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 택한 KGC의 승부수 ‘성공’이란 마침표 될까
일간스포츠

입력 2017.05.02 07:00


"사익스만 있었다면 이미 우승했다."

김승기(45) 안양 KGC인삼공사 감독의 눈빛이 우승을 향한 열망으로 번뜩였다. 한국 프로농구 사상 초유의 '모험'을 시작한 만큼 무조건 끌고 가겠다는 일념 말고는 그 어떤 마음도 없는 듯했다. 서울 삼성썬더스와 2016~2017 KCC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5차전을 앞둔 지난달 30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였다.

KGC인삼공사는 이날 열린 경기에서 81-72로 승리하며 챔피언결정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이로써 KGC는 단 1승만 더하면 우승컵을 안을 수 있게 됐다. 역대 4차전까지 2승2패로 동률을 이뤘던 팀이 5차전에서 3승(2패)에 선착했을 경우 정상에 오를 수 있는 확률은 77.8%에 달했다. 창단 첫 통합 우승을 목전에 둔 김 감독은 "선수들이 디펜스 등 주문했던 것들을 잘해 냈다. 내용이 좋았다. 이렇게만 한다면 6차전에서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김 감독의 바람과 달리 6차전 승부는 그리 만만하지 않을 전망이다.

선수단의 체력이 떨어진 상황 속에서 서울의 홈그라운드인 잠실실내체육관으로 옮겨 치르기 때문이다. 상대 팀 팬들의 일방적인 야유와 응원을 감내해야 한다. 여기까지는 외부적인 적이다. 문제는 내부적인 적도 있다는 점이다. KGC인삼공사는 오로지 6~7차전만을 위해 외국인 선수를 영입했다. 그런데 이 영입 선수가 '보약'이 될지, '독'이 될지 모른다는 데 있다.

◇ KGC '무모한 모험? 새로운 옵션' 

 

KGC인삼공사는 지난달 29일 전치 3주의 부상을 입은 키퍼 사익스(25)를 대신해 카타르 리그 출신의 마이클 테일러(31)를 영입했다고 밝혔다. 정규리그였다면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는 일. 그러나 챔피언결정전 도중 외국인 선수를 바꾼 사례는 역대 프로농구에서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외국인 선수가 한 팀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선수들끼리 손발을 맞추고 사인을 익히기 위해서다.

때문에 한국 리그를 경험한 바 없는 외국인 선수가 오자마자 챔피언결정전이라는 큰 시리즈에 바로 투입돼 성공을 거두기란 쉽지 않다. 오히려 중요한 순간에 결정적 실수를 저질러 팀워크를 흔들고 역효과만 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KGC인삼공사의 모험을 '무모함과 열정 사이'로 평가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배경이다. 실제로 스포츠계에는 "팀이 잘 나갈 때에는 선수를 바꾸는 것이 아니다"는 말이 있다. 약간의 욕심 때문에 변화를 택했다가 팀 밸런스만 깨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적지 않은 금전적 손해도 무시할 수 없다. 아무리 '단기'라고 할지라도 용병을 데려오는 데 비용이 든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특히 KGC인삼공사는 올 시즌 팀의 정규리그 우승에 큰 힘을 보탠 사익스와 내년 시즌 계약을 약조했다. 김 감독 역시 "내년에도 사익스와 99% 함께 간다"고 공언했다. 결국 구단은 새 외국인 선수를 적게는 6차전 1경기, 많게는 6~7차전 2경기만을 위해 돈을 들여 선수를 데려온 것이다. 

 

김 감독과 구단은 외국인 선수 한 자리를 비운 채 결정전을 치르기보다 한 명이라도 있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것 같다. 만약 테일러가 6차전에 들어가 시원찮은 경기력을 보여줄 경우 과감하게 빼면 된다는 것이다. 자칫 무모한 모험이 될 수 있는 상황을 새로운 옵션으로 돌린 것이다. 금전적 부분은 손해가 아닌 투자로 생각하면 된다.

김 감독은 "지금 선수들이 지쳐 있다. 테일러가 투입되면 선수단의 체력 관리에 힘이 되고 숨통이 트일 것 같다"면서도 "만약 테일러가 적응을 못해서 경기중 실수가 나온다면 시간을 많이 줄 생각이 없다. 상황 맞춰서 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 새 용병으로 선수단 결집효과까지 얻은 KGC

새 외국인 선수의 영입은 선수단 내부에 또 다른 결집효과까지 내고 있다. 사령탑과 팀이 모험을 택할 정도로 최선을 다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선수단 전반에 우승을 향한 열망이 더욱 두텁게 쌓이고 있다.

KGC인삼공사는 5차전에서 데이비드 사이먼(35·20점 7리바운드 3어시스트)과 오세근(30·20점 9리바운드), 이정현(30·17점 4리바운드 6어시스트)으로 이어지는 '삼각편대'의 활약에 힘입어 승전고를 울렸다. 경기 뒤 만난 사이먼과 오세근은 나란히 부상을 입은 사익스 얘기부터 꺼냈다.
사이먼은 "사익스가 올 시즌 내내 팀을 위해 열심히 뛰면서 도와준 선수라는 것을 다들 알지 않는가. 사익스의 빈 자리는 우리 팀이 하나로 뭉쳐서 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4차전에서 좌측 손가락 사이가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던 KGC 오세근. [사진=서지영 기자]

4차전에서 좌측 손가락 사이가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던 KGC 오세근. [사진=서지영 기자]


오세근은 진통제 투혼까지 발휘했다. 지난 4차전에서 왼쪽 손가락 사이가 찢어지는 부상을 입어 꿰맨 채 5차전에 나왔다. 오세근은 "4차전에서 1쿼터를 시작하자마자 삼성 (문)태영이형 유니폼에 손이 걸리면서 찢어졌다"며 "안쪽에 세 바늘, 바깥쪽에 다섯 바늘을 꿰맸다. 지금도 아프다"고 했다. 오세근은 이번 챔피언결정전에서 사익스가 빠진 빈자리를 효과적으로 채우고 있다.
리카르도 라틀리프(28)와 마이클 크레익(26) 등 수준급 용병 두 명을 보유한 삼성을 상대로 KGC인삼공사가 근소한 우위를 점한 데에는 오세근의 역할이 컸다. 그는 "과거 내가 아팠던 것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원정 경기장의 분위기에만 휩쓸리지 않는다면 6차전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삼성으로서는 무모한 모험을 도전으로 바꾼 KGC인삼공사의 변화가 부담스럽다. 이상민(45) 삼성 감독은 새 용병인 테일러를 두고 "사익스와 비슷한데 슛은 더 좋다. 스카우트 팀의 평가도 좋아서, 그것만 들으면 우리가 막지 못할 선수"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동시에 약점도 지적했다. 바로 팀워크다. 이 감독은 "팀 플레이가 변수다. 테일러와 KGC 인삼공사와의 농구 궁합이 잘 맞으면 좋은 것이고 아니면 독이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삼성은 6차전에서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 공은 2일 6차전으로 넘어갔다. 모험을 택한 KGC인삼공사가 많은 우려를 딛고 창단 첫 통합우승을 달성할 수 있을까.
 

안양=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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