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IS] 코로나19가 기회? 안하니만 못한 '개봉 조롱작'
일간스포츠

입력 2020.05.13 08:00

조연경 기자
얼굴없는 보스 : 못다한 이야기 감독판

얼굴없는 보스 : 못다한 이야기 감독판

 
모든 영화에 평등한 극장이지만 관객들의 시선은 사뭇 다르다. 굳이 스크린을 내어줘야 하나 싶을 정도로 시간낭비, 장소낭비라 여겨지는 작품들도 있기 마련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여파로 약 3개월간 각 배급사에서 대대적으로 밀어주는 신작들이 사실상 사라진 상황에서 코로나19를 기회(?)로 빈 집을 털어보려는 작품들도 꽤 많이 등장했다. 그간 숱한 명작들이 재개봉을 추진했고, 의미있는 신작들도 여럿 관객들을 만났다. 일일관객수가 몇 천 명으로 떨어져 흥행 결과는 당연히 썩 좋지 못했지만 개봉 자체에 감사한 소규모 작품들도 분명 있었다.
 
하지만 "'어벤져스'가 와도 1000만 돌파가 쉽지 않을 것이다"는 반응이 팽배한 가운데, 어차피 언제 개봉하든 '폭망의 기운'이 도사리고 있는 작품들은 '스크린 채우기' 용으로 반짝 걸렸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개봉을 하는 것이 오히려 독이 될 법한 영화들이다. 일각에서는 '조롱받기 위해 개봉하나'라는 시선을 보낼 정도로 민망 그 자체다. 그 대표적인 예가 '얼굴없는 보스: 못다한 이야기 감독판'이다.
 
코로나19 여파로 개봉 연기라는 상처를 떠안았던 '결백(박상현 감독·27일 개봉)'과 '침입자(손원평 감독·6월 4일 개봉)' 등을 주축으로 영화계는 본격적인 정상화 추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시동이 걸리면 틈새조차 노리기 힘들 수 있기에 13일, 14일에도  막바지 빈집털이를 노리고자 약 14편의 작품이 개봉한다. 
 
13일 개봉하는 영화는 '레미제라블: 뮤지컬 콘서트' '씨 피버' '더 플랫폼' '어쩌다 아스널' '얼굴없는 보스: 못다한 이야기', 14일에는 '콜 오브 와일드' '톰보이' '보이콰이어' '고양이 집사' '범털' '파도를 걷는 소년' '해피 해피 레스토랑' '기도의 막이 내릴 때' '금의위-기문둔갑' '동감' 등이 관객과 만난다.
 
사전 분위기는 극과 극이다. 예매율 1위를 달리는 '톰보이', 개봉 20주년 기념 재개봉으로 축하받고 있는 '동감'이 있는가 하면, '얼굴없는 보스: 못다한 이야기 감독판'은 '못다한 이야기 따위는 없어야 한다'는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공식 개봉 당시에도, 재개봉을 추진하는 현재도 비난받기 위해 태어난 영화다.
 
지난해 11월 21일 개봉했던 '얼굴없는 보스'는 전무후무한 혹평 속 총 관객수 2만4441명으로 조용히 막을 내렸다. '다시는 세상에 나오지 말아야 할 영화'라는 평이 지배적이었지만, 제작진은 아랑곳 하지 않은 채 '감독판'이라는 그럴싸한 부제까지 붙여 당당하게 스크린을 꿰차려 한다.
 
홍보는 더욱 터무니없다. 과장과 포장을 해야하는 것이 그들의 일이라지만 '얼굴없는 보스' 같은 경우 이미 본편이 세상 밖으로 나온 케이스다. 전혀 다른 영화로 탈바꿈 시키지 않은 이상 결과물은 비슷할 것이며, 완전히 달라졌다 하더라도 '그럼 본편은 왜 이렇게 못 만들었냐'는 말을 들을 수 밖에 없다. 
 
'얼굴없는 보스: 못다한 이야기 감독판' 측은 '완성되어 돌아왔다' '히든카드 표수호, 판을 뒤집을 새로운 캐릭터 등장' 등 자료를 통해 본편과 감독판이 다름을 피력했다. 거꾸로 생각하면 본편은 완성되지 못했다는 것이고, 본편에서는 통편집 당한 캐릭터가 감독판에서는 주요 인물로 등장한다는 것을 나름의 어필이라고 강조했다. 
 
또 '레이니 데이 인 뉴욕' '침입자' 등 갓 개봉한 신작과 '얼굴없는 보스: 못다한 이야기 감독판'을 비교하는가 하면, 무려 '내부자들' '독전'과도 엮어 '명작은 감독판에 있다는 학계의 정설'이라는 코웃음 나는 문구도 활용했다. 최소한의 양심도 없는 작품이 아닐 수 없다. 영화 주인공 천정명도 평생 조롱당할 법한 대표작을 챙기고 말았다.
 
이와 관련 충무로의 한 관계자는 "개봉이건 재개봉이건 나름의 이유는 다들 있겠지만 때론 관객을 무시하나 싶을 때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애초 관심도 없고, '안 보면 그만'이라 쉽게 말할 수도 있지만 한국영화와 스크린 환경을 저해하는 영화들, 본인들만 자화자찬하며 작품성을 운운하는 작품들은 솔직히 보기 낯부끄럽다"고 냉정하게 말했다.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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