금으로 대한민국을 알리는 것’이 아니라 ‘문화유산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판매하며 대한민국을 알린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전 세계 가정마다 뮷즈 하나쯤은 소장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