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애니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가미카제를 다룬 이유는…”
일간스포츠

입력 2013.07.29 06:00



애니메이션계의 세계적인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72) 감독이 신작 '바람이 분다'를 들고 나왔다. 직접 연출을 한건 '벼랑위의 포뇨'(08) 이후 5년만이다. 특히 이번 작품은 판타지를 보여주며 자연의 소중함과 전쟁의 위험성을 알렸던 전작과 달리 실존 인물을 주인공으로 그의 젊은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다뤄 눈길을 끈다. 또 하필 그 주인공이 2차세계 대전 당시 카미가제 특공대의 전투기를 설계한 호리코시 지로라서 논란을 부추기기도 한다. 앞서 아베정권에 대한 비판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된만큼 미야자키 하야오와의 이번 인터뷰에서는 영화적인 질문보다 다소 정치적인 내용이 주를 이뤘다. 예민한 이야기가 오가는 중에 자연을 사랑하고 전쟁에 반대하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세계관은 금세 읽혔다. 도쿄 코가네이시 자신의 아틀리에를 찾은 한국 취재진에게 먼저 '주차장 앞 나무 뿌리만 밟지 말아달라'고 요청할 정도다.

-하필 카미가제 특공대의 폭격기 설계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유는 뭔가.

"호리코시 지로라는 인물은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그 시대에 잘 적응하며 살아간 인물이다. 암울한 시대를 살았던만큼 자신의 뜻과 상관없이 죄를 안고 살아야하는 사람이다. 사실 내 아버지도 그 시대를 살았기 때문에 전쟁에 가담했다. 하지만 내게 아버지는 좋은 사람이었다. 전쟁으로 힘든 시기를 살았던 이들은 그들만의 살아가는 방식이 있었을거다. 그들이 시대의 그림자를 업고 가는건 숙명이지만 무조건 그들을 나쁘게만 볼순 없을 것 같다."

-카미가제 특공대에 의해 희생된 한국인도 많다. 그만큼 한국에선 민감한 소재다.

"지금까지 내 작품에 이렇게까지 많은 일장기를 그려본적이 없다. 영화 속에서 일장기가 붙은 비행기들이 줄줄이 떨어진다. 이 장면들을을 통해 여러가지 해석이 나올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호리코시 지로가 만든 제로센이란 전투기는 구식이라 가미가제 특공대가 활동할때 유용하게 쓰이진 않았다. 그가 잘했다고는 할수 없다. 열심히 살았는데도 한편으로 비참한 인물이다."

-항상 2D 방식의 애니메이션을 만든다. 3D로 제작할 생각은 없다.

"없다. 함께 하고 있는 스즈키 토시오 프로듀서도 같은 생각인데 오히려 지금 3D는 저물고 있다. 작년, 재작년까지만 해도 3D TV등이 만들어져 붐이 일었다. 하지만 그 뒤 집에서 3D로 TV를 보는 횟수가 얼마나 될것 같나. 극장가에서도 3D를 찾는 이들이 줄어들고 있다."

-이례적으로 '공각기동대'의 안노 히데아키 감독에게 주인공 지로 역의 목소리 더빙을 맡겼다.

"전문적인 성우의 목소리를 쓰기보다 좀 더 친근하고 사실적으로 다가가고 싶었다. 누가 좋을지 고민하던 중 스즈키 토시오 프로듀서가 안노 히데아키를 추천했고 목소리가 생각했던것처럼 잘 맞아떨어져 함께 하게 됐다."

-애니메이션의 거장으로서 갈수록 커지고 있는 애니메이션 산업에 대한 생각을 밝혀달라.

"애니메이션을 아름다운 꿈이라 생각하며 50년간 일해왔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을 비즈니스의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이들이 많아져 안타깝다. 상업적인 목적만 가지고 만들어진 상당수의 애니메이션들은 가치가 없다. 사라져도 좋다고 생각한다. 모든걸 돈으로만 환산하려는 현실이 아쉽다."



-스튜디오 지브리가 무료 발간하는 책자 '열풍' 최근호를 통해 아베 정권을 비판했다. 정부가 혼잡한 틈을 악용해 즉흥적인 방법으로 헌법을 개정하는건 당치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그 생각엔 변함이 없다. 헌법 개정에 대한 내 생각을 솔직히 말했을 뿐이다. 내가 사는 나라의 정부에 대해 안 좋은 말을 하는게 좀 껄끄럽긴하다. 그렇다고 잘못한 일을 감싸줄순 없는 일이다."

-일본의 역사의식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1989년 일본의 버블경제가 붕괴됐고 그 시기에 소련도 붕괴됐다. 그런 일을 겪으며 일본의 역사감각도 사라졌다. 현재 일본 젊은이들의 역사의식은 심각한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역사에 무지한 일본정부에서 위험한 발언을 하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 된 것 같다. 분명히 말하지만 역사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면 그 나라는 망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해서도 일본 정부가 이미 사과를 했어야 하는 일이다. 중국에게도 사과를 해야한다. 매번 돈과 관련된 이야기만 하고 그렇지 않으면 나라가 망하는 식의 해석을 내놓는데 이런 상황 자체가 참 슬프다."

도쿄(일본)=정지원 기자 cinezzang@joongang.co.kr
사진=대원 미디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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